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물] 라오 문학) 시크릿 포인트 탐방기 - 上


 “안녕하세요, 탈론 페더입니다!”


  “...페더?”




  함장실에 돌입해 셀카를 찍기 시작한 페더를 호명했다. 점심 식사 이후 쪽잠을 자던 사령관에게 있어 페더의 방문은 무례했고 방해였다. 입가에 흐른 침을 소매로 닦고 또 한 번 불러봤다.




  “뭐 하는 건데?”


  “자, 오늘의 주인공인 사령관입니다! 인사 한번 해주시죠!”


  “안녕하세요. 소년 사령관입니다... 빨리 설명해, 뭐 하는 거야?”


  “오늘의 주제는 탐방기입니다!”




  사령관이 그러거나 말거나 페더는 카메라 앞에서 다양한 포즈를 취했다. 엉덩이를 뒤로 빼고 한 손으로 V자를 그리거나, 턱을 받치고 윙크하며 입술을 내미는 둥 매력을 뽐낸 뒤 카메라에 집중했다. 어처구니없던 사령관은 저 멀리서 그녀가 하는 행동을 관망했다.




  “지난 세인트 오르카 비밀작전 이후로 처음이죠! 다름 아니라 오늘은 오르카호에 새로 뚫은 시크릿 포인트를 관찰할 건데요, 주 건설시공은 하루에 담배 한 갑이 아니면 만족할 수 없는 더치걸 양이고, 담배 1보루를 대가로 만들어진 뉴 시크릿 포인트가 방영됩니다!”


  “더치걸이라고?”




  얼마 전에 의상을 선물했을 당시 울먹였던 더치걸이었다. 기뻐서 그런 건 줄 알았는데 죄책감에서 나온 눈물이었나.




  “자, 그럼 가시죠! 사령관님, 뭐 하세요? 빨리 따라오세요!”


  “혼자 가.”




  모자로 얼굴을 가려 잠을 청하려던 사령관에게 큰 충격이 떨어졌다. 마주 보는 자세로 무릎에 올라선 페더가 불편해하는 사령관을 향해 눈망울을 빛냈다.




  “무슨 말씀이에요! 말씀드렸잖아요, 사령관님이 주인공이라니까요!”


  “혼자 가라고.”




  짜증과 애원이 섞인 사령관의 발언에 불만을 내비치던 페더가 패널을 조작해 영상을 틀었다. 시작은 마리아가 딸랑이를 흔들고 중요 부위가 가려지지 않는 브래지어를 입고 있는 장면이었다. 사령관은 황급히 패널을 뺏어 들었다.




  “너, 너, 이런 걸 또 언제...”




  얼굴이 창백해진 사령관이 말을 더듬으며 추궁해도 페더는 마이페이스를 유지했다. 의자에 앉은 사령관의 손을 잡고 일으켜 당당하게 걸음걸이를 옮겼다.




  “출연해주시면 그 패널은 양도해드릴게요! 자, 갑시다!”


  “설마 이거 말고 더 있어? 어?!”




 /




  함장실 바로 옆 창고에 뚫린 구멍은 개미굴처럼 복잡했다. 더치걸 홀로 시공한 결과물은 쉽게 말해 땅굴에 가까웠다. 방과 방이 연결됐는가 하면 환풍구를 통해 움직여야 했고, 주요 전선을 아슬아슬하게 건드리지 않는 선에서 조잡하게 지어졌다.




  시공 기간이 짧은 탓도 있고, 잠수함을 추가 건설한 탓도 있지만, 가장 큰 문제점은 통로가 더치걸의 신체에 맞춰져 있었다. 몇 번이고 찰과상을 입고, 가슴이 낀 페더가 불평불만을 늘어놨다.




  “믿고 맡겼는데 일처리가 이 모양이라니. 실망이네요, 진짜. 안 그래요?”


  “조금 있다 더치걸이랑 같이 볼펜 들고 와. 5장씩 써.”


  “너무해~♥




  앞서 기어가던 페더가 엉덩이를 요란하게 씰룩댔다. 사령관이 자기도 모르게 주먹을 내질렀다. 공격당한 페더는 통로 천장에 머리를 찧어 아픔을 호소했다.




  “아파! 뭐 하시는 거예요, 사령관님!”


  “미안, 너무 잔망스러워서 나도 모르게.”


  “숙녀의 엉덩이를 함부로 하는 거 아니에요! 아프잖아요! 머리도 부딪쳤어요, 작전능력에 이상이 생기면 어떻게 하실 거에요!”


  “칸한테 자세히 설명해줄게.”




  좁은 통로에서 페더가 울상을 해왔다.




  “앗, 그것만은 제발!”


  “일단 빨리 가. 나도 힘들어.”




  한참을 포복 전진하여 도착한 곳은 아래층 전투원 대기실 중 빈방이었다. 필요 최소한의 잡동사니가 널브러져 있는 곳이었지만 이곳이 목적지였는지 페더가 카메라에 대고 숨죽였다.




  ‘자, 이곳이 오늘의 첫 번째 목표인 호라이즌 부대원들의 바로 옆방입니다. 장기간 수색 임무를 마치고 돌아온 그녀들은 무슨 얘길 할까요?’


  “설마, 도촬에 도청이야?”


  ‘예술의 발전을 위해선 희생이 필요한 법이에요. 자, 사령관님도 어서 감상평을 말씀해주시죠.’




  초소형 카메라를 벽에 설치한 페더가 살금살금 걸어 사령관에게 또 다른 패널을 들이밀었다. 어차피 나중에 영상을 삭제하면 그만이기도 하고, 또 솔직히 부대원들의 본심이 듣고 싶기도 했다.




  양심을 집어삼킨 호기심을 내세워 패널을 들여다봤다. 슬렌더 몸매의 호라이즌 부대원들이 파자마를 입은 채로 침상에 옹기종기 모여있었다.




  활기찬 네레이드는 쉴 새 없이 네리네리 웃고 있었고, 세이렌은 홍조를 띠고 눈썹을 치켜떴다. 마주한 운디네는 눈에 띄게 당황하고 있었기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궁금해졌다.




  영상에 집중하기 시작한 사령관과 페더는 숨을 죽이고 패널을 들여다봤다. 영상 너머의 세 사람은 감정적인 대화를 주고 받기 시작했다.




  [운디네, 저희 호라이즌 부대원들 사이에선 숨기지 않기로 했잖아요!]




  세이렌답지 않은 강경한 태도였다.




  [하, 하지만 부함장님. 이건 개인적인 문제여서...]


  [왜? 그래도 솔직히 말해야지.]




  웃던 네레이드가 능글맞은 표정으로 운디네의 가슴을 움켜쥐었다. 불의의 기습에 당황한 운디네는 여자의 소리를 냈다. 화가 난 운디네가 낄낄 웃고 있는 네레이드를 쫓아가려 몸을 일으켰지만, 세이렌이 말없이 그녀를 노려보고 있어 자리를 벗어나진 못했다.




  쏘아죽일 듯한 세이렌의 눈빛을 말없이 견디던 운디네가 기어코 굴복하고 말았다. 붉어진 얼굴로 개미 기어가는 소리를 냈다.




  [...꼭 들으셔야겠어요?]


  [그럼녀!]


  [그럼요!]




  세이렌과 네레이드가 이구동성으로 답했다.




  베개에 얼굴을 묻고 발을 파닥이던 운디네는 고개를 치켜들고 단언했다.




  [Oui, D’accord! 사령관이 제일 좋아하는 건 가슴이에요!]


  ‘아~, 그런 경향이 없지 않아 있긴 하죠.’


  “아니, 잠깐만.”




  히죽대는 페더의 뺨을 꼬집으며 물어봤다.




  “너희들 나 없으면 이런 이야기만 해?”


  ‘뜨거운 감자니까요~. 아파요, 슬슬 놔주세요!’


  [분위기 타기 전에 입 맞추시는 게 먼저예요. 혀와 혀를 섞는 게 아닌, 단순한 입맞춤. 입에서부터 턱, 목덜미, 쇄골을 따라 내려가...]


  [그런...! 그런...!]


  [오~! 사령관, 대범한데!]




  이 이상 훔쳐 듣기 민망했던 사령관은 벽에 설치돼있던 초소형 카메라를 회수했다. 잡다한 장비들을 조심스레 회수하는 소년의 등 뒤로 페더는 카메라에 대고 손가락 하나를 치켜 세웠다.




  “운디네 양의 말도 틀린 건 아니지만 사령관이 제일 좋아하는 건 밑가슴이랍니다. 아직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처녀분들은 한 번쯤은 대담하게 밑이 트인 옷으로 유혹해보는 건 어떨까요? 물론, 탈론 페더의 경험담입니다!”




  반드시 회수할 거라고 마음을 다잡으며 사령관은 한숨을 내쉬었다.




  “다음 목적지는 어디인데?”


  “다음은요!”




 /




  [공정하지 않다!]




  원탁을 둘러싸고 앉은 5명의 지휘관 중 마리가 크게 격분했다.




  [로열 아스널이 합류한 이래로 지휘관들과 사령관의 동침 기회가 적어졌는데 이게 말이나 되는가!]


  [진정해, 마리.]




  홍차를 마시고 있던 레오나가 꺼낸 말이었다. 그러나 마리는 진정하기는커녕 원탁에 앉은 콘스탄챠에게 삿대질을 향했다.




  [이 상황에서 어떻게 진정할 수 있나! 대답해, 콘스탄챠. 아무리 사령관 각하를 보좌한다 해도 이번 건만큼은 확실히 월권행위다! 주중 1번도 되지 못한 동침계획이 말이 되는가!]


  [이번만큼은 나도 마리의 의견에 동의하지.]




  로열아스널이었다.




  [부재중이었던 만큼 우리 AA케노니어들도 미뤄뒀던 동침을 보상받고 싶다. 지금과 같은 주 1회가 아닌, 3회. 아니, 근 1년의 공백을 채우기 위해 4회로 제안하지.]


  [웃기지 마라, 아스널! 뭐가 내 의견에 동의한다는 거냐! 그저 사리사욕 아닌가!]


  [사령관한테 세일러복을 입히던 귀관에게서 들을 말은 아닌 것 같군.]




  냉소적인 아스널의 발언에 마리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했다.




  [무슨...! 또 호드의 그 계집애인가! 그, 그러는 너도 똑같지 않은가! 스팽킹이 취향이면서 남을 욕할 수 있는가!]


  [AA 케노니어는 스틸라인과의 전쟁을 선포한다!]


  [바라던 바다!]




  다투는 두 사람을 무시하고 레오나가 들고 있던 찻잔을 내려놨다.




  [두 짐승만큼은 아니지만, 우리 시스터즈 오브 발할라도 콘스탄챠, 당신의 계획엔 찬성할 수 없어. 인류의 번영이 목적이라면 동침횟수를 오히려 늘리는 게 이치에 맞지 않을까?]


  [주인님의 몸 상태도 생각해주세요.]




  콘스탄챠가 한숨을 내쉬며 가져온 자료를 돌렸다. 옥신각신 머리채를 붙잡고 싸우고 있는 마리와 로열 아스널을 제외한 지휘관들은 서면을 읽었다.




  [주인님 곁에서 기록한 성행위의 횟수입니다. 일일 최대 13회의 관계를 했고, 주 평균으로 따져봐도 70회가 넘습니다. 이 중 의무방어전만 조금 줄이자고 말씀드린 건 제안이 아니라 통보라는 사실을 여러분이 파악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이는 몽구스팀과 배틀 메이드 프로젝트, 컴패니언 패밀리, 등 대다수의 동의를 받은 발안입니다.]


  [사령관도 참으로 절륜하군. 그렇지 않나, 메이?]


  [...나만, 나만 못해봤어...]




  희미하게 웃는 칸과 침울해진 메이를 보던 사령관이 패널을 껐다. 주중 70회라. 몸에 좋은 비타민과 영양제를 챙겨 먹어도 도통 회복되지 않던 몸 상태가 이제야 이해됐다.




  밑 방에서 촬영하던 페더가 손가락 2개를 들어 올렸다.




  “각 부대 지휘관들의 이야기였습니다. 주된 주제는 사령관의 정력에 관해서였는데요. 경험해 본 당사자로선 사령관님의 관계횟수가 2배로 늘어나더라도 너끈할 거라 예상됩니다. 사족이지만 제외된 전투부대의 기회만큼 부대 내부 인원들에게 돌아가지 않을까, 추측해봅니다.”


  “머리 아프다, 진짜.”




  오르카호의 미래를 책임지는 대원들이 하나부터 열까지 정상이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