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작 : https://arca.live/b/lastorigin/7316305?category=%EC%B0%BD%EC%9E%91%EB%AC%BC&target=all&keyword=&p=1 

1편 : https://arca.live/b/breaking/20319518


---------------------------------------------------------------

“…오,오늘은 내 몸 상태가 별로인가 봐. 나중에…나중에 다시 올게”

 

멍청한 새끼. 당혹감을 감춰야 한다는 이 병신 같은 생각을 맹목적으로 따른다는 것에 나온 말이 고작 이거였나. 하다 못해 거기서 떨고 있었던 더치걸들 일부라도 데리고 나왔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한 것이 한이다. 리리스는 내 말을 들은 후 아무런 말 없이 콘솔을 조작했고, 이 역겨운 지옥을 다시 암흑으로 만들었다. 그 빌어 먹을 광경이 내 눈 앞에서 사라지는 것에 안도를 느낀 나란 새끼는 빠르게 화장실로 달려 갔다. 리리스를 따라 오면서 이곳저곳 살펴본 것이 이렇게 도움이 될 줄이야. 아니었으면 복도 한복판에서 속에 있는 온갖 것을 게워내야 했을 것이다. 

 

사람이 게임 속으로 들어왔다는 것 이상으로 기괴한 장면을 목격한 나는 거진 30분 가량을 구토하기 위해 써야 했다. 속이 울렁거리는 것을 넘어 정신이 피폐해지는 광경을 아무런 필터링 없이 봤던 나는 미친 듯이 토하기 시작했다. 현실에서 이렇게 토했다면 아마 죽었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끔찍한 시간을 보내야 했다. 맛있는 아침을 차려준 그 아름다운 소완이 죽을 정도로 원망스럽기도 했다. 위장을 게워내고 또 게워내다 보니 위산만이 식도를 타고 역류하며 내 내장을 태우는 고통을 맛보아야 했다. 이 좋은 몸을 가진 것이 그나마 다행이었다. 안 그랬으면 토하다가 죽은 최초의 인간이 되었을 테니까.

 

그렇게 광란의 시간이 끝나갈 무렵, 또 내 정신이 기절할 듯이 아늑해지다 못해 소멸해갈 것 같은 그 무렵, 한 가지 소름 끼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이렇게 기절한다면 어디로 가는 거지? 내 원래 몸으로? 아니면 여전히 이 미친 놈의 몸으로? 후자라면 개같긴 하지만 상관없다. 하지만 전자의 경우라면? 만약 나는 기존의 몸으로 돌아가고 그 사탄 같은 새끼가 다시 내 몸을 차지한다면? 최악의 경우다. 다른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최악의 경우임이 틀림없다. 이런 생각이 들자 나는 내 몸을 일으켰다. 적어도 기절만은 하지 말자는 생각으로 그 지옥도를 최선을 다해 머리 속에서 지웠다. 이건 잘한 일이다. 왜냐하면 이렇게 지우지 않았다면 내가 다음으로 목격한 장면에서 진짜로 기절했을 테니까.

 

화장실에서 내 얼굴의 모든 구멍으로 온갖 물을 뽑아낸 후에 가까스로 정신을 차린 나는 다시 정신을 가다듬고 밖으로 나왔다. 밖으로 나온 후 대략 5분 정도를 서성이며 상황을 정리하려 하였다. 그러던 때에 복도 저 끝에서 질척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옷가지가 바닥에 슬슬 끌리는 소리 같기도 했었나? 아무튼 복도의 등이 그다지 밝지도 않았을 뿐만 아니라 그나마도 제대로 빛을 내는 것이 없었기 때문에 복도는 꽤 어두웠다. 그래서 나는 그 소리의 출처를 제대로 확인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 어둠 속에서 조그마한 연보라색 빛이 보이기 시작했고, 회색 코트에 하얀색 정장, 검은 스타킹에 조금 붉은 장발의 바이오로이드가 차츰차츰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T-8W 발키리 모델. 발키리였다. 게임 속에서 보았던 그 선녀 같은 자태를 그대로 가지고 있었다. 유일하게 게임 속 모습과 달랐던 점은 우아한 그녀의 옷가지들이 선혈로 낭자되어 있었다는 것과 그녀의 걸음거리가 사뭇 이질적이었다는 것뿐이었다.

 

내가 그녀를 어둠 속에서 보았던 것처럼, 그녀도 복도의 어둠에서 간신히 사령관이라는 존재를 발견해내었던 것 같다. 나를 보자마자 그녀도 그녀의 자매들이 그랬던 것처럼 공포에 질린 채로 내게 경례를 하였다.

 

“…T-8W 발키리 모델, 인사드립니다.”

 

베일 정도로 날카롭고 딱딱한 형식적인 인사를 받은 후에야 나는 그녀를 자세히 쳐다볼 수 있었다. 그녀의 오른쪽 눈은 저격 임무에 최적화되기 위한 장치들로 이뤄져 있었고, 이는 하얀색에 가까운 연보라로 코팅되어 그녀의 오드 아이를 구성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반대편 눈은 그녀의 다른 눈처럼 희끄무리했다. 사람이 기절을 하면 눈이 파래진다고 했던가? 발키리의 왼쪽 눈이 꼭 그 꼴이었다. 기절한 것처럼 그녀의 붉은 눈은 하얀색으로 덮혀 있었다. 대체 왜 나를 보는 애들마다 이런 죽은 눈으로 마주하는지. 그 이유는 방금 보고 온 그 미친 광경으로 충분히 이해할 수 있지만, 사람이 이해하는 것과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다른 것처럼 나 또한 그녀들을 볼 때마다 귀신을 본 것처럼 소름이 끼친다.

 

사실 그 눈은 그리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무엇보다 먼저 보였던 것은 그녀의 손과 다리였다. 손가락은 10개 중 족히 절반 이상은 반대로 꺾여져 있었고, 남은 절반도 잘렸거나 피가 뚝뚝 떨어지는 등 성한 곳이 없었다. 그녀의 다리 역시 성한 곳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총에 맞은 것처럼 그 매끈한 다리 곧곧은 크고 작은 구멍들이 있었고, 어떤 구멍은 반대편 복도가 보일 정도로 뚫려 있었다. 겉으로 보기만 하여도 다리 관절도 부상을 입은 것이 틀림없었다. 대체 뭔 짓을 했기에 이런 상처를 얻은 것인지는 둘째 치더라도, 이런 상처를 입은 상태에서도 나에게 경례를 해야 했던 이유가 궁금했다.

 

“…어딜 갔다 온 거야? 뭔 일을 했길래 온 몸이”

 

내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그녀는 내 뒤 수복실로 사라졌다. 지금에서야 그녀가 얼마나 큰 용기를 가지고 그런 행동을 했던 것이지 이해를 하지만, 그때는 감히 그걸 생각해낼 수 없었던 것 같다. 그 당시 나는 오히려 당혹감을 느꼈다. 사령관의 말을 무시했다는 행위에서가 아니라, 다른 어떤 바이오로이드들도 보여준 적 없던 감정이 얼굴에 드러났기 때문이다. 분노, 경멸. 내가 이 망할 오르카호에 오르고 나서 처음 마주한 공포 이외의 감정이었다. 미간은 찌그러질 듯이 구겨졌고, 그 얼굴의 모든 근육이 자신의 스트레스를 발산하기 위해 의지를 가지고 움직이는 것처럼 느껴졌다. 발키리는 설정 상 치밀한 암살자였던 것으로 기억했는데, 그런 그녀가 내게 대놓고 분노를 표현하는 것이 너무 당황스러웠다. 

 

그녀가 내 뒤로 사라지기 전에 그녀를 돌아보았다. 머리카락은 난자되어 있었고, 머리 뒤편은 이미 인조 가죽이 벗겨진 채로 기묘한 스파크가 튀고 있었다. 저 정도면 재아무리 바이오로이드라고 하여도 죽어야 정상이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그녀는 엉망진창인 상태였다. 

 

미칠 것 같다. 아침에 일어나 처음 본 콘챠도, 또 나에게 비밀의 방에서를 제외하면 한 마디도 하지 못한 리리스도 이렇지는 않았다. 적어도 그녀들은 이런 외상을 당하지는 않았다. 리리스야 워낙 강한 모델이니 그렇다고 하여도 콘챠는 그렇지 않았을 것이다. 어쩌면 그런 그녀들의 모습을 보고 어떤 바이오로이드들은 아껴주고 있지 않았을까 하는 희망을 가지기라도 했었던 모양이다. 그러나 살아 움직이는 것조차 신기한 발키리를 보며 그 헛된 희망마저 산산히 부숴졌다. 난 그 어떤 바이오로이드도 아끼지 않았던 놈이었나 보다. 하나 같이 전부 도구 취급했었던 놈이었던 것 같다. 아니, 도구도 이렇게 쓰지는 않는다. 내가 지금 쓰고 있는 이 몸의 원래 주인이 어떤 놈이었는지 시간이 갈수록 드러나기 시작했고, 그 미친 광경에 더해 난 이 몸 자체에 대한 역겨움으로 몸부림칠 수 밖에 없었다. 이건 공포다. 이 미친 놈이 존재했다는 사실 자체에 대한 공포이고, 이 미친 놈의 몸에 갇힌 상황에 대한 공포이며, 이 지옥을 헤쳐나가야 하는 미래에 대한 공포이다. 차라리 죽어서 이 아이들을 해방시켜주는 것이 좋지 않을까? 고민되기 시작했다.

 

그러다 문득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발키리나 콘챠야 인간의 명령권에 절대적으로 지배당하는 애들이니 그렇다고 해도, 메이나 용, 라비 같이 나름 자율성이 보장된 애들이 있다면, 그렇다면 적어도 이 오르카라는 이름의 지옥에 조금은 사람 같은 곳을 만들어 놓지 않았을까 하는 희망이었다. 가능성은 충분했다. 그녀들은 이런 미친 상황을 방관할 만큼 부도덕하지도, 또 능력이 없지도 않았다. 심지어 용이나 라비는 인간이 없는 상황에서도 잘 살아남지 않았나. 그녀들을 만나야 한다. 만나서 적어도 내가 한 짓이 아니라는 것을 설득시켜야 한다.

 

…라고 생각했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생각을 이전 미친 놈이 하지 않았을리가 없지. 이 정신 나간 지옥을 설계한 사탄 같은 새끼는 이 병신 같은 곳이 천년 만년 유지되기를 원했던 모양이다. 처음 이 생각을 한 이후 나는 사령관실로 돌아와 전투원 목록을 광인 마냥 뒤져보았다. 그러나 어디에서도 저 세 명의 기록을 찾을 수는 없었다. 혹시 몰라 제작 로그, 전투원 합류 기록 등 사령관실의 그 커다란 책장에서 전투원과 관련된 모든 기록을 뒤져보았다. 분명 메이, 라비, 용은 이 오르카호에 합류했거나 제작된 기록이 남아있었다. 그러니 적어도 아직 이들은 만나지 못한 상황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럼 그녀들은 어디 간거지? 그렇게 생각하던 찰나에 전투 기록 하나를 볼 수 있었다. 메이 옆에는 K.I.A(Killed in Action)이 적혀 있었다. 용과 라비 역시 마찬가지였다. 작전 중에 죽었다고? 그렇게나 강한 모델들이 전부? 거짓 기록일 것이라는 실낱 같은 희망을 품은 채로 해당 전투를 기록한 영상을 보았을 때, 나는 이 새끼가 어떻게 그녀들을 죽일 수 있었는지 알 수 있었다. 

 

영상 속에 그녀들은 혼자였다. 주변 환경은 돌무더기가 가득했고, 가끔 황금색으로 빛나는 광물들이 비춰졌다. 영원의 전장. 분명 주변 환경은 내가 게임 속에서 보았던 영전 속의 광산의 모습이었다. 그녀들을 거기에 혼자 보낸 것이다. 익스큐셔너, 둠이터 같이 미친 놈들이 가득한 곳을 혼자 보냈던 것으로 보인다. 어떻게 이런 말도 안 되는 작전이 수행된 것인지 이해할 수가 없었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그녀들은 이 무모한 작전에 희생되었던 것이다. K.I.A. 이 문구가 이해되기 시작했다. 작전 중 사망이라 하지만, 아니, 이 미친 놈은 처음부터 전략적으로 자신에게 대항할 수 있는 개체들을 골라 죽인 것이다. 이 지옥은 철저히 이 새끼의 계획 속에 만들어진 작품이었던 셈이다. 역겨운 새끼.

----------------------------------------------------------------------------------------

안녕하세요. 저는 탈론페더, 바이오로이드에요. 칸 대장님을 따라 앵거 오브 호드에서 정찰 임무를 담당하고 있었어요. 칸 대장님의 지시에 따라 온갖 곳을 돌아다니며 정찰하기 시작했었어요. 이 오르카호도 예외는 아니었어요. 처음 이곳 오르카호에 합류하게 되었을 때는 이해할 수 없었지만, 칸 대장님이 오르카호 구석구석을 감시하라 명령하셨기 때문에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기쁜 마음으로 남들이 알 수 없는 숨겨진 곳에 카메라를 설치하고 촬영하기 시작했어요. 

 

제가 합류한 후 처음 얼마 동안은 그냥 그런 평범한 영상만 올라왔어요. 지휘관 분들에게 명령을하달하시거나, 밥을 드시는 장면 같이 평범하고 일상적인 것들 말이죠. 가끔씩은 사령관님이 다른 분들과 관계를 맺어주시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하며 그런 영상들을 찍고 싶다는 생각으로 가득하기도 했었어요. 물론 그런 영상을 얻을 수는 있었고, 어쩌면 제 기대를 충족시켜줄 수 있었을 수도 있었어요. 그게 LRL과 하는 영상이 아니었다면 말이죠…

 

지금 생각해보면 사령관님은 제가 숨어서 촬영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고 계셨던 것 같아요. 칸 대장님은 저보다 먼저 이 곳에 합류하셨고, 이 지옥 같은 곳의 환경을 다 알고 계셨으니까 저에게 이런 임무를 맡겨 주셨던 것 같아요. 조금이라도 위험한 낌새가 보인다면 다른 분들에게 미리 경고하라는 의미에서요. 그런데 저는 저런 철없는 기대를 하며 마냥 영상을 모았다는 게 수치스럽네요. 아마 사령관님은 이런 칸 대장님의 정의로운 마음을 예상하고 계셨지 않았나 싶어요. 그래서 실제로 얼마 동안은 칸 대장님이 너 덕분에 이곳이 조금 더 좋아졌다면 칭찬해주셔서 얼마나 기뻤는데요. 좋아졌다는 의미가 그런 의미였을 줄은 전혀 몰랐지만요.

 

하지만 사령관님이 점점 본색을 드러내기 시작했죠. 정말로 제가 촬영하는 것을 의식하고 계셨던 것인지, 아니면 그냥 저를 놀리고 싶어서 그랬던 것인지는 잘 모르겠어요. 그냥 어느 날을 기점으로 제 영상에 피나 정액이 빠지는 날이 사라졌다는 것만 기억하고 있답니다. 코코의 손목에서 뿜어져 나오는 피, LRL의 입에서 역류하는 정액 같은 생각만 해도 끔찍한 것들만이 제 영상 컬렉션에 모아지기 시작했어요. 사령관님이 다시 이렇게 악마 같은 모습으로 변하기 전에 칸 대장님께서 보여주신 미소를 사진으로라도 남겨둘걸 그랬어요. 그게 얼마나 이뻤는데요.

 

이 역겨운 영상들을 지워버리고 싶었지만, 대장님은 계속 모아두길 원하셨어요. 이 지옥 같은 곳을 기억해야 한다고. 혹시라도 오르카가 멸망하고 다른 인간들을 찾으려는 자매들에게 보여주어야 한다고, 제게 부탁 같은 명령을 하셨어요. 그렇게 모으고 모은 영상들은 이제 제 패널로는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많아지고 있다는 점이 고민거리에요. 

 

혹시 궁금하신 분들을 위해, 또 이 영상들을 보기 힘들어 하실 분들을 위해 간단하게만 설명해 드릴께요. 사령관님은 오후 3시가 되면 무슨 일을 하시던 간에 사령관실에 에이미 씨와 LRL을 불렀답니다. 그리고 다른 모든 분들은 사령관실 밖으로 내쫓아버려요. 그래서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저와 이 영상을 보여드린 칸 대장님만 알고 있어요. 왜 에이미 씨는 넣지 않았냐고요? 칸 대장님이 그러시는데, 사령관실에 LRL과 함께 불려간 모든 에이미 모델들은 3일이 지나기 전에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고 하시더라구요. 사실인지는 저도 잘 모르겠지만, 에이미 모델의 자살 영상은 제 영상 컬렉션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것들 중 하나랍니다.

 

아무튼 사령관님은 LRL을 부른 후 에이미 씨를 벽에 재갈을 물린 채로 묶어놓아요. 그런 다음에는 LRL과 관계를 맺기 시작하죠. 처음에는 제법 사냥하게 리드해주신답니다. 그러나 그런 모습은 일부로 이후에 역겨운 상황을 만들기 위해 참고 참는 것인지 5분을 채 버티시지 못한답니다. 5분이 지나면 사령관님의 음경은 아마 35cm는 넘을 정도로 커지는 것 같아요. 그리고는 LRL을 들고 미친 사람처럼 박기 시작해요. 그러고 대략 30초 정도가 지나면 자궁 입구가 파열되고, LRL은 기절합니다. 아마 자궁 내부까지 박기 시작하는게 그쯤인 것 같아요. 에이미 모델 중 일부 정신이 약한 분들은 여기서 기절하시기도 합니다. 아마 그만큼 LRL을 아끼시던 것 같아요. 차라리 그렇게 기절한 상태로 두시면 좋을 텐데, 사령관님은 주사기를 꺼내 약물을 주입시켜 기절한 분들을 모두 깨우십니다. 단 한 번도 기절한 상태로 이 행위를 계속하지 않으셔요. 이렇게 평균적으로 3시간에서 3시간 30분 가량을 즐기시던 것 같아요. 온갖 체위를 하시면 대개 LRL은 몸의 일부가 찢겨 나가거나 내장 파열이 극심하게 발생해서 피를 토해요. 에이미 씨는 십중팔구 약물 과도 복용으로 중독 증상이 발현되던 것 같아요. 수복실에서 닥터와 함께 영상을 보았을 때, 닥터가 이런 저런 설명을 해주어서 알 수 있었답니다.

 

또 에이미 씨는 이 일이 있은 후 대부분 임무에 복귀할 수 없을 정도로 정신적 손상을 경험하셔서 사령관님의 판단하에 폐기 및 해체되는 경우가 많아요. 다만 이상할 정도로 LRL에게는 온갖 부품, 영양을 투입하여 살리게 만든답니다. 그렇게 해서 어떤 LRL은 이 행위를 10번 이상 반복했던 적도 있어요. LRL 씨의 그 작은 팔에 주사 바늘 자국이 60여개가 나 있는 모습을 닥터가 직접 보아야 했었고, 아마 그 때 스스로 그런 약물을 만들어줬다는 사실에 닥터가 자살 시도를 했어서 사령관님이 난리를 피웠던 적이 있었던 것 같아요. 자기가 쓸 유용한 물건들을 안 만들고 죽으려 했다는 이유로 닥터는 한 동안 비밀의 방에 갇혀있었답니다.

 

가끔 지휘관 개체 분들이 이런 행태를 지켜볼 수 없어서 LRL 씨 대신 들어가겠다고 말씀하신 경우도 있었어요. 하지만 다음날이 되면 어째서 LRL을 대신할 수 없는지 스스로 깨닫게 된답니다. 하루는 레오나 씨가 대신하여 들어갔는데, 다음날 수복실에서 다리 한 쪽이 잘린 레오나 씨를 볼 수 있었어요. 잘린 허벅지 단면은 깊이가 30CM는 족히 될 법한 구멍들이 숭숭 뚤려 있었고, 오리진 더스트로 강화된 뼈가 있어야 할 자리 역시 뼈 대신 정액으로 가득 차 있었답니다. 이 정도로 심했던 경우는 많지 않았고, 레오나 씨와 앙숙이었던 칸 대장님도 이 이후에는 레오나 씨와 나름 살갑게 지냈었던 것 같아요.

 

어째서 이런 끔찍한 일들을 아무렇지 않게 말할 수 있냐고 궁금해하실 분들도 계시겠죠? 그런데 저희에게는 그런 감정이 있을 수 없답니다. 왜냐하면 그런 동정심과 연민, 역겨움의 감정을 느끼시던 분들은, 심지어 저와 같은 탈론페더 모델 중 그랬던 분들도 전부 죽거나 저처럼 변해버렸거든요. 지옥에서 사는 바이오로이드에게 감정을 가장 큰 사치 중 하나랍니다.

 

그런데 오늘은 사령관님이 조금 특별한 플레이를 하시고 싶으신 거 같아요. LRL 씨를 부르지 않고 커다란 책장을 몇 시간 동안 뒤지고 계시네요? 이미 오후 3시는 훌쩍 넘겼는데, LRL 씨가 오지 않았다고 얼마나 많은 분들을 죽이시려 할지 또 걱정이 되네요. 이미 오늘은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한다고 다른 자매분들에게 경고를 마친 상황이에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본 적 없던 사령관님의 모습이니, 아마 상상할 수도 없는 고통을 준비하고 계신 거겠죠? 

 

…지금 시간이 오후 6시가 조금 넘었는데, 몇몇 분들이 참다 못해 강제로 에이미 씨와 LRL 씨를 사령관실 앞에 놓는 장면이 보였어요. 아마 사령관님이 준비하신 시험이라고 생각하신 모양이에요. 저희들의 충성심을 시험한다고 이런 변칙적인 스케줄을 간혹 보여주신 적이 있거든요. 물론 이걸 통과하지 못했을 때 오르카호는 수많은 분의 비명소리로 가득 찼었었죠. 

 

…뭔가 다른 것 같아요. LRL 씨에게 어째서 왔냐고 물어보았을 때 LRL 씨가 벌벌 떨리는 손으로 치마를 들추며 늘상 하던 것 때문에 왔다고 말했을 때 사령관님이 기겁하면서 LRL 씨의 치마를 다시 내려줬어요. 아무리 시험을 하신다고 해도 한 번 이상 꼬아서 내신 적은 절대 없으셨는데, 늘 시험을 통과하면 늘 그랬던 모습을 보이시던 것으로, 그랬는데 오늘은 이상한 것이 확실해요. 에이미 씨가 LRL 씨를 안은 채로 멀쩡하게 사령관실에서 걸어나온 첫 날이거든요. 오히려 사령관님은 책장에서 들춰낸 종이들을 바닥에 펼쳐놓고 그것에만 몰두하시네요.

 

어쩌면…정말 어쩌면…만에 하나 정말 만에 하나라도 사령관님이 변하신 것이라면…하다 못해 저희에게 관심을 끊어버리신 것이라면…그렇다면 지금 사령관님께 가봐도 괜찮지 않을까요?

--------------------------------------------------------------------------------------------------

미친 놈, 미친 놈, 미친 놈

 

아마 속으로 미친 놈이라고 만 번은 외쳤을 것 같다. 이 미치도록 철두철미한 새끼는 자기에게 만에 하나라도 방해할 수 있는 바이오로이드들은 전부 죽여버렸다. 말 그대로 모든 반항의 가능성을 차단시키고 자기만의 지옥을 만들어 놓았다. 만약 이 새끼가 내 몸을 타고 내가 있던 세계로 돌아가면 경찰에게 잡혀 뒤지기를 소망한다. 씹새끼. 내 몸이든 말든 제발 가서 고통스럽게 뒤지기를 희망한다. 이런 생각을 하며 온갖 종이와 패널들로 어지럽혀진 사령관실을 바라보았다. 내가 대체 무슨 잘못을 저질렀으면 이런 빌어먹을 곳에 있는 것일까…

 

몸을 일으켜 사령관실의 유일한 의자에 몸을 기댔다. 의자 뒤편에는 그 거대한 유리창이 있었고, 아침 햇살을 받으며 일으켰던 몸은 어느새 새빨간 저녁 노을로 빨갛게 칠해지고 있었다. 이 몸이 저지른 죄에 대한 피로 물든 것처럼 어느 한 곳 빠질 곳 없이 새빨겠다. 그냥 죽는게 진짜 정답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때, 철컥 하는 소리가 났다. 내가 사령관실 문을 잠그지 않았었나? 어지러워진 사령관실 바닥이 내 당혹감을 감춤 없이 드러내고 있는데, 나는 당황스럽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게 뒤를 돌아 사령관실 문을 바라보았을 때, 한 바이오로이드를 보았다. 빨간 내 몸 마냥 빨간 리본을 목에 달고, 빨간 장화를 신은 정갈한 복장의 소녀 같은 아이, 짧은 갈색 단발 머리가 숨 막힐 정도로 어울리는 파란 눈을 가진 아이. 탈론페더였다.

 

“사령관님, 조금 이야기해도 괜찮을까요?”

 

공포, 분노, 경멸 이후로 이 오르카에서 처음 받아보는 감정. 그건 호기심이었다. 그리고 희망이었다. 이 망할 지옥에서 딱 한 명, 내 말을 들어줄지도 모를 딱 한 명을 찾았다는 희망. 언제 사라질지 모를 희미한 것이 아닌, 진짜 붙들어도 끊어지지 않을 것이란 생각이 든 진짜 희망. 그러기에 나는 최대한 웃으며, 부디 저 아이가 나를 경계하지 않길 바라며 말했다.

 

“...물론이지”

--------------------------------------------------------------


모음집 : https://arca.live/b/lastorigin/20710101


원작 내용이 여까지 밖에 없어서 나도 앞으로 어떻게 써야할지 모르게슴

그래도 내용 전개 원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앞으로 어떻게 되면 좋을지 얘기 좀 해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