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오문학] 자유의지

닥터최고


행복한 삶이란 무엇일까?




'그러게 오빠? 뭐... 난 지금이 제일 행복한데? 그러니까 더 쓰다듬어줘. 응?'


'적어도 다이너마이트에 다리 터지는 삶은 아닐거같은데...'




누군가가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 하였던가. 세상에 이보다 정확한 말은 없으리라.




가령 내 눈 앞에 두 마리의 생쥐가 있다고 생각해보자.




한 마리는 실험용 모르모트다. 혼자 놓인 생쥐는 어떻게 행동할까? 라는 의문을 품은 과학자의 생쥐.


오차를 최소화하기 위해 철저하게 무균의 케이지 내에서 완벽한 사료만을 먹고 자란다.


천수를 누리기 전엔 죽지 않는다. 배고플 일도, 고통받을 일도, 심지어는 덥거나 추워 스트레스를 받을 일 조차도 없다.




'그거 참 부럽네. 쥐팔자가 더치팔자보다 좋잖아? 우리는 밥도 제대로 못먹고 툭하면 죽고 다치고. 진짜 끔찍했지. 물론 그 뒤가 더 끔찍했고.'




한 마리는 시궁쥐다.




'잠깐 오빠, 시궁쥐는 시궁쥐속, 생쥐는 생쥐속. 엄연히 다른 생물인걸?'




젠장, 어쨋건 그렇다고 하자.


그저 자연의 섭리에 의해 태어나 자신의 본능에 의해 살아가는 한 마리의 시궁쥐.


균과 온갖 더러운 것들 속에서 살아가며 사람들이 먹다 버린것을 먹고 살아간다.


천수를 누리면 다행이다. 가끔은 먹이를 찾지 못하고, 포식자에게 쫒기며, 계절의 영향을 제대로 받는다.




그렇다면, 이 두 마리의 쥐들 중 어느 쥐가 행복한 쥐일까?




'음... 글쎄 오빠? 그래도 먹을거 잘 먹고 안전하게 사는 모르모트가 좀 더 행복할거같은데?'


'그럼 닥터, 닥터는 멸망 전의 삶이 행복했어?'


'아하하... 그건 그렇네? 그 모르모트가 나였구나? 물론 깨끗한 연구실에서 밥 잘 먹었고, 심지어는 지하 깊은곳이라 철충도 나를 찾을 수 없었으니


확실히 안전하긴 했지. 그래도 지금 오빠랑 같이 있는거에 비하면 정말 끔찍했어. 난 그냥 실험 도구였으니깐....'




'그렇다고 시궁쥐가 행복할거같진 않은데? 오늘 죽을지 내일 죽을지 모르는데 어떻게 행복하겠어? 그렇다고 죽기는 또 겁나고. 


나도 그 시절로 절때 돌아가고싶지는 않아. 여기 있으면 사령관이 옷도 주고 맛있는것도 주고 쓰다듬어도 주고. 난 지금이 좋아.'




'그러니까 오빠, 오빠는 걱정 마. 내가 지금 연구하고 있는게 있어. 바닷가재 텔로머레이스를 인간한테 적용시키는건데 이게 완성만 되면 오빠는 우리랑 영원히 행복하게 살 수 있어. 어때? 좋지?'


'나도 사령관을 위해서라면 열심이 일 할게. 사령관이 이야기 해 줬지? 좋은 날이 올 거라고... 그 말, 믿어도 될까?'




바이오로이드들은 행복해보인다.


누군가는 주변에서조차 겪어보지 못한, 누군가는 주변에 가득차있던 죽음이 눈 앞에 있을지라도


그녀들은 행복해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