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편) 스정게 악질분탕 철남충.txt

(2편) 스정게 호감고닉 레아.txt

(3편) 스정게 종신주딱 유미.txt

(5편) 스정게 징용파딱 그렘린-完.txt



 


  실제 작성자가 사령관과 광란의 12라운드를 뛰고 숙소로 돌아와 정액에 부른 배를 쓰다듬으며 글을 작성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 사실은 중요하지 않았다. 본의 아닌 비틱질이라 하더라도 당하는 사람이 모른다면 성립되지 않으니까. 그러므로, 그녀를 모르는 스정게 이용자들은 그저 그녀의 꾸준함과 욕망을 향한 솔직한 집념에 경의를 표할 뿐이었다. 처음 시작했을 때에는 한낱 관심종자 취급을 받으며 모두의 안쓰러운 시선과 비웃음을 샀지만, 그것이 두 달, 세 달, 네 달째에 접어드니 경외로 바뀌었다.

 

 물론 다른 사람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는 그녀의 성격 특성상, 본인은 그러건 말건 오늘도 12라운드 동안 클로즈드 가드 포지션에서 사령관의 필사적인 디펜스로 뒷구멍에 마수를 뻗치지 못했다는 아쉬움에 침대 위에서 단말기로 스정게 화면을 보며 엉덩이를 벅벅 긁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그녀의 행보를 배틀 메이드 숙소에서 아니꼬운 시선으로 쏘아보는 바이오로이드가 하나 있었다.

 

 “끄으응…….”

 

 요전에 3일 차단당한 이후로 나름대로 자숙하며 스정게에서의 언행을 스스로 단속하고 있는 앨리스였으나, 그래도 눈팅은 멈추지 않고 그녀 나름대로 범인을 색출해내려고 하고 있었다. 자신과 그 유동닉의 키배를 지켜보며 얄밉게 쪼개고 있던 것도 잊지 않았고, 그 유동닉의 행동을 지지하는 듯한 댓글을 다는 것도 보았다. 그리고 특유의 뻔뻔한 언행에 문장 몇 줄로 남을 격노하게 만드는 언변, 거침없는 단어 선택…….

 

 그렇다. 그녀는 이 고정닉을 의심하고 있었다.

 

 끝끝내 고민하던 앨리스는, 자신이 당했던 방식과 비슷하게 살살 긁어보기로 했다. 예전처럼 감정에 맡겨서 급발진했다가는 위험하다는 것을 알았기에, 규정에 저촉되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손가락을 놀렸다.

 

 

 이미 이전 건으로 주시가 박혀있는 만큼, 앨리스는 직접적인 분쟁을 피해야 했다. 언니를 파는 조금 번거로운 방법을 택하긴 했지만, 어쩔 수 없는 부분이었다. 그래도 효과는 확실할 것이다. 진짜로 쪽지를 주면 캐내기 한층 쉬워지니 베스트였고, 도발에 낚여서 날뛰어주면 오히려 고마웠다. 안 그래도 별로 마음에 들지 않던 사람이었으니까.

 

 “후후후…….”

 

 대놓고 깔보는 듯한 언사에 혼자 폭발해서 오만소리를 다 쏟아내더라도 반응하지만 않으면 차단의 철퇴는 상대방에게만 내리쳐질 것이다. 그리고, 자신은 어지간한 모멸에도 반응하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이미 이전의 사례들로 교훈을 얻고 치욕을 곱씹으며 스스로를 단련했으니, 아무리 추잡하고 저급한 모욕과 욕설이라도 자신은…….


 

 앨리스의 몸이 우뚝 멈추고, 어깨가 굳었다. 잠시 후, 손가락만이 살아 움직이며 자판 위를 내달렸다.

 

 

 “후우…….”

 

 앨리스는 깊게 심호흡했다.

 


 “그래, 언제나 품위 있게. 저는 배틀 메이드의 걸작이며 삼안 산업의 히든카드인…….”

 


 “이, 이, 이, 이, 이 년이이이이이이이이~!!!”

 


 앨리스는 아스널의 단 세 글자짜리 패드립에 넘어가며 수십 단어로 받아치기 시작했다. 실로 기적적인 가성비였다.

 

 “아~ 진짜! 왜 또 싸워!”

 

 댓글이 갑자기 많아지는 것을 보고 뒤늦게 달려온 유미에게 둘 다 철퇴를 맞게 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였다.

 

 고정닉 사령관항문약탈자는 초범이니 3일 차단, 고정닉 AliceInWonderland는 이전 전과까지 해서 두 번째이니 7일 차단을 때리고 마무리하려던 그때였다. 스정게에 유동닉으로 차단에 억울함을 호소하는 글이 올라왔다. 이번에 차단한 고정닉 둘 중 하나겠지. 유미는 작게 한숨을 내쉬며 글을 살펴보며 답글을 달기 시작했다.

 


 유미는 머리를 감싸 쥐었다. 분명 말도 안 되는 궤변이었지만, 거의 일주일째 밤샘을 하고 있는 피로한 두뇌는 뻑뻑해질 대로 뻑뻑해져서 도통 돌아가질 않았다.

 

 심지어 그녀의 장광설에 좋다고 말려든 여러 분탕종자들이 ‘느금마’는 욕이 아니니까 규칙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식으로 몰아가기 시작했다. 꼬여들어서 한 마디씩 거드는 댓글들은 귀신같이 익명 아이피에 유동닉밖에 없었다.

 

 격분한 유미는 아이디를 조회해 신원을 캐내 보려고 했다. 하지만, 그녀의 권한으로는 조회할 수 없는 아이디라고 뜰 뿐이었다.

 

 “하씨, 누구야 진짜…….”

 

 점점 개판, 아니 느금마판이 되어가며 씹창나는 스정게를 보면서 유미는 팔을 감싸 안고 머리를 묻었다.

 

 “다…… 꺼졌으면…… 좋겠다…….”

 

 작은 한탄과 함께 야속한 세상의 밤만이 깊어갔다.

 

 

**

 

 

 유미는 이미 한계에 달해 있었다. 오늘도 결국 모처럼의 비번날 밤을 분탕들을 쳐내느라 통째로 다 써버리고 말았다. 아침 해를 맞이한 유미의 머리카락은 윤기를 잃고 푸석푸석해졌고, 입술은 말라붙어 갈라져 있었다. 얼굴빛은 누렇게 떠서 가라앉아 있었고, 무엇보다 흐리멍덩한 눈은 이미 반쯤 건너면 안 되는 강을 건너고 있었다.

 

 “분탕을 치는 놈은 누구냐.”

 

 제정신이 아닌 상태에서 입가에 고인 침과 함께 굴러떨어진 말이었다. 이미 여자로서 끝장, 아니 인간으로서도 아슬아슬한 몰골이었다.

 

 사실, 유미의 능력이라면 굳이 스정게의 제한적인 IP 기록 접근 권한에 얽매이지 않더라도 특정 시간에 어떤 이용자가 해당 IP 대역을 이용했는지 조회하는 일은 식은 죽 먹기였다. 그녀가 담당하는 Lonely Cross의 회선을 조금만 뜯어본다면 익명 아이피건, 고정 아이피건 바로 발가벗겨서 누구인지 알아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가 그럴 수 없는 이유는 기술적 문제가 아닌 다른 곳에 있었다. 바로 ‘권한’이었다. 그녀는 인간님의 명령이 아니면 자신이 들고 다니는 이동형 기지국을 이용하는 고객들의 신상을 파악하는 것조차도 마음대로 할 수 없었다. 하급 바이오로이드에게 수사기관에서 요청이 들어와야 제공될 정보가 갈 가능성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펙스의 세심한 안배였으나, 지금 유미의 처지에 있어선 족쇄 그 이상도 아니었다.

 

 그렇다고 해서 사령관님께 명령을 요청하는 방법은 너무 위험했다. IP를 조회하려는 경위를 솔직하게 실토해야 할 텐데, 그러려면 정전 이야기부터 거슬러 올라가야 했다. 그날의 진상을 사령관님이 알게 되신다면, 스정게와 시크릿 네트워크에 피바람이 불 것은 뻔했다.

 

 이 모든 제약을 회피하는 방법은 최고 보안 등급이 걸린 사령관님의 개인 노트북 단말을 직접 이용하는 방법밖엔 없었다. 사령관 권한이라면 암호화가 되어있는 IP의 뒷자리를 모두 열람할 수 있고, 그에 따라 익명 IP의 추적이 가능해질 것이다. 저번 보안감사 때 한번 자신이 대신 들어가서 결재를 한 적이 있으니 비밀번호는 이미 알고 있었다.

 

 그래도 여전히 너무 무모하고 위험한 방법이었다. 자칫 잘못 걸리면 스파이로 오인당해서 오르카 호에서 추방당해도 할 말이 없었고, 가장 가벼운 처벌이라고 해도 모듈을 반납하고 일상 업무로 돌려지게 될 것이었다. 리스크를 생각한다면 절대 못 할 짓이었다.

 

 “분탕을 치는 놈은 누구냐.”

 

 그리고 유미는 그런 못 할 짓도 저질러버릴 준비가 되어있었다. 이미 눈에 뵈는 게 없으니까.

 

 유미는 사령관님의 개인 숙소로 향하는 신호를 잠시 단절시켰다. 수 분이 지나고, 사령관님으로부터 호출이 들어왔다. 비번에 미안하지만, 통신이 잘 잡히지 않는다는 내용이었다. 유미는 신호 증폭기를 창처럼 앞으로 내밀고 복도를 터벅터벅 걸어갔다.

 

 “신호가 약한 놈은 누구냐.”

 “아, 유미야! 요즘 접속 뜸하던데, 오늘 밤에 같이 듀오나 허쉴…… 흐이익?!”

 “신호가 약한 놈은 누구냐.”

 

 마주친 그렘린의 경악을 뒤로하고 유미는 자신의 목표를 향해 사령관의 개인 숙소로 나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