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슈팅스타 16화



"레프리콘! 지시중인 위치 나무 뒤!"




노움이 큰 소리로 외쳤다.


그녀가 든 소총에 부착한 적외선 조준기에 나무가 표적이되자 노움과 브라우니보다 후방에 위치한 레프리콘이 바닥에 엎드린 상태로 기관총의 방아쇠를 망설임 없이 당긴다.




나무가 벌집마냥 구멍이 뚫리고 이내 나무 뒤에서 기회를 엿보던, 산탄총을 들고있던 꾀죄죄한 원피스를 입은 바이오로이드가 바닥에 쓰러진다.




"노움상병님! 같은위치! 의무병이지 말입니다!"




브라우니가 큰 나무뒤로 몸을 숨긴체 외쳤다, 이후 소총의 탄창을 빼고 대충 뒤로 던지고 허벅지에 매달린 작은 가방에서


탄창이 두개가 병렬로 연결된 이중탄창을 빼내어 장전했다.




적들은 복장도 통일되지 못했으며 무기도 그렇다.


심한경우는 삽자루나 죽창, 그나마 상태가 양호한 녀석은 구식 권총이나 산탄총들로 무장한, 이래선 정규군이라기 보다 일종의 무장봉기를 진압하는것 같다.




의무병이라는것도 추정일 뿐 이다.




우리에게 공격받아 제압되어 바닥에 쓰러진 적 바이오로이드, 이하 유라의 말을 빌리자면 '교회' 라는 존재들은 어디선가 다른 바이오로이드들이 부상자, 혹은 사망자를


이끌고 전장에서 이탈한다.




브라우니가 노움에게 의무병이라 외친것은, 저들에게도 사격을 하라는 뜻일까, 아니면 저들만큼은 공격하지 말라는 주의였을까.




소총을 들어 레프리콘의 사격으로 나무와 함께 상체에만 대여섯발의 구멍이 생겼을 것으로 추정되는 적으로 시선을 옮겼다.




브라우니가 외쳤던 그 의무병, 다른 교회 바이오로이드와 달리 손목에 새하얀 붕대를 감고있다.




의무병이 정말 맞는걸까.


의무병을 쏠 수는 없다.




적외선 야간투시경의 녹색으로 물들어있는 시야로 세상을 보는 우리와 달리 아무런 장비없이, 오로지 육안으로 불안한듯, 우리가 있을것으로 예상되는 부근을 두리번 거리며


바닥에 쓰러진 바이오로이드를 한명이 부축하기 시작했다.




레프리콘은 자신이 직접 포착한 어느 위치의 적에게 끊임없이 사격을 가한다.




나는 소총을 내리고 그녀들에게 사격을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그녀들은 의무병이 분명했다.


부상자를 후송한다.


확실 할 것이다.




그러던 와중, 의무병으로 추정되던 두명중 한명이 바닥에 떨어진 산탄총을 집는다.




그것을 목격한 브라우니가 소총을 다잡고 들어올려 조용히 조준을 한다, 다만 아직 방아쇠에는 손가락을 올리지 않았다.




안돼 쏘지마!


나는 그 애석한 의무병이 방아쇠를 당기지 않기를 바랬다.




산탄총을 든 그녀는 우리가 있을것이라 생각되는곳으로 무차별적으로 방아쇠를 당기지만 유감스럽게도 전혀 엉뚱한 방향이다.




의무병이 급작스러운 적대행위에 브라우니가 아무런 꺼리낌없이 소총의 3점사 기능으로 산탄총을 든 의무병의 몸을 확실하게 사격한다.




마치 만세하는 포즈로 한바퀴 돌더니 이내 산탄총을 바닥에 떨어뜨리고 바닥에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인체 기침 몇번 하더니 미동조차 하지 않는다.




급작스러운 상황에 놀란 얼굴로 브라우니를 바라보니 브라우니는 내 시선을 의식했는지 입을 열었다.




" . . . 아시지 않습니까, 적대행위를 시작한 의무병을 공격하는건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나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우리 주변으로 연발 사격이 가해진다.




"방위각! 12' ! 소총 무장 추정! 적 여섯!"




레프리콘의 외침.




소총무장 병력 여섯?




갑작스러운 적의 병력 질이 증가했다.




"방위각 12'! 집중!"




레프리콘이 다시한번 방위각을 외쳤다.




브라우니는 소총을 들어서 빠르게 산개를 시작하는 적 소총병들을 향해 방아쇠를 당긴다.




일방적으로 당하기만 했던 적들과 달리 한 두명 정도는 야간투시경도 있는 듯 했다.




"윽! 적이 이쪽으로 사격을 계속하지말입니다! 노움상병님!"




브라우니가 나무 뒤에서 스쳐지나가는 탄환을 무시한체 탄창 두개가 병렬로 연결된 자신의 탄창을 빼내고 반대편 탄창으로 빠르게 교체하여 장전한다.


브라우니가 노움을 부른 이유는 간단하다.




콘크리트 발포 수류탄을 하나 꺼내 안전핀을 제거후 브라우니 옆을 향해서 집어 던졌다.


큰 파열음과 함께 제 멋대로인 콘크리트 더미가 순식간에 생겨났다.




브라우니는 콘크리트 더미가 생기자 빠르게 나무에서 한바퀴 굴러 자리를 이동, 소총으로 재빠르게 적을 향해서 사격한다.




"새로운 적! 방위각 40'! 총기 추정 무장 인원 열 여섯! 엄청 많아요!"




적을 새로이 발견한 레프리콘이 바위 뒤에서 엎드려 사격하다가 무언가 문제가 생겼는지 몸을 비스듬히 옆으로 눕고 총기의 탄창을 제거하기 시작했다.




"기능고장! 기능고장!"




"노움상병님! 방위각 40' 화력유도를 부탁드립니다!"




"확인!"




노움은 바로 옆 바위로 한바퀴 굴러 몸을 숨긴 뒤 소총을 밖으로 내밀어 방위각 40'를 확인했다.




기관단총이나 권총따위로 무장한 적 열 여섯이 이쪽을 향해서 지향사격을 계속하고있다.




[여기, 지상작전중인 유쾌한전사자 분대! 노움상병입니다! 상공의 람피리데, 슈발베 대령 들립니까?!]




상공에서 어지럽게 들려오는 항공기 엔진 소리는 멈추지 않는다.




[그래! 여기 슈발베! 들려!]




[예상대로 적이 너무 많습니다! 적외선 유도를 할테니 근접항공지원이 필요합니다!]




[얼마든지!]




슈발베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노움은 소총의 적외선 유도를 방위각 40' 적 무리의 가장 오른쪽으로 가리켰고 그녀의 고글의 적외선 유도는 가장 왼쪽으로 가리켰다.




[자 간다!]




슈발베 대령의 엔진소리가 빠르게 움직이더니 형형색색의 예광탄과 고폭탄이 섞인 30mm 기관포가 방위각 40' 인근 왼쪽부터 오른쪽까지 일직선으로 훑고 지나갔다.




[탄착 확인! 적 무력화!]




노움의 무전에 슈발베가 깔깔 웃는다.




[아하하! 철충보다 약해 빠졌어 진짜 이건 이거대로 웃긴다!]




팔이나 다리가 어디론가 사라지거나 몸이 깨진 컵이나 도자기같은 모습이 된 바이오로이드들이 비명을 지른다.




노움의 심장을 무언가가 꾸욱, 체중을 실어 누르는 것 같다.




노움은 눈을 질끈 감고, 브라우니가 있는 방향으로 몸을 움직였다.




"어디서 자꾸 몰려오는 겁니까?"




브라우니의 발바닥에 빈 탄창 세개가 보였다.




"쓰레기통이 보고싶지 말입니다!"




브라우니는 자신을 보호해줄, 돌격을 가능하게 해줄 쓰레기통이 같은 전장에 없다는것을 크게 아쉬워 하고있다.




"지금 적들이 조금 주춤해 졌긴 했지만 그래도 잊을만 하면 여럿이 몰려서 나타나고있어요! 이런식이라면 우리 탄약이 먼저 고갈될겁니다!"




레프리콘이 자신의 두번째 탄창을 뒤로 집어 던지고 세번째 탄창을 꺼내며 외쳤다.




"그래도 돌파하기에는 위험하지말입니다!"




레프리콘은 하늘을 슬쩍 보고는 혀를 찼다.




"쯧, 이프리트 병장님의 감시형 드론이 격추만 되지 않았어도..."




[여어 고생들이 많구만 그래~]




슈발베가 분대원들을 향해서 엎드려 기어오던 몇몇의 적 바이오로이들에게 기관포를 사격하며 무전을 날렸다.




[그게말이지 지금 우리도 약간- 고생하고있거든?]




슈발베가 엔진을 짧고 빠르게 한번 점화시켜 오른쪽으로 이동하자 불과 방금전까지 슈발베가 있던 자리로 푸른빛 한줄기가 날아들었다.




[우리가 날뛰면서 돕고싶은데 우리만 집요하게 노리는 녀석이 있거든? 그녀석만 처리하면 나랑 람피리데가 저고도 강행정찰로 길을 열어줄게]




아까 전, 이프리트가 쏘았던, 박격포탄형 지연낙하 감시 카메라가 제대로 사용도 못한체, 슈팅스타와 같은 레일건으로 격추된 이후로 람피리데와 슈발베마저 집요하게 노려지고 있다.




[그래서 어디까지 갔을까, 우리 해결사님?]




슈발베가 한번 한바퀴 돌면서 왼쪽으로 피하고, 또다시 파란 빛이 날아든다.




[조금만 더!]




유라의 무전, 유라는 재빠르게 슈발베를 노리고 발사되는 푸른 빛의 최초 시작지점을 향해서 이동하고있다.




유라가 그 레일건 사수를 제압하면, 이 지긋지긋한 숲에서 나가 익스프레스를 구조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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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금만 더! ]




내가 외쳤다.




6초정도 간격으로 땅을 강하게 박찬다.




오랫동안 쓰질 않아서 불안했지만 잘 작동하는 '강습형 보조 기동장치' 는 내 생각대로 가동하며 마치 닌자처럼 나무 바위 땅 전봇대 발판 삼을만한 모든걸 딛고 다시 도약하며 날아간다.




후후, 닌자.


내가 바이오로이드라는걸 알아챈 한율이 그 이후로 나에게 이런 저런 질문을 할때 했던 것중, 쿠노이치 제로를 언급했던 당시가 떠올랐지만


나는 금새 입가의 미소를 지우고 다시 집중했다.




속도는 충분히 빠르다.




항상 건물속에서 엎드리고 숨어지내며 어둠속에서 언제 가동이 멈출지 생각하며 보내는 나날과 달리 지금은 그저 누군가를 죽이기 위해서 빠르게 이동한다.




사실 나는 알고있다.




한율은 죽었으며 나는 때때로 한율의 환각과 환청을 듣는다.




미친것이 분명하다.




한율이 나타나는것이, 그가 가짜라는걸 알고있으면서도 그 가짜가 바라는대로 움직인다.




그 환영은 내 무의식이 나를 더 이롭거나 좋은 방향으로 이끌기 위해 만들어진 또 다른 자의식인가 아님 그저 무언가 죽이는것에 집착하는 오염된 생각일지는 모른다.




사실 나는 알고있다.




이제 그 지긋지긋한 건물에서 벗어나, 묘지기라는 스스로의 사슬에서 나와서 안식을 얻던 자유를 얻던 그냥 무언가 변화가 필요했던걸 한율이라는 환영이 나타나서


등을 떠 밀어준게 분명하다.




때때로 나무나 바닥등에서 교회녀석들이 보인다.




다만 재빠르게 지나가는 나를 어찌하지 못하고 멀뚱멀뚱 처다만 본다.




다시 무언가를 박차고 도약할 차례인데 마땅한것이 보이지 않는다.


결국 가장 가까이 있는 자리에 서있는 교회녀석 한명의 머리를 밟는다.




"아아악!!"




몸이 으스러지는것 마냥, 마치 오래전 한율이 그때 당시에도 아주 오래전의 고전 레트로게임이라 설명한, 어느 이탈리아 배관공이 나오는 게임의 적 처럼 자세가 무너지고


나는 더욱 가속해서 나아간다.




사실




나도 뭘 하고 싶, 은지잘 모, 르겠다.




[한번만 더]




내 말에 슈발베가 잠깐 자리에서 멈춘다.




머지 않은 거리에서 푸른 빛이 날아간다.




[저기 이제 슬슬 진짜 맞을지도 모르겠는데?]




슈발베의 말.




100m 도 안남았다.




나는 허벅지에 메어둔 군용 대검을 꺼내 단단히 쥐었다.




죽인다.




푸른 빛이 날아가던 근원지에 도달하는 순간 내 바로 옆으로 얼굴이 불쑥 튀어나왔다.




"잡았다★"




손바닥에 내 머리를 붙잡고 강하게 땅으로 내려 꽂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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