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서오... 아, 사령관! 어서와! 오늘은 뭘로 할래?"


"안녕 아우로라. 오늘은 초코두유로 부탁해."


"응, 잠깐만 기다려?"


마음이 편안해지는 향기로 가득 찬 오르카 카페는 오늘도 힘든 하루 중 작은 쉼표가 되어주고 있었다.


"승리!"


"승리. 고생이 많아 브라우니, 레프리콘."


이런저런 경례와 인사를 받아주던 사령관은, 문득 한구석 테이블에서 LRL과 토모, 그리고 스틸 드라코가 앉아있는것을 발견했다.


각자의 앞에 반쯤 마신 음료잔과 함께 LRL은 연필을 들고 자신의 앞에 펼쳐진 노트에 집중하고 있었다.


"으으... 15+15는... 으윽... 잘 모르겠다... 30이 아니더냐?"


"그게 아니지. 자 봐봐. 이런 수식은 제일 작은 자릿수부터 풀어주는거라고."


그때 카운터에 등을 기대고 있는 사령관의 볼에 차가운 감촉이 전해졌다.


"자, 주문하신 시원하고 달콤하고 고소한 초코두유 나왔습니다~"


"응, 고마워. 근데 저런 모임 자주 있는거야?"


사령관은 컵을 기울여 음료를 한모금 마시며 세사람이 앉은 자리를 가리켰다.


"응? 아, 스터디 말이지? 요즘 종종 있어. 아무래도 달콤한걸 마시면서 하면 공부가 잘되잖아? 좋은 향기도 나고. 집중이 잘 된다나봐. 책을 좋아하는 대원들도 자주 들러. 자리가 없을땐 어쩔 수 없지만..."


"그렇구나."


짧은 대사를 마친 두사람은 이내 세사람이 앉은 자리로 다시 시선을 돌렸다.


"그래서 이 시점에서 인수분해를 해서 근의 공식에 도달하면 답은 50이 나온다 이 말씀!"


"역시 드라코야. 이렇게 쉽게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은 아마 드라코밖에 없을걸?"


"대... 대체 무슨 말을 하는것인지 이해할수가 없도다..."


"우음... 역시 어린애한텐 너무 어려운 문제인가? 자, 처음부터 다시 설명하자면..."


"쿨럭쿨럭...!"


"사, 사령관! 괜찮아?


격하게 기침을 하며 자신의 바닥과 옷에 음료를 뿜어내는 사령관과 그런 그의 등을 쓰다듬으며 진정시켜주는 아우로라였지만 세사람을 보는 두사람의 시선은 커다란 해일을 만난 배마냥 이리저리 흔들리고 있었다.


"이 녀석들아! 지금 뭐하는거야!"


"어, 사령관? 왜 그렇게 화를 내는거야...? 우린 그저 공부를 가르쳐주고 있었을 뿐인데..."


"아니, 순 엉터리 과정... 그것보다 애초에 답부터 틀렸잖아!"


"잠깐, 엉터리니 답이 틀렸다니 계속 말하는데... 대체 뭐가 틀렸다는거야?"


"15+15는 30이잖아!!!"


사령관의 절규에 잠시 조용해진 토모와 드라코는 서로를 바라보더니, 이내 당황한 표정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사, 사령관? 진심으로 하는 소리야?"


"농담이지? 아무나 붙잡고 물어봐도 15+15는 50이라고 말한다고?"


오, 맙소사.

그들은 진정으로 15+15를 30으로 생각하는 것이였다.


"자 LRL! 15+15가 뭐라고?"


이리저리 눈을 굴리던 어둠의 프린세스는 이내 사령관이 기대했던 답을 불러주었


"오... 50이니라!"


사령관은 절망했다.


"...좋아. 그렇다면 아무나 붙잡고 물어보자고. 15+15가 뭔지 말이야!"


그렇게 외친 사령관은 주변을 돌아보았다.


때마침 마이티R이 카페테리아로 들어와 아직도 흔들리는 동공을 진정시키지 못한 아우로라에게 주문을 하고 있었다.


"아메리카노 2L 얼음 잔뜩 넣어서 한컵 포장... 아, 사령관님! 안녕하세요?"


미소를 띄며 사령관에게 인사한 그녀는, 이내 엄청난 기세로 양 어깨를 잡아오는 그를 보고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저기, 무슨 볼일이라도...?"


"마이티R, 잘 듣고 대답해줘. 15+15는 얼마지?"


그 말을 듣고 잠시 넋이 나간 그녀는 이내 얼떨결에 그의 질문에 대답을 해주었다.


"다, 당연히 50이죠."

봉은 뭐, 귀신이 들어주나요?


그러나 사령관은 그녀의 뒷말을 듣지 못한채 울부짖으며 밖으로 뛰쳐나갔다.
















...




오르카의 소소한 일상은 사령관이 한가지 현상금을 걸며 술렁이기 시작했다.



[15+15는 얼마인가! 맞추는 대원에게는 나와의 동침기회를 두번, 그게 싫다면 50개의 참치캔을 주겠다!]



모두가 술렁였다.

이렇게 쉽게 동침기회를 따내는것인가?

특히나 둠브링어쪽에선 사령관실로 가는 대원들을 육탄으로 막아내며 자신들의 대장이 지나가도록 몸싸움을 벌였다는 소문도 들려왔다.


그러나 함 내에서 소위 지식인층이라 불리는 리앤, 아르망, 하르페이아등이 도전하였으나 풀이에 실패하였고, 이런것조차 모른다는 타박을 듣고 힘없이 등을 돌렸다는 풍문이 들려오자 상황은 변하였다.



"그... 우리가 모르는 무언가가 있는게 아닐까...?


"레오나 대장, 대체 그 문제에 숨겨진 속뜻이 뭔지 모르겠다며 소리질렀다는데..."


"토모랑 드라코가 뭔가 알고 있다 들었어. 그런데 말이야... 저번에 레모네이드씨도 두사람에게 뭔가 알려달라고 뇌물까지 줬는데 아무것도 안알려줬대."


그렇게 이틀이 지나고 또 이틀이 지났을 무렵엔 아무도 이 난제에 도전을 해오지 않았던 것이다.


"어째서, 어째서 이 간단한 문제를 아무도 맞추지 못하는거야!!!"


사령관은 책상을 내려치고 이상한 소리를 내며 발광하더니 이내 나이트앤젤의 지시를 받고 자신의 옆을 지키고 있는 밴시를 향해 외치는 것이였다.


"그래서! 메이는 대체 언제 온다는거야!"


"나이트앤젤 대령이 끌고오고 있다 합니다."


"후우... 도대체가... 밴시! 너에게 15발묶음 기관총탄 클립이 두개가 있어. 그럼 너는 총 몇발 쏠 수 있는거지?"


"총기 상태와 탄약의 상태, 그리고 주변 환경에 따라 다릅니다만... 이론상 30발 사격 가능합니다."


"좋아! 아주 좋아! 그럼 15+15는 얼마야?"


그 때 문을 박차고 메이가 들어왔다.

목 밑까지 시뻘겋게 물들어 있었지만 그 자신만만한 표정만큼은 그녀가 한 부대의 최상급자라는것을 증명하고 있는듯 했다.


"사령관! 그 난제, 내가 증명해주지!"


"오, 드디어 왔군 메이! 좋아, 너의 답을 들어볼까?"


잠시 우물쭈물하던 메이는 이내 자를 꺼내들어 엉거주춤한 자세로 자신의 배에 가져다 대었다.


"사, 사령관의 거... 거기 길이는 15cm... 내 지... 질 입구로부터 자궁...까지 15...cm... 사령관이 말한 + 기호는 남녀간의 그... 세... 섹... 교합을 의미하는것...! 따라서 정답은 0... 맞지...?"


이내 무섭게 메이를 노려보던 사령관은 야심차게 준비했던 실로폰 막대를 내던지며 메이에게 외쳤다.


"틀렸어! 무슨 말도 안되는 말이야! 애초에 15라는 숫자가 왜 내 사이즈가 되는건데? 본적도 없는 주제에 이상한 소리나 하고 말이야... 당장 나가!"


"그, 그치만... 으아앙!"


울면서 나가는 메이의 뒷모습을 보던 그는 이내 피로가 몰려오는지 마른 세수를 하며 주저앉았다.


"후우... 애초에 그런 키로 무슨 15cm야... 10cm 겨우 넘을까 말까 해보이는구만... 그나저나 어째서 이 쉬운 문제를 아무도 맞추지 못하는거야? 밴시, 15+15가 얼마야?"


"30입니다."


"그래그래 30... 뭐라고?"


"15+15는 30입니다. 제가 잘못 알고 있습니까?"


앉은채로 눈을 껌뻑이던 사령관은 감격에 겨운 맨손으로 실로폰을 두드리며 어색한 화음을 만들어 냈다.


"그래! 그렇지! 15+15는 30이야! 하하! 정답이야 밴시! 우리 대원들이 바보만 있던건 아니였구나! 하하하!"


감동한 사령관이 웃으며 밴시를 꽈악 끌어안았다.


"좋아! 영상도 남겼으니 토모와 드라코의 그 건방진 입을 다물게..."


"저, 사령관님...?"


밴시가 부르는 소리에 사령관은 그녀를 품속에서 놓아준 뒤 어깨에 손을 올리고 상냥하게 바라보았다.


"그래 밴시, 왜 그러니?"


"저도 그... 상품을 받을 수 있습니까?"


"상품?"


그랬다.

너무 흥분한 나머지, 이틀 전에 이 문제에 걸린 상품을 동침권 5장 혹은 참치캔 100개로 늘려버렸던 것이였다.


"어, 어... 그래... 맞췄으니까... 당연히 받아야겠지?"


"그렇다면..."


수줍게 얼굴을 붉히던 밴시는 곧 자신의 의복을 하나씩 차근차근 벗어가며 말을 이어갔다.


"지금, 당장 하나 써도... 되겠습니까? 예전부터, 쭉 참아왔기에... 더는 참을수가..."



곧 아름답게 그려진 두개의 커다란 이차함수 그래프가 사령관의 시야를 가득 채웠다.





토모와 드라코는 쓸데없는 오해와 분쟁을 일으켰다는 명분으로 동침권을 따내지 못한 수많은 대원들에게 한동안 히스테리에 가까운 수업을 들어야 했다는 것은 나중의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