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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한 송이 꽃과 같다고 생각한다. 예쁘게 피어나다가도 순식간에 저버리는, 연약한 꽃. 그 순간의 찬란함과 아름다움은 왜 순식간에 저버리는 걸까. 나는 서글퍼졌다


주인님을 처음 보았을 때, 나는 그를 참 못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강하게 명령을 내리면 함의 그 누구도 토를 달지 못할 권력과 능력을 갖췄으면서도 그러지 않는 그가 참 이상했고 퍽 우스웠다. 그것이 그의 따뜻함이었다는 것을 알았을 때는 이미 그의 따스함에 물들어 훅훅 열기를 내는 나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것이 단순한 충성이었을까, 애정이었을까. 그 당시의 나는 아직 알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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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란이라고 했지? 만나서 반가워.” 뒤에서 들리는 익숙한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으나 그는 보이지 않았다. 애초에 보이는 게 이상한 것이지만 그래도 그가 있었으면 하고 그의 목소리가 들렸던 쪽을 오래도록 바라보았다. 다시 들리는 것도, 느껴지는 것도 없었다


나는 고개를 돌리고 천천히 발을 뗐다. 그가 가만히 들여다보는 것 같았지만 나는 그것을 애써 무시했다. 그의 시선이 조금 따가웠다


오래되고 낡아 보이는 문 하나가 나의 앞을 가로막았다. 문은 쉽게 열어주지 않을 것처럼 굳게 닫혀 있었지만, 조금 힘을 주니 낮은 쇳소리를 내며 열렸다. ‘아마 다른 이였으면 문이 채 열리기도 전에 두 동강이 났겠지.’ 속으로 생각했다


안쪽의 어둠이 바깥의 빛을 통해 주춤거리며 뒤로 물러났다. “금란. 왔니?” 이윽고 들리는 것은 힘없는 목소리였다. 마치, 다 죽어가는 목소리에는 아직도 후회와 절망이 가득 담겨 있었다. 나도 모르게 눈을 찡그리고 말았다


라비아타 언니나는 그녀를 보았다. 그녀도 나를 보고 있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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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은 괜찮니?” 언니가 나에게 물었다. “그렇게 불편하지는 않아요. 늘 감고 있었으니 없어도 그만이죠.” 나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 대답했다. 언니는 쓰게 웃었다. 재미가 없는 농담이라 괜히 분위기만 흐려지는 것은 아닌지 걱정했지만 다행히 그런 것은 아닌 듯했다. 나도 언니를 따라 빙그레 웃었다


언니의 모습은 빈말로라도 좋은 상태는 아니었다. 무리하게 몸을 개조시킨 후유증으로 몸이 많이 망가진 언니는 곧 몸이 무너질 것이었다. 다행히 AGS에 적용되는 유사 근육 시술을 받는다면 무너질 몸이 괜찮아질 것이라는 에바의 말이 있었다. 그러나 언니는 한사코 그 시술을 거부했다. 그저 자신은 이제 사라져야 할 운명이라며 방에 틀어박힐 뿐이었다


언니, 이제라도 시술을 받으세요. 시술을 받지 않으면


그건 전에도 말했잖니. 나는 더는 필요가 없는 존재야. 더는 너희에게 짐이 되기 싫단다.”


언니가 짐이 되기는 왜 돼요. 언니가 있는 것만으로도 큰 위로가 된다고요. 이미 주인님도 없는데


그만.” 낮게 깔리는 목소리가 귓가에 울린다. 바로 앞에 있는 언니의 목소리임이 틀림없으나 이제껏 들어보지 못했던 목소리였다. ‘언니가 이런 목소리도 낼 수 있었나?’ 목소리와 더불어 언니에게 나오는 착잡함에 나는 마른침을 삼켰다.


그 이야기는 하지 말아줘. 더는… 더는듣고 싶지 않아.” 언니는 소리를 죽여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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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님을 지키지 못했어.” 한참을 울던 언니가 한 말이었다. 언제나 강한 모습만을 보여주던 언니가 닭똥 같던 눈물을 떨어뜨리며 나에게 말했다


언니는 마음의 짐이 많았다. ‘주인님을 지키지 못했다는 것이 후회가 되는 것 같았다. “반드시 꼭 지키기로 다짐했는데


지키지 못했어. 그 말을 끝으로 언니는 말없이 울었다. 나는 언니를 가만히 안아주었다


에헴… 언니 바쁜 것 같네?”


안아주는 것도 잠시 의문의 헛기침 소리가 문 방향에서 들렸다. 나와 언니는 화들짝 놀랐다.


괜찮아 닥터. 무슨 일이니?”


언니는 눈물을 닦으며 그녀에게 말을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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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녀를 꽤 괴짜라고 생각한다. 처음 오르카호에 합류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그녀의 머릿속을 나는 전혀 알지 못했다


나름 남의 속을 꿰뚫어보는 것은 자신이 있었기에 자신이 전혀 알아볼 수 없는 속내를 가지고 있는 그녀가 조금 부담되기도 했다. 그녀가 크게 웃으면 좀처럼 걷잡을 수 없는 사고를 치곤 했다.


그래. 바로 지금처럼 말이다


시간을 되돌려 볼 생각 없어?”


?”


그녀의 말이 머리에 맴돌았다. ‘시간을 되돌린다.’라 과연 그게 성공할 수 있을까? 아니, 애초에 그게 가능이나 할까


수많은 의문이 머리를 스쳐 지나갔다. 그것은 언니도 마찬가지인 모양이었다. 하지만 그녀가 마지막에 오빠를 구할 수 있어.” 이 한마디가 의문을 지웠다


그럼네가 말한 그게 성공했다는 소리니?”


아직 시범 단계이지만, 성공했어.”


그 순간 언니는 그녀를 껴안고 눈물을 흘렸다. 그녀는 숨이 막혀 힘들어 보였다. 나는 아직도 이 순간이 낯설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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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는 급하게 배틀 메이드들을 소집했다. 오직 배틀 메이드만 모집한 것이 조금 의아했으나, 군말은 하지 않았다


덜컹거리며 문을 여는 소리와 함께 상처 입은 언니들이 들어왔다. 정도가 심한 자매들은 부르지 않았는데도 이 정도였다


온몸이 멍투성이인 바닐라, 심한 화상을 입어 헐떡이는 블랙 웜, 오만할 정도로 자신감 넘치던 목소리는 사라지고 공허하게 덜덜 떨기만 하던 앨리스까지. 비록 자신이 눈을 잃은 것이 작은 일은 아니나, 자신보다 더한 고통을 느꼈을 언니들을 생각하면 지금의 나의 처지가 한결 나아 보였다


언니, 그래서 우리를 부른 이유가 뭐예요?” 콘스탄챠 언니가 라비아타 언니께 가시 돋은 물음을 던졌다


상황을 설명하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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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모두에게 말해야 해.” 라비아타 언니는 약간 활기를 찾은 듯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 약간의 침묵이 우리를 덮쳤다. 언니는 조금 당황한 듯했다.


이건 아직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았죠?”


. 언니들에게 처음 말하는 거야.” 콘스탄챠 언니의 질문을 정확히 이해한 듯 닥터는 웃으며 대답했다. 조금 곰곰이 생각하던 언니는 이윽고 입을 땠다.


저는 반대에요.” 콘스탄챠 언니가 말했다. 모두의 시선이 언니에게로 쏠렸다


그들의 뭘 믿고 우리가 그런 이야기를 해야 하는 거죠? 그들은 주인님을 한번 배신했던 자들이에요. 다시 배신하지 않으리란 보장을 어떻게 할 수 있죠?”


정론이었다. 그들은 이미 주인님을 배신했던 족속들이었다. 그들이 아무리 그 괴물의 아가리에 놀아났다고 해도 직접 그들의 손으로 주인님을 몰아낸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었다. 언니들도 그것에 침묵으로 동의했다


그렇지만라비아타 언니의 말을 자르며 콘스탄챠 언니가 책상을 세게 쳤다. 손과 책상이 부딪치며 나는 소리에는 이글거리는 분노를 명확히 담은 것 같았다


도대체 언니는 얼마나 당해야 그들을 끊을 수 있어요! 지금껏 이렇게 당한 자매들을 보고도 그런 말이 나와요? 바닐라 봐요. 주인님을 몰아내고 사령관의 자리에 앉은 그 괴물이 이렇게 한 거라고요! 블랙 웜은요? 그 모습을 지켜봤던 언니잖아요! 그걸 보고도 그런 말이 나와요!”


잘못했어요! 잘못했어요! 때리지 말아 주세요! 제발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콘스탄챠 언니의 비명의 가까운 목소리와 앨리스 언니의 비명이 시끄럽게 나부낀다. 귀를 틀어막고 더 는 듣고 싶지 않았다. 절규와도 같은 언니의 비명이 울음소리와 함께 줄어든다. 훌쩍이는 소리가 틀어막은 귀 사이로 스며든다. 내 귀에서도 눈물이 흘렀다


콘스탄챠 언니는 앨리스를 안고 달랬다. 토닥거리는 소리가 처량하게 울렸다.


그들이 분명히 큰 잘못을 한 것은 맞아. 그렇지만, 그 잘못을 심판받고 후회하고 있잖니. 그들에게 참회를 주는 것이 잘못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


그건 순전히 언니 생각이에요. 우리가 이렇게 된 것에 그들의 책임도 있어요. 우리는 그들을 믿을 수 없어요.”


라비아타 언니는 침묵했다. 콘스탄챠 언니도 침묵했다. 그들이 침묵하자 더는 목소리를 내는 사람은 없었다. 그렇게 우리는 한참을 침묵했다


한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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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만에 썼는데, 내용도 길이도 쓰레기라서 미안해. 자꾸 이것만 생각하니까, 내용은 더 안써지고 스트레스만 받더라. 그래도 힘내서 열심히 쓰고 꼭 완결낼게. 기다리지는 않았겠지만, 그래도 기다린 사람이 있다면 정말 고마워. 


내용이 이상하거나, 오타, 맞춤법 지적은 달게 받을게.


그리고 고정닉으로 바꿨어. ㅇㅇ 보다는 고정닉으로 있는게 나을 것 같아서. 


짧게 써서 정말 미안하고, 다음에는 좀 더 길고 재미나게 써 올게.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