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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를 좋아해 도서관에서 그런 소설을 빌린 적이 있다. 책을 그리 좋아하는 편도 아니지만 지금 그 소설이 기억이 나는 이유는 잊기 힘든 두 가지 기억 때문이었다. 하나는 나와 같이 주인공이 매우 난감한 상황으로 인해 위기에 처해있었단 것이고, 두번째는 너무나도 공감 가는 첫 문장 때문이었다.


'아무래도 좆됐다. 그것이 내가 심사숙고 끝에 내린 결론이다. 나는 좆됐다.'

바이오로이드 대신에 철충들이 나를 주인님이라고 부르지를 않나, 식사 대신에 전기와 햇빛을 주지를 않나.
하지만 그들이 죽이려고 하는 인간들이 먹는 밥을 가져오라고 할 수도 없었다. 그렇기에 전리품으로 철충들이 보관하고 있는 바이오로이드들의 물품, 그중 쓸모없이 방치 중인 그들의 식량을 몰래 먹으려고 했다. 여기까지는 수월했다. 무슨 이유인지 컨테이너 안에 있는 다른 철충에게 걸려서 좆되기 전에는 말이다.

<주, 주 주인님? 대체 뭘->

그러나 책과는 달리 심사숙고를 해도 좆될 상황은 아니였나보다. 짧은 순간이였지만 내 머릿속의 생존회로는 제 몫을 다하려고 그 철충의 말에서 살 방법을 찾아냈다. 정확히는 가능성을 찾아냈다.

  바이오로이드와 철충의 세력과 기타설정이 뒤바뀐 거라면, 이게 해결책이 될 것이다. 주인이라는 호칭으로부터 추론한 내 예상이 맞는다면 말이지만.

"명령이다, 이 안에서 있던 일은 다른 철ㅊ,다른 병사들에게 알리지 말도록."

첫 만남 때의 나이트칙의 말을 따르면 철충들에게도 명령은 중요하게 여겨지는 것이 틀림없다. 이 상황을 납득시킬 수 있는 변명은 다음에 생각하고, 입부터 막아놓는 것이 최선이다.

<...알겠습니다.>

눈을 피하려는 것인지 아니면 의문을 가진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그 빅칙런쳐는 눈 같은 커다란 구를 좌우로 돌리다 마지못하다는 듯 대답했다.

"내가 나가고 나서 몇분정도 시간을 뒀다가 나가게."

같이 있다는 것이 들킨다고 해서 곧바로 큰일이 벌어지진 않는다. 하지만 만일 내가 지금 컨테이너를 나온다면 밖에 있는 다른 철충들이 안내와 보고를 위해 나에게 올 것이고, 같이 나오는 빅칙런쳐를 보고 왜 안에 있었는지로 시작하여 안에서 무슨 얘기를 하였는가 또한 물어볼 것이다.

<예, 알겠습니다. 주인님>

그렇게 입에 붙은 부스러기들을 털고 컨테이너 밖으로 나와 임시부관인 나이트칙018CB에게 보고를 마저 들으며 그 자리를 벗어났다.

<주인님, 뭔가 달라지신 것 같아요, 생기가 넘치시는걸요? .>

라는 말에는 멋쩍은 웃음으로 답하곤 사찰을 끝내고 원래 있던 방으로 돌아오려는 찰나, 함내의 사이렌이 울렸다. 그리고 이상한 잡음과도 같지만 왜인지 알아들을 수 있는 철층들의 말소리 또한 머릿속에 스며들듯 들려왔다.

<<정찰조입니다! 해안가 절벽 쪽, 매복입니다! 로열 아스널 외 캐노니어로 추정되는 바이오로이드 4기! 즉시 잠항해야 합니다!>>

 

아무래도 좆됐다. 그것이 내가 내린 결론이다. 나는 좆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