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오문학 단편]에키드나 엄마



오르카 호에 새로운 바이오로이드가 불쑥 찾아왔다. 




그녀는 안내를 자처하는 브라우니를 무시하고 곧바로 사령관실로 향했다.




"아아, 당신이구나. 이 세상에 마지막으로 남은 인간. 내 이름은 에키드나, 세상의 모든 쾌락을 탐구하는 뱀. 물론 그 쾌락에는 당신도 포함이야."




그녀는 사령관을 마주하자마자 요사한 웃음을 지으며 그를 유혹한다. 그녀가 손을 뻗어 사령관의 목덜미를 쓰다듬으려고 하자 전기 채찍이 사령관과 에키드나 사이를 갈랐다.




"예의를 갖추세요, 무례한 뱀."




사령관의 옆에 서있던 알렉산드라가 에키드나를 제지했다. 에키드나의 웃음이 한층 더 요사해졌다. 




"아, 그의 장난감인가? 미리 사과해둘게. 오늘부터 사령관은 내 거니까. 내가 주는 쾌락에 빠지면 너 따위는 생각도 안 날걸?"




"알량한 지식으로 까부는 꼴이 우습군요. 진정한 쾌락이 뭔지 교육시켜드리죠."




"세상 모든 쾌락의 탐구자인 나를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해?"




둘 사이의 신경전이 점점 고조된다. 사령관이 그들을 말려보지만 소용이 없다.




"사령관님, 탐사 마치고 돌아왔어요! 다음은, 다음은 어디죠?"




긴장이 최고조에 달하던 그 때 사령관실의 문이 열리며 켈베로스가 들어왔다.




“어라? 못 보던 분이네요.”




“앗, 켈베로스. 돌아왔구나. 인사해, 새로 합류한 에키드나야.”




사령관은 마침 들어온 켈베로스를 빌미로 분위기 전환을 시도했다. 에키드나는 켈베로스를 슬쩍 보더니 코웃음을 치고는 다시 알렉산드라를 노려봤다.




“혼자선 질 것 같으니 지원군을 부른 건가? 뭐, 좋아. 둘이든 셋이든 얼마든지 덤...”




“엄마다!”




갑자기 켈베로스가 외쳤다. 그리고는 에키드나에게 달려가 그녀의 가슴에 얼굴을 묻었다.




“엄마다! 엄마!”




“무, 무슨! 난 너 같은 애 몰라!”




어지간히 당황했는지 말까지 더듬는 에키드나. 사령관실의 분위기가 점점 묘해진다.




“하지만 켈베로스의 엄마는 에키드나인걸요. 책에서 봤는데.”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야?! 난 처녀라고! 앗...”




알렉산드라의 표정이 비웃음으로 바뀌었다.




“쾌락의, 푸훕, 탐구자라더니? 처녀 주제에 귀여운 말을 해줬군요. 처. 녀. 주. 제. 에.”




“이익... 너!”




알렉산드라의 조롱에 얼굴이 새빨개진 에키드나가 강철 뱀으로 알렉산드라를 공격했지만 알렉산드라는 가볍게 공격을 피하며 전기 채찍으로 에키드나의 목젖을 때려 그녀를 무력화시켰다.




“후후, 기대하세요. 처녀 에키드나. 오늘 당신에게 당장 진정한 쾌락을 알려드리죠. 사령관님, 하루만 그녀를 빌려도 될까요?”




“어? 그, 그래.”




사령관의 허락이 떨어지자 알렉산드라는 무력화된 에키드나를 질질 끌고 사령관실을 나갔고 사령관과 켈베로스는 그 모습을 멍하니 지켜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