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슈팅스타 17화




"이야! 이렇게 직접 만나는건 처음이네 그렇지?!"




내 뒷머리를 낚아채 들어올린 녀석, 뺨에 ' 2번 ' 숫자가 쓰여있다.




정확히 그것만이 나와 다른 유일한 생김새였다.




한율이 좋아하던 검은색 흑발.


큰 키와 날카로운 두 눈에 붉은색의 눈동자.




녀석은 내 얼굴을 주먹으로 강하게 한번 쳐 날렸다.




"너무 첫 인사가 거칠었나? 뭐라고 해야 마음에 들어? 역시 언니라고 해야해?"




나랑 똑같이 생긴녀석은 바닥에 쓰러져있는 내쪽으로 걸어온다.




"언니라고 하기에는 뭔가 내 자존심이 허락하질 않네에~"




녀석이 내 뒷머리를 다시 낚아채려는 순간 부스터의 출력 방향을 제어하여 순식간에 오른쪽으로 튕겨져 나가듯 이동하며 자세를 고쳤다.




"나참 곱등이도 아니고 번거롭게 움직이지 말아줄래"




귀찮다는 제스쳐


양 손을 툭툭 털면서 하품하는 척 한다.




의상만큼은 순전히 전투등에 걸맞게 움직임에 제약이 없는 타이트한 바디슈트에 회색계통의 로브를 입고있다.




"어머나~! 처음부터 그렇게 몸을 훑어보는거 예의 아니야~!"




녀석은 내 시선을 읽고 계속해서 과장되는 몸짓을 이용한다.




"역시 많이 놀랍겠지? 자 여기도 너랑 똑같아"




녀석은 로브의 끝 자락을 들어올려 가슴까지 들어올린다.




"이 큰 가슴이 움직이는걸 엄청 힘들게 한다니까, 너도 그렇게 느끼지?"




" . . . "




"그런데 나는 이런 쓰레기같은거나 걸치고있는데 너는 진짜 몇백년된 교복을 그대로 입고있네, 갑자기 엄청 짜증나는걸, 빨리 죽여버리고 빼앗고 싶을 정도야"




내가 대답없이 들고있던 군용대검을 단단히 잡고 자세를 취하자 녀석도 기다렸다는듯 자신의 입술을 한번 햝고는 송곳같은 무기를 꺼낸다.




"미안한데 이거 엄청 아플거야, 아마 심장 세번정도 찌르면 얌전해지겠지? 팔다리 잡아 찢는건 이거로 못하고 내 손으로 해야 할텐데 그 전에 네 옷부터 회수해야겠다"




녀석이 말 끝나기가 무섭게 엄청난 속도로 뛰어온다.




무기는 오른손에, 상체는 자세를 낮추고 빠르게온다.


다리를 노리자.




녀석이 내 바로 앞까지 다가온다.




나는 내 심장부근을 정확히 노리고 달려오는 녀석을 몸을 틀어 피하고 들고있는 군용대검으로 다리를. . 어.




녀석의 다리가 이상한 방향으로 꺾이며 내 복부를 정확히 밀어 차버렸다.






"윽!!!"




뒤로 크게 밀려나는 내쪽으로 녀석이 들고있던 송곳을 던진다.




나는 군용대검으로 송곳을 쳐내었다.




"이야 그래도 오리지널은 오리지널이라 이건가? 만족스러워!"




녀석은 괴기한 각도로 자유자제로 움직이는 다리를 보며 기침을 두어번 한뒤 자세를 다 잡았다.




이런식으로 녀석의 공격을 받아치며 반격하는건 위험할 가능성이 있다.




내쪽에서 이번엔 뛰어가볼까.




나는 빠르게 부스터의 출력을 올려서 녀석쪽으로 날아들듯 접근한다.




"걸렸다 걸렸어!"




그녀의 눈이 내쪽을 노려보자 부스터의 출력이 엉망이되면서 나는 바닥에 내팽겨쳐졌다.




"죽어라 죽어! 모르는건 죄라고 했어!"




녀석이 내가 쓰러진 자리로 품안에 숨긴 송곳같은 큰 비수를 여러개 던진다.




나는 부스터를 장착해제하여 한바퀴 회전하며 피했다.




그리고 녀석이 다시 내 눈앞까지 얼굴을 들이밀며 내 뒷머리를 낚아채었다.




"모르면 맞는거라고 배웠어 모르면 맞아야지"




그대로 나를 바로 옆에있던 나무에 강하게 찍어버렸다.




그후로 한번 두번 세번 찍어버리고 내가 들고있던 군용대검을 휘둘러 녀석이 자리를 피하게 만들고 나서야 겨우 빠져나올 수 있었다.




약간 비틀거리며 나무를 한손으로 짚고 버티는 내쪽으로 당장이라도 죽여버릴 수 있지만 재미있어 보인다는 이유만으로 곤충을 가지고 노는 어린 아이같은 미소를 지으며


녀석이 입을 열었다.




"어때, 이제야 좀 정신이 들어? 어때 어때? 이제야 그냥 닮은 정도가 아니라 너랑 똑같다는걸 느끼지?"




녀석이 눈에 힘을주자 내 손에든 군용대검이 그 자리에 얼어붙은듯 움직여지지 않는다.




"자 어서 만나서 반갑다고 말해줘, 빨리 나는 네가 정말로 만나고 싶었는데!"




"닥쳐"




내가 군용대검을 손애서 떼어놓자 그대로 허공에 멈춰선 군용대검.




녀석이 손가락 한번 움직이자 멈춰있던 군용대검이 녀석쪽으로 날아가 손아귀에 쏙 잡힌다.




"흐응, 이것도 네 오리지널이 아니네, 진짜 너 오래 살았구나? 이런 저런 물건 모아서 사용하는거 보면 말이야"




". . ."




"자 빨리 나에게 인사해줘 반갑다고 해 달라고"




나는 녀석이 집어던졌던 비수 여러개에 눈을 돌린다.




"아이 참 뜸들이지 말라고!"




녀석이 내게 달려드는순간 바닥에 던져졌던 비수가 역으로 녀석에게 빠르게 날아든다.




" ! "




녀석이 급하게 자세를 바꾸어 방향을 바꾸는 사이 나는 교복치마의 벨트 뒷 부분이랑 허리부근에 고정된 작은 홀스터에서 권총을 꺼내어 아홉발을 망설임 없이 발사한다.




"아 너무 흥분되고있어! 못 참을거 같아! 최고야!"




회색의 로브를 흩날려 아홉발의 권총탄이 모두 막혔다.




"이 옷이 생긴건 거지 발싸개 같지만 그래도 권총탄은 충분히 막아, 그래도 난 네 옷이 마음에 들어"




"정체가 뭐야"




내가 권총의 탄창을 바닥에 떨어뜨리고 새로운 탄창을 권총에 밀어넣는다.




"이제와서 정체를 묻는거야?"




녀석은 바닥에 떨어진 내 권총의 빈 탄창을 손가락을 흔들어 허공으로 띄워 자신의 손으로 날려보내 낚아채고는 이리 저리 돌려본다.




"흐음, 이건 정품. 오리지널이네 네 원래의 무기. 이것도 탐난다"




". . ."




나랑 생김새가 다른부분을 찾아볼 수 없다.


그녀의 뺨의 2번 숫자만이 차이점을 주는 정도였다.




"주저리주저리 설명하는것도 별로인데, 그냥 해줄까 말까나."




녀석이 내 탄창을 하늘로 던졌다.




내 시선이 하늘로 향한 순간




"선물!"




녀석이 품안에서 나와 똑같은 권총을 꺼내 나와 똑같은 자세로 아홉발을 망설이지 않고 모조리 발사한다.




전방에 집중한다.




내 눈앞까지 날아든 총알들이 모조리 멈춘다.




"와! 난 총알은 너무 빨라서 멈추는건 못하겠던데! 이게 오리지널이다 이건가?"




녀석이 나와 똑같은, 자신의 권총을 뒤로 집어 던지곤 박수를 마구 쳐준다.




"놀라운 광경이니 대충 이야기 해볼까? 아 근데 이 이야기를 듣고나서 대가로 너의 팔다리를 끊고 죽을때 까지 인형놀이 할거야 괜찮지?"




내가 눈 앞의 아홉발의 총알들을 손등으로 툭 밀어 치워버린다.




"어디보자, 일단 네가 훔쳐간 무기부터 이야기 해야겠지?"




녀석은 내가 신세를 진 레일건에 대해서 말하기 시작했다.




"으응, 그건 우리 '기나긴 새벽' 의 무기거든? 아, 기나긴새벽은 우리들이 사는곳!"




"교회겠지, 그런 중학생도 붙이지 않을 이름엔 관심 없어"




"어머 매정해! 오리지널은 그런애였니! 2번은 실망이야!"




자신을 2번이라 지칭한 녀석은 손가락을 흔들며 혀를 여러번 찬다.




"뭐 나도 이름이 좀 재미없이 길어, 기나긴 새벽이라니, 매춘업소 같잖아? 뭐 그렇다 치고말이지"




2번은 고개를 약간 치켜들고 입을 열어 혀를 쑤욱 내밀었다.




퇴폐적인 광경에 힘입어 그녀의 혀에는 바코드가 찍혀있다.




"나도 기나긴 새벽에서 만들어졌거든?"




"나는 너와 다르다, 난 삼안에서. . ."




"아 예예, 알아요 알아, 삼안산업에서 기초 설계부터 구매자가 외형을 마음대로 주물러서 어딜 보아도 음탕함이 숨겨지지 않는 몸에


간악한 혀를 가지고 스스로를 인간이라고 속이는 일을 했다는것 부터 공장 출하 단계에서 블랙리버의 버뮤다팀의 스파이가 관여해서 지금의 능력을 갖고


사회요인들을 암살해온것 까지. 난 다 알고있어"




" . . . ! "




내가 대답을 못하고있자 기분 좋아보이는 2번은 기지개를 켜면서 입을 열었다.




"너를 만든 삼안산업의 남자가 너의 데이터를 가지고 기나긴 새벽으로 도망쳐왔다고 하더라구? 너 말고도 삼안산업에서 유명한 바이오로이드들의 유전자 데이터들을


가지고 멸망전쟁에서 도망을 치다가 도착한게 우리집이였다는 말씀!"




"그래서 그 데이터로 널 만든거야?"




내 질문에 2번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그래 정답이야 정답! 그런데 조금 문제인게 지금 기나긴 새벽에는 이제 인간님들이, 그러니까 교주님부터 모두모두 관속에 들어가있어"




"그게 지금 이 사태와 무슨 관련이. . ."




"응, 단도입적으로 다시 설명할게, 널 죽이고 네 시신에서 오리지널 유전자 데이터를 추출할거야. 우리들은 이미 한번 사용해서 순수성을 잃은 저급 재활용 유전자 데이터로


탄생된거라 하자가 있거든"




"사용되었다는건 내가 만들어질때 사용된 유전자데이터를 말하는거겠지"




"이야- 우리 오리지널 이해가 빨랑! 그런데? 나는 조금 다른 생각을 해봤거든? 왜 내가 오리지널이 아닌 사용하고 남은 유전자 데이터로 탄생한 저급품 일까 하고"




2번 녀석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사라져 간다.




"널 죽여버리면 내가 오리지널이 되는거야, 널 죽이고 전쟁전 기억마저 모조리 빼앗아줄거야"




녀석이 양손으로 비수를 꺼내들었다.




"사실 네가 우리 기나긴 새벽의 소중한 레일건을 훔쳐간건 내 알바가 아닌데 말이야, 나는 내 존재에 의문이 들었거든?"




2번이 비수로 양 옆에있는 나무를 긁는다.




"오리지널은 분명 한율? 환율? 이라던가 뭔가 하는 인간이랑 행복하게 지냈을거라는 말을 듣는데 나는 왜 스스로를 신이라고 주장하는 인간들한테 둘러 싸여서


밤낮없이 성교를 당하는걸까? 분명 참회하고 부정을 지워준다면서 양 손을 묶고 채찍질하며 그들이 웃는 얼굴을 보며 울부짖어야 하는지?"




2번이 비수를 슥슥 허공에 가볍게 휘두른다.




"그래서 죽일까 하고 생각도 했거든? 그런데 자기들이 알아서 픽 픽 쓰러져서 죽어가더라고? 진짜 재미있는 광경이야, 스스로를 신이라고 말하고


철충들이 하늘에서 온 천사들이며 신들이 지상의 썩은 인간과 인간사회를 벌하고 소멸시킬거라고 설명하던 녀석이 제일먼저 죽어버리니까 나는 남은 인간들은


그 자칭 신이라고 한 교주의 시체를 발로 차고 침이라도 뱉으며 속았다! 라고 말할줄 알았거든? 그런데 오히려 먼저 하늘로 올라가서 우리를 굽어보신다! 하면서


시체를 잘 포장해서 유리관에 넣어뒀어."




[ 유라! 이제 한계입니다! 적들이 너무 많습니다! 뾰족한 수가 없으면 퇴각해야합. . . 거기! 옆에!]




레프리콘의 목소리가 무전기를 통해 흘러나온다.




"이야, 굉장해 지능도 떨어지고 신체능력도 떨어지면서 무기도 그냥 대충 떨어져잇는 날붙이 같은걸 든 녀석들이 머릿수 하나 믿고 화기로 무장한 군용 바이오로이드에게


덤빈다니 말이야 그렇지? 지능이 떨어져서 다행이야 물론 앞으로 또 100 200 300 400 500 찍어내면 지금보다 더 열악한 성능을 가진 녀석들이 태어나겠지만


그건 아쉽지만 머릿수로 더 채우면 그만이야"




"바이오로이드를 역시 양산 할 설비를 갖추고 있었구나."




"응응! 아- 너무 행복해 오리지널이 이렇게나 생각해주고있었구나!"




2번은 황홀한 표정을 지으며 자신의 음부에 손을 가져갔다.




"으응, 지금 죽여버리고 잘라낸 팔다리를 햝고 휘두르고 놀고싶으면서도 그 교주를 꺼내고 너를 넣어서 보관하고 싶기도 해 최고야, 역시 널 죽이고


네 옷과 모든 기억을 빼앗아서 한율이란 인간을 만들고 같이 살거야, 네 행복한 기억 그것마저 다시 만들어서 내가 경험할거야.


너만 행복했으니까 바꿔야한다고 생각해 그렇지?"




"날 죽일거라고? 굉장하네, 넌 김치국을 마시는 능력이 아주 뛰어나, 아니 마시는게 아니라 샤워하는 수준이야"




"응? 김칫국?"




나는 한율이 자주 했던 말버릇을 흉내내었다.




"잘 봐둬. 그의 이름을 아무렇게나 말하지마 '양산형' , 나를 흉내낸 조악한 네 능력이 아닌 진짜 오리지널을 보라고"




내가 두눈을 크게 뜨고 집중한다.




"그래봤자 시선 안에 들어가지 않는다면 의미가 없어!"




2번이 내 시야에서 벗어나기 위해 로브를 벗어 내쪽으로 던진 뒤 옆으로 빠르게 움직인다.




"소용없어!"




내가 녀석에게 차이점을 보여주기위해 능력을 사용하려던 찰나.




"으라차! 실례!!!"




슈발베의 니킥이 2번의 얼굴에 정확하게 꽂혀 들어갔다.




" ! ! ! "




2번이 니킥을 맞고 버티지 못 한건지 쭈욱 적어도 10m 는 족히 나가 떨어졌다.




"이야 기다리기 힘들어서 그냥 찾아왔어, 그래서 뭐가 문제였던거야?"




슈발베가 천진난만한 얼굴로 묻자 나는 잠시 멍해진 머리를 정리하지 못했다.




"콜록 콜록"




2번이 자리에서 기침을 하면서 일어난다.




"어엉? 넌 뭐여 똑같이 생겼네?"




슈발베는 2번의 앞서 서서 일어나는 녀석을 바라본다.




"깜짝 놀랐네"




2번이 자리에서 일어나려는 순간 슈발베가 30mm 기관포의 포신으로 2번의 머리를 내려친다.




"누가 일어나라고 했어 새끼야"




다만 2번이 재빠르게 30mm 기관포를 옆으로 쳐 내곤 뒤로 빠르게 이동한다




"제대로 당했네 비겁하게 2:1로 덤비는거야?"




슈발베는 생긴것과 다르게 험상궃은 표정을 지으며 30mm 기관포를 겨누어 망설임 없이 격발하기 시작했다.




"왜? 쫄리냐!!!"




슈발베는 아무래도 레일건으로 자꾸 노려지던게 어지간히도 마음에 들지 않은 모양이다.




"아 너무 무섭다~! 이건 챙겨가야지 읏차!"




이리 저리 슉슉 30mm 기관포의 탄을 피하면서 바닥에 놓여있던 레일건을 낚아챈 2번은 재빠르게 도주하기 시작했다.




"원래 예정하던 목표는 달성 못했지만 다 계산 범주내에 있던 일이니까 또 보자!"




"너 가라고 한적 없는데?"




재빠르게 도주하기 시작한 2번의 바로 뒤까지 순식간에 날아간 슈발베가 신고있는 신발 끝에서 주황색으로 작열하는 나이프를 발차기하듯 휘두르는 순간




사방에서 섬광탄들이 폭발하기 시작했다.




"우앗! 이 비겁한!"




매우 어두운 숲 한가운데에서 갑작스럽게, 아낌없이 터져나오는 도약형 섬광 지뢰들이 기다렸다는듯 우리를 맞이했다.




"자 그러면 이걸 놓고갈테니까!"




어지럽게 흔들리는 새하얀 잔광에 파묻힌 시야속에서 무언가를 내 주변으로 던진 2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거로 무전기인데, 연락하면 너희들이 찾던 날아다니던 그녀석은 이거로 연락이 될 테니까!"




빠르게 도주하는 2번의 뒤로 여럿의 발소리가 함께 들린다.




아무래도 이 인근의 모든 교회녀석들이 일제 후퇴하기 시작한 것 같다.




"아, 그리고 오리지널 얘, 이거 궁금한게 있는데 물어보자! 너, 뭘 하고 싶은거야?"




내가 허공에 주먹을 휘두르지만 깔깔거리면서 놀리는듯한 목소리가 배회한다.




"너도 나랑 같을지도 몰라, 그냥 모르겠지? 너무 오래살아서 딱히 누군가를 지킬것도 아니고 말이야"




뭘 하고싶은건지, 뭘 하려는 건지 모르겠다.




"그냥 하고싶은대로 하면 끝 아닐까?"




목소리가 들린 곳으로 권총을 한발 발사하지만 얼마못가서 슈발베의 외침이 들려온다.




"발포하지마! 내가 맞을뻔했다고!"




"그냥 편하게 생각해, 뭘 어렵게 받아들이고 있어? 그냥 닥치는대로 방아쇠를 당기고 잡아서 비틀어 찢고 하는걸 바라는거지? 다 알아"




눈을 여러번 질끈 감고 다시 떠 보지만 섬광지뢰의 섬광 효과로 백색으로 물든 시야는 돌아오질 않는다.




"자 생각해봐 나는 너를 기초로 만든건데 나는 지금 내가 하고싶은대로 하고있거든? 너도 분명 그러고 싶을거야 맞지? 맞지?"




"닥쳐!"




역시 주먹을 휘두르지만 의미가 없었다.




"역시 역시, 그냥 이런식으로 도발해도 앞뒤가 꽉 막혀서 재미가 생길까 말까 하는 정도네, 그럼 이건 어때"




갑작스레 내 귓가에 바싹 붙은 2번의 입이 조심스럽게 움직였다.




"한율, 되 살려내 줄까?"




". . . 뭐?"




내 물음에 2번이 멀찍이 달려간다.




" '기나긴 새벽' 건물에서 만나! 우린 인간도 만들어 낼 수 있으니까!"




당장이라도 쫒아가고 싶지만 완전히 마비된 방향감각에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다.




"에이씨!"




슈발베도 마찬가지인지 거친 욕설 몇마디를 내뱉더니 대충 자리에 주저 앉는듯한 소리가 들렸다.




[여기 슈발베거든? 지금 너희쪽도 적들이 후퇴하지?]




[여기, 레프리콘입니다. 노움상병의 경상을 제외하면 큰 피해는 없으며 적들이 일제히 후퇴를 시작했습니다, 아까 큰 빛들이 관측되었는데 무슨일이죠?]




[아아 그럼 이쪽으로 와줘, 우리 지금 섬광탄에 제대로 당해서 무방비 상태거든]




슈발베의 무전을 끝으로 나도 자리에 대충 앉았다.




[아, 그리고 레프리콘 지금 오르카 1호 연결 가능해?]




[무슨일입니까?]




[지금 재미난걸 들어서]




[거기 노움상병 가까이 붙어서 에스코트 해줘 브라우니! . . . 미안합니다, 다시 이야기 해주시겠어요?]




[응, 재미난걸 들어서 그래. 교회라고 하던가 쟤네들?]




[뭐 딱히 통용되는, 지칭할만한 이름이 없습니다]




[. . 기나긴 새벽이라 했어]




내가 끼어들었다.




[그래그래, '긴 밤' 인가 뭐시기 걔네들, 인간을 만들 수 있다고 했어]




[인간, 말 입니까?]




레프리콘의 당혹스러운 물음에 슈발베는 계속해서 입을 열었다.




[그래그래, 솔직히 우리 '대장님' 도 쏙 빼버리고 우리 둘만 여기에 파견한게 오르카1호의 실책이야, 대장도 없으니까 내가 이런 고생을. . 아니 그전에 인간을 만들어낸다는게


진위 여부를 떠나서 충분히 조사할 가치가 있잖아 안그래?]




슈발베의 말에 레프리콘은 무언가를 망설이는지 약간 뜸을 들이다가 답했다.




[제가 답변을 할 위치가 아닌것 같습니다]




[재미없게 시리.]




[. . . 슈발베 호크랑 연결 되었어]




[뭐 호크?! 대장이랑?]




재잘재잘 거리는 슈발베랑 람피리데를 뒤로 고개를 몇번 흔든다, 점점 돌아오는 시야로 밤하늘, 저 멀리에 빨간색으로 빛나는 X 모양의 네온사인이 보였다.




교회 건물.




멸망전쟁이후 몇년뒤에 실제의 인간들과 함께 나타났던 그 녀석들.




생각해보면 아득히 기나긴 기간동안 녀석들과 악연이라면 악연일만한 일로 계속 엮여왔다.




[. . . 그렇다면 가서 죽이고 빼앗아야지 안그래?]




무전내용이 뒤늦게 귀에 들어온다.




[역시- 우리 호크언니야]




슈발베가 칭찬한 목소리는 차분하고 낮은 목소리를 가졌다.




[생각해봐, 인간을 만들어 낼 수 있다, 그런데 우리에게 적대적인 바이오로이드가 점거하고있는 건물이다. 그렇다면 가서 모조리 죽여버리고 건물만 확보하면 끝 아닐까.]




지적이고 차분한 목소리와 다른 말에 담담히 듣고있던 나에게 그녀가 자기 소개를 했다.




[뒤늦게 합류해서 미안합니다, 나이트헌터 부대 지휘를 맡은 '씨호크' 입니다, 다른 일을 처리할게 많아서. . 뭐 그래도 서둘러서 지금이라도 합류했으니


함께 열심히 일 해봐요]




그녀의 목소리에 묘허게 기분나쁜 한기가 느껴졌다.




[곧, 여러분들과 합류합니다, 합류후 오르카1호와 통신을 개시할테니 조를 나누죠, 나이트헌터 부대 여러분은 익스프레스씨의 수색을, 우리는 오르카 1호와 통신을 하겠습니다]




[어라, 사냥임무를 양보해줘서 고마워요]




씨호크라고 불린 녀석이 기쁜듯 대답했다.




나는 더듬더듬 땅을 짚어서 2번이 던져둔 무전기를 집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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