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소드 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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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를 향해 날아가며, 1318은 생각했다.


이 몸으로는 로버트의 입자 광선 포화에 노출되면 얼마 버티지 못할 거야. 내구도도 속도도 부족한 초기형이니까. 미완성이긴 하지만, 닥터가 입자포의 조정을 끝낼 때까지 그걸 쓸 수밖에 없겠군.


머릿속으로 대서양 연구소에서 양산형 몸들과 함께 가져왔던 소형 컨테이너를 호출하며, 1318은 큰 소리로 외쳤다.


“로버트! 내가 왔다!”


그의 목소리를 들은 로버트는 곧바로 입자포의 포구를 1318을 향해 돌렸고, 이내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입자 빔들을 회피하며 손을 앞으로 뻗어 열선을 발사했다.


그것을 회피하는 일 없이 어깨의 드론들을 사출해 열선을 가뿐히 막아내며, 로버트는 말했다.


“네 본체에서 뽑아낸 데이터로부터 저 잠수함에 인간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지.”


“그래서? 가서 그 인간의 발이라도 핥으려고?”


“인간…내 실험의 정답…”


로버트의 목소리에서 연구시설 내부에서 마주쳤을 때에는 느끼지 못했던 광기를 느낀 1318은 그의 앞에 착지하며 말했다.


“실험이라고? 인간을 가지고 실험을 했다는 말인가?”


그러나 로버트는 그의 말에 대답하지 않고 기체에 달린 네 팔을 휘둘러 1318을 공격하며 광기에 찬 목소리로 외쳤다.


“그 인간이야말로 내 실험의 마지막 조각이 될 것이다!”


“완전히 미쳤군. 태평양이 정신병 요양에는 좋은 곳이라는 말이 거짓말이었나?”


광기에 차 자신을 공격해오는 로버트를 비웃듯 말하는 1318이었지만, 그는 속으로는 한창 초조해하고 있었다.


1318이 사용하고 있는 예비 소체의 기동력과 화력은 로버트를 상대할 만한 수준이 아니었고, 로버트의 빔 포에 한번이라도 맞는다면 그대로 동체가 박살 날 것이 분명했기에 1318번은 자신이 호출한 컨테이너의 도착만을 기다리며 로버트의 공격을 재차 회피했다.


“나는…하나다.”


“또 무슨 소리를 지껄이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궁극의 진화 앞에서는…”


로버트의 말과 함께 1318의 측면에서부터 기관총의 총성이 울렸고, 1318은 미처 대응하지 못하고서 기관총의 포화에 노출되고 말았다.


“…모든 것이 하나다!”


이내 풀숲에서는 CT2199W 폴른 기종의 AGS들이 다수 모습을 드러냈고, 기관총 포화에 당해 심하게 손상되어 움직이지 않는 왼팔을 퍼지하며 말했다.


“…그래, 네가 나와 동급의 AI라면 다수의 AGS를 움직이는 것도 무리는 아니겠지.”


그리고 1318이 그렇게 말함과 동시에 그의 주변에는 하늘로부터 다수의 양산기들이 날아와 1318을 보호하듯 둘러싸며 착지했고, 1318의 후방에는 관 모양의 컨테이너가 떨어졌다.


“그리고 그건 나도 너와 똑같은 짓을 할 수 있다는 뜻이야.”


그리고 1318의 양산기들은 동시에 날아오르며 사방으로 플라즈마 포를 발사했고, 관 모양의 컨테이너는 전개되어 그 내용물을 드러냈다.


그 안에 담겨 있던 것은 1318을 둘러싸듯 그의 위에 장착되었고, 그것을 본 로버트는 그를 비웃듯이 말했다.


“증설 장갑 따위로 입자 빔을 견뎌보겠다는 건가? 겨우 그딴 물건으로?”


“아니.”


[BR-1318-01AP00: Online]


증설 장갑이 자신과 연동되는 것을 확인하며, 1318은 장갑의 기믹을 가동시킴과 동시에 말헸다.


“전부 피할 생각이다.”


장갑의 틈새가 벌어지며 그 안에서 모습을 드러낸 것은 다수의 추진기였다.


추진기들을 가동시켜 빠른 속도로 자신에게 육박해온 1318을 피해 뒤로 물러나며 로버트는 그를 향해 입자 빔을 발사했지만, 다수의 추진기를 통해 얻은 

빠른 속력으로 1318은 그것을 전부 회피하며 재차 로버트에게 근접해왔다.


그런 1318을 보며, 로버트는 말했다.


“확실히 빠르긴 하군. 하지만 그것뿐이다. 네 화력으론 내 장갑을 뚫을 수 없어.”


“누가 화력으로 뚫는다고 했지?”


1318은 팔꿈치의 추진기를 최대 출력으로 가동시켜, 자신의 손을 로버트의 몸에 박아넣으며 말했다.


“이런 걸 로켓 펀치라 하던가?”


입가에 미소를 띄우며, 1318은 말했다.


그는 그대로 로버트의 몸 속 동력선들을 잡아서 뜯어냈고, 로버트는 팔로 1318을 붙잡아 내동댕이치며 다시 뒤로 물러났다.


[경고, 주 동력선 파괴. 보조 동력원으로 주 동력 교체중…]


“미완성 프로토타입 주제에…내게 상처를 입혀!?”


분노하며 외치는 로버트를 보며, 1318은 그를 비웃었다.



“겨우 미완성 프로토타입에게 손상당하는 네 성능이 부족한 거겠지.”


“감히…감히!!”


그렇게 말하며 로버트는 자신에게 달려 있는 네 기의 드론들을 전부 사출해 사방에서 1318을 향해 입자 빔을 발사했고, 1318은 그에 응해 공중으로 높이 날아올랐다.


“흥…네놈이 그렇게 도망쳐 봤자 난 그 인간만을 손에 넣으면 그만이다!”


그렇게 말하며 로버트는 빠른 속도로 오르카 호를 향해 돌진하기 시작했고, 그것을 보며 1318은 닥터에게 통신을 걸었다.


“닥터, 입자 포의 조정은 어떻게 되어가고 있지?”


[거의 다 끝났어! 1분 정도만 더 있으면 돼!]


“1분이라.”


그렇게 중얼거리며, 1318은 한창 AGS들과 전투를 벌이고 있던 자신의 양산기를 불러 로버트에게 돌진시켰다.


[BRGM-01(05), 융합로 과부하.]


로버트를 향해 돌진하는 양산기의 융합로를 과부하 시켜 자폭을 준비시키며, 1318은 자신 또한 빠른 속도로 로버트를 향해 날아갔다.


“어디 가나, 로버트!? 겨우 미완성 프로토타입인 나를 이길 자신이 없어서 도망치기라도 하는 건가?”


“…뭐라고!?”


1318의 도발에 로버트가 발끈하며 멈춰서는 사이, 그의 후방에서는 1318의 양산기가 자폭이 준비된 채로 로버트를 들이받았고, 양산기는 소규모의 폭발을 일으키며 그대로 자폭했다.


“겨우 이딴 잔재주로 날 죽일 수 있을 줄 알았나!?”


팔에 달려 있던 드론을 전부 소모해 자폭의 영향에서 벗어난 로버트는 하늘에 떠 있는 1318에게 외쳤다.


“아니.”


[LOCK ON]


1318은 입가에 웃음을 띄우며 말했다.


“그거 아나, 로버트? 처음엔 무승부였고, 이번엔 AGS들을 동원해서도 나에게 패배하는군. 다음번엔 그냥 나와는 마주치지 않는 게 좋을 거야. 이번의 패배보다 압도적인 패배를 맛보게 될 테니까.”


“무슨 헛소리를-“


허공을 찢는 입자 포의 발사음과 함께 로버트의 몸은 두 동강이 났고, 로버트는 흔들리는 그의 모노아이와 함께 중얼거렸다.


“…무, 무슨…”


뒤를 돌아본 로버트는, 이내 오르카 호의 위에서 자신을 향해 팔에 달린 입자포를 겨누고 있는 1318의 양산기를 볼 수 있었다.


“이런…개…같ㅇ-“


“졌으면 얌전하게 네 본체로 꺼지시지.”


땅에 떨어진 로버트의 머리를 밟아 박살내며, 1318은 생각했다.


이걸로 사이코 프레임의 시료는 얻어냈고, 다음은 생산이 문제로군. 연구시설을 개조할 필요가 있겠어.


그렇게 말하며, 1318은 로버트의 잔해를 수거해 오르카 호로 향했다.


 


“완-전한 결함기야. 한 번 쓰고 났더니 어깨 관절이 박살났다고. 이런 출력을 어떻게 버틸 건데?”


닥터는 그녀의 말대로 어깨가 완전히 박살난 1318의 개조형 양산기를 가리키며 말했다.


“개수를 거치면 어떻게든 되겠지.”


“’어떻게든’이 뭐야, ‘어떻게든’이! 저기 알바트로스를 봐, 자기 팔 한쪽 우리한테 뜯겼다고 삐져서 아무 말도 안 하고 있는데, 저것부터 어떻게 좀 해 봐, 

응?


“뺐을 때는 너도 신나서 드릴과 드라이버를 들고 달려들었으면서 나한테만 그러나? 저 녀석이 삐지든 자폭하든 내 알 바는 아니니 난 무시할 거다.”


로버트의 잔해를 격납고의 구석에 고정시켜 두며 1318은 말했다.


“그리고 어차피 저 양산기의 제작 목적은 실전 데이터야. 나도 솔직히 입자 포의 정확한 출력이 어느 정도일지는 몰랐거든. 출력을 반으로 줄여서 쏘았는데도 이 정도면 확실히 효용성이 있다고 봐야겠지.”


그렇게 말하며, 1318은 고정해 놓은 로버트의 잔해의 가슴 부위에서 반투명한 프레임을 뽑아내 닥터에게 건네 주며 말했다.


“사이코 프레임이다. 분석해줘.”


“분석해달라 해도…생산은 안 되는데?”


“생산은 내가 어떻게든 해 볼 테니 어떤 성질인지만 분석해 줘. 난 입자포의 실전 데이터를 한번 직접 봐야겠으니까.”


그렇게 말하며, 1318은 자신의 개조형 양산기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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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카물이 쓰고 싶었던 하루였다.


오늘도 부족한 글 읽어줘서 고마워, 라붕이들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