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사람이 있다.

오픈월드 게임에서 필수퀘스트를 하기 전에 모든 지형을 밝히고 관련 활동 및 보조 퀘스트를 모두 깬 후에야 메인 퀘스트를 도는 사람,

책상 위를 청소하자니 굳이 책상 주변을 다 정리한 이후에야 책상을 정리하는 사람,

핫도그를 먹을 때 굳이 소시지를 제외한 밀가루 부위만을 다 먹고 기어코 핵심이 소시지를 먹는 사람.

그런 사람들은 대게 멸망 전에 유비식 오픈월드 고인물, 변태플레이성애자 등의 별명으로 불렸으며,

현재 수많은 바이오로이드를 거느리고 있는 사령관 또한 그러한 부류의 인간이었다.


  다양한 부대를 거느리며, 그에 맞춰 다양한 지휘관들과 대 철충 전략, 바이오로이드들의 복지 등을 의논하면서 지내고 있던 사령관은 갑자기 한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제 아무리 많은 바이오로이드들과 동침을 했어도, 여전히 많은 바이오로이드들이 자신과의 동침을 원하는 것은 자명하다.

그러나 둠브링어처럼 대부분의 바이오로이드들은 자신들의 윗계급, 최소한 지휘관급 개체가 먼저 동침을 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면서 자신에게 요구하는 경우가 매우 드물다.

그렇기에 모두를 위해서라도 지휘관급 개체와의 동침은 필수적인데,

그 반대로 지휘관급 개체를 제외한 부대 내 모든 바이오로이드들을 따먹고 마지막에 지휘관급 개체와 서약 및 야스를 하는 것이 가능할까?

그리고 그런 사실을 야스 전까지 지휘관급 개체가 모르는 걸 가능하게 할 수 있을까?

잠들기 전에 그러한 생각을 한 사령관은, 다음 날부터 실행에 옮기기로 하였다.

그는 그에 대한 시범으로 최근에 다 모인 페어리 시리즈를 목표로 하였다.


  사령관은 처음에 아쿠아에게 다가갔다.

물론 그가 뇌를 깊은 심해 속에 던져버려도 시원찮을 소아성애자라 그런 것이 아니고,

혹여나 아무렇지 않게 떠벌려서 레아의 귀에 자신의 계획이 들킬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서 최우선 목표로 접근한 것이다.

아쿠아는 구출된 이후 한동안 사령관의 직속부대에 속했었지만, 최근에는 반쯤 전역하여 오르카 내 해충 구제 및 위생담담원 중 한 명이 되었다.

사령관은 그러한 아쿠아에게 개인적으로 다가가면서 조금씩 친해지기 시작했다.

아직 어린 아인만큼 단순했지만, 좋게 말해서 개성적, 나쁘게 말하면 정신이 나간 언니들이 한가득인 페어리 시리즈의 막내라 그런지 사령관에게 의지하고싶은 마음은 다른 바이오로이드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는 사령관에게 이점이 됐으며, 생각보다 빠르게 아쿠아가 속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는, 일명 "비밀친구" 가 되었다.

관계가 가까워졌다고 느낀 사령관은 자신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아쿠아와 약속을 하였다.

언니들을 최대한 돕기 위해 자신이 나설테니까 그것에는 최대한 간섭하지 않고, 특히 맏언니 레아에게는 무슨 일이 있어도 알려주지 말라는 약속을.

아쿠아는 믿음직한 어른이자 "비밀친구"인 사령관에게 그 약속을 흔쾌히 승낙했고, 사령관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면서 다음 타겟을 노리기 시작했다.


  그 다음 타겟은 당연하게도 다프네였다.

아쿠아를 제외한 나머지 페어리 시리즈 중에서 가장 정상적이면서, 리오보로스의 유산 때 서로의 살갗을 직접 닿은 사이인만큼 사령관은 현재 수복실에 있는 다프네에게 접근하기 시작했다.

바이오로이드들이 아무도 없을 때 수복실에 있는 다프네에게 다가간 사령관은 일부러 다프네에게 하소연을 하면서 반쯤 거짓이 섞인 자신의 푸념을 그녀에게 털어놓았다.

심리상담사로서의 권한을 일부 갖고 있는 그녀는 사령관의 말을 귀담아 듣기 위해 개인 상담실에서 단둘이 그와 있는 시간을 갖기 시작하였다.

처음에는 단순히 경청하면서 꼼꼼히 보고서에 사령관의 발언을 적기 시작하는 다프네였지만, 왠일인지 계속되는 사령관의 상담 요구에 계속 응하면서 점차 둘의 사이는 가까워졌고, 다프네 또한 사령관에게 알 수 없는 동정심과 가학심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러한 미묘한 변화를 사령관이 눈치채자, 그는 작전이 성공했음을 느꼈다.

아무리 정상적인 성격이라 하여도 결국은 사랑에 미친 자매들의 피가 섞여 있다.

그 피를 조금 깨우기만 하면 그녀를 넘어오게 하는 것은 생각보다 쉬운 일일 거라고 사령관을 생각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때가 됐다고 느낀 사령관은, 마치 응석을 부리듯이 다프네에게 안기면서 그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자 처음에는 당황한 다프네였지만, 이내 그녀는 사령관에 대한 감정을 주체할 수 없음을 알고 그를 받아들였다.

정신적으로는 물론이고, 육체적으로도.


  그렇게 다프네를 공략한 사령관을 재빠르게 리제를 다음 타겟으로 선정하였다.

사령관은 드리아드를 먼저 공략하려 했으나, 예상 외로 계획에 차질이 생겨서 급하게 리제를 먼저 공략하고자 하였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상담실 내에서의 야스 이후로 바로 드리아드를 공략하려고 했으나,

생각보다 다프네와의 속궁합도 좋았고, 이후로 계속 상담을 해도 좋다고 은연 중에 유혹을 하자 사령관은 졸지에 이성의 끈을 놓고 말았다.

그래서 한동안 되도않는 상담을 빌미로 다프네와 단둘이 좁은 상담실에서 조용히 몸을 섞으면서 그것을 즐기다가 결국 리제에게 꼬리가 밟히고 말았다.

한 상담에서 다프네가 자기 언니의 눈빛이 갑자기 달라졌다고 털어놓자, 그제서야 사령관은 정신을 차리고 최대한 빨리 사태를 수습하고자 리제를 먼저 공략하기로 했다.

사령관은 자신의 스케쥴 중에서 빈 시간을 이용해 최대한 빠르게 리제에게 상담하러 오라고 통보를 내렸고, 다행이도 리제는 통보를 받자마자 사령관실로 달려왔다.

다프네가 얘기했던대로 리제는 다프네와의 관계를 어느정도 눈치챈 것 같아보였고, 그것을 사령관에게 따지기 시작했다.

사령관은 리제의 성격상 그녀를 설득하는 건 어려울 거라 믿고, 결국 당당하게 맞서기로 하였다.

사령관은 그녀의 푸념을 들은 이후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리제에게 향했다.

당연히 혼날 줄 알았던 리제는 움찔거렸지만, 이내 사령관이 그녀를 껴안으면서 더 관심을 주지 못한다며 사과하자 얼굴이 금세 새빨개지면서 더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정공법으로 밀어붙인 것이 의외로 성공하자 사령관은 그대로 더 밀어붙였다.

위로가 될 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당장 그녀와 동침하는 것으로 봐주면 안 되겠냐고 사령관이 물었다.

리제는 어쩔 줄 모르는 듯이 얼굴이 더 새빨개지며 아무 말을 하지 못했다.

그러자 사령관은 대담하게 그것을 승인으로 알겠다고 선언하며 천천히 그녀를 안아올려서 침대 위에 올려놓고, 그녀의 옷을 벗기려는 순간 리제가 더듬더듬 말을 이었다.

"사...상냥하게 해주세요..."

평소와는 다르게 부끄러움으로 가득찬 리제의 모습을 본 사령관은 성취의 미소를 지으면서 리제와 자신의 옷을 천천히 벗기기 시작했다.


  임기응변으로 리제까지 단숨에 공략한 사령관은 마지막으로 드리아드를 공략하기로 하였다.

드리아드보다 더 성격이 불같은 리제조차 단숨에 공략을 한 사령관의 입장에서는 드리아드는 정말 쉬운 존재였다.

마침 그녀가 담당하는 농장지대에서 보급을 할 참이었기 때문에 한동안 그녀와 접촉할 기회는 많았다.

사령관은 한동안 철충의 위협이 적으니 바이오로이드들의 복지 및 오르카 호 점검을 위해서 주둔 기간을 2주일로 늘렸고, 다행히 대부분의 바이오로이드들은 그것에 대해 찬성을 하였다.

이후 주둔 기간동안 사령관은 농장지대 주둔 바이오로이드들을 위해 상담 겸 야스를 일주일동안 하였다.

이는 지역 총 책임자인 드리아드를 당연히 포함하였으며, 오히려 그녀는 총 책임자라는 자리에 맞게 하루종일 사령관실에서 옷을 입는 일이 없었다.


  그렇게 드리아드를 마지막으로 사령관은 페어리 시리즈의 모두를 따먹는 것에 성공하였다. 물론 아쿠아를 제외하고.

그러나 지휘관 개체이자 맏언니인 레아는 그 사실을 알지 못했다.

그저 최근에 아쿠아와 리제가 사령관에게 고민상담을 한 이후로 눈에 띄게 성격이 밝아진 것과, 한 때 다프네에게 지속적인 심리상담을 요청한 것에 대해 그녀가 폐를 끼치지 않았나에 대한 염려해서 사령관에게 물어봤을 뿐, 보다 더 깊은 관계에 대한 이야기는 전혀 물어보지도, 은연 중에 꺼내지도 않았다.

사령관은 페어리 시리즈의 인원을 공략할 때마다 맏언니가 자신과 관계를 맺기 전까지는 육체를 섞은 사실이 둘만의 비밀이라는 것을 엄수할 것을 상대하고 약속하였다.

다행히 아쿠아를 포함한 그 누구도 레아는 물론이고 아무에게도 발설하지 않았으며, 리제 또한 다프네와 사령관과의 관계를 의심쩍어할 지 언정, 다프네와 사령관 외에는 약속대로 절대 꺼내지 않았다.

그렇게 사령관은 지휘관급 개체인 레아를 제외한 페어리 시리즈의 모든 인원들을 따먹었으며(혹은 깊은 관계가 되었으며), 이는 또 한 번 사령관에게 호기심을 불러 일으키게 되었다.



그러면 지휘관급 개체와 서약을 한 이후 첫 관계를 맺은 이후로 실은 그녀를 제외한 모두가 자신과 관계를 맺었다는 것을 알면 그녀는 나를 용서해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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