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슈팅스타 18화



[나좀 살려줘!]




무전기 너머로 익스프레스의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2번 이라는 녀석이 던져두고 간 무전기를 든 분대장 레프리콘은 우선 주변에 보이는걸 말해 달라고 했다.




[여기. . . ? 모르겠어 어둡기만해. . 바이오로이드들이 나타나서 오르카1호 소속인줄 알아서 살았구나 했는데. . .


이상한 건물로 데려왔는데. . .]




"큰일인데요, 공원주변이라 생각했지만 조금 다른것 같습니다.]




레프리콘이 익스프레스의 위치를 특정하지 못하고 있다.




"데려간 건물 옥상에 무언가 있었는지 물어봐"




내 말에 레프리콘이 고개를 끄덕이곤 무전기로 내 질문을 그대로 전달한다.




[옥상? 음, 그래 그거 기억난다, 붉은색으로 빛나는 X 모양.]




"기나긴 새벽, 거기네"




뻔한 질문과 뻔한 답에 레프리콘이 크게 한숨을 내쉰다.




[구출작전은 변함 없습니다, 다만 구출작전이란 내용 안에 전면전 수준의 전투가 있겠지만요.]




레프리콘이 나이트헌터에게 무전한다.




[저기 정말 구하러 와 줄거지?!]




익스프레스가 끼어든다.




[걱정마세요, 우리들만으로는 조금 버거울 수 있어서 오르카1호에 지원을 요청할 겁니다, 반드시 꼭! 같이 돌아가요]




레프리콘의 말에 익스프레스는 대답을 하지 못하고 흐느끼는 소리가 약간 들리다가 무전을 껐다.




[이 일대 주변에는 움직임이 감지되질 않아, 아무래도 정말 그 교회. . .? 라는 건물로 도망갔보군요]




씨호크의 정찰 보고.




레프리콘은 오래전엔 공원이였던 이 숲의 낡은 밴치위에 지도를 올려두고 펜으로 이런 저런 정보를 수정한다.




"역시 무리인거 아닙니까?"




브라우니의 걱정 섞인 말에 노움이 애써 미소보이며 대답했다.




"왼쪽눈이니 괜찮아요, 오르카 1호로 복귀하면 그때 치료받으면 문제 없으니까요"




그런 노움 을 바라보며 브라우니와 같은 표정의 레프리콘이 중얼거렸다.




"그래도 설마설마 했는데, 이런 쓰레기같이 완전 녹슬어버린 권총따위나 죽창 들고오는 적들 사이로 유탄발사기를 든 녀석이 진짜로 있었을 줄은 예상도 못했습니다."




그런 노움의 옆에서 붕대나 진통제 주사기들을 조심스럽게 정리하는 LRL 옆으로 다가간 이프리트.




"무서워?"




이프리트의 말에 LRL 잠시 무언가 생각하는듯 하더니, 평소와 달리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냥 쓸모없는 존재가 아니라는걸 보여주고 싶어서 온거였는데, 내가 너무 가볍게만 생각했었어"




LRL의 힘없는 목소리에 이프리트가 LRL의 어깨를 찰싹 때렸다.




"열심히 잘 하고있는데 왜 갑자기 혼자 주눅이 들어서 그래?"




이프리트의 말에 LRL은 더욱 어두운 표정이 된다.




"다들 총들고 싸울때 나 혼자 할 수 있는것도 없잖아"




LRL은 애써 웃는 표정의 노움을 어깨 너머로 돌아보았다.




노움의 입과 눈은 웃고있었지만, 그녀의 왼쪽 눈썹 부터 왼 눈과 왼쪽 광대뼈까지 파편에 의해 당한 상처가 급하게 처리한 치료에도 역시 보는 모두가 마음이 아팠다.




"너때문에 다친것도 아니잖아"




이프리트의 말에 LRL은 그래도 홀로 전투능력이 전무하다 싶이한 자신때문에 전투력 공백으로 인해서 노움이 다친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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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들이 모두 물러가기 시작하기 몇분 전 , 소총을 든, 기나긴밤 소속 적대 바이오로이드 부터 죽창과 삽자루, 야구배트를 든 잡다한 적들까지 점차 조여오는 상황에서




인파속에 숨어서 유탄발사기를 발사하기 직전인 녀석을 뒤늦게 발견한 레프리콘은 유탄!! 이라는 외쳤지만 의미없이 그 직후 노움의 바로 옆에 폭발이 일어났다.




"아아악! 아아아아!!!"




유탄이 폭발하고 얼마 못가서 유라와 슈발베가 향한곳 부근에서 섬광지뢰의 눈부신 빛이 솟아오르자 적들도 일제히 퇴각을 시작했다.




바위에 비스듬하게 기댄체 왼손으로 자신의 왼쪽 얼굴을 가리고있는 노움의 비명에 가장 가까이 있던 브라우니가 노움에게 뛰어갔다.




"맞았다! 맞았습니다!! 노움상병 안면!!!"




브라우니의 다급한 외침에 공원 바깥에서 혹시모를 적의 후방침투를 대비한 이프리트와 LRL, 그리고 몸집이 커서 접근못한 깡통과 쓰레기통이 일제히 공원안을 돌아보았다.




그중 구급키트를 가방에 넣고다니던 LRL이 망설임 없이 공원 안으로 제일 먼저 달려나갔다.




"으윽! 으으으아아악!!"




고통에 몸부림치는 노움을 브라우니가 누르고 LRL이 조심스럽게 노움의 손을 치워 얼굴을 확인한다.




아직도 새빨갛게 열기를 발하는 쇳조각들이 왼쪽 얼굴을 중심으로 상처를 계속해서 악화시키고 있었다.




브라우니가 눈을 질끈 감으면서 LRL에게 건내받은 진통제 주사를 꺼내 노움의 허벅지에 빠르게 주사를 시작했다.




그리고 LRL은 침착하게 브라우니의 다리에서 군용 대검을 꺼내었다.




이후 LRL은 소독용 알콜이 든 병을 열어 군용 대검에 흘려 기초적인 소독을 한 후 입을 열었다.




"노움, 아플거야! 참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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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봐봐, 저 상처 치료도 네가 한거잖아"




이프리트가 노움에게 주사되었던 주사기를 들고 LRL 눈 앞에서 흔들어 보였다.




"누군가, 다치면, 구조활동도 할 수 있는게, 몇백년 전에는, 당연 했, 으니까."




LRL은 애써 울먹거리는 것을 참으며 남은 붕대와 소독제 등이 담긴 구급키트를 가방에 넣었다.




"넌 최고야, 너가 쓸모 없다고 여겨지는건 너 혼자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것 뿐이니까, 네 얼굴을 볼 수 있는건 자기 자신이 아니라 타인이잖아, 그것처럼 네가 쓸모있는지 없는지는


스스로 판단하지 못하는거지, 그리고 노움 상처보고 마음 아파서 징징거리는거 보면 넌 아직 어-린이 구나?"




이프리트가 스스로 생각해도 무언가, 멋진 대사였다 생각한건지 살짝 멋쩍은듯한 미소와 함께 엣햄, 하면서 가슴을 쭈욱 폈다.




"우와, 아까 노움 상병 부상당했다는 무전듣고 한걸음에 달려와서는 울먹거리면서 아끼는 과자 나눠줄테니까 같이 집에 돌아가자고 울던게 누구였슴까?"




"시끄러워! 아, 안들려 아아아아아-"




이프리트는 브라우니의 말에 귀를 막고 이리 저리 도망치기 시작했다.




[확인 했습니다, 말씀하신 대로 슈팅스타가 있던 건물로 복귀 하겠습니다.]




레프리콘의 무전은 오르카1호와의 통신이였다.




[그럼, 현재 상황을 재 확인하겠다, 유쾌한 전사자 분대는 노움상병의 안면 부상과 동시에 그녀의 발포콘크리트 수류탄 급탄용 백팩이 파손.


그리고 나이트헌터 부대는 이상이 없고?]




[맞습니다]




[후, 203대대에서도 지금 예기치 못한 교전들이 일어나서 정신이 없군, 반드시 도움을 줄 수 있도록 하겠다. 예정대로 흘러간다면 늦어도 내일 저녁까지 다시 연락을 주겠다.]




[네, 이해했습니다!]




마리대장의 목소리는 책임감이 막중하다는걸 느낄 수 있었다.




[우선 총사령관 각하의 동의가 있어야 하지만 동의를 받았다고 가정한다면 계획은 이렇다, 기나긴 밤이라는 세력의 본거지이자 익스프레스가 구금당한 곳은


예전, 교회라고 불린 종교시설의 건물이다, 따라서 이 건물로 가는 광활한 광장에 오르카1호의 AGS 병력을 투입하여 압도적으로 질적 우위에 서 있는 기회를 이용한다.


이후 기나긴밤 세력의 건물 외부 방어병력을 AGS 섬멸이후, 귀관의 유쾌한전사자 분대가 건물의 입구로 진입, 내부를 수색한다.


그외에 건물의 옥상으로는 다른 증원 병력을 투입시키겠다]




사실 무언가 큰 의미가 있는 전술을 느끼기 힘들었지만, 이번 전투 자체는 마리가 묘한 흥미를 느끼게 하였다.


평소와 달리 나약한 무장들만 갖춘 나약하다면 나약한 바이오로이드들을 상대로한 전투.




철충들과 달리 아주 드물게도 질적 우위를 점한 사례였다.




실제로 이프리트병장에게 지급된 방어무장인 MK124 권총도 철충에게 아무 의미없는 저지력이지만 이번 기나긴 새벽의 적들에겐 아무 문제없이 통용되는 수준이니


평소 철충과의 전투와는 분명 정 반대의 상황이였다.




[그럼, 우선 보급품목을 수송해주겠네.]




[예, 이해했습니다!]




[아, 그 전에 포츈 기술관이 유라 라는 그 바이오로이드와 면담하고 싶다는데 가능하겠나?]




레프리콘은 유라를 돌아보았다.




나무 그루터기에 걸터앉아 조용히 바닥을 바라보던 유라는 레프리콘의 시선을 느낀것인지, 그녀를 바라보았다.




"유라, 미안합니다만 우리 오르카 1호에서 당신과 면담을 하고싶다는 . . ."




"오르카 1호에는 합류할 생각 없다 했을텐데"




유라의 담담한 얼굴에 레프리콘은 빠르게 답했다.




"아뇨, 합류요청은 아닐겁니다"




무슨 일이기에? 하는 의구심때문에 유라는 무전기를 받아들었다.




[그래, 무슨일로?]




약간 쌀쌀맞은 대답에 돌아온것은 포용력 넘치는 듯한, 성숙한 목소리였다.




[그래그래, 언니가 엄-청 기대했었거든!]




[. . .?]




[그래 언니는 포츈이라고 하거든? 진-짜로 꼭 대화 해보고 싶었던 거거든?]




[. . 용건만 말해줘]




귀찮은 일에 휘말릴 것 같아서 묘하게도 꺼림칙한 기분이 든 유라는 갑작스러운 포츈의 말에 얼어붙었다.




[유라, 너 환각같은거 보는거 맞지? 언니는 그렇게 생각하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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