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슈팅스타 22화 (完)



그리고 2번에게 갑작스러운 이변이 찾아왔다.




"콜록, 뭐야"





2번이 기침을 한뒤, 자신의 손을 보니 어금니가 있었다.





"그만둬"




한율이 옆에서 내 어깨를 붙잡고 고개를 젓는다.


집중한다.


2번을 쓰러뜨리기 위해 행동 할때마다 내 어깨를 붙잡은 한율이 방해한다.




"싸우면 안돼"




눈을 질끈 감는다.


눈 앞에 많은 수의 금속들이 있다.


2번의 임플란트형으로 만들어진 치아구조를 전부 으스러뜨린다.


머리속에 고장난 모터가 굉음을 내며 이리 저리 움직이는듯한 두통이 울린다.


2번이 입을 크게 벌리고 바닥에 주저 앉는다.






"그만해!"




한율이 외치지만 멈추지 않는다.




심장과 척추 인공 신경


전부 금속이 들어가 있다.


그리고 그 금속을 날뛰게 한다.




"아! 아아!!"




2번이 바닥에 누워 몸부림친다.


머리가 당장이라도 터질 것 처럼 아프다.


금속들이 가죽에 닿아 멈춘다.






여기다.


한번 더 강하게 금속들을 잡아당긴다.


2번의 몸 밖으로 심장과 척추 일부가 빠져나간다.


경악스러운 표정과 함께 반응이 멈추어버린 2번을 바라본다.


바닥에 한율이 주저앉아서 울고있다.


환영이다, 알고있다.


다시 두통이 시작되고 이제 진짜로 힘들다.


그리고 박수소리가 들려온다.






"후후 정말 역시 오리지널을 이기는 복제품은 존재하지 않지요"






남자가 2번의 앞까지 걸어온다.


나는 손을 뒤로 뻗어 레프리콘의 허벅지에 걸려있는 권총을 빠르게 날려 내 손으로 잡았다.




"미안하지만, 바이오로이드는 인간을 해칠 수 없습니다"




남자가 상냥한 표정으로 나를 돌아본다.




"자 말 잘들으면 당신이 원하는 . . ."




나는 권총을 들어 남자의 이마 정 중앙을 조준했다.




"이게 무슨, . . . 총을 내려!"






아까와 같은 명령조, 다만 자신의 머리를 조준한체로 최대한 버티고있던 레프리콘은 그 목소리 덕분에 경기관총을 바닥에 내려 둘 수 있었다.




"총 내려!!! 내리라니까?!"




남자의 다급한 외침에도 불구하고 나는 권총의 안전장치를 엄지손가락으로 해제했다.






"어떻게, 바이오로이드가 . ."






나는 방아쇠를 당겼다.


남자가 그대로 뒤로 넘어지고 2번과 같은 자리에 눕는다.






난 그저 사회에서 봉사하는 바이오로이드와 다르다.


인간에게 거짓말을 할 수 있고, 스스로를 바이오로이드가 아닌 인간이라 속일 수 도 있다.


그리고 아까 남자의 목소리가 나오던 스피커에서 다시 남자의 목소리가 나온다.





"굉장하군, 무슨 바이오로이드일까, 항상 감탄을 금할 수 없다"






다만 이 목소리는 익숙하다.


관들이 열린다.


옷은 없다, 오직 알몸인 청년이 관에서 일어선다.






"난 인류사회가 무너지면서 새로운 힘을 얻었다, 바이오로이드의 몸에 인간의 두뇌를 옮기면 바이오로이드의 육체를 가진 인간이 탄생하는거지"




" . . . "




남자, 그러니까 그 열명이 넘는 청년은 모두 한율의 얼굴과 목소리를 가지고 있었다.





"다만 그것만으로 모자라, 그 두뇌째로 죽으면 끝이다, 약한 인간은 그저 집 바로 앞에있는 도로에 뛰어드는 것 만으로도 죽는다."




한율중 한명이 또 입을 열었다.




"그렇다면 그 두뇌를 복사하고 또 복사하여 원할때마다 의식이 날아다니며 그 몸들을 바꾸면 어떨까?"





또 다른 한율이 입을 열었다.





"난 그런 방법으로 철충의 공격으로부터 살아남았다."




그리고 한율들이 일제히 입을 열었다.




"유라, 보고 싶었어!"





열두명의 한율.


난 손에서 권총을 놓쳤다.




한율 중 한명이 내 손에 들린 권총을 조심스럽게 빼 내었다.


그리고 여러명이 한꺼번에 달려들어 나를 안아주었다.





"유라!!! 뭔가 이상합니다!!!"





레프리콘이 외쳤다.





남자의 말이 없는 틈을 타, 레프리콘이 자리에서 일어나 달려오려는 찰나 한율중 한명이 다시 분대를 향해 입을 열었다.





"모두 자리에 앉아, 멈춰"





인간의 명령이 확실했다.


인간과 완벽히 일치하는 뇌파.


강력하게 주장하는 명령조.


도저히 거스를 수 없었다.





"이건 함정입니다!!!"





유라는 눈을 감고 한율들에게 둘러싸여있었다.






"유라! 왜 날 죽게 내버려 뒀던거야! 원망스러워! 그래도 이번에는 꼭 나를 지켜줘야해!"





한율들의 말하자 유라는 가장 앞에있는 한 개체의 목을 잡았다.





"컥. 커헉 윽!"





그리고 유라와 가장 가까이 있던 한 한율이 심상치 않은 소리를 내며 목이 비틀리고 바닥에 쓰러졌다.





"유, 유라 무엇을 하는거야!?"






유라는 눈을 뜨고 쪼그려 앉아 있던 자세에서 일어섰다.





"난, 한율을 죽게 내버려 두지 않았어"





한율들은 약간 당황하며 애써 위기를 모면하려 한다.





"무, 물론 진짜로 죽게 내버려 둔건 아닌거 알아! 그러니까 이번엔 날 꼭 지켜. . ."






유라가 두번째 한율의 손목을 비틀고 바닥에 내팽겨쳤다.


그후 구둣발로 머리를 강하게 밟았다.





"이러지마! 날 왜 괴롭히는거야!"





한율들이 동요하는 와중, 바닥에 떨어진 권총을 집어든 유라는 평온한 얼굴로 권총의 탄창 멈치를 눌러 탄창을 빼 내었다.





" . . . 9발"





"유라! 정신 차려! 내가 여기 있잖아!"





필사적으로 상황을 모면하려는 한율에게 유라가 탄창을 도로 삽입한 권총의 격발로 답한다.


또 한명이 쓰러진다.






"왜, 왜이러는거야 그만둬!!!"






망설임 없는 권총의 여러번의 격발로 한율들이 바닥에 쓰러지고 단 한명의 한율이 남았다.






"잠, 잠깐만, 내 이야기를 들어봐, 나 한율이야 맞지?! 그렇잖아?"






"응"





유라가 남은 한율을 향해 권총을 들고 방아쇠를 당기지만, 맥빠지는 소리만 나며 더이상 탄이 없어 격발되지 않는다.





" . . . "





유라가 권총을 바닥에 떨어뜨린다.





"그, 그래 잘했어! 이제 나를 알아보는구나!"





한율이 유라에게 다가가자 유라가 한율을 꼬옥 안아준다.





다만 유라가 한손을 다시 뒤로 뻗자, 노움의 허벅지에 매달린 권총집에서 리볼버 한정이 뽑혀 그녀의 손으로 날아든다.





"그 권총으로 저 바이오로이드를 전부 죽여버려"





한율의 속삭임에 유라는 한손으로 한율의 어깨를 잡고 꼬옥 안은채로, 반댓손으로는 한율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그리고 허공에서 리볼버의 챔버가 옆으로 밀려나고, 여섯발의 탄 중 다섯발이 바닥으로 떨어진다.





" 탄은 .. . 왜?"





딱 한발만 든 리볼버가 장전되고 챔버가 끼리리리 하면서 회전한다.


허공에 뜬 리볼버를 낚아챈 유라가 조심스럽게 자신의 관자놀이를 겨누고, 방아쇠를 빠르게 다섯번 당겼다.





틱, 틱, 틱, 틱, 틱.




다섯번의 빈 탄을 친 리볼버는 조용했다.


다시 유라가 엄지손가락으로 챔버를 돌려 버렸다.




이어서 한율의 이마에 가져갔다.





"이런 장난은 그만두길 바래"





한율의 말이 끝나자마자 다섯번의 방아쇠가 당겨진다.





틱, 틱, 틱, 틱, 틱.





역시 다섯번의 빈 탄을 친 리볼버는 조용했다.





"이러지마!"





한율이 외치지만 유라는 다시 챔버를 엄지손가락으로 돌렸다.





"나에게 할말 없어?"




"유라 너한테 . . ?"





유라의 물음에 한율이 잠시 뜸을 들이다 다급하게 입을 열었다.





"사 사랑해! 그래! 너무 오랜만에 만나서 너에게 무슨말을 해야할지 몰랐어!"





다섯번의 방아쇠가 당겨진다.


다만, 이번에는 다섯번의 방아쇠가 당겨지고 난 뒤에도 총은 계속 한율의 머리를 겨누고 있었다.





"아니, 너는 한율을 흉내내서 미안하다고 했어야지."




"기다려!!!"





마지막 여섯번째 방아쇠가 당겨졌다





안아들고 있던 한율을 천천히 바닥에 눕힌 유라가 바닥에 떨어진 리볼버의 탄 하나를 주워들어 다시 노움의 리볼버에 장전한다.






[어째서, 어째서 넌 진짜 한율이 아니라고 알 수 있던거지!?]






아까의 남자의 목소리가 스피커를 통해 울렸다.


그리고 유라는 그 스피커가 연결된 하나의 서버 기기에 리볼버를 조준했다.







"내가 한율을 죽였으니까"






한번 더 방아쇠가 당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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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우으으으으"





신음소리를 내며 한율이 침대에 누워있다.


그의 옆으로 걱정어린 표정으로 어찌할지 모르는 표정으로 유라가 앉아있다.





"역시 네 말대로 밖에 나가지 말걸 그랬나봐"





한율에게 관련 의약품은 커녕 항생제 하나 구할 수가 없었다.


분명 파상풍이 분명했다.


이 건물에도 어른을 포함에 모든 사람들이 사라졌다, 바이오로이드들은 각자의 집에서 얌전이 있는것 같았지만, 최대한 활동을 줄인다면 극소량의 식사로도


오랫동안 버틸 수 있는 바이오로이드와 달리 한율은 순수한 인간이였다.





"미안해, 내가 항상 걸림돌이네"





". . .웃기는 소리하지마, 오늘은 옆 마을의 약국까지 가 볼테니까 기다리고 있어"





내 말을 들은 한율은 고개를 저었다.





"철충이 이미 활발히 움직이는데 이제 총소리부터 모든게 들리지 않아, 옆 마을 약국으로 가도 물건은 아무것도 없을거야"





한율이 내 손을 잡았다.





"솔직히 말해서 너무 괴롭고 아프고 힘들어"






나는 나를 속이고 있었지만, 한율은 이미 목과 팔 일부를 제외하면 모든 근육이 경련을 때때로 일으킨다.


한율을 치료할 시기는 늦었다.






고개를 떨구었다.






"죽고싶지는 않은데 이게 뭐냐 진짜"






담담한, 살짝 냉소적이라고 할만한 한율의 말투에 가슴이 더 아파왔다.






" . . . 내가, 내가 말렸어야 했는데."






내 말에 한율이 고개를 약간 가로 저었다.


아마 최대한 움직인게 분명하다.






"항상 네가 식량부터 식수 모든걸 찾아다 줬잖아, 그게 싫었어"






" . . . 난 바이오로이드야 그런건 당연해"






"아니 당연하지 않아, 솔직히 바이오로이드라고 인간보다 못한 존재라는 그 사실이 난 싫었어"





" . . . "





"그리고, 내가 말했지, 넌 처음 나랑 만났을때 사람이였어 그럼 지금도 사람인거야, 그걸로 이야기 끝"





난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 . . 그러니까 이제 약 찾으로 나가지 마, 그냥, 좀 곁에 있어줘"





한율은 낮잠에 들어갔다.





근육의 수축으로인한 고통과 상처의 괴사가 시작되면서 큰 고통을 느끼고있었을 테지만 지금만큼은 평온하다.


창문으로 들어오는 햇빛이 뉘엇뉘엇 저물어 주홍빛으로 방 안이 물든다.


한때 내가 사람인지 바이오로이드인지 속으로 한참을 고민하고 의심하던 한율은 내 사진과 'TV 드라마 쿠노이치 제로' 에 등장하는 어느 바이오로이드의


사진을 놓고 비교하는 사진을 벽에 걸어두기도 했다.







주홍빛으로 물든 그 방안에서 한율이 입을 열었다.




"죽여줘, 부탁해"




나는 그의 입을 손으로 막고싶었다, 그 이상 말을 하지마.




"이대로 죽으면 그 기분나쁜 아저씨에게 죽는꼴이야 그런거 싫어"




언제부터 깨어있었을까, 갑작스러운 한율의 말에 나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힘들어, 지금은 그래도 별로 아프지 않다, 숨을 잘 못쉬겠지만."




" . . . 역시 약을 찾아야겠어 그러니까!"




내 말에 한율이 잡고있던 내 손을 강하게 잡았다.





"죽여줘."




" . . . "




내가 대답하지 않자 한율은 경련을 일으키는 손으로 내 허벅지의 권총을 잡았다.





"그 아저씨에게 죽는 엔딩이라니 싫어, 어서 죽여줘"





나는 권총을 받아들었지만 흐르는 눈물에 시야가 흐려졌다.





"살짝 차가워서 기분이 좋다. . ."





난 손으로 그의 눈위를 덮었다.





"유라야, 발할라에 가려면, 용감히 싸우다가 죽어야 하는데 이대로 죽으면 못가, 발키리가 결정적인 순간에 나타나 대신 죽여서 발할라로 데려가는거야"




한율이 불안정한 큰 숨을 들이 마신뒤, 다시 입을 열었다.




"네가 내 발키리가 되줘"




그의 말은 하나부터 열까지 논리적이지 못했지만, 오히려 그런것을 지적하고 싶은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다.


나는 한율만큼 떨리는 손으로 권총을 그의 머리에 가져갔다.




". . . 고마워 만약 사후세계가 있다면 그때 만나자, 널 원망하는 마음 하나도 없으니까."




마지막까지 엉뚱한 그 모습 그대로 였다.





방아쇠를 당겼다.





여태 많은 사람들에게 방아쇠를 당겼지만, 가장 무거운 방아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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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이상이 이번 슈팅스타 수색조의 행적입니다."




이마에 붕대를 감은 레프리콘이 말을 끝마치자 총사령관, 그러니까 인간이 고개를 끄덕였다.




"안타까운데, 많이 아쉽다."




인간 남자는 혀를 몇번 찼지만, 이내 그의 옆에 바짝 붙은 리리스가 묘한 애교 섞인 목소리로 귓속말 하자 인간 남자는 히죽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뭐 그래도 수고 많았어,결국 인간을 만들어 낼 수 있었던 것은 맞았지만 현재로써는 그 시설을 이용할 방법을 모른다, 그리고. . 슈팅스타의 오리지널,


어, . . . 아까 이름이 뭐였다고?"




남자의 물음에 마리가 입을 열었다.




"정식 명칭은 현재 기록으로는 찾아볼 수 없습니다만, 삼안산업의 남은 기록 일부중, '비밀친구' 라는 코드명으로만 분류했던 흔적이 있습니다, 따라서 '비밀친구 유라'


정도가 될겁니다, 그리고 야전에서는 그냥 '유라' 라고 . . ."




"아 그래 유라, 그래 그거 좀 탐났는데"




인간 남자는 마리의 말을 끊고 한숨을 한번 더 내쉬었다.




"그런데 전투 부적합 판정이라니 의외네 포츈, 그래도 이번에 블러디 팬서가 잡아다 준 3번 개체? 그걸 베이스로 양산은 가능하다니 다행이네"




비실비실 웃는 얼굴의 총사령관은 모두가 조용한 와중 입을 열었다.




"그리고, 그 유라 라는 개체의 기억을 그렇게 날려버릴 필요가 있었어?"




포츈이 아무것도 놓이지 않은 책상을 응시한체, 낮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응, 본인이 희망했던 사항이거든 . . ."




인간 남자는 머리를 긁적였다.






"음~ 뭔가 다른 남자에게 마음이 있는 바이오로이드가 너무 흥미롭고 좋았는데~ 아, 맞아 이번 작전에 포로로 잡은 바이오로이드 두명 있다고 하지 않았나?"




남자의 말에 레오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인간 남자가 흥미롭다는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아직 적개심 가득할테지? 이따 밤에 잘 포박 해서 내 방으로 데리고 와 오랜만에 재미있을 것 같아."




" . . . 이만 실례하겠습니다"






형식적인 경례를 마친다.


내가 그대로 오르카 1호 중앙 지휘통제실을 빠져나가자 인간 남성이 무언가 말하지만 이내 마리가 입을 열었다.






"작전을 어제 마친 인원입니다, 매우 피곤하겠죠 이해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너털 너털 걸어서 7생활관으로 향한다.


거울앞에 앉아있던 노움이 반갑게 맞이한다.




"보고는 벌써 마쳤어?"




"네, 마쳤습니다, 아직 회의가 진행중이지만, 회의가 종료되는 기점으로 이번 작전으로 인한 포상을 논의하러 . . ."




내 말 중간, 이프리트 병장은 마찬가지로 거울 앞에 서서 , 긴 머리를 늘어뜨리고 상냥하게 몇번 웃어보인다.




"이프리트 병장님? 벌써 사회인 연습이심까?"




"시끄러 짜샤, 이제 전역이 진짜 코 앞이거든?!"




노움은 슬쩍 거울로 자신의 얼굴을 들여다 보았다.


흉터 하나 없이 깨끗해진 자신의 얼굴을 보며 싱긋 웃어보였다.




"우와 다들 그렇게 웃기만 하니까 조금 무섭지 말임다"





아까부터 끼어드는 브라우니의 말에 피식 웃음이 나왔다.


관물대를 열어 보고서를 넣어둔다.


문득 관물대의 거울에 끼워진 이번 슈팅스타 수색작전에 참가했던 우리 7생활관 유쾌한전사자 분대와 LRL, 그리고 머리가 검고 긴 바이오로이드가 찍혀있는


사진이 있었다.




" . . . "




"그거, 아까 닥터가 가져다 줬지 말임다"




언제 찍었더라, 하고 잠시 고민했다.




". . . 레프리콘 '상병'님 유라씨 이야기 들으셨슴까?"






브라우니의 말에 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마침 생활관의 문이 열리며 이프리트 한명이 들어왔다.




"충. 충성! 반갑습니다! 이번 유쾌한전사자 분대에 배정 예정인 이프리트 이병! 1-149 입니다!"




정작 머리를 길게 늘어뜨린 이프리트 병장은 녀석을 보며 박장대소했다.




"하하하하!!! 이거봐! 나 처음 여기 배정받았을때랑 완전 똑같아! 그때 나랑 같은 모델의 병장도 거울 앞에서 머리 늘어뜨리고 막 사회인 연습했었는데!!!"




혼자 박수를 치며 깔깔 웃는 이프리트 병장과 대조적으로 우울한 표정인 이프리트 이병의 뒤로 익숙한 모습의 바이오로이드가 들어왔다.





"안녕"





낡은 교복 대신, 전에입던 교복과는 약간 다른 디자인이지만, 깔끔한 새 교복으로 맞춰입은 유라였다.




"유라, 어떻게 여길. . ."




유라는 손가락 하나를 세워 입에 가져가 조용히 하라는 제스쳐를 취했다.




"유라!? 기억 소거를 택한거 아니였습니까?!"




유라는 살짝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소거당한 척 이지, 포츈 기술관에게 도움 좀 받았어"




유라는 머리를 살짝 긁적였다.




" . . 정기적으로 검진 받을 수 있고 정신 불안정을 계속해서 야기해오던 기억들이랑 가치관들을 조정했어"




노움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 . . 몇몇 기억은 소거한건가요?"




그녀의 말에 유라가 고개를 저었다.





"아니, 그저 조정을 했을 뿐이야, 대신 내 정보를 토대로 일부양산 개체를 만들려 했지만 내 구성표를 보고 코스트가 너무 높아 결국 이용하는것도 포기했다 하더라"





"그럼 이제 뭘 할거예요?"





내 물음에 유라는 싱긋 웃어주었다.




"오르카의 세력내에 안전지역으로 분류된 사회건설이 완료된 지역에 좋은 일 자리를 얻었어, 거기서 그냥 조용히 살거야."




모두가 축하한다는 이야기를 하며 그녀를 안아주었다.


유라는 처음으로, 활짝 웃어주며 모두가 꼬옥 안아주었다.






"작별이야."




유라는 한참 이야기를 나누며 좋은 시간을 보내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응! 전역후에 꼭 찾아갈게!"




유라는 이프리트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꼭."




유라는 생활관을 나섰다.


그녀의 등에 맨 목재 함이 눈에 띄었다.


아마, 유골함이겠지. 레프리콘은 유라의 뒷모습을 보며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나중에 놀러갈게!"





뒤늦게 소식을 들은 LRL이 중간에 뛰어들어 유라에게 안겼다.


유라는 LRL도 머리를 쓰다듬어 준 후, 길을 나섰다.


유라가 떠나고 생활관이 조용해 졌다.




물론, 이병 이프리트는 자신에게 쏠렸던 주목이 처음보는 어떤 바이오로이드에게 몰려서 조금 당황스러웠지만 이내 조용한 분위기에 더 적응을 못하고 있었다.


레프리콘은 자리에서 일어섰다.





"다들 전역하고 우리 자리를 새로운 유쾌한전사자 분대원들이 채웠을때, 다시 만나겠죠?"




내 말에 노움이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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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유쾌한전사자 분대는 처음 기초 조건보다 더욱 확대된 포상을 받았다.


이프리트 병장은 참치캔 300개를 브라우니에게 건내주었으며 예정 전역일보다 19일 앞서 전역했다.


노움 병장은 이프리트 병장이 전역후 3주 뒤에 전역했다.


레프리콘 병장은 전역한 이프리트와 노움이 유라의 거주중인 건물에 합류하여 간단한 치안유지 일에 힘쓰고 있다는 편지를 받았다.


그녀의 전역일 4개월이 남았다.


그리고 분대장인 브라우니 상병은 자기 밑으로 들어온 이프리트 일병과 노움 이병을 상대로 장난을 치는 재미로 살고 있다.





특히, 오르카 1호 내에서 슈팅스타 수색조 라는 유명세를 한번에 받은 유쾌한 전사자 분대는 식사를 포함한 여러 활동에서도 많은 주목을 받았고


이러한 압박감은 신병인 노움 이병과 이프리트 일병에게 장애물이 되었으나,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말 처럼 그녀들도 금새 적응했다




깡통과 쓰레기통은 둘다 임무기한이 종료되서 사회로 나가게 되어 쓰레기통은 유사시 전장에 동원되는 예비 AGS 로써 신분을 전환하여 기나긴 대기 기간을 갖게되었다.


깡통은 유라와 이프리트, 노움의 거주지와는 동떨어진 어느 해안가의 경계임무를 서는 일을 맡게되었다.




LRL은 자신의 슈팅스타 수색작전을 담은 만화를 그려 오르카 1호에 내놓았고 이것은 브라우니를 필두로, 블랙리버의 병사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


다만, 만화의 막바지에 등장하는 머리가 일곱달린 거대한 히드라를 도끼를 든 LRL이 홀로 퇴치하는 장면에는 약간의 의문을 품은 애독자들도 많았다.




익스프레스는 용기라는 키워드를 가진 훈장을 받았다, 그후 자신의 장비에 용기를 뜻하는 훈장을 표현한 개인 마크를 그리고 다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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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았다~"




이프리트가 자신의 치맛자락을 조심스럽게 잡고 유라의 옆으로 다가왔다.


3층 주택의 뒷편, 공터에 마련된 작은 정원겸 묘지에, 묘비 옆에 앉아있던 유라에게 이프리트가 말을 걸었다.




"요즘 많이 추워, 들어가자"




이프리트가 자신의 긴 옷을 건내었다.


흔히, 군에서 깔깔이라 불리는. 이프리트가 현역일때 입던 방한복중 하나지만 유라는 사이즈의 차이가 심해 입을 수 없었다.


유라는 살짝 웃으며 이프리트를 따라 주택의 뒷문으로 향했다.




"넘 추워~"




이프리트가 먼저 안으로 들어갔다.


뒷문이 열리고 주방에서 식칼로 요리재료를 손질하는 노움이 보였다.





슬쩍. 뒤를 돌아본다.





묘비에 잠시 눈을 주던 유라는 주택 안으로 들어 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