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링크. https://arca.live/b/lastorigin/14290766?category=창작물&target=title&keyword=철충&p=1


2화 링크. https://arca.live/b/lastorigin/14679501


철재로 된 사령관실의 문 위의 사이렌이 짧게 두 번 울렸다.

"그래,벌써 그 시간이군."

증기 음과 비슷한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고 나이트칙 018CB호가 들어왔다. 018CB호는 나를 처음으로 발견한 철충이며, 내 눈앞에서 콘스탄챠의 총을 맞고 찌그려지며 터졌지만, 그순간 밖으로 탈출하였고 이후 녹슨 폴른을 탈취하여 아직 살아있었다.

내가 아직 심리적으로 불안정하다는 것을 이유로 내 부관은 그나마 나와 익숙한 나이트칙 018CB로 정해졌다. 인게임에서의 사령관은 왜인지는 모르겠지나 전술적 지식이 있었고, 또한 그 지식을 다루는 재능도 있었다. 그러나 나의 경우에는 지식도 재능도 없는 모솔아다 라붕이였고, 그렇기에 직접적인 지휘를 피하고, 각 부대의 공격 및 보급, 진격요청을 승인하는 것이 내 주된 업무였다. 업무라고 해봤자 거의 모든 요청을 승인하기만 하면 됐기에 육체적 피로감은 크지 않지만 말이다. 그럼에도 나는, 지금 매우 지쳐있다.

지금으로부터 삼 일전 철충들의 무리에게 손을 흔든 이후, 나이트칙 018-(이하생략)이 물었었다.

<주인님, 식사는 자연산으로 준비할까요? 양식으로 준비할까요?>

보통 양식이냐 한식이냐 따위를 묻지 않는가 싶었으나 이들은 철충이기에 '표현방법이 다르겠지.' 혹은 '저런 것만을 선택 가능할 정도로 자원이 부족하구나'라고 생각했다. 그렇기에 그때의 멍청한 나는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말하였다.

"아무거나."

식사시간이 되자 나이트칙이 이상한 손잡이가 달린 맷돌 같은 기계를 들고 사령관실로 돌아왔다. 그리고 무언가를 잡기에는 엉성한 발로 손잡이를 잡고 마구 돌리기 시작했다. 그러기를 몇 분,나이트칙은 돌리기를 멈추고 말하였다.

<다 됐어요. 방금 만든 전기에요. 맛있게 드셔주셨으면 좋겠네요.>

나는 당황하면서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그(?)에게 보이지 않는 한에서 내 몸을 더듬었다. 접속 단자나 플러그가 있지는 않을까 하고 말이다. 그러나 무심하게도 내 몸에 뚫려있는 구멍은 인간의 구멍들뿐이었다.

"....자연산, 갑자기 입맛이 바뀌었어. 자연산으로 하지."

자연산 전기를 먹는다고 벼락이라도 맞자 하지는 않을 거라는 확신을 하고 나는 말했다. 자연산이라면 자연에서 자란 유기물을 연료로 사용하는 경우겠지, 행복회로는 돌아갔으나 그 회로는 나를 갑판 위로 이끈 나이트칙의 말에 작동을 멈추고 말았다.

<여기가 햇볕이 잘 드네요, 태양전지가 작동하기에 딱 좋겠어요. 주인님.>

볕이 잘 드는 갑판 위에서 서성이길 십여 분 나는 잘 먹은 척을 하며 다시 사령관실로 돌아와, 방에 나 이외에 아무도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 중얼거렸다.

"진짜 밥을 달라고 하면 총을 맞겠지.."

철충과 다르게 생긴, 오히려 인간에 가까운 나를 왜 철충들이 섬기는지는 모른다. 그러나 여기서 인간이 먹는 밥을 달라 한다면 아마 나를 의심할 것이다. 내가 유기물을 먹는 게 당연하다면 전기를 먹으라고 주진 않았겠지.

그렇게 눈치를 보다 물은 냉각수를 핑계로 가져다 마시고 밥은 먹는 척을 한 지 3일이 지났다. 체감상 앞으로 이틀이면 굶어 죽을 것 같다. 그러나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다는 것일까. 부관인 나이트칙 018(이하생략)과 이야기를 나눠본 결과,바이오로이드들을 약탈했거나 중간에서 가로챈 보급물자를 쌓아놓은 창고가 있다는 정보를 얻게 되었다.
 

 계획은 이렇다. 사찰을 한다는 핑계로 잠수함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다 바이오로이드의 보급물 창고를 보고, 혼자서 생각할 게 있다며 부관을 물린다. 

 그 뒤 창고 안에서 식료품 몇 개만 빼내는 거다. 그 창고 내의 물건들은 그리 중요물품 취급을 받지 못했다. 철충들도 쓸 수 있는 부품, 전력들은 따로 빼내서 다른 창고에 넣었기에 남은 물건들은 추후 폐기하는 철충들이 쓰지 않는 유기물들이었고 다행히도 그것이 나에게는 절실했다.

<여기는 빅칙과 센츄리온이->

부관이 창고에 대해 뭐라 뭐라 설명하지만, 귀에 들어올 리가 없었다. 나는 창고 안에서 그 벽에 머리를 기대며 고뇌하는 듯한 표정으로 말하였다.

"혼자 생각하고 싶은 게 있네, 잠시 나가 줄 수 있겠나? 그런 모습을 남에게 보이고 싶지 않아서 말일세."


만류하는 부관에게 두세번 더 말하곤 결국 나는 창고 깊숙히,혼자 들어갔다. 묻은 피가 굳어 검은 얼룩이 생긴,선반에 있던 두툼한 배낭의 끈을 마치 줄다리기 하듯 거세게 잡아당겨 바닥으로 끌어 내리자, 땅에 떨어진 충격으로 배낭이 열리며 그 안에서 봉지에 검은 마카로 Alvis 라 써져있는 초코바가 바스락거리는 소리와 함께 나왔다. 

 삼 일 만에 드디어 본, 음식이라고 할 수 있는 그것을 떨리는 손길로 뜯고선 마구 베어 물었다. 눈물과 콧물을 흘리면서도,포장지에 써진 알비스라는 이름을 보고서도 입안에 밀어 넣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좆간이 미안해..좀만 먹을게."


복숭아 통조림, 참치캔등 보존식품을 몇 개나 비우고선 '아, 드디어 살겠구나!'라 생각했을 때였다. 나는 미약하디 미약한 붉은 빛과 눈이 마주쳤다. 그 철충이 말했다.

<주,주 주인님? 대체 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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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관심가져줘서 고맙다.. 찍싸고 끝내려는거 재밌어해줘서 계속 쓰고있다. 다음화도 열심히 쓸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