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단편] 포상

ㅇㅇ(117.111) 




"에밀리. X-05 에밀리. 지금 즉시 함장실로 올수 있도록. 이상."


오르카호 스피커 내로 에밀리를 찾는 사령관의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이전 소완의 독살미수 사건때와는 다른 부드러운 중후한 목소리에 브라우니가 레프리콘에게 물어본다.


"사령관님 오늘은 엄청 기분 좋아보이지 말임다."


"그러게요. 뭔가 좋은 일이라도 생기셨나보네요. 그렇다고 장난칠 생각은 하지 마세요. 브라우니."


들켰다는듯 체념한 표정을 짓는 브라우니를 보며 한숨을 짓는 레프리콘 사이로, 에밀리가 급하게 함장실로 뛰어갔다.






"불렀어? 사령관?"


어눌하게 들릴지 모를 말투의 조용한 목소리. 사령관이 들어오라는 손짓을 하며 에밀리를 부른다. 환풍기 스위치를 탁 키고는 서랍 속에서 그가 자주 애용하던 보헴 시가를 꺼내들고는 라이터를 키려다, 옆에 있던 콘스탄챠의 눈초리를 받고는 도로 집어넣으며 머슥한 표정을 짓는다.


"...아 알았어. 애 앞에선 담배 피면 안되지. 어흠."


핀잔을 받은 사령관이 부드러운 웃음을 지으며 에밀리에게 말을 꺼낸다.


"어, 다른게 아니고, 내가 널 부른 이유를 좀 설명을 해줘야 할거같은데, 그 이틀전에 정찰 나온 철충들 있지? 거 왜 자원 점거하면서 캐던 애들 있잖아. 걔네 소탕할때 네가 제일 큰 공을 세웠다더라. 거 다른 애들 말만 귀담아들은게 아냐. 나도 계속 지속적으로 모니터링 하고 있었고."


"으응. 칭찬해줘서...고마워..."


표정의 변화를 알아차리기 힘든 에밀리의 볼이 미묘하게 빨갛게 물든건 기분 탓일까? 조금 부끄러운듯한 목소리를 내는 그녀에게 사령관이 이어 말을 꺼냈다.


"음 일단 너네 분대는 전부 포상 받아갔어. 다행히 그 나랑-"


"애 앞에서 못하는 말이 없으시군요. 사령관님."


핀잔 섞인 말투로 사령관의 등을 한대 팍 치는 콘스탄챠를, 아프다며 좀 살살 때리라는 표정으로 그녀를 쳐다보는 사령관이 무안해하며 헛기침을 하며 말을 고친다.


"음. 아무튼 너네 분대 애들은 전부 포상을 받아갔거든? 네가 공을 제일 많이 세웠으니 원하는건 다 들어줄게. 좀 무리한거도 괜찮아."


무리한 요구도 들어준다. 그 말에 에밀리의 눈이 살짝 반짝였다. 아직 미숙한 정신을 가진 바이오로이드이기에 그렇게까지 너무 나간 포상을 요구할리 없으리란 생각을 한 사령관과 콘스탄챠. 그러나 다음에 이어진 에밀리의 말이 그 둘의 뒷통수를 쎄게 후려갈겨댔다.





"그럼...나 앞으로...사령관을...'아빠'라고 불러도 돼?"





난생 처음 듣는 말에 사령관과 콘스탄챠가 사래가 들려 기침을 멈출줄 몰랐다. 다른 아이들처럼 밤자리나 휴식 같은걸 원하는거면 몰라, 아니면 저 존만한 지휘관처럼 차라리 오빠라고 부르는게 나을지도 몰랐다. 아빠? 아빠라니?


"커흠. 아니, 그...저기 에밀리?"


"안돼?"


"아니, 왜 갑자기 아빠라고 부르고 싶어진건데?"


당황한 사령관이 그 이유를 묻자, 에밀리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더니 이유를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오빠는 이미...사령관이 있으니까...근데...파니가 가르쳐줬어. 옛날엔 나만한 나이에 엄마 아빠라는 부모가 있었다고...오빠보다...아빠가 더 좋은거같아..."


"아니, 뭐 그런 이유로. 아니 파니 이새끼는 뭘 되도 안한-"


사령관이 어처구니가 없어 마이크에 손을 뻗으려하는걸 콘스탄챠가 말렸다.


"에밀리가 보고있습니다. 주인님. 그리고 파니가 잘못한거도 아니잖아요."


"....어...그렇지. 미안하다. 내 성질머리가 먼저 나갔네."


무안한듯 사령관이 손을 내려놓고는 안절부절 못한 표정으로 그녀에게 다시 권고했다.


"에밀리. 다 좋은데...그 좀 다른 무리한 요구도 좋은데...아빠는 다시 좀 고려해줬으면..."


"아빠."


"아니 그, 제녹스를 개조시켜달라던가, 아니면 저기 저 뗑컨 콘서트를 열어달라던가, 하다못해 비스트헌터 괴롭히기 티켓이라던가..."


"아빠!"


"아니 왜 자꾸 그걸 고집하는거야. 그 네가 부르고 싶어하는건 알겠는데 내 사정도 좀 고려해주라. 다른 애들이 이거 보면 큰일난다고."


"...안돼. 아빠 말고 다른건 안돼."


에밀리의 완고한 고집에 사령관이 이마를 짚고는 한숨을 푹 쉰다. 이 광경이 재밌다는듯 콘스탄챠가 손으로 입을 가린채 쿡쿡 거리며 웃자, 사령관이 분에 못이겨 그녀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에밀리에게 물었다.


"야 그럼, 내가 아빠면 여기 콘스탄챠는 엄마야? 그런거야?"


"응."


에밀리의 천진난만한 대답에 콘스탄챠의 얼굴이 새빨개지며 고개를 푹 숙였다. 사령관은 기가 차서 헛웃음을 지으며 그녀에게 말했다.


"아니, 콘스탄챠 니는 왜 갑자기 시뻘개져서 고개를 숙이는데?"


"그게...사령관님 딸이 에밀리고 제가 에밀리 엄마라고 생각하니까...그게..."


"아니 나 원참...아...이것들이 진짜 쌍으로..."


밑도 끝도 없는 아침 막장드라마 같은 상황에 사령관이 기가 막혀 허탈해하는 사이, 에밀리가 둘에게 가까이 와 서로 끌어안았다. 영문도 모른채 에밀리에게 안긴 사령관과 콘스탄챠에게, 그녀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아빠. 엄마. 좋아해."


그 한마디에 둘의 얼굴이 살짝 빨개지며 부끄러움에 고개를 돌리다가, 에밀리 모르게 서로의 눈이 마주쳤다. 어색한 침묵이 흐르는 사이로, 사령관이 에밀리가 듣지 못하게 콘스탄챠의 귓가에 속삭인다.


"그...오늘...밤에 시간 비면...함장실에 올래? 내 준비해놓을테니까..."


"저야...주인님이 부르시면...언제든 갈게요..."


"응? 엄마, 아빠, 둘이서 무슨 이야기 해?"


"아, 아무것도 아냐."


속닥거리는 두 사람의 모습을 에밀리가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물어보자 아무것도 아니라는듯 손짓을 하며 에밀리를 귀여워해주는 두 사람. 순간 사령관은 무언가 이상한 느낌을 받아 함장실 입구를 쳐다보았다.





그곳엔 보고를 하러 온 스프리건과 브라우니 2056번, 탈론페더가 사심 가득한 표정으로 세 사람을 쳐다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