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슈팅스타 21화



바닥에 넘어진체로 다리를 뻗어 내 위로 몸을 누르려는 고블린을 최대한 지탱한다.


녀석의 아랫 복부를 발로 지탱하여 가까워지는 것을 막지만 고블린은 그대로 허리와 등을 굽혀 상체는 나와 가까워 진다.




"게, 헤헤"




반댓쪽 다리를 얼굴을 강하게 차 밀어버린다.




"저리 비켜!"




머리가 뒤로 크게 꺾이며 흉측하게 살이쪄있던 녀석의 얼굴이 일그러지며 뒤로 넘어진다.




빠르게 자리에서 일어나 뒷걸음질 치지만 이미 구석에 몰려있다.


앞으로 네명.


고블린 네명이 넘어진 한명을 보고 나에게 계속 다가올지 말지 약간 고민한다.




간헐적으로 시야가 흔들리고 머리가 깨질것 같이 두통이 몰려온다.


몇백년간 검진 한번 받지 못하고 살아와서 그런지, 아까의 중상이 큰 여파로 다가오는게 분명했다.




머뭇거리는 네명중 한명이 내쪽으로 뛰어온다.


육중한 무게와 그 무게를 만들어낸 엄청난 비만을 증명하는 몸이 다가온다.




그 녀석이 뛰어올때, 다리 한쪽만이 지면에서 하나만 붙어있을때다.


그때 빠르게 몸을 낮추고 한바퀴 돌며 녀석의 무릎 뒤쪽을 강하게 후려친다.




"우!"




순식간에 무릎이 꿇려지며 멈춰선 녀석의 어깨를 밟고 도약한다.


목마저 살이 쪄서 고개를 쉽게 들지 못하는 고블린들 사이로, 이제 막 정신을 차리고 다시 일어서려는, 내 신발 자국으로 얼굴이 찌그러진 고블린의


안면으로 강하게 발로 밟으며 착지한다.


마치, 큰 중량이 나가는 수박을 떨어뜨려서 터지는듯한 소리가 나며 머리가 박살난 발자국 고블린.


남은 고블린들이 두려움을 느끼고 이제 다가오려는 생각을 접은듯 했다.




"큭큭"




2번이 밖에서 웃고있다.




"하하, 하하하"




나도 어깨가 들썩이며 고개를 약간 떨군다.


웃음이 멈추기가 힘들었다.




"하하! 하하하하!!"




결국 박장대소 하듯, 웃음을 참을수 없이, 고개를 약간 들고 한손으로 이마를 탁, 치며 한참을 웃었다.


아 그래, 이거였다.


계속 아닐거라 믿었고, 증거도 없이 아니라 단정 지었지만, 솔직히 미쳐버린건 사실이였다.


사실이였다, 한율이 없으면 통제가 안된다.


인정 해야한다.




인간들이 모조리 없어지기 시작하고.


결국 한율과 함께 조용히 숨어 지내던 그 집에서도 문제가 없었다.


그리고 얼마 못가서 한율마저 죽고 나서야 알수 없는 해방감이 들었다.




그래, 진정으로 한율이 있었기에 내 성격과 내 가치관은 안정적으로 지켜져 있었고


때때로 버뮤다 팀으로써의 나로 일할때 느끼던 새까만 마음을 잘 접어서 숨길 수 있었다.




[ '한율' 은 '유라' 라는 개체의 존재의 의의, 어떤 한경우에도 '한율' 따르며 '한율'이 신변에 위험이 오는 상황에는


'유라' 라는 개체가 소모 되어서라도 반드시 보호해야 하는 존재. ]




이 세상에 나라고 인식할만한 존재가 만들어질때 가장 먼저 학습했던 원칙.


완성단계던 당시의 나에게 추가되었던 규율들.




[ 특별규칙 1 : 개체 '유라' 는 인간에게 위해를 가하는 행동을 특별규칙 2 에 조건을 충족한 상황에는 할 수 있다. ]


[ 특별규칙 2 : 개체 '유라' 는 버뮤다 팀 에서 주관하는 . . . ]




깊이 생각할 필요가 없었다.


제작당시 그대로 완성되었다면 문제가 없었을텐데.


'버뮤다 팀' 이라는 이름 아래, 심어진 추가 규율로 인해 그저 쓰다 버리기 쉽게, 행동 규율과 가치관들의 오류와 충돌을


뒤로 한체로 여기까지 왔다.




처음부터 미쳐있던가? 라는건 모를일이다.


엄밀히 말하면 제작당시 끼어든 버뮤다의 존재가 내 사고를 오염시켜놓았고 점점 좀먹어 가던 머리속을 별 무리없이 지탱하던 한율과


그리고 그 한율이 없어지면서 간단히 사라져버린 브레이크에 이런 결과는 당연하다.




무언가를 죽이고 터뜨리고 찢는걸 바라는건 아니다.


그냥 뭘 해야할지 모르겠다.


이미 없는 가장 중요한 제 1의 보호 대상이 없는데,


머리속으로는 그것을 지켜야 한다고 끊임없이 경고하고있다.




좀먹은 머리와 병든 정신으로 백년 단위가 가볍게 넘어가는 시간동안 살아왔다.


지쳤다 라는 표현으로 스스로를 변호하기도 의미가 없다.


누가 들어주는가?


웃음이 멈추었다.




조용히 고개를 들어 천장을 바라본다.




"어때, 오리지널? 갑자기 아까운 고블린 하나 머리를 짓이겨 버리더니 본성이 나오는거 같아?"




흡족한 목소리의 2번은 내 말을 기다리고 있었다.




"네 말대로, 너와 나의 본성은 같아"




2번은 내 말을 듣고 미소지으며 고개를 갸웃였다.




"응! 이제 인정해주는구나! 그래도 내가 너에게 당한만큼 복수해야하는건 남았지만 그래도 네가 스스로의 본성을 인정한건 기뻐"




"나는 논리오류로 좀먹어가는 머리에 병든 정신으로 살아왔고 앞으로도 계속 같아."




"논리오류?"




2번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녀의 손짓에 고블린들이 구석으로 사라졌다.




"무슨 오류를 말하는걸까?"




2번이 이 유리벽에 다가와 얼굴을 가까이 대었다.




"난 결함품이고 너도 나와 같은 결함품이지"




"뭐 당연한 소리지만 새삼 기분이 조금 나쁘려 하네~"




나는 녀석의 얼굴을 정면으로 쳐다보았다.




"나는 때때로 한율의 환영을 보고있어"




"응, 미쳐버린 증거잖아?"




2번이 손가락으로 관자놀이 부근을 손가락으로 빙글 저어본다.




"너와는 달리 내가 단순히 무언가를 죽이는게 좋았다면 환영을 보는일이 없을거야, 그가 있는동안은 제정신이 가볍게 유지가 되었으니까"




2번이 얼굴을 찌푸렸다.




"그래서 뭐, 뭘 말하려는건데?"




"나도 미쳤고 너도 미쳤지만, 바라는건 달라 난 안정을 찾고싶을 뿐이야"




"흠, 그래서 이야기는 끝?"




2번이 내 이야기를 다 듣고나서 기지개를 한번 더 폈다.




"새로운 바램이 생겼어"




2번이 흥미를 잃어버려 관심이 없어졌는지 나를 곁눈질로 몇번 쳐다볼 뿐이였다.




"인간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그 방법에 대해 말해"




"너 진짜 정떨어진다"




2번이 말을 계속 이어나갔다.




"결국 자기는 미쳤지만 나랑 다르게, 곱게미쳤으니까, 빨랑 한율을 만들 방법이나 말해라, 이거잖아"




2번이 헛웃음 몇번 하며 얼굴이 빠르게 굳어졌다.




"기다려 팔 다리 한두개 꺾어 부러뜨리면 금방 정신 차리겠지"




2번은 손을 풀면서 당장이라도 이 안으로 뛰어들 준비를 했다.




그때 2번이 아까 앉아있던 자리 뒤로 목재로 만들어진 문이 열렸다.




"성녀님! 마녀들이! 마녀들이 지하로 들어옵니다!"




검은 드레스를 입은 바이오로이드 세명이 뛰어들어오며 소리쳤다.


2번은 나와 그 바이오로이드들을 몇번 번갈아 보다가, 우선 급한 불을 먼저 끄는게 좋다 생각한 것인지 나에게 등을 돌려서 목재 문으로 몸을 돌린 순간이였다.




"봉쥬르"




검은 드레스의 바이오로이드 세명중 한명의 뒷통수를 간단하게 터뜨리며 등장한 담배를 문 바이오로이드.




"흠,"




무언가 생각할게 있는건지, 담배를 깊이 들이 마신뒤 담배를 문 벌어진 입으로 내뿜어지는 연기를 헤집고 또 다른 바이오로이드가 등장했다.




"자 여기까지다 비밀결사 긴 밤 12만원! 짧은 밤 7만원!"




샬럿이 빔 레이피어를 앞으로 겨누었다.


무장없이 벌벌 떨고있는 다른 두명의 검은 바이오로이드.


그러자 그런 샬럿에게 살짝 다가가 귓속말로 무언가 말해주는 워울프.


이후 샬럿은 다시 레이피어를 내리고 문을 닫고 나갔다가, 다시 문을 박차고 들어오며 외쳤다.




"자 여기까지다 비밀결사 기나긴 새벽!"




저건 또 뭐하는 녀석인가, 어이가 없다는 얼굴로 나와 저 두명을 번갈아보던 2번이 샬럿과 워울프쪽으로 걸어가려 할때였다.




[예로부터 위기에 순간이라는 말은 진실로써 존재하지 않는다, 언제나 철의 천사들이 내리는 시험이며 합격과 불합격이 있었다.]




남성의 목소리다.




[지금 우리 지구의 마지막 보금자리이자, 언젠가 지구를 다시 낙원으로 만들 우리들의 가녀린 새싹들이여, 하늘에서 내려온 철의 가르침을 깨우치고 과거 인류의


속죄를 대신하는 진실한 길을 걷는 보행자들아, 이 아직도 눈을 감고 귀를 막으며 오로지 스스로를 불태워서라도 빛났던 과거의 빛에 눈이 멀어


이리도 말썽을 피우고 있습니다.]




"아! 황갑선 교주님이시여!"




샬럿에게 위협을 느꼈던건지 아무것도 못하는 와중의 검은 드레스 바이오로이드 둘이 갑작스럽게 땅에 납작 업드려 바닥에 입을 맞추었다.




[내가 묻겠습니다, 왜 미워하고 부수고 스스로를 . . .]




천장에 달린 스피커를 통한 질문을 끊고 칸이 어두운 복도를 넘어서 걸어들어왔다.




"내 말이 들릴지 모르겠군, 우선 우리들이 멋대로 들어온게 화가난다면 미안하다 해 둬야겠지"




[ . . . ]




"우리는 '유일한 마지막 인간' 의 지휘하에 모인 오르카 소속 바이오로이드 들이다, 우리들의 요구사항을 말하겠다."




칸이 요구사항을 말하려는 순간 2번이 빠르게 날아든다.




"아 계획이 다 엉망이잖아!"




2번이 칸에게 주먹을 휘두르는 순간 칸도 비슷한 타이밍에 고개를 틀어 주먹을 피한다.


그후 칸이 재빠르게 2번의 복부를 강하게 걷어 차 버리자 2번도 씨익 웃으며 뒤로 물러선다.




묘한 탐색전이 이어진다.


10m 의 거리를 둔체로 서로를 노려본체로 언제 움직일까, 어떤 행동을 해볼까 고민하고 생각하는 정적을 깨뜨린것은 LRL이였다.




"유라!!!"




칸의 뒤, 어두운 복도에서 뛰어오며 LRL이 무언가를 투명한 벽에 기댄체 비틀거리는 유라의 주변으로 떨어졌다.




"유라! 전투자극제야! 주사해!"




이제 점점 거친숨을 참기 힘들어, 컨디션이 불규칙적으로 날뛰는 유라의 상태는 악화가 계속되어가고 있다.


저 멀리, 7m 너머 바닥에 떨어진 전투자극제를 향해 몸을 움직이기 시작한 유라와 그것을 바라본 고블린들은 제 발로 가까이 다가오는 유라를 보며


그 조악하게 퇴화한 지능으로, 그저 자신들에게 좋은 방향으로만 착각하며 입맛을 다시고 다리 사이에 추악한 흉기에 힘을 주던 찰나, 뒤에 물러나 있던, 익스프레스가 뛰어들었다.


몸을 날려 전투자극제를 집어들고 유라쪽으로 던진 익스프레스 덕분에 유라의 바로 앞에 떨어진 자극제를 유라가 자극제를 향해 손을 뻗자, 자극제의 케이스가 열리고


그녀의 허벅지로 날아들거 꽂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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쿵 하고 심장이 강하게 뛰기 시작한다.


자극제의 내용물이 몸안으로 들어와 퍼지고 온몸에 억지로 활력을 불어 넣는다.


복부에서 울리던 고통이 사라지고 머리에서 춤추던 어지러움도 사라진다.


눈을 감고 고개를 천장을 향해 치켜든다.


고개가 두어번, 불안정한 숨과 함께 약간씩 꺾인다.


그리고 다시 숨을 내쉰다.




나에게 자극제를 전해주기위해 불편한 다리를 무릎쓰고 몸을 날려, 바닥에 엎어져있는, 나보다 더 손쉬운 먹잇감을 발견했다 생각하여


익스프레스에게 달려들어 찍어 누르고 옷을 찢으려 하는 고블린들이 눈에 들어왔다.


눈을 질끈 감고 이를 꽉 물어 저항을 더이상 하지 못하는 익스프레스의 몸 위로 올라타는 고블린의 머리를 붙잡는다.




"게?"




턱과 뒷통수를 잡고 강하게 돌린다.




"이제야 이쪽을 보는구나"




등에 턱이닿는 정확한 각도까지 돌려버린 머리에 지성이 느껴지지 않는 고블린의 얼굴에도 두려움을 마지막으로 느낄 수 있었다.


내가 그의 머리에서 손을 떼자 그는 바닥에 옆으로 쓰러지고 길고, 머나먼 여행을 떠났다.




"비켜"




바닥에 엎어진 익스프레스를 안아들고 다리에 힘을 주고 뛰어 투명한 벽을 넘고 바깥으로 착지한다.


2번이 섣불리 움직일 수 없는 와중에 익스프레스를 복도에서 천천히 걸어 들어오는 레프리콘에게 내밀었다.




"익스. . . 프레스!"




옆에서 본 이프리트가 작전의 목표중 하나였던 익스프레스의 생환을 목격하고 감탄을 금하질 못한다.


피곤한 얼굴을 한체로 손으로 브이 싸인을 만들어보는 익스프레스를 레프리콘은 그녀를 노움에게 인계했다.




[아직 성역에 남아있는 모든 자매들과 성녀들에게 고합니다, 육체가 부숴지더라도 정신만큼은 부러지지 않습니다, 전원 심층부로 모여주기 바랍니다]




2번이 혀를 차며 뒤로 빠르게 뛰어나가며 다른 문으로 사라졌다.


칸이 도주하는 2번을 향해 뛰어가려는 찰나, 무기없이 맨몸으로 있던 검은 드레스의 바이오로이드가 칸의 앞을 가로막고 다른 한명은 발목을 잡았다.




"이거 놔라!"




그러는 사이에 2번은 재빠르게 다른 복도로 사라져 버렸다.




"츳"




칸이 혀를 차며 방해하는 바이오로이드를 떼어두고, 자신의 분대원들에게 고갯짓을 하며 녀석들을 추적한다 라는 의견을 전달했다.


물론 워울프에게 부축을 받으며 간헐적으로 기침을 하며 상태가 좋아보이지 않는 퀵카멜은 칸에게 남으라는 지시를 받고 구석에 대충 걸터 앉았다.




"이제 우리는 어떻게 합니까?"




브라우니가 검은색 케이블 타이 여러개로 엄지손가락부터 손목과 팔뚝까지 정교히 고정하여 포로로 잡은 두명의 검은 드레스 바이오로이드를 바라보며 레프리콘에게 말했다.




" . . 목적은 구출도 있지만 바이오로이드 생산시설, 그리고 인간을 만들 수 있다는 그 발언의 정체를 밝혀야 합니다"




레프리콘은 잠시 고민하는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다.


레프리콘의 표정을 읽은 이프리트는 LRL과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걱정마, 여기서 기다릴게 퀵카멜 대위님도 몸 상태가 안좋으니까, 나랑 같이 LRL이 남을테니까, 어서 따라가"




이프리트 병장의 말에 레프리콘은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따금 기침을 하는 퀵카멜에게 바짝 붙어 간단한 치료라도 하기위해 분주히 힘쓰는 LRL과 포로 두명 옆에 서서 주위를 경계하는 이프리트를 뒤로,


유라를 포함한 유쾌한 전사자 분대가 뛰어가기 시작했다.




정말 마지막을 향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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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둡고 기나긴 복도를 달려온 가로쉬 분대와 유쾌한전사자 분대는 이내 새로운 벽에 부딛쳤다.




"이거, 제가 생각하는게 맞습니까? 아니면 좋겠지 말임다"




브라우니가 소총을 꽈악 잡았다.




"나도 동감이다 병사"




그 통로를, 그 통로의 벽은, 마지막까지 오르카의 인원들을 막아내겠다는 의지로 뭉친 인공적인 벽, 하나 하나가 방패를 들고 마지막 저지선을 만들었던 것이다.


콘크리트와 같은 짙은 회색의 방패로 이루어진 벽은 보는 이를 단번에 멈추어 세우고 함부로 덤비지 못하게끔 위압하는 느낌이 물씬 풍겨왔다.


브라우니는 우선, 자신의 소총을 들어 가볍게 3점사 조정간으로 세발을 빠르게 격발했다.


하지만 허망할 정도로 방패에 박혀 들어갈 뿐, 별다른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것을 본 칸이 혀를 한번 찼다.




"퀵카멜 대위가 있었다면 쉽게 정리했었을 텐데, 아쉽게 되었군"




"그렇다면 내 차례가 되겠군요!"




어디서 숨겨놓고 있다가 꺼낸 것 인지, 샬럿이 장미를 하나 빠르게 방패들의 벽으로 던지자 기가막히게 브라우니의 3점사로 격발된 소총탄이 냈던


흠집에 박혀 버렸다.


샬럿은 빔레이피어를 절도있는 동작으로 치켜 세워보이고 가볍게 한번 휘두른 뒤, 방패무리 앞으로 다가갔다.




"뚫지 못하면 그저 잘라서 무너뜨리면 끝이랍니다"




샬럿이 자신 만만한 표정으로 방패의 벽 앞까지 다가가자 방패들의 미세한 틈으로 과거, 죄인들에게 낙인을 찍던 달궈진 쇠꼬챙이 여러개가 빠르게 튀어나왔다.




" ! "




순식간에 굳건한 방패의 벽이 접근조차 불허하는 고슴도치처럼 변해버린것이다.


샬럿은 자신의 몸 앞에서 가까스로 멈추어 선 살기가 뿜어져 나오는듯한 달궈진 쇠들을 보며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어떻게할까 대장?"




칸이 아까 싸웠던 강적과의 같은 전술로 이 터널같이 곡면으로 이루어진 벽만 있는 이 복도의 벽과 천장을 달려서 저 방패의 벽 가장 최 정상부의 빈 공간으로 들어가


저 방패의 벽을 넘어 그 뒤에서 녀석들을 급습, 방어선이 무너진 틈을 타 유쾌한전사자 분대의 일제 사격이후 가로쉬 분대의 돌격으로 제압을. . .




칸이 머릿속으로 간단한 향후 전술을 구상하던 찰나 기가 막히게 그녀의 앞으로 할 행동을 예측이라도 한 듯, 방패의 벽 그 최정상의 1m 정도의 틈새가 샬럿을 위협했던


그 쇠와 같은 것 들이 쇠창살마냥 천장을 찍어 막혀버렸다.


여기있는 모두가, 다음 행동을 고민할때 노움이 입을 열었다.




"장비 해제"




그녀의 말에 자신의 발포콘크리트 수류탄 급탄 백팩 일부와 결합된 화염방사기 연료탱크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40kg의 둔중한 소리를 내며 바닥에 떨어진 연료탱크를 다시 집어든 노움이 조심스럽게 뒷걸음질 치는 샬럿의 너머로 달리기 시작했다.


달려나가며 노움은 연료탱크의 밸브를 돌리고 노즐을 꺾어 뜯어낸뒤 한바퀴 돌고 강하게 방패의 벽으로 집어던졌다.


연료탱크가 회전하며 날아가 연료가 흩뿌려지며 방패와 바닥에 퍼지고 두어바퀴를 둘러 방패의 벽에 도착하자 그것을 조용히 지켜보던 두 분대원들중 워울프가 피식 웃으며


입에 물고있던 시가담배에 자신의 새빨갛게 작열하는 총검으로 한번 더 불을 확실하게 붙인뒤, 입을 열었다.




"*Adieu"


(아듀, 작별인사)




워울프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그녀가 집어던진 담배가 노움이 던진 연료통에서 사방으로 흩어진 연료들중 하나에 안착하고 그 순간 불길이 치솟으며


순식간에 연료통에 도달한 불꽃은 큰 폭발이 일어났다.




"녀석들이 다시 진열을 재 정비할 틈을 주지마라! 가자!"




칸이 빠르게 기동준비를 하며 외치자 레프리콘도 자신의 경기관총을 전방으로 치켜들어 바닥에 총을 지지하는 삼각 거치대를 한손으로 잡고 빠르게 격발하며 외쳤다.




"가로쉬 분대를 엄호합니다!!"




노움은 바닥에 누워 소총을 전방으로 격발하기 시작했고 브라우니도 마찬가지로 전방, 불길과 검은 연기가 자욱하게 퍼지는 방패의 벽에 생긴


큰 균열로 집중사격이 이어지고, 그 균열로 달려나가는 가로쉬 분대 앞에 이변이 또 생겼다.


검은 연기 사이로 먼저 뛰쳐나오기 시작한건 플레이트 아머와 방패, 그리고 롱소드와 투구까지 갖추어 입은 병사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그들의 플레이트 아머 위로 덧입은 하얀 로브에 그려진 붉은색의 X 문양이 이목을 끌었다.


유쾌한전사자 분대의 일제 엄호사격으로 불길과 방패의 틈새로 집중되는 화력에 많은 수의 새로운 적들도 총상을 입고 쓰러지거나, 일반적인 사이즈의


카이트 쉴드로 막아내며 아직 문제 없다는 듯, 빠르게 달려나오며 돌진중인 가로쉬분대에게 달려든다.




"진실된 인간이자 하늘에서 내려온 철의 천사들에게 가호를 받은 우리 교차십자군에게 두려움은 없다! 모조리 도륙내어 참회하게 하라!!!"




그녀들의 사기를 고양시키는 말과 함께 역으로 뛰어오는 많은 수의 기사들은 마치 덴세츠 사이언스의 모델 아닐까, 하는 착각마저 일으켰다.




"화력집중!!!"




레프리콘의 말과 그녀의 경기관총에서 뿌려지는 예광탄이 향하는 검은 연기와 벽의 균열로 노움과 레프리콘이 사격하는 와중, 가로쉬 분대가 아닌


원거리에서 원호사격을 가하는 유쾌한 전사자 분대에게도 달려드는 교차십자군 바이오로이드에게 브라우니가 착검된 소총으로 빠르게 세번 찌르고 개머리판으로


머리를 후려 친뒤, 한바퀴 몸을 돌려 발의 뒷꿈치로 강하게 턱을 올려 친다.




"아~ 옛날이 생각나는 느낌"




샬럿은 과거, 인류가 번성하던 당시 자신의 기록처럼, 갑작스럽게 뛰어드는 십자군과 같은 이들을 보며 분명 그녀또한 과거를 상상하며 자신의 레이피어를 재빠르게 휘두르고 찔렀다.


교차십자군의 난입이 멈추고 남은 병사들과 오르카1호의 바이오로이드간의 백병전으로 양상이 변질되고, 그 마저도 오르카 1호의 적절한 역할 분담과 기량으로 격퇴하자


두번째 이변이 일어났다.


노움의 연료탱크 유폭으로 균열이 생겼던 방패의 벽은 금새 다시 진열을 갖추어, 오르카 1호 인원들은 희생을 감수 하더라도 다시 저 방어선을 돌파하겠다는 결심을 잡을때.


방패가 걷히고 사라졌다.


그리고 방패가 남아있던 부분에는 주황빛으로 빛나는, 작열하는 철의 틀.


방패를 들고있던 기나긴 새벽 바이오로이드들이 손잡이를 잡고 한쪽 벽과 다른 한쪽벽까지 맞닿는, 틈없이 꽉 채워진 작열하는 철의 틀이 점점 다가오기 시작했다.




"저건 또 뭐야!"




가장 전방에 나서있던 샬럿이 재빠르게 뒤로 후퇴하기 시작했다.


노움과 브라우니가 사격을 가하지만, 철의 틀 뒤로 약간의 몸만 드러난 기나긴 새벽 바이오로이드를 한 두명을 죽여도 금새 다른 바이오로이드가 그 자리를 매꾼다.


심지어 그런 그 틀의 틈새로 아까, 샬럿의 접근을 경계하고 저지하던 달궈진 낙인마저 길게 뻗어 안그래도 작열하는 벽 자체가 점점 다가오는것도 모자라


낙인이 재차 접근을 더 어렵게 했다.


칸 마저 당황케 하는 예상와의 상황이 계속 이어지자 두 분대는 다음 행동을 결정조차 못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분대 인원들 사이로, 유라가 걸어나왔다.


빠르건 걸음 걸이 속도로 다가오는 작열하는 철의 벽과 낙인을 아랑곳 하지 않고, 같이 앞으로 걸어나가는 유라가 눈을 감고 한손을 앞으로 뻗었다.


그녀의 약지가 안으로 접히고 손목을 꺾자 아주 높은 톤의 철이 긁히는 소리가 나기 시작하더니 이내 그녀가 눈을 뜨며 주먹을 강하게 쥐었다.




"잡았다"




작열하던 철과 낙인이 빠르게 휘면서 작열하는 벽을 옮기던 기나긴 새벽 바이오로이드들이 마치 새장에 갇힌것 같은 모양새가 되며 그녀들의 옷과 살점이 불타기 시작했다.


불에 의한 고통으로 비명이 울려퍼지기 시작한다.


끔찍한 광경에, 아까 스스로를 교차십자군이라 부르던 인원들이 작열하는 철의 벽이 휘어 새장처럼 되는것을 목격하고, 우선 생겨버린 틈으로 다시 우리들에게 뛰어들기위해


함성과 함께 달려오지만, 유라와 눈이 마주칠때마다 그녀들의 금속 갑옷이 자석처럼 무언가에 이끌려 작열하는 철의 벽에 달라붙고 이내 불이 붙는다.


거대한 새장처럼 변해버린 철의 벽 안에서 불타며 비명을 지르는 바이오로이드를 향해 유라가 한번 손을 뻗었다.




"시끄러워"




손가락을 모두 쥐어 주먹으로 바꾸자 철장이 급격하게 수축하듯 찌그러져 버리자 철의 장벽의 틈새로 혈흔들이 튀며 조용해져버렸다.


마치 토마토를 쥐어짠 것 같았다.




"가자"




유라가 분대원들을 뒤돌아 보았다.




이때 그녀의 눈이 전장에서 보아왔던 것 중 가장 꺼림칙한, 무언가 목적 하나에 미쳐버린 것 같은 눈이였다고 당시의 레프리콘이 전역한 유쾌한 전사자 분대원들이


모두 모인 자리에서 회고했었다.




방패의 벽과 철의 벽을 넘어 복도를 이동하는 오르카 1호 바이오로이드 앞으로 잔존해 있던 교차십자군 바이오로이드들이 급습을 해왔지만


그때마다 유라는 눈길조차 주지 않고 그녀들이 쓴 투구만을 음료수 캔을 재활용하듯 찌그러뜨리는 모양새로 만들어 간단하게 제압해버리며 멈추지 않고 걸어갔다.


복도를 걸으며 가로쉬 분대와 유쾌한 전사자 분대는 말없이 유라의 뒤를 따라 걸어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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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야!"




퀵카멜의 몸에 지혈제와 붕대를 감는 LRL은 묵묵히 할일을 하고 있었다.


상처들에 붕대를 모두 감은 LRL에게 퀵카멜이 머리를 쓰다듬었다.




"고마워"




"큭큭, 이몸에게 이런 정도의 일은 아무것도 아니도다!"




LRL은 한손으로 자신의 눈을 가리며 고압적인 웃음을 내었다.


케이블타이들로 구속당한 기나긴 새벽 바이오로이드들은 두명이 서로 머리를 맞대고 중얼중얼 거리고 있다.


기도라도 드리나, 이프리트는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약간 위로 들어올렸다.


철충을 묘사한것 같은, 애벌레가 사람의 머리위에 앉아있는 그림들이 그려져 있었다.


그녀의 허리춤에 매달려있는 무전기에서, 밝은 목소리로 작전이 종료되었다고 알리는 레프리콘의 목소리가 듣고싶었다.


그냥 슈팅스타라는 존재를 알아내고 복귀하면 되는 임무였는데 이게 어쩌다 여기까지 왔는지 참.


어찌보면, 사지에 내몰릴지 모른다는 203대대의 전장을 그대로 따라갔다면 이것보다 고생을 했을까? 아니면 고생을 덜 했을까.


별 의미는 없지만 괜히 생각하게 되는 고민을 이프리트는 하고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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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선껌의 풍선을 불던 블러디팬서가 자신의 무장에 몸을 기대 비스듬한 자세로 말했다.


그녀의 챙모자에 그려진 동물이 할퀸것 같은 느낌의 붉은 네줄은 마치 병장의 계급장 처럼 보였다.


병장시절부터 전역을 포기하고 오르카에 남아 전장의 선봉으로 투입되어 돌아오기를 수 없이 반복한 결과 지금의 자리에 도달한 것이다.


원래라면 다른 지휘관급의 계급이지만 그녀는 그것을 딱히 표시하거나 으스대지 않고 오히려 전장에 나가는걸 더 선호하기 때문에


실로 오르카의 분류상 그녀의 계급은 대위로 표기만 되어있으나, 이 이상 진급하면 전장에 나가기 힘들어지는 걸 알아낸 그녀는 이후로 진급을 거부하고 있지만


실질적인 대우와 계급은 지휘관 개체들과 비교하기에 절대 손색은 없었다.


그런 그녀의 전장에서 보낸 시간만큼은 인간들의 문명이 건재하던 시절부터 지내온 불굴의 마리를 제외한다면 오히려 상당한 기간이라고 할 수 있었다.


스파르탄 AGS들은 사방에서 뻗쳐오는 기나긴 새벽 바이오로이드들의 광장 탈환을 위한 공세에 희생을 무릎쓰면서까지 방어입장인데도 역으로 공격적인 방어로 나서


역으로 방어중인 광장에서 점점 역으로 뻗어나가 이 일대의 기나긴 새벽 바이오로이드를 말살하는데 성공했다.




"짜식들아, 지루하냐?"




그런 블러디팬서가 입을 열었다.


어디서 나타난건지, 블러디팬서쪽으로 다가오는 바이오로이드 한기가 있다.


뺨에는 3이라 쓰인 숫자가 보였다.




"흠"




풍선껌을 몇차례 불며 생각해본다.


아까 작전중 처음본 바이오로이드랑 비슷하게 생겼네.


뭐 생각해도 딱히 저녀석이 우호적인 느낌은 아니라 결론을 낸 그녀는 기지개를 한번 더 폈다.




"멈춰, 라고 해도 오겠지만 도망갈 기회는 지금이 마지막이다?"




블러디팬서의 말이 끝나자 3번이 재빠르게 뛰어온다.


스파르탄AGS들이 3번을 향해 총을 돌리는 순간 3번이 주변에 팔을 휘젓자 일대의 AGS들이 멈춰버렸다.


신기한 광경에 블러디팬서도 휘파람을 불었다.




"네가 어디서 온건지 모르겠지만 지루하던 틈에 잘 왔다"




블러디펜서가 자신의 활강포를 집어 들었다.


블러디팬서가 무장을 집어들자 3번이 뛰어오기 시작했다.


회색의 로브를 입은 3번은 블러디팬서의 활강포쪽으로 손을 뻗었다.


활강포가 굳어버린듯 움직이지 않자 블러디 팬서는 귀찮다는 표정을 지으며 자신의 장갑을 전방으로 옮겨 3번이 휘두르는 롱소드를 간단하게 막았지만 그것이 문제였다.


3번이 검을 한번 휘두른 뒤, 양손을 전방으로 뻗은 뒤, 다시 팔을 포옹하듯 양쪽으로 크게 벌리자 블러디팬서의 장갑이 활짝 열려버렸다.




"이게 무슨. . ."




블러디펜서의 가슴 중앙을 노리고 롱소드가 찌르고 들어온다.






"흐음, 저게 뭐람?"




쌍안경을 들고 그늘에 앉아 블러디팬서를 관찰하는 레오나는 흥미가 생긴듯 쭈욱 관찰하고 있었다.


지휘관의 걸맞지 않은 저급한 언행부터 전장에 남길 원해서 진급조차 그만둔 전쟁광이 최후를 맞이하는건가? 하고 바라보았지만


자신의 예측과는 조금씩 달라지고 있었다.






"어때 조금 놀랍냐?"




블러디 팬서는 찌르고 들어오는 롱소드를 손으로 낚아채 꺾어버렸다.


3번이 롱소드를 다시 뒤로 빼려고 하지만 강하게 붙잡은 블러디팬서의 손아귀를 이기지 못했다.


롱소드를 포기하고 뒤로 쭈욱 빠진 3번에게 블러디팬서는 자신의 뒤로 휘어서 쓸 수 없게된 롱소드를 버리고 고개를 양 옆으로 꺾어 몸을 풀며 말했다.




"무장 해제"




그녀의 등부터 어깨등에 연결된 두터운 장갑과 활강포가 그녀의 몸에서 떨어졌다.




"이거 닥터덕분에 살았네, 가서 고맙다 해야겠어"




블러디팬서가 장갑 낀 손을 툭툭 털었다.


장갑의 손등 부분에 롱노우즈 플라이어 마크가 붙어있다.


3번이 주먹을 휘두르며 달려오고 이내 블러디팬서의 뺨에 주먹을 빠르게 꽂아 넣는다.




"다 했냐?"




3번이 미동조차 안하고 얼굴을 때린 자신의 손목을 낚아채 가볍게 꺾어 부러뜨리는 블러디팬서를 보며 경악한다.




"이거 순 약골이잖아"




부러지는 손목과 이후 목을 붙잡혀 들어 올린 뒤 안면에 가해지는 연속되는 펀치에 3번이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와중 블러디팬서가 입을 열었다.




"내가 가지고 다니는 무장이 플라스틱도 아니고 가벼울리가 없는데 힘이 쎄겠냐 약하겠냐 응?"






"세상에"




레오나는 마치 고릴라가 작은 동물을 붙잡아 묵사발을 내는 느낌을 망원경을 통해 받았다.


쉴새없이 가해지는 안면에 직격하는 블러디팬서의 펀치에 기어이 턱이 부숴지고 고개를 추욱 늘어뜨린 3번을 바닥에 내동댕이 친 블러디 팬서는 손을 툭툭 털었다.


저런 고릴라같은 녀석이 왜 총사령관에게 가장 신임받는 바이오로이드인지 레오나는 매번 기가 찰 노릇이였다.


저런 선머슴같은 녀석도 총사령관이랑 같이있으면 얼굴을 약간 붉히는게 특히 마음에 들지 않았다.




밉다, 질투가 난다.


하지만 레오나는 억지로 웃어보였다.


엘리트니까, 저녀석을 그토록 신임하는 총 사령관, 그래 그 인간이 좀 모자랄 뿐.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는 인간이 좀 덜떨어지지만, 언젠가 알아주겠지.


레오나는 억지로 미소지어보였다.






때때로 기침을 하며 아직 살아있는 3번을 내려다 보던 블러디팬서는 그녀의 뒤에 숨어있던 펍헤드를 불렀다.




"역시 전장이랑은 나랑은 전혀 맞지 않네, 이런곳까지 내가 와야 했나 후회까지 들고 있다 이말이지"




"여, 펍헤드 이 녀석, 구속해 줬으면 하는데"




블러디팬서의 말에 펍헤드가 3번의 앞까지 걸어오고 나서 다시 블러디팬서를 올려다 보았다.




"이거 완전 정당방위가 성립되지 않을 정도로 부숴버렸군"




펍헤드는 HPC 로프로 3번을 구속했다.




"3번을 구속한 후 펍헤드가 블러디팬서를 올려다 보며 말했다.




"또 한건 해 내었군 어떤가, 총사령관이 기뻐할 것 같은가?"




펍헤드의 목소리에는 순수한 궁금증이 담겨있었다.


항상 별 흥미를 느끼지 못한다는 눈으로 있던 블러디팬서도 너털하게 웃으며 씨익 웃어보였다.




"당연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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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에 흥건한 피가 군화에 닿을때 마다 저벅 저벅하는 소리가 기분나쁘게 끈적거린다.


모두가 뺨에 숫자를 쓴 유라와 똑같이 생긴 바이오로이드들을 목격하고 의구심은 강하게 들었지만 굳이 입 밖으로 내지는 않았다.


그저, 유라가 아까부터 망설임 하나 없이 전력으로 적대적인 모든것을 가차없이 제압, 섬멸하는것에 기이한 기분을 느끼고 있었다.


그렇게 뺨에 7이란 숫자가 쓰인 유라의 복제 바이오로이드가 추욱 늘어져 더이상 움직이지 않게되었을 무렵.


유라가 한번 비틀 거렸다.




"유라, 괜찮아요?"




레프리콘이 유라에게 달려가서 부축해주지만 유라는 살짝 웃어보이며 괜찮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조금, 무리를 하고있어서 그래 걱정마."




찢어져 가는, 그녀가 소중히 여기던 몇백년된 진짜 교복과 이곳 저곳의 상처까지 엉망이다.


그녀가 이렇게까지 무리해서가면서 싸우는 이유.




"한율이, 기다리고 있어"




그녀는 이제 환각을 보면서까지 몸을 억지로 사용하고 있다.


인간을 만들어 낼 수 있다.


그 한마디에 그녀는 이렇게까지 움직인다.




충성심으로도 유명한, 인류의 역사에서 가장 많이 만들어졌다는 바이오로이드인 브라우니조차 오랜 세월을 홀로 지내며 오직 한 사람을 기다리며


스스로의 안전부터 모든것을 무시하고 맹신적인 행동을 취할 수 있을까?


기나긴 새벽의 본거지로 오기 전, 유라의 집에서 출발 하기 전 오르카 1호와 203대대의 긴급 물자 보충 수송으로 바쁜 와중 수송으로 온 인원들을 호위하던


린트블룸이 슬쩍 다가와 나에게 귓속말을 전했었다.




' . . . 분대장 레프리콘 맞지요? 사실 오르카 1호에서 포츈 기술관님께서 꼭 전하라던 말인데요 . . . '


' 오르카 1호에선 유라 라는 개체의 전투력에서 큰 흥미를 느끼고 있어서 반드시 오르카 1호에 소속시킬 거라고 하더라구요. '


' 포츈 기술관은 반대를 계속 해왔는데도 오르카에는 유라 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라서 . . 날이 밝고 기나긴 새벽의 본거지 점거가 끝나면 유라의 체포를 가로쉬 분대가 진행할거라 했어요, 포츈 기술관님께서는 레프리콘 분대장에게 . . . '




나에게 잠시 기대졌던 유라가 계속 앞으로 걸어간다.


피곤한 표정, 상처와 상처 그리고 상처, 시시각각 악화되어가는 상처로 지혈되었던 혈흔도 때때로 밖으로 기어나오고


아마 유라는 한율이라는 그 오래전의 인간을 다시 만들겠다는 집념 하나만으로 계속 움직이고 있을것이다.




' 작전이 종료되면 가로쉬 분대는 유라를 체포할겁니다 '




린트블룸의 말이 계속 머리를 맴돌았다.


진짜 그게 오르카의 결정인가? 생각해보지만, 그저 병사일뿐인 내가 고민해서 해결되거나 의견을 제시할 입장이 아니다.


기분이 좋지 못했다.


복도의 끝, 유라의 갈색 가죽구두가 주인이 누군지 알 길 없은 혈흔의 흔적으로 암갈색이 되어있다.


그리고 유라가 이 길고 길었던 복도의 화려한 목재 문을 열었다.






[ 환영합니다 이방인 ]




교회 건물의 옥상부터 지하까지 일직선으로 뚫린 통로에 스테인드 글라스로 형형 색색의 아름다운 빛이 이 거대한 공간을 물들인다.


중앙에는 12개의 관이 놓여있고 그 12개의 관이 감싸고 있는 중앙에는 유리관이 열 두개가 있었다.


이제 정말 끝일까.


이 공간에는 벽에 기대고 있는 단 한명, 2번이라는 녀석이 있었다.


유라가 잠깐 휘청이더니 다시 균형을 잡고 앞으로 천천히 걸어간다.




[ 아, 직접 보니 알 것 같군요. . . 유라. 그래요 유라라는 이름일테지요. ]




아까부터 방송으로만 대화하던 남성의 목소리가 이 공간의 중앙, 유리관들 부근에서 흘러나오고 있었다.




[ 괜찮다면 조금 더 가까이, 와 주시면 좋겠군요 ]




그 말을 듣고있던걸까 아니면 그저 유라는 어딘가에 보이고 있을 한율의 환상을 쫒고있는건가.


비틀 거리면서도 애써 자세를 잡아가며 앞으로 한걸음 한걸음 다가가는 유라.




[ 아아, 확실하군요, 유라, 유라 당신이 맞습니다 ]




유라가 발을 멈추어 섰다.




" . . . 인간을, 만들어 낸다는 이야기, 듣고 싶어"




2번은 말 없이 분대원들을 노려본 체로 벽에 기대고 있다.




[ 인간을 만든다, 그렇군요 그래요 인간을 만들 수 있지요 ]


[다만 그 전에, 인간이란 무엇인가, 그것부터 알아야 만들수 있지요]




남성이 자신의 말을 끝내기가 무섭게 2번이 벽에서 걸어와 유라 앞을 가로 막았다.




[당신들은 파괴밖에 모릅니다, 나는 당신들에게 파괴 이외의 것을 가르쳐도 소용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남성의 말에 칸이 입을 열었다.




"헛소리는 이제 되었다, 인간을 만들수 있다는 그 방법과 결과를 보여라"




남성의 목소리는 잠시 뜸을 들이다가 입을 열었다.




[여러분들은 인류가 문명을 유지하던, 그 시대의 불결한 사고방식을 꼭 닮았습니다, 그렇기에 여러분에게 우리 기나긴 새벽의 교리를 가르치고 싶어도


귀를 막고, 눈을 감아 진실을 외면할 것 이란것도 알고 있지요, 그래서 제안을 해볼까 합니다, 아무래도 여러분에게 유리하겠군요? 우리 기나긴 새벽에서


이런 가슴 아픈 무력을 사용해야 하는 일이 있을때 가장 믿음직 스러운 '2' 를 쓰러뜨려 보십시오]




"츳, 이딴 영감탱이 말 듣고싶지 않은데"




2번이 불만이 잔뜩인 얼굴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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