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하아암…. ... 뭐지... 잠깐 잤나?

… 지금 몇 시지… 

...잠깐이 아니었네...”

 

리리스와 함께 더치걸들을 묻어주고 난 후 오르카호로 돌아온 나는 내 방에 들어가 정신 없이 잤다. 분수에 맞지도 않는 땅파기를 밤새 했더니 몸 씻을 겨를도 없이 골아 떨어졌다. 다행히 내가 들어올 때까지만 해도 사령관실 누워있던 더치걸들은 조용히 자고 있었다. 오랜 만에 편한 잠자리를 맞아서 그런 것인지 참 잘도 잔다. 하기사 피부를 기어다닐 듯이 소름 끼치는 소음과 피와 고름으로 가득 차서 차갑게 질퍽거리던 바닥, 또 그나마도 편히 눕지 못하고 서로의 어깨와 등을 배게 삼아 자던 아이들이었으니 침대에서 발 뻗고 자는 것만으로도 저렇게 잘 잘 수 있었을 것이다. 내일 잘 때는 이불이라도 덮어줘야지. 다프네들이 눈코 뜰 세 없이 휘리릭 만들어 놓은 간이 침대였기에 딱딱한 침대 위에 얇은 모포 하나 덮어주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그나마 사령관실의 벽 하나를 가득 차지한 커다란 유리창 너머로 일출이 시작되고 있었기에 방 안의 온기는 이미 따뜻하게 자기에 충분했다. 여기도 햇살이 이불을 덮어주고 있었다. 이런 생각을 하며 잠에 빠져들었던 기억이 난다.

 

이제 다시 리리스와 이야기할 것들이 많았다. 일단 맏언니가 주인님을 믿기로 했으니, 그 동생들은 맏언니를 따를 것이다. 그러나 내가 컴패니언 아이들에게 해준 것은 비밀의 방을 치울 수 있게 언니를 도와주는 것을 허락해준 것뿐. 아무리 주인님바라기인 하치코이어도 나를 받아주려면 시간이 많이 필요할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리리스가 방법을 고민해보겠다고 했다. 그래. 괜히 내가 나서기보다 하늘 같은 언니가 하는 것이 더 안정적이고 효과적일 것이다. 아무튼 확실한 것은 함 내에서 가장 빨리 내 편이 되어줄 수 있는 것은 컴패니언 임이 확실하다. 전에 봤던 발키리의 얼굴을 보면 시스터 오브 발할라는 꿈도 꾸지 못할 것 같고, 스틸라인이나 캐노니어는 이미 보고서에서 그녀들의 피해 상황을 보았을 때부터 포기했었다. 그 외에 몽구스 팀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리리스를 안아주면서 무슨 연애 소설의 주인공이라도 된 것 같은 고양감에 한껏 취해있었지만, 리리스를 사령관실 앞에서 떠나 보낸 이후에 다시 혼자가 되고 나니 괜한 감성에 빠져있었던 것 같아 부끄러움이 치솟는다.

 

그건 그거고, 일단 리리스에게 두 가지 명령을 내렸다. 아침에 일어나서 나를 만나러 오는 메이드들을 모두 물릴 것. 그리고 명령권에 대한 기초적인 방어 대책을 실시할 것이 그 명령이었다. 잠에 드는 것도 일단은 내 의식이 현실과 동떨어지게 되는 순간이다. 그러니 잠을 자고 나면 다시 그 미친 놈이 이 몸에 빙의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런 경우 매일 아침 나와야 하는 메이드들이 나오지 않는다면 이 미친 놈은 분명 그녀들을 호출할 것이다. 그 호출 신호가 이 위급 상황을 알리는 첫 번째 신호로 작동할 수 있게 배틀 메이드 아이들을 교육해달라 부탁했다. 물론 그렇게 되면 나는 무조건적으로 혼자 아침에 일어나 이것 저것을 준비해야 하는 몸이 되어버리니 좀 불편해지긴 할 것이다. 하지만 이런 메이드들이 한 명도 없었던 세상에서 살았으니 그 정도는 아무 것도 아니다. 좀 덤벙댈지 언정, 정신 차리고 살면 혼자서도 충분하다.

 

두 번째로 인간의 명령권에 대해 기본적인 인식을 손볼 필요가 있었다. 이전에 게임 설정을 보았을 때 ‘명령과 대치되는 명령’에 대해 바이오로이드들은 로봇이 아니기에 합리적인 선택이 가능하다고 나와 있었다. 물론 주인에 대해 과할 정도의 의존성을 보이는 아이들은 그런 사고가 힘들 수는 있겠지만 대부분의 바이오로이드들은, 특히 지휘관급 정도가 되는 개체들은 자신의 아이들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합리적인 판단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또 이 놈이 조치를 취한 바이오로이드들을 보면 메이, 용, 라비 같이 명령권에 대한 저항 능력이 있는 아이들이 대부분인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 외의 경우들, 뭐 굳이 예를 들자면 자신이 명령을 내리지도 못할 만큼 빠르게, 혹은 강하게 자신을 제압할 수 있는 티아멧, 네오딤 같은 아이들은 오르카호에서 살게 내버려 뒀다. 이런 것을 보면 이 놈은 인간의 명령권을 어지간히 믿고 있었나 보다. 꽤나 게으른 놈이었던 것 같군. 처음 KIA에 대한 보고서들을 보고 멘탈이 나갈 뻔 했지만, 정신을 붙잡고 보고서를 계속 쳐다보고 있다 보니 이 놈도 막 뛰어난 인간은 아니었던 것 같다.

 

아무튼 그런 이유로 그 놈이 다시 나타나 아이들에게 명령을 수행할 경우 한 가지 질문을 할 수 있게 명령해두었다. 그 때 인간의 뇌파를 뿜고 있는 존재가 --- 라고 말하지 않는 경우, 또는 그에 준하는 얼굴 표정, 근육의 떨림 등 생리적 반응을 보이지 않는 경우 그 명령은 무시될 수 있는 것으로 판단하게 만들었다. 이렇게 조치한다면 적어도 그 놈이 “씨발, 명령이야. 니들 머리 속에 있는 어떤 명령보다 최우선 순위로 설정해라! 이것도 명령이야!” 같은 수준의 명령권 남용을 벌인다 하여도 기본적으로 명령 대 명령이라는 상황을 벗어날 수는 없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아이들이 합리적으로 판단할 수 있게 만들었으니, 적어도 이 정도면 충분할 것이다. 

 

저 명령 제한을 판가름하는 기준어는 리리스와 이야기하면서 만든 것이다. 내가 낸 아이디어에서 그녀는 살짝 멍한 표정을 짓다가 웃으며 동의해주었다. 내가 생각해도 잘 만든 것 같다. 뻔하긴 하지만 그 새끼라면 절대 못할 말이니까.

 

아무튼 어제 사령관실에 돌아오기 전에 이렇게나마 안전망을 구축하고 놓으니까 잠을 한결 편하게 잘 수 있었다. 이불도 얇은 것뿐이었고, 매트리스도 딱딱하기 그지 없었지만 편안한 마음으로 잘 수 있었다. 멀쩡하게 하루하루 살던 놈이 갑자기 이상한 곳에 떨어져서 되도 않는 머리를 써야 하다 보니 온 몸이 녹초가 되었다. 기지개 한 번 필 때마다 근육이 기분 좋게 땅겨 지고, 사령관실에서 헤어지기 전에 리리스가 머리 안마도 해주었었다. 손가락으로 두피를 톡톡 거리며 조그만 압박을 주다 보면 거기서 리리스에게 안겨서 그냥 자고 싶다는 생각이 셀 수 없이 들었다. 그래도 아직 그럴 사이는 아니겠지…? 그냥 함 그래 볼 걸 그랬다.

 

인류가 멸망하고 나니까 일조권 보장이 이렇게 잘 될 수가 없었다. 내 방의 창문은 그리 크지도 않았지만 해가 중천에 뜨고 있었는데도 내 방 안으로 햇빛이 뜨겁게 비추고 있었다. 그러다 보면 햇빛을 직통으로 받고 있던 얼굴이 뜨거워서라도 일어날 수 밖에 없다. 일어나면 더 따가운 햇빛이 연속해서 나를 공격한다. 바다에 반사된 빛이 원래의 햇빛과 함께 내 눈을 때린다. 그러면 내가 화가 나서라도 잠에서 일어났다. 에휴… 나중에 잘 때는 베개를 반대로 놓고 자야겠다. 그럼 적어도 30분은 더 잘 수 있겠지.

 

일어나서 벌겋게 익은 내 얼굴도 식힐 겸, 화장실로 가 간단하게 샤워를 했다. 온수 장치도 제대로 안 돼있었나? 차가운 물이 쏟아진다. 햇빛에, 바다 반사광에, 이제 샤워까지, 피곤하고 자시고 정신 차릴 수 밖에 없는 삼박자가 절묘하게 나를 때린다. 이것도 업보 청산의 일종이려나…

 

이후 대충 옷을 입고 방 밖으로 나갔다. 방 밖에는 리리스가 기다리고 있었다. 혹시 모를 두려움에 떨고 있는 그녀에게 웃음을 건네자 그녀도 환한 웃음으로 대답했다. 일종의 묵언의 확인인 셈이다. 어제 너가 봤던 내가 아직 그대로란 사실을 알리는 확인 말이다. 리리스가 웃으면 덩달아 나도 신이 나서 계속 같이 웃어준다. 손으로 머리를 조금 쓰다듬어 줬다. 아마 한동안은 내가 이 공간에서 유일하게 웃을 수 있는 순간이지 않을까 싶다. 그래도 웃을 일 전혀 없던 그 때에 비하면 많이 나아진 거지.

 

자고 일어난 사이에 이미 사령관실은 말끔하게 청소되어 있었다. 리리스에게 물어보니까 내가 언제 일어날지 몰라 수복실에 자리가 나자마자 빠르게 옮겼다고 말했다. 내 입장에서도 다행이다. 아직은 나도, 그 아이들도 서로 만날 마음의 준비를 하지 못했을 것이다. 사령관실에 딱 하나 밖에 없는 책상 위에는 내가 어제 마구잡이로 던져 놓았던 보고서들이 가지런히 정리되어 있었다. 어제 다프네들이 와서 정리해줄 때 같이 해줬었나 보다. 

 

그런가 하면 책상 또 다른 구석에는 수복 관련 보고서들이 쌓여 있었다. 어떤 건 패널로 전자 보고서를 제출하는가 하면 여기는 또 종이로 직접 보고서를 작성해서 제출했다. 역시 윗대가리가 개판이었으니 보고 체계도 이렇게 난리가 난 것 같다. 나중에 한 번 대대적으로 정리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뭐, 그건 그거고 보고서들에는 현재 치료 중인 아이들과 함께 사망자도 적혀 있었다. 전에 비밀의 방에서 생체 신호가 약하다고 했던 12명 중 7명이 치료 중 사망했다고 나와있었다. 그 아이들은 대부분 기본적으로 팔 다리 하나씩은 없었던 상태였고, 그 상황에서 아무런 후속 조치 없이 살았으니 과다 출혈이 심각하게 진행되고 있었다. 심지어 공중에 매달린 상태였던 경우도 있으니 출혈을 막을 힘도, 방법도 없었을 것이다. 보고서에는 마취제가 부족하여 시술 도중 쇼크사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별다른 조치를 할 수 없었다고 나와 있었다. 바이오로이드 수복 과정에 마취제가 필요하던가? 내가 뭐 과학자였던 것도 아니고, 이곳에 온지 얼마 안 되기도 해서 이해는 잘 못하겠지만 통각 모듈을 제어하는 과정에서 내부적 결함이 확인되어 통각 제어를 외부에서 제어할 수 없었던 상황이라 했다. 아마 통각 모듈을 끄고 키는 과정이 불가능했다는 것이었겠지. 또 그 내부적 결함의 원인이 모듈의 장기간 활성화로 추정된다는 보고가 덧붙여 있었다. 비밀의 방에서 오랜 기간 힘들어 하다 보니 모듈이 맛이 간 것 같다 뭐 그런 뜻이겠지. 때문에 외부적으로 시술 시 자극을 줄여줄 마취제가 필요했는데, 그게 부족했고, 그거 없이 하려다가는 오히려 쇼크사할 수 있었으니까 별 방법이 없었다. 사망자에 대한 보고서를 대충 요약하면 이런 뜻이었던 것 같다. 

 

제 3자의 입장으로 보아도 마음 아픈 일이다. 내가 직접 가서 보지 않았으니 그 당시 아이들이 얼마나 힘들었을지 생각하기도 힘들다. 출혈이 멎지 않은 상태였을 테니 아이들의 팔 다리에서 피가 철철 흐르면서 하얀 침대 시트를 적시고 있었을 것이다. 바이오로이드들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끔찍한 시각 정보를 받아내면 순간 뇌가 정보를 처리하지 못해 멍해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 바이오로이드들이 사람은 아니기도 하고 다프네들은 의료용 모델로 제작되기도 했으니 나만큼은 어디었겠지만, 그래도 충격적인 광경이긴 했을 것이다. 내가 만든 지옥을 헤집어 또 다른 곳에서 지옥과 같은 풍경이 펼쳐지고 있었던 거다. 그 놈의 업보가 무섭긴 하다. 그 트라우마적인 광기가 껌딱지 마냥 달라붙어서 이 오르카호를 떠날 생각조차 하지 않고 있다. 

 

… 나중에 가능하면 애들 심리 치료도 병행할 수 있게 해야겠다. 그건 그렇고 죽은 아이들의 사후 처리에 관한 보고서는 아직 올라오지 않았다. 아마 급한 대로 수복실에 두고 있는 상황이겠지. 그래도 혹시 모르니 최대한 빨리 처리를 해줘야겠어. 아니면 전 사령관한테 명령 받은 대로 해체실에 집어 넣을지도 모르는 일이니.

 

의료 관련 보고서를 읽다 보니 관련된 다른 보고서들도 눈에 들어왔다. 일부는 수기로 작성되었고, 또 일부는 패널로 작성되었는데 이것 저것 보면 대부분 자원 탐사 중 다친 아이들에 대한 치료 허가 요청이었다. 다친 부분들을 보면 대부분 가벼운 부상보다 신체 일부 소실, 골절, 극단적 신체 기능 저하와 같이 심각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이런 경우 보통 자원을 소모해야 하는데 자원 이용에 대한 권한은 사령관에게 있었기 때문에 나에게 허가 요청서를 제출한 것 같다. 게임에서도 수복 여부를 내가 판단했었던 것이 이런 식으로 적용이 되고 있었던 모양이다. 다만 게임에서는 자원 탐사하다가 다친 바이오로이드들은 없었다는 것. 이 놈이 얼마나 막무가내로 자원 탐사를 보냈는지 알 수 있었다. 아마 이 오르카호가 이렇게 남아 있는 것도 그렇게 희생된 아이들 덕분이겠지. 불행인지 다행인지 이전 사령관 놈은 자원 탐사에 대해 좋은 결과를 가지고 온 아이들은 치료를 허가해주었었다. 발키리라던가, 미호라던가, 뭐 이런 아이들은 치료를 받을 수 있었던 것 같다. 

 

 

 

… 대충 의료 관련 보고서를 한 시간 정도 훑어 보고 있었는데 중복되어 올라오는 보고서 하나가 눈에 띄었다. 중증 스트레스성 장애. 일종의 PTSD인가? 그러나 보고서에는 부상이라던가 등의 외상에 대한 내용이 들어있지 않았었다. 아마 심각한 스트레스로 인한 기능 상실에 대한 내용 같은데 치료 대상이 눈에 띈다. 닥터.

 

흐음… 보고서를 읽다 보니 왜 닥터가 그렇게 미쳐갈 수 밖에 없었는지 대충 알 것 같았다. 오르카호 내부에 수술을 집도할 만큼의 생명 과학 관련 지식을 가진 사람이 닥터 말고 누가 있겠어? 다프네들이 더치걸들에 대해서 ‘수술’이 아니라 ‘시술’을 해야 했던 이유도 이것 때문이었나? 아무튼 닥터는 내가 오기 전에 사령관이 싸던 똥을 혼자서 전부 치워야 했던 것 같다. 낙태 수술 76회, 마취 및 기억 소거 관련 시술 159회, 바이오로이드의 효율적 분해 방법 연구 및 ‘실험’ 7회, 자궁 적출 시술 58회, … 이걸 어떻게 버텼는지는 둘째 치더라도 대체 이런 짓을 왜 해야 했을까 의문이 먼저 드는 것들 투성이였다. 자궁 적출은 또 왜 한 거야… 보고서로만 읽고 있었는데 현기증이 올 것 같다. 비밀의 방을 처음 들어갈 때 기분이 딱 이랬던 것 같다. 그 방은 이 새끼가 한 짓의 단면일 뿐이었지만, 닥터는 그 놈이 한 짓 거의 대부분을 처리해야 했던 것 같다. 그렇게 믿고 싶다. 왜냐면 만약 그렇지 않다면, 그건 이 새끼가 이 미친 짓거리 이외에 내가 알지 못하는 또 다른 미친 짓을 했다는 뜻이니까. 

 

닥터는 지금 상황에서 꼭 필요한 아이다. 전반적으로 기술에 대한 의존성이 강한 오르카 호에서 기술 전문을 총괄한다고 봐도 무방한 닥터가 없으면 이 오르카 호는 부활의 가능성이 없어진다. 그러니 가능하다면 빨리 닥터를 설득시켜서 나와 함께 일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닥터를 만나러 가야 한다. 염치 불구해서라도.

 

“리리스? 앞에 있니?”

 

“네. 주인님. 리리스. 인사 드립니다.”

 

사령관실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리리스가 짧은 치마 위로 두 손을 모아 고개를 숙였다. 닥터를 만나러 가기 전에 적어도 지금 상황이 어떤지 알 필요가 있으니 리리스에게라도 물어볼 생각이었다. 닥터에 대한 보고서를 찾으려면 또 하루 종일 선반을 뒤지고 있어야 했을 테니까.

 

“리리스는 닥터를 알고 있나?”

 

“넵. 오르카 호 내부에서 기술 전반을 담당했던 아이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러면 지금 닥터가 어디 있는지 아니? 보고서를 읽어 보니까 심각한 스트레스성 질환을 앓고 있다고 나오는데. 내가 지금 만나러 가기에는 조금 그런가?”

 

“…저… 그거에 대해서라면 우선 이걸 읽어보시는게…”

 

리리스는 말을 더듬으며 패널로 내게 보고서 하나를 보냈다. 보고서의 제목은 ‘신형 닥터 제조 허가 요청서’였다. 신형 닥터? 기술을 담당’했던’ 이라고 리리스가 말 했던 것으로 보아 적어도 기존의 닥터가 정상 기능을 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던 것 같다. 스트레스가 그렇게 심했나? 이런 생각을 하며 보고서를 찬찬히 읽어보던 나는 단순한 스트레스 때문이 아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닥터가 함 내부에서 타이탄에 탑승하여 사령관실로 이동하다가 닥터의 타이탄이 폭발함으로 인해 현 오르카 호 내부의 기술적 결함들이 해결될 수 없는 상황에 놓여있습니다. 이로 인해 현재 오르카 호의 지휘 및 의료, 기술 분야의 체계들을 정상 기능을 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지휘관급 및 기타 부관들의 만장일치로 신형 닥터 제조를 요청하는 바입니다.’

 

‘전임 닥터는 자폭 과정에서 심각한 부상을 입고 수복실에서 장기간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생체 신호가 위태로운 상황으로 최대한 빠른 후속 조치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전임 닥터의 심각한 정신 상태와 육체적 피로를 감안하고, 또 해당 수복 과정에서 드는 자원의 양이 비효율적으로 과도하게 필요하다는 사실을 토대로 저희 지휘관급 개체들은 신형 닥터 제조를 건의하는 바입니다.’

 

…머리가 지끈거린다. 눈 앞에는 별이 도는 거 같다. 사령관실로 타이탄을 끌고 갔다고? 보통 일이 아니다. 일단 이 좁은 복도를 커다란 타이탄으로 지나가겠다는 생각을 했다는 것을 보면 닥터는 정상이 아니었다. 리리스를 따라 복도를 걸을 때 전등 대부분이 나갔던 게 이것 때문인가? 그리고 그 새끼가 미쳤다고 타이탄을 타고 오라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애당초 자기 뒤처리만 잘하면 그만인 애를 부를 일조차 없었을 거다. 그럼 결국 닥터가 자발적으로 간 것이고, 타이탄을 타고 사령관을 만나려 했다는 것이다. 혹시 자기가 직접 가면 안되니까 타이탄으로 끓고 가서 사령관을 ‘사고사’하게 만들려는 생각이었을까? 말도 안 되는 이야기이지만 지금 말이 되는 상황이 몇이나 된다고… ‘실수로’라면 바이오로이드도 인간을 죽일 수는 있었겠지. 정신 상태를 생각해보면 그나마 이게 말이 되는 것 같다. 그 어린 애를 얼마나 몰아 붙였으면 사령관을 죽이려고 시도했던 것일까? 씨발… 그 때 그냥 죽지 그랬어… 아무튼 이후 보고서를 다시 읽어 보았다. 추신으로 이렇게 적혀있었다.

 

‘현재 오르카 내부 의료 책임자인 다프네 721호 및 자원 담당자 안드바리의 요청으로 전임 닥터의 제조건과 동일하게 신형 닥터에게 기억 주입 과정은 생략하도록 하였습니다. 이에 대한 사령관님의 의견을 받고 싶습니다.’

 

후우… 기억 주입 시술. 바이오로이드 개체 간의 연속성을 위해 이런 시술도 진행되고 있었나? 그래. 이 딴 곳에서의 기억 같은 것은 사라지는 것이 좋겠지… 씨발, 되는 게 없다. 그 새끼가 싸놓은 똥떵어리들 때문에 되는게 없다고. 기억 주입을 생략하겠다는 말 하나에 얼마나 많은 애들의 분노가 담겨있겠냐, 이 개새끼야. 대체 이 새끼는 여기가 이 따 따위 변할 때까지 뭘 한거지? 내가 전에 그 놈을 보고 철두철미하다고 했었나? 아니. 이 새끼는 그냥 병신이었다. 지 하고 싶은 거만 주구 장창 하다가 뒤질 새끼. 바이오로이드들은 자기 욕망에 익사시켜서 죽이고, 또 죽이다가 결국 마지막에 지 혼자 뒤질 새끼. 무용과 라비를 보낸 것도 그냥 자기 명령에 항명하는 게 꼴보기 싫어서 그랬던 거였을 거다. 이 새낀 미래가 없다. 그냥 지 하고 싶은 거만 하는 새끼였다. 씨발… 개 좆 같은 새끼… 제발 뒤져라. 제발 뒤져서 영원히 불타면서 고통 받아라. 제발 그래라. 제발 …… 씨발… 내가 뭔 잘못을 했다고….

 

 

 

 

“주인님… 괜찮으신가요..?”

 

리리스가 다가왔다. 걱정해주는 표정이었다. 조금 찡그린 미간 양 옆에 있는 눈동자에서 내 모습이 비춰진다. 이 새끼 얼굴이 이렇게 생겼었구나. 울고 있는 내 표정이 꼴불견이었다. 패널을 땅바닥에 집어 던지고 의자에 앉아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리고 있던 나였기에 안 그래도 짐승 같은 새끼의 얼굴이 더 못생겨졌다. 생리적 거부감. 내 몸뚱아리에 대한 본능적인 거부. 사람이 짐승 몸에 들어가면 이런 기분일까? 내가 그런 거 같다. 다 좆같다. 그냥.

 

“주인님… 천천히 숨 쉬세요. 부디 화내지 마세요.

부디 그 인간 같은 모습을 보이지 말아주세요…”

 

리리스가 가슴팍에 나를 안으면서 등을 토닥여준다. 또 내가 다시 못 보일 꼴을 보였구나. 나를 안은 리리스의 심장 박동에 맞춰 천천히 심호흡했다. 리리스의 냄새가 나를 차분하게 만들어 준다. 숨을 쉬면서 내 속에 이 아이들의 흔적을 남기고, 뱉으면서 그 새끼의 흔적을 치운다…. 들이 마시고… 뱉는다. 들이 마시고… 뱉는다. 천천히 천천히, 이 아이들에게 보여야 하는 ‘나’로 돌아온다.

 

“리리스… 지금… 닥터를 만날 수 있나? 상황이… 상황이 안 좋아 보이는데”

 

“주인님… 죄송하지만 지금 닥터를 보기에는 조금 힘들 것 같아요. 목숨을 유지하고 있는 것만 해도 다행인 상황이라고 하네요. 아마 시간이 조금 걸릴 것 같아요….”

 

“아니야, 그거면 충분해… 미안하다.”

 

앞으로 얼마나 리리스에게 의지해야 할까. 그 새끼의 잔재가 보일 때마다 분노하고 울 것 같아 미칠 텐데, 그 때마다 이렇게 리리스에게 안겨야 하는 건 꼴불견이다. 나도 심적으로 조금은 강해져야 한다. 리리스도 내가 이렇게 의지하는 게 부담일거다. 리리스가 기댈 수 있는 사람이 되겠다고 다짐해 놓고 이게 뭐 하는 꼴인가. 정신차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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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칸 소장. 뭐 얼마나 위급한 상황이길래 우리 4명을 모두 모이게 한거지?”

 

“…굳이 말하자면 ‘위급’ 상황이라기보다는 ‘긴급’ 상황에 가깝다.”

 

“어차피 이렇게 부를 만한 이유는 그 놈 말고 없을 텐데, 아닌가?

 

“그 놈이 사령관을 뜻하는 것이라면, 맞다.”

 

“그럼 위급 상황과 긴급 상황이 뭐가 다르지? 이번에는 뭐 좀 덜 잔혹한 성벽에 눈이라도 뜨셨나?.”

 

“내 개인적인 판단이지만, 이번의 일은 ‘위급’ 상황이 아닌 ‘긴급’ 상황에 더 적합하다고 생각된다.”

 

사령관이 리리스와 함께 닥터에 대해 논의하고 있을 때, 함 내의 다른 곳에서는 지휘관급 개체들의 회의가 진행되었다. 스틸라인의 마리, 시스터 오브 발할라의 레오나, 캐노니어의 로열 아스널, 몽구스 팀의 홍련, 앵거 오브 호드의 칸. 오르카 호에 남은 5개의 팀의 리더들이 모인 이 회의는 칸 소장의 주도 하에 진행되었다. 상황에 맞지 않게 지휘관급 긴급 회의를 호출한 것이 칸이었기 때문이다. 

 

사령관을 모신 이후로 이런 회의는 진행될 수 없었다. 매일 매일 어딘가 다치고, 부숴져 오는 자신의 부하들을 돌보기에도 24시간이란 시간은 부족했다. 거기에 걸핏하면 사령관은 자신들을 불러 학대하고 희롱했다. 억지로 성관계를 맺게 하는 것은 그런 것의 시작이었을 뿐이다. 쓸데없이 정력이 좋은 이 사령관에게 한 번 불려가면 내장이 쑤셔지고, 살갗이 찢어지는 그 지독한 고통을 몇 시간이고 버텨내야 했다. 자기가 좋은 체위를 만들었다며 망치로 뼈를 부숴 사람이 할 수 없는 신체 구조로 성관계를 하게 만들기도 하였으며, 오줌을 마시게 하던가, 기절한 채로 해보고 싶다며 기절할 때까지 뺨을 때리던가 하는 것도 드물지 않게 경험해야 했다. 그들은 한 부대를 이끌어야 하는 책무가 있었기에 이렇게 버티는 시간 동안은 자신의 아이들이 쉴 수 있겠지 라고 생각하며 버티고 또 버텨냈다.

 

그러나 사령관이 매일 매일 창의적으로 만들어내는 고문들은 이런 인내심을 갉아먹고 또 갉아먹었다. 특히나 발할라의 대장인 레오나는 처음 사령관과 만날 때 그 특유의 고압적인 태도로 사령관을 대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다른 대장들보다 족히 2배는 더 많이 고문을 경험해야 했다. 하루는 레오나에게 ‘근육에다가 박으면 어떤 느낌일지 궁금하다’며 레오나에게 녹슨 톱을 던지며 레오나의 허벅지를 잘라오라고 했었다. ‘자르기 편하게 톱도 가져다 줬고, 그래도 몸을 자르게 시키는 것보다는 낫다’며 자신의 자비로움을 역겹게 뽐내던 사령관을 보고 레오나는 혀를 내두를 수 밖에 없었다. 인간이란 것이 이럴 수 있구나. 명령권 뒤에 숨은 존재는 이런 일까지 시킬 수 있구나. 하지 않으면 알비스에게 가슴을 잘라오라 명령하고 그 지방에다가 박을 거라며 자신을 협박하던 사령관을 보고 레오나는 눈을 감을 수 밖에 없었다. 자신이 사랑해 마지 않는 그 아이들에게 이런 짓을 시킬 수는 없다며 톱을 들고 사령관 앞에서 자신의 허벅지를 자를 수 밖에 없었다. 소리 지르면 자매들에게도 시킬 거라는 사령관의 말에 산전수전 다 겪은 레오나는 태어나서 처음 맛보는 커다란 고통을 가장 고요하게 느껴야 했다. 그렇게 다리를 자른 후에, 레오나는 다른 곳도 아닌 허벅지 근육이 생으로 쑤셔지는 고통을 이 악 물고 참았다. 몇 시간 동안을.

 

이 일이 있은 후 레오나는 며칠 동안 정신이 나갔다. 닥터와 다프네가 다른 일 다 제쳐두고 레오나에게만 붙어 치료에 전념했기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그대로 쇼크사해 죽었을 것이다. 그녀의 부관 발키리가 다른 자매들이 알지 못하도록 입단속시켰기에 발키리를 제외한 그녀의 아이들은 그저 ‘사령관한테 가서 엄청나게 아픈 일을 당하고 왔다.’ 수준으로만 자신들의 대장의 상황을 알고 있게 되었다. 이후 다시 만난 사령관은 다리 한 짝 없는 꼴이 도구로서 좀 더 매력 있다며 치료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그래서 지금 회의도 휠체어를 굴리며 겨우 들어온 것이 레오나였다.

 

여기에 더해 안드바리가 매일 저녁 사령관실에 불려간다는 사실과 그 안에서 사령관이 안드바리에게 무슨 짓을 저지르는 지 칸이 전달해준 페더의 영상으로 확인한 레오나는 아예 말이 없어졌다. 가장 커다란 분노는 가장 차가운 표정으로 표출된다고 하였던가. 북방의 암사자라는 이명에 걸맞게 그녀의 얼굴은 세상 어떤 것보다 차가웠고, 그 모습에 칸마저 섬찟했을 정도였다. 그러나 그녀는 칸에게 고맙다는 말만 전했고, 칸 대장은 연합 전쟁에서의 기억보다 지금의 모습 속에서 레오나에게 동정심을 느낄 수 있었다. 이런 일을 다른 대장들이 모르는 것은 아니었기에 가장 사령관에게 분노한 지휘관을 뽑으라 한다면 어느 누구라도, 심지어 다른 지휘관 개체들이라도 망설임 없이 레오나를 선택할 것이다. 그런 그녀가 회의에서 말을 시작했다.

 

“위급이 아니라 긴급이라. 얘기를 계속 들어야겠어. 칸 대장.”

 

“고맙군, 자네들이 사령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모르는 것은 아니네만, 이 영상을 보고 어떻게 생각하는지 이야기해보고 싶어 모두를 불렀네.”

 

“얼마나 대단한 영상이길래 우릴 부른 건지 나도 궁금해지는군.”

 

오르카 호에 가장 늦게 함류한 까닭일지, 아직까지 호탕함을 잃지 않은 로열 아스널이 대답했다. 그녀 역시 사령관에게 오랜 시간 학대당했지만, 그녀의 당당함은 사령관에게 있어 구미가 당기는 것이 아니었다. 자기 발 아래 엎드려 덜덜 떠는 모습을 즐기는 자에게 대장부처럼 호탕한 모습은 매력적이기 보다는 기분 나쁜 것이었다. 이미 자기 식성에 맞게 개조된 바이오로이들이 넘치는 오르카 호에서 굳이 로열 아스널을 골라와 개조시킬 필요는 없었던 것이다. 물론 초면에 당당한 아이일수록 굴복시키는 맛이 있다고 하지만, 거기에 굴복될 로열 아스널이 아니었다. 오랜 시간 동안 사령관은 ‘칼로 난 자상에 바이오로이드가 얼마나 버틸 수 있나’라던가 ‘뇌를 직접 건들이면 너의 그 개 같은 성격도 변할 수 있을까’ 등의 위협으로 아스널을 입맛에 맞게 만들려 했지만, 그 때마다 당당한 대장부로서의 웃음을 보여주며 결국 캐노니어는 사령관의 눈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부대 중 하나가 되었다. 물론 그랬기에 캐노니어의 아이들은 다른 자매들을 안스러운 눈으로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그래. 페더. 영상을 틀어주도록 해라.”

 

“알겠습니다. 대장님.”

 

탈론 페더는 자신의 영상을 지휘관들의 패널에 보냈다. 원래라면 부관급 바이오로이드들은 지휘관들의 회의에 참석할 수 없게 되어 있다. 자세히 말하자면 원래는 가능하지만, 레오나의 부관인 발키리가 사령관에 대해 이야기할 때마다 불안 증세를 심각하게 보였기 때문에 부관들에 대한 배려 차에서 참석할 수 없도록 만든 것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페더 본인이 간청한 것이기도 했고, 칸도 이런 상황에 대해 지휘관들에게 이야기할 필요를 느껴 특별히 참석할 수 있었다.

 

“이 영상은 어제 새벽 1시 30분 경에 그 방 근처에서 찍은 사진이다.”

 

“그 방?... 각하께서 또 뭔 짓을 했기에…”

 

“걱정하는 것이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아니다만, 마리 대장. 일단 한 번 영상을 보도록 해라. 영상을 보면 알겠지만, 경호대장이 컴패니언 자매들을 이용하여 방 안의 인원들을 구출하고 있는 모습이 보일 것이다.”

 

“그래…어제 수복실에서 발키리가 돌아오면서 보고해줬어. 더치걸들과 키르케들이 갑작스럽게 들어왔다고. 이 방에서 구출되서 온 것인가?”

 

“영상을 보면 그런 것 같다. 또 경호대장이 이 구출 작전의 처음부터 끝까지 직접 개입하고 있던 것으로 보아 아마 꽤나 작정하고 일을 벌인 것 같았다.”

 

“분명 각하께서는 이 방 근처에 허락 없이 접근했다간 해체실로 보낸다고 하셨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경호대장이 직접 이렇게 한 것을 보면 사령관에 대한 반란의 일종이라도 한 것으로 해석하면 되는 것인가? 칸 대장.”

 

“나도 처음에는 그런 줄 알았네만,… 페더.”

 

칸 대장이 말을 마치자 마자 페더가 다른 영상을 보내었다. 덜덜 떨고 있는 사령관의 모습. 또 동시에 그 영상에는 하치코, 페더의 부축을 받아 수복실로 향하고 있는 더치걸의 모습도 보였다.

 

“… 이게 뭐 하자는 거지?”

 

칸을 매섭게 쳐다보며 아스널이 말했다. 혹시나 사령관의 사주라도 받아 자신들에게 거짓 정보를 전달하게 만드려는 속셈이 아닌지 의심스러워 하는 표정이다.

 

“영상대로다. 아스널 준장. 이 영상에서 보여주는 각도라면 사령관은 더치걸들이 구조되는 것을 보지 못했을 리가 없다. 그러나 묵인했지. 1시간이 넘게 진행되는 작전에서 내내 보고만 있었다는 것이다.”

 

“…”

“…”

“…”

“…”

 

칸을 제외한 홍련, 마리, 레오나, 아스널 모두 말이 없었다.

 

“… 그래서, 뭘 말하고 싶다는 거지? 확실히 해줬으면 좋겠는데.”

 

“뭔가를 말하고 싶다는 것은 아니다. 그저 이 상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의견을 묻고 싶어서 회의를 소집한 것이다.”

 

“…확실히 긴급 상황이긴 하군.”

 

“각하께서 갑자기 마음이 약해지기라도 하신 것인가?”

 

“…적어도 저희 몽구스 팀에서 보았던 사령관님의 모습과는 다르긴 한 것 같군요.”

 

페더를 포함해서 회의실에 있던 모두가 멍해질 수 밖에 없었다. 이성적으로 판단하기에는 너무 이질적인 장면. 자기 손으로 자신의 작품을 부수는 사령관에 대해 어떻게 판단해야 할지 답을 내릴 수가 없었다. 그 동안 자신과 자신들에게 행했던 짓들을 생각해보면 여전히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하지만 자신들이 당했던 어떤 일도 이 방에서 고통 받던 더치걸들에 비할 수는 없으리라. 지금의 사령관은 방의 모습만을 보는 것으로 구토하기에 바빴지만, 그곳에서 행해지던 일들을 직접 보았다면 아마 아무런 미련도 없이 웃는 얼굴로 자살했을 것이다. 개새끼보다는 악마라는 말이 더 어울린다며, 악마는 사라져야 한다며 기쁜 마음으로 죽음을 택했을 것이다. 그런데 그런 더치걸들을 직접 풀어주었다. 사령관의 애정이라 부를 수도 없는 집착을 가장 많이 받았던 것이 이 방 속의 더치걸들이었다. 매일 아침 꼬박꼬박 방문하며 식물 키우듯이 더치걸들을 고문했다. 그런데 그걸 풀어주었다.

 

“…그래서 뭐.”

 

레오나가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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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 : https://arca.live/b/supernerimk2?category=%EC%86%8C%EC%84%A4&target=title&keyword=%EC%A1%B0%EA%B8%88+%EC%9D%B4%EC%83%81%ED%95%9C 


모음집 : https://arca.live/b/lastorigin/20710101


원작 1화 보고 생각했던게 4화까지만이어서 전에 마무리가 너무 깔끔해서 그게 부담이네오

아무튼 이제 좀 새로운 파트로 들어갈 거 같은데 

나중에 레오나도 애호할거임. 레오나 혐성 아님


이제 부관을 누구로 해야하나..

절대 애 호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