소설) 슈팅스타 15화




[안경을 슬쩍 벗어 볼까~ 그런다고 몸무게 줄어드나~ 상상의 나래를 펴 볼까~ 그래봤자 그 누가 알아주나 ~]




슈발베가 정체모를 노래를 흥얼거리며 상공을 날고있다.




[. . . 이상하다, 슈발베, 원래, 안경, 안쓴다]




뒤 따라 날고있는 람피리데가 슈발베에게 묻는다.




[아~ 이거 노래야 노래 가사.]




[그런 군가, 들어본적, 없음]




[하하, 군가가 노래의 전부가 아니라고? 얼마나 재미난게 많은데!]




일반 사병인 유쾌한 전사자 분대와 달리, 오르카 1호에서 긴급 파견으로 나온 저 둘의 계급이 까마득히 높아


함부로 '조용히 하세요! 우리는 놀러 온게 아닙니다!' 라고 말하기 힘들다고 생각하는 레프리콘, 덧붙여 무전기는 잡담할때 쓰는 도구가 아니라고 하고 싶었다.




[군가가 아닌 노래도 있습니까?!]




그리고 브라우니가 깜작놀라며 끼어든다.




노움이 현기증을 느낀것인지 눈을 살짝 감는다.




그리고 레프리콘이 브라우니의 입을 잡아당겼다.




물론, 상공에서 초계비행하고있는 저 두 인물에겐 브라우니에게 행해지는 상황을 알 수 없었다.




[어라, 우리 친구는 군가가 아닌 노래는 전혀 몰랐나보구나~]




슈발베는 신이나서 노래를 더 부르기 시작했다.




[파라다~이스~ 좀 어리숙해도~ 있는 그대로~ 날 받아 주는 곳~]




슈발베의 노래가 끊임없이 흘러 나오던 와중, 브라우니가 한번 더 끼어 들었다.




[그런데 파라다이스가 뭔지 모르겠습니다]




파라다이스. 무슨 뜻이지? 하고 분대원들은 골똘히 생각해 본다.




파라다이스, 무엇일까.




[레프리콘 분대장님, 파라다이스가 뭔지 아십니까?]




머리에 쓴 헤드폰에 흘러들어오는 브라우니의 물음에, 레프리콘이 자신의 길고 붉은 옆머리로 잠깐 시선이 옮겨간다,


이는 그녀가 무언가 잠시 생각할때 나오는 버릇이다.




파라다이스, 파라다이스.




[파라. . . 다이스 . . . 기관단총 형을 뜻하는 단어 아니겠습니까?]




레프리콘은 자신이 아는 단어를 생각하다 그나마 비슷한 단어를 이끌어낸 결과였다.




[으음, '기관단총~ 좀 어리숙해도 있는 그대로 날 받아주는 곳~' 이라기엔 좀 어감이 이상하지 않습니까?]




브라우니의 즉흥적인 노래에 분대원들이 킥킥대며 웃음을 터트렸다.




브라우니는 이번엔 이프리트에게 물어보기로 결심했다.




평소엔 항상 퍼질러 자거나 게으름을 피우지만 아는것이 많았다.




[이프리트 병장님, 파라다이스가 무엇일거 같습니까?]




이프리트는 분대장인 레프리콘에게 브라우니가 질문 하는 것을 보고 자신에게도 질문 할 것이라 미리 예측해 둔 덕분에 자신도 어느정도 생각 해 볼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파라. . 라는 앞부분은 모르겠지만, 다이스 라는건 주사위 라는 뜻 아냐?]




이프리트의 대답에 브라우니도 잠시 생각해보다 입을 연다.




['주사위~ 좀 어리숙. . . 있는 그대로 날 받아주는 . . ' 이거 가사가 도박중독자가 되버리지 말입니다?]




분대 전체가 두번째로 킥킥거린다.




브라우니는 마지막으로 노움에게 물어보기로 결심했다.




[노움상병님, 파라다이스가 무엇인지 알고 계심까?]




브라우니의 고글로 통해 본 노움은, 23m 너머 공원의 입구에 있는 공중화장실의 한켠에 기대고 앉아 수통의 물을 마시고 있었다.




노움은 수통을 도로 넣어둔 뒤 답했다.




[나도 상세히 아는건 아니지만, 오래전 본 인간님들의 책에는 '숨겨진 곳' 이란 뜻이라고 하던걸 본거 같아요, 다만 숨겨져있다는 의미보다는


보편적으로 낙원, 즉 천국을 뜻하는것 같기도 하지만요]




노움의 설명에 이프리트가 오, 하는 감탄사를 보낸다.




지금 유쾌한전사자 분대는 추락하여, 어딘가에 불시착한것으로 추정되는 익스프레스의 구조를 한다.




지금은 그 임무의 목표지점으로 예측되는 공원의 입구에 도착한 후 항공정찰조 두명이 먼저 공원을 한바퀴 상공정찰을 한 후에 정찰 결과를 듣고 움직인다는 계획이다.




[낙원입니까]




브라우니는 한참동안 낙원이라는 말을 곱씹는다.




그녀의 인류의 문명을 위해, 소모품처럼 사용되는 삶에서 몇 안되는 자유로움이 느껴지는 짧은 머리가 바람에 흩날린다.




바람이 나무를 흔들고 잎들이 소리를낸다.




낙원이 무엇인가, 천국이란 무엇일까, 브라우니는 축복일지 저주일지 알 수 없는 단순하기 짝이없는 머리로 골똘히 생각했다.




[그런말 있지 않나요, 고통없이, 오롯이 즐거움과 평화 그리고 안식만이 있는 곳]




노움의 말에 브라우니는 더욱 사색에 잠긴다.




고통없이, 즐거움과 평화.




브라우니는 주저앉아있는 자리에서 고개를 들어 하늘을 응시했다.




까칠한 소나무의 껍질이 머리카락을 붙잡아 헝클어놓고, 하늘의 별이 그것을 비웃기라도 하듯 수 없이 모여들어있다.


인간과 대화하고 사회의 구성원으로 써 거리를 걸어다니는 시간보다 바로 옆에서 박격포탄이 떨어지고 흙이 몸을 덮으며 소총을 치켜들어 꺼리낌없이 약진하는


시간이 압도적으로 많은 그녀의 머리로는 평화를 이룩하기 위해선 전쟁이 필수불가결한 것으로 어렴풋이 받아들이고 있었다.




즐거움.


뭐가 즐거움이더라, 아득히 먼 옛날에 철충과의 싸움에서 돌격을 하는 와중, 희미한 미소를 띄운체 날아드는 총탄을 직시하며 나아가던 다른 브라우니들을 본적이 있다.


그것과 비슷한걸까, 노움상병은 시를 쓰고 이프리트는 잠을 잔다.


LRL은 만화를 보며 인류의 사회를 종이너머로 머리속 한켠, 기억에서 떠올린다.


레프리콘은 내색은 안하지만, 우리들의 7생활관 창틀에 놓인 자그마한 화분에 물을 주며 미소를 짓는 걸 자주 보았다.




나는 그럼 뭘 좋아하던가?


낙원이 무엇인가, 낙원에 간다면 난 무엇을 하게되는가?


역시 싸우는건가? 그렇다면 누구랑 싸우는가 철충? 낙원에 철충이 있을까?




만들어진 이례, 창조자인 인류에게 단순하게 만들어져 오직 적을 향해 방아쇠를 당기고 살의를 갖고 돌격하는 작은 소녀에게 이토록 깊이 생각해본 시간은


얼마 없었을 것이다.




[야호- 여기 세상에서 제-일 멋진 슈발베거든?]




슈발베의 무전이 들려왔다.




[여기 레프리콘입니다]




이프리트랑 함께 쓰레기통과 깡통의 간단한 야전점검을 진행하던 레프리콘이 답했다.




[으음~ 지금 말이야? 내가 공원 한바퀴를 슈-욱 하고 도는데말이야? 뭔가 공원 내부에서 움직임이 계속 감지되는데 아무래도 일반적인 야생동물의 크기는 아니란 말이야?]




[듣고있습니다]




[너희 위치 기준으로 설명할게 직접 확인해봐, 철충일지도 모르니까 말이야, 방위각 102' 부근]




"깡통, 방위각 102' 입니다"




레프리콘의 말에 깡통이 방위각 102' 부근을 바라보며 자신의 레이더를 더욱 강하게 가동한다.




그렇게 약간의 시간이 흐르고 깡통의 답은 레프리콘의 고개를 끄덕이게 했다.




[감지된 철충, 없음]




[폴른 목소리 오랜만이야 오랜만~ 하여튼~ 철충이 아니라니까 그럼 야생동물인가~?]




사실 깡통의 레이더는 움직임이 있는 대형 철제 물질에 반응한다.


즉, 철충외에는 탐지 해내지 못한다.




이프리트병장의 *MOT-D.D.M.P.D' 를 사용하면 감지하는데 존재의 간파를 , 더 나아가서 전장식별에 도움이 될테지만 무엇보다 지금 그 귀중한 *MOT-D.D.M.P.D' 는


단 두발밖에 보유하고있지 않다, 다만 이것을 사용하면 익스프레스씨를 수색하는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Mortar - Delayed Drop Multi Purpose Detector)


(박격포탄형 지연낙하 다목적 감지기)




레프리콘이 잠시 고민을 한다.


달도 구름에 반쯔음 가려 그리 좋은 시야는 아니다.




공원에서 인간이 사라지고 주인이 없어진 이곳은 이제 오롯이 나무만이 빽빽하게 들어차 쓰레기통이 들어서 싸우기가 어려워져 진입 할 수 없다.




이런 저런 고민을 하는 레프리콘은 이내 이프리트와 눈을 마주친다.




"이프리트 병장님, 다목적 지연낙하 감지기 를"




이프리트는 고개를 끄덕이곤 자신의 옆에 두었던 박격포를 세운다.




"LRL, 끝이 새까만 포탄"




LRL은 고개를 끄덕이며 약간 긴장한 표정으로 포탄 한발을 박격포의 입구에 반을 넣고 단단히 잡아 고정한다.




[여기 레프리콘입니다]




[야호 그래그래 어떻게할지 정했니?]




[. . . 레프리콘스탄챠 ]




람피리데가 상공에서 혼자 킥킥대며 온몸을 비튼다.




슈발베는 빠르게 날아가 람피리데의 뒷통수를 정강이로 걷어차버렸다.




[. . 일단 여기서 지연낙하형 다목적 감지기를 사용하겠습니다, 분대 통합 전장보조 채널은 981번입니다.]




[확인]




람피리데와 슈발데의 헤드기어가 레프리콘이 말한 통합 전장보조 채널 981번으로 변경되었다.




"쏴!"




레프리콘의 단호한 한 단어에 LRL이 포탄을 손에서 놓았다.


LRL의 손을 떠난 포탄은 스르륵 하고 박격포를 타고 들어간뒤, 기이한 청량한 소리와 함께 재빠르게 박격포를 빠져나간다.




박격포의 붙은 패널로 이프리트가 화면을 켜자 하늘로 날아간 박격포탄이 아주 작은 파열음과 함께 포탄속에있던 지연낙하형 드론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전개 완료"




이프리트의 말에 레프리콘이 입을 열었다.




[여기, 레프리콘, 지상측에서 박격포탄형 감지기 발사했습니다 작동 확인]




[자, 어디볼까!]




슈발베가 고글을 내려 눈을 가렸다.




새까만 지상에 복잡한 공원이였던 울창한 숲이 눈앞에 모습을 드러내고 이내.




사람의 모습들이 숲에 여기저기 매복하고있었다.




[뭐야, 얘네 누구야]




슈발베가 당연한 의문을 가진 감상을 내뱉는 순간




"교회놈들이야"




유라가 입을 열자 기가막힌 타이밍으로 상공에서 아주 천천히, 낙하중인 드론형 감지기가 폭발했다.




[우왓 뭔데!]




화면이 온통 지직거리는 노이즈로 바뀌자 슈발베가 깜짝 놀란다.




[슈발베가, 놀라면, 앗 깜짝이야, 슈발]




람피리데는 어줍잖은 농담을 내뱉다가 슈발베가 전속력으로 날아들어 람피리데의 복부를 니킥으로 강하게 쳐 밀어냈다




[컥, 잘못했]




람피리데가 고통으로 뒤로 튕겨나갈때 그녀가 있던 자리로 예광탄이 섞여 아름답게 빛나는 탄환들의 무리가 지나가고 하늘로 사라진다




[들켰다! 회피기동! 회피기동!!! 멍하니 서 있지마!]




슈발베의 외침으로 람피리네는 자신을 괴롭히려던게 아니라는걸 대충 이해하고 어지럽게 이리 저리 회피기동하는 슈발베와 달리 람피리데는 스륵 하고 투명해져 시야에서 사라졌다.




[우리 공격받고 있거든!? 이거 뭐야 철충아니라며, 그렇다면 이거 진짜 바이오로이드 맞아!?]




슈발베의 외침에 레프리콘이 분대원들이 각기 경계심을 늦추지 않은채 간소한 휴식을 하던, 어둠을 향해 적외선 랜턴을 두어번 깜빡였다.




교전의 신호


브라우니가 소총에 자신의 총검을 착검한다.


노움은 소총의 안전장치를 해제하고 눈을 지그시 감은체 고개를 좌, 우로 움직여 가벼운 스트레칭을 하며, 방금전까지 시를 쓰던 자신의 자그마한 수첩을 주머니에 넣는다.


이프리트와 LRL 공원 입구, 곧 공원으로 돌입할 분대원들과 상공의 인원들에게 화력투사 위치를 지정받으면 녀석들의 정수리에 꽂아넣을


고폭탄을 깡통에게서 미리 꺼내어 포탄 위치를 재 조정한다.




그리고 유라는 슈팅스타라고 불리는 별명을 만들어준 2m 의 레일건을 박격포반 인원 옆에 내려놓는다.




그녀의 등에 한쪽씩 갈라진 부스터가 마치, 오래전 인류의 하늘을 지배하던 전투기가 이륙하기 전, 각 날개를 점검하듯 이리 저리 움직이며 간단한 가동테스트를 거친다.




유라는 공원으로 뛰어들어가는 유쾌한전사자분대의 뒷모습을 보며 그녀도 빠르게 공원으로 뛰어간다, 지면을 힘차게 박차고 뛴다.




등에 맨 부스터가 파악! 파악! 하며 짧고 절도있게 출력을 조절하고 유라는 순식간에 나무나 공원의 조형물을 박차고 가속하여 공원의 수해(樹海) 속으로 깊이 사라져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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