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작 : [문학]라붕이가 사령관 말고 섹돌에 빙의되는 소설 있으면 좋겠다(새탭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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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버클리1)는 그의 첫째 명제에 의하여 사물의 실재성을 긍정했다. 그러면 사물의 실재성은 어떻게 알게 되는가. 그것은 지각을 통해서다. 지각을 떠나서는 사물의 존재를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여기서 버클리의 유명한 명제 "존재는 지각됨이다"(esse est percipi)가 나오게 된다. 지각이 존재로 통하는 유일한 통로라는 것이다.

박영식 저,  『서양철학사의 이해』, (한국 : 철학과현실사, 2000), p248.


1) 버클리(G. Berkeley, 1685~1753). 로크의 인식론에 담긴 미흡한 점들을 비판하면서 인식론을 경험론적으로 보다 철저하게 밀고 나간 아일랜드 영국경험론 철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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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지? 내 앞에 있는 이 여자는 누구일까? 붉은 눈동자를 지닌 갈색머리를 가진 여자가 내 눈 앞에 있었다. 여리가 생겼는데 귀여운 아이가 앞에 있는데 화장품을 들고 서 있는데 뭔가 하려는 것을 멈추고 뚫어지게 쳐다봤다. 쳐다봤다? 손을 얼굴에 대니까 자기 앞에서 있던 여자와 똑같이 행동했다.

 어? 어? 순간 어떻게 된거지? 순식간에 여자가 되어버린 사실에 당황했다. 얼굴을 만졌다. 머리를 만졌다. 목을 만졌다. 가슴을 만졌다. 팔을 만졌다. 몇 번이고 만지면서 느끼는 것은 남자가 아니라 여자의 몸매. 전혀 다른 감삭이 느껴졌다. 놀라서 뒤로 한걸음 옮길때 앞에 있던 여자도 한걸음 뒤로 옮겼단 사실을 보자 뭔가 자신이 좆됬단 사실을 알아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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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트 오리진. 그래. 이 유사게임 통발어플 속에 들어온 것을 알아버린 건 내 앞에 있는 거울 앞에 버젓이 있다는 사실과 함께 정리되지 못한 기억이지만 덜떨어지고 슈퍼스타가 되기 위해서 분위기 파악 못하는 토모같은 성격의 바이오로이드가 되어버린 것을 알았다. P-49 슬레이프니르. 통칭 뗑컨. 스카이나이츠가 최애였지만 하필 얘가 되어버린 건 좀 아닐까 생각했지만 어찌되었든 내가 갑자기 얘가 되어버렸단 사실에 너무 현실감이 없었다.

진짜 내가 뗑컨이 되었을까? 사실 이건 꿈이 아닐까? 그러기엔 이 뗑컨이 나고 멸망 전 좆간들의 병신짓과 그로 인한 개막장짓에 너무 생생하게 기억이 났던걸 보면 내가 진짜 뗑컨이 되었구나란 걸 알아버렸다. 그렇게 자신이 뗑컨이 되었고 그로 인한 혼란이 찾아 왔긴 했지만 이내 스스로 자신을 다독이며 침대에 누워 차분히 자신을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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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숨 자고 났을때, 내 방일줄 알았지만 역시 내 방이 아니었다. 꿈이 아니었단 것을 알아차리자 결국 인정 할 수 밖에 없었다. 난 진짜 뗑컨이 되어버렸다. 그렇게 인정해 버리니 온갖 생각이 다 난 것이 오르카호. 최후의 인간이 자신에게 찾아올거란 사실이 생각났다. 씨발 진짜 좆됬네. 이마를 탁 치면서 비명을 질렀다.

 눈 앞에 있는 무대설비와 화장품을 보면서 자신이 멸망 이후 밖에 있는 자신의 자매들은 미친 듯이 싸우고 있는데 자신은 슈퍼스타 생각하면서 놀고 먹는 준비를 하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진다면 쪽팔려 헤체기로 들어갈 것 같았다. 전대장의 권위건 뭐건 간에 스스로 자신이 어떤 상황인지 자각을 한 이상 프로젝트 오르카는 게임 속의 상황이지 실제 멸망 후 포스트 아포칼립스 상황이라면 이런 것은 모두 쓸모 없는 허상임을 인정해야 했다.

 결국 화장품과 무대설비는 눈물을 머금고 치울 수 밖에 없었다. 게임 상으로도 프로젝트 오르카를 못 보고 뗑컨으로 빙의했는데 스스로 프로젝트 오르카를 접을 수 밖에 없음에 슬픔을 느꼈다. 덜덜 떠는 손으로 무대설비를 치우는 자신에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이 몸도 알았겠지만 그렇다고 그건 이성이고 감성적으로는 받아들이기 너무 힘들었다. 하지만 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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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국 깔끔하게 치우고 나서 가볍게 음료수를 마시며 앞으로 오르카호에서 자신을 찾아올 때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결국 자신은 바이오로이드. 섹돌이었다. 인간의 도구로서 그들의 명령에 따르는 것에 기뻐하고 그들에게 봉사하는 것은 자신의 목표란 것이 정언명령으로 고정되었다. 그러나 자신은 또한 인간이었다.

 자신은 이 유사게임 통발어플이라고 비웃지만 이건 결국 게임이고 현실이 아니다. 그냥 정상적인 인간이라면 저 인류의 최후의 남자에게 봉사를 해야 하고 명령 받을 이유가 전혀 없다. 지가 돈 줄 것도 아니고 남자인데 왜 저 새끼에게 내 몸과 마음을 줘야 할까 반발심이 생겼다. 씨발. 난 남자라고 여자가 아니라고 저런 남자새끼하고 섹스를 한다고? 자살하고 말지. 씨발씨발. 구역질나는 생각에 더 이상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바이오로이드로서의 뗑컨은 인간의 명령과 봉사에 기쁨을 느꼈지만 인간으로서의 라붕이로선 남자에게 무보수로 명령을 따르고 남자에게 봉사를 해야 한다는 사실에 혐오를 넘어선 공포까지 느껴졌다. 결국 이 두가지 괴리감에 식음을 전폐할 정도로 고민할 수 밖에 없었지만 결국 평행선을 둘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고민의 고민을 거듭할때 드디어 그 날이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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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문학]라붕이가 사령관 말고 섹돌에 빙의되는 소설 있으면 좋겠다』 를 가져와서 한 편 썼다. 물론 이건 계속 쓰겠지만 당연히 아직 쓰고 있는 『[문학]사령관님 돌아와 주세요.』를 아직 완결 못 냈기에 완결 내고서 쓸 거야. 일단 찍먹 해봐. 그럼 나중에 보자. 좀 길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