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음집 https://arca.live/b/creationlist/21559555 


나는 바이오로이드를 혐오한다 25


비록 토미건의 탄창은 다 떨어졌고, 샷건에서 있던 12게이지 또한 얼마 안남았긴 하지만, 이게 남아있다넌게 어디냐. 쨋든 총기와 둔기를 챙긴 뒤 다시 천막으로 돌아와봤다. 그곳에서는 알파, 브라보, 찰리가 서로 어떤 작전으로 아이들을 그곳에서 빼낼지를 상의하고 있었다.


알파: OK! 이렇게 하면 되겠어!


마침 내가 들어왔을 때 그들은 전부다 세워놓았다. 내가 그들에게 어떤 방법으로 아이들을 구출할지를 물어보자 브라보가 브리핑을 시작했다.


브라보: 어, 우선 보고가 들어온 곳의 인원 수를 보시면, 유치원의 정문 입구쪽에 배치된 테러리스트의 수가 가장 적은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다른 곳은 평균적으로 4명정도가 분포가 되어져 있지만, 입구쪽에서는 정확히 2명이 보조를 서있습니다. 그러니 입구쪽에서 저격, 또는 근접전투로 2명을 무력화시킨뒤 입구로 진입합니다. 


박소한: 여기서 유치원까지는 어떻게 진입하실 거죠?


브라보: 버려진 민간인 차량을 군명령권을 사용하여 위장침투할 예정입니다.


박소한: 차량 사용은 안돼요. 이미 도심은 노조원들한테 점령당해서 차량 운행이 아예 불가합니다. 바퀴달린 것들은 전부 태워버려요. 위장침투할려면 걸어가야 합니다. 태양 유치원까지 도보로는 얼마나 걸리죠?


브라보: 다행히 도심 외곽 지역에 가까이 위치해 있어 도보로도 대략 20분 정도 걸어가면 됩니다.


박소한: 20분... 계속 해봐요.


나는 항상 들고다니던 노트에 필요한 정보들을 눈에 띄도록 끄적여놨다. 브라보는 헛기침을 몇번 하더니 계속 말을 이어나갔다.


브라보: 유치원에는 총 5개의 반이 존재하며 총 55명의 어린이, 2명의 돌봄 바이오로이드가 그곳에 위치해 있습니다.


박소한: 잠깐, 반 5개, 55명의 어린애들을 바이오로이드 2명이서 돌본다구요? 이건 말이 안되는데?


브라보: 원래는 인간 돌봄 교사 4명이 더 있었지만, 우선적으로 이틀전에 먼저 탈출을 한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이럴 때는 인정하기 싫지만 가끔 바이오로이드들이 인간들보다 훨씬 믿음이 간다.


브라보: 흠흠... 어쨋든, 입구로 진입하여 아이들을 구출한 뒤, 지하에 위치해있는 통원용 버스 3대로 아이들을 분산시켜 탑승시킨 뒤, 곧바로 지역을 빠져나가면 됩니다.


쉬우면서도 매우 어려운 일이다. 정말로 짧으면 30분만에도 끝날 수 있는 작전이지만, 무엇보다도 아이들이 잘 따라줘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아이들의 환심을 사야되는 점이 분명하게 필요했다. 나는 옆에 있던 브라우니들을 불렀다.


박소한: 거기 브라우니!


브라우니 1: ...예?


브라우니 2: 너 말하는 거야 임마!


박소한: 거 누구든 아무나 애들 달랠 초콜렛이나 단거 챙기고 와요. 그럼, 출발하자구요.


부대(알파, 브라보, 찰리, 레프리콘, 브라우니 2기가 출동할 부대원들이다. 노움과 이브리트, 브라우니 3기는 아파트에 남아 그곳을 지키기로 했다.)는 장비를 챙긴 뒤 나를 따라 밖으로 나왔다. 곧바로 출발하면 되는 것이였지만, 역시나 리리스와 안수민이 내 앞을 가로막고 있었다.


리리스: 주인님...


박소한: ...


안수민 <하르페이아>: ...꼭 가야되요?


박소한: 내가 마음이 안놓여요. 1시간 안으로 꼭 돌아올게요.


찰리: ...지랄하고 있네, 마음에 안놓인다고? 우리가 누군데...


찰리는 자그마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리리스가 총을 꺼내들을려 했지만, 내가 우선적으로 눈치를 줬다. 격한 숨소리가 줄어든 리리스가 다시 입을 열었다.


리리스: 주인님, 저도 동행해도 될까요?


박소한: 그쪽들 빠져나가면 여기에 남은 사람들이 위험해져요. 다시 한번 말하지만, 빨리 돌아올게요. 알겠죠?


리리스와 안수민을 아파트로 거의 우겨넣다시피 밀어서 집어넣었고, 나는 천천히 입구 밖으로 나왔다. 알파, 브라보, 찰리, 레프리콘과 브라우니는 각자의 시선으로 다가오는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과연 저이를 믿을 수 있을까에 대한 시선이 대부분이였긴 하지만, 알파는 달랐다. 나를 믿는 듯한 눈빛으로 나에게 빨리 오라며 재촉하고 있었다. 나는 근처에 있던 시체들의 옷과 붉은 머리띠들을 잔뜩 벗겨내어 그들에게 다가갔다.


알파: 그건 왜...


박소한: 애들 속일려면 이정도는 입고 가야되요. 뭐, 어디 하수구로 갈 수도 없고, 테러리스트 새끼들 사이로 숨어 들어가야되는데, 그 복장으로 들어가시게?


알파: ...


박소한: 잔말 말고 입 입어요. 내가 그쪽들보다는 이곳에 대해 잘 알고 있잖아요?


알파가 가장 앞장서서 옷들을 입자, 부대원들도 따라서 옷을 입었다. 마지막으로 붉은 머리띠를 매고, 총기를 가방속에 집어넣은 뒤, 완벽한 준비를 하고나서야 우리는 도심 속으로 다시 뛰어들었다. 이미 시간은 새벽3시였다.



3일째 (구출, 그리고...)


도심속으로 들어가면, 점점더 광란의 시위가 일어나는 것이 느껴졌다. 여름의 뜨거움이 아니라 화염의 뜨거움이 느껴졌다. 모두들 횃불을 들고 있었고, 둔기를 들고 있었고, 죄없는 사람들을 찾아 거리를 어슬렁거렸다. 자본의 질서가 무너지는 순간이였다. 그곳에서 우리는 묵묵하게 임무를 수행하고 있었다. 부대원들은 처음 밖으로 나와본 아기마냥 이곳저곳을 둘러봤지만, 나는 그들의 시선을 앞으로 집중시켰다.


박소한: 앞만보고, 목적지만 보고 걸어가요. 그렇게 막 주변을 확인하면 저새끼들이 당연히 의심하겠죠?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우리는 태양 유치원이 보이는 골목길옆으로 들어섰다. 벽에 기대어 유치원의 입구를 바라봤다. 역시나 노조원들이 입구를 막아서고 있었다. 브리핑대로 2명이 각각 입구 왼쪽, 오른쪽에서 다가오는 사람들을 검문하고 있었다. 다른 곳에서는 노조원들이 늦은 시간 꾸벅꾸벅 졸고 있었으며, 누가 와도 눈치채지 못할 것 같았다. 나는 골목길에서 다시 부대원들과 상의를 나눴다.


박소한: 나랑 브라보가 저 2명을 제압할테니까 그사이에 들어가세요. OK?


부대원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그 반응을 확인하자마자 그들과 함께 골목길을 빠져나갔다. 한시가 급했기 때문에 곧바로 입구로 직진했다.


노동조합원 A: 정지! 암구호! 사막?


박소한: 조용히 하고 걸어가요. 아무말도 하지 말고...


브라보: ...


노동 조합원 B: 암구호 빨리 대! 사막!


나는 곧바로 왼쪽에 있던 노조원의 얼굴을 후려갈겼다. 코가 뭉개진 노조원은 아무런 반응 없이 그자리에서 쓰러졌다.


노동조합원 B: 개새끼들이! 여기-


다른 노조원이 입을 열기도 전에 브라보는 그의 뒤로 돌아들어가 그의 머리띠를 아래로 내려 목을 조였다.


노동조합원 B: 윽! 끄윽! ...


'털석'


남은 노조원 또한 그자리에서 쓰러졌다. 주변을 돌려보니, 큰소리였음에도 몸을 한번 끄덕이고는 다시 졸고 있는 노조원들이 눈에 들어왔다. 다시 고개를 돌렸을땐, 이미 브라우니와 레프리콘이 전술 도끼로 자물쇠를 깨무순 뒤, 입구 문을 열어놓고 있었다.


레프리콘: 빨리 들어오십시요!


브라보는 나에게 주먹을 들이밀었다. 나 또한 주먹을 마주댔다. 서로 주먹인사를 한 뒤 우리는 유치원 입구로 들어갔다.


유치원 내부는 어두웠다. 전등하나 켜놓지 않았고, 아무런 인기척도 느껴지지 않았다. 알파가 소리쳤다.


알파: 아무도 없습니까! 대태러 팀입니다! 여러분들을 구출하러 진입하였으니 안심하시길 바랍니다!


쩌렁쩌렁 울리는 그의 목소리에, 하나 둘 유치원의 문이 열리기 시작했다. 첫번째 오른쪽 문에서 바닐라 모델이, 세번쩨 왼쪽 문에서는...


보속의 마리아 모델이 나왔다.


보속의 마리아 모델은 나를 보자 입을 가렸다. 깜짝 놀란듯 하다. 나는 곰곰히 생각했다. 나를 보고 그렇게 놀랄-


마리아: 주인님!


어? 뭔가가 잘못됬다. 나는 예전에 보속의 마리아를 봤던 적이 있었다. 하지만, 태양 유치원에서 보지는 않았는데... 나는 우선적으로 그녀를 경계했다.


박소한: 멈춰, 왜 내가 그쪽 주인이지?


마리아: 주인님, 저희 '아름다운 요양병원'에서 만난 적 있잖아요! 기억 안나세요?


박소한: ...어? 근데 왜 너가 또 여기서 나와?


마리아: 주인님이 저를 내쫓은 이후로, 충유시 소속 바이오로이드로 이곳저곳 파견되서 근무하고 있어요. 지금은 여기, 태양유치원에서 한달동안 근무중이구요...


박소한: ...그렇구나... 뭐...


찰리: 아이구, 이산가족 상봉하셨네. 애들 몰려올텐데 당장 구출 안해요?!


찰리가 뒷쪽에서 입을 열었다. 맞다, 우리는 아이들을 구출하기 위해 이곳에 왔지, 마리아가 어떻게 이곳까지 왔는지를 추궁할 시간이 없었다.


박소한: 마리아, 우선 아이들 전부 깨워, 지하에 버스 있지?


마리아: ㄴ,네! 지하에 총 3대의 버스가 있어요!


박소한: 애들 각자 분배해서 19, 18, 18명씩 분배해서 태운 뒤에 바로 이곳으로 나가자. 알겠지?


바닐라와 마리아는 고개를 끄덕인 뒤, 유치원 안에 있던 아이들을 전부 깨웠다.


바닐라: 여러분! 일어날 시간입니다!


마리아: 히어로분들이 왔어요! 여러분들! 얼른 일어나서 집으로 가자구요!


아이들은 부스럭부스럭 거리며 잠에서 깨어났다. 하지만, 패닉은 이제부터 시작이였다.


아이들: 흐아앙~


아이들이 울기 시작했다. 유치원이 떠나갈 정도로. 이정도로 시끄럽게 된다면 노조원들이 들어오는 것은 시간 문제였다. 그때, 브라우니가 쩌렁쩌렁하게 소리를 질렀다.


브라우니: 자자! 누구 사탕먹고 싶은 사람 있슴까?! 손 들어주시면 사탕 드리겠슴다!


사탕에 눈이 팔린 아이들이 갑작스레 정신이 팔렸고, 그렇게 아이들은 눈물을 뚝 그쳤다.


아이들: 저요! 저요! 저요! 저요! 저요!


브라우니들은 헤실헤실 웃으면서 아이들에게 초콜렛과 사탕을 나눠줬다. 비록 군에서 보급해준 싸구려 캔디와 초콜렛이였지만, 아이들은 그런것 마다하지 않고 허겁지겁 먹어치웠다. 덕분에 우리는 수월하게 아이들을 버스에 태울 수 있었다. 각자 버스운전은 나, 알파, 브라보가 맡았으며, 찰리와 레프리콘, 그리고 브라우니 2기는 버스에 나눠타서 호위를 맡았다. 나는 버스를 운전하기전 아이들을 안심시키기 위하여 이런저런 재밌는 농담과 함께 버스를 출발시켰다.


박소한: 오늘 너희들한테 세상에서 제일 재밌는 롤러코스터를 태워주겠어! 다들 꽉잡아!


버스에는 시동이 걸렸고, 우리는 곧바로 지하주차장을 빠져나갔다.


'콰직!'


출구를 가로막던 철판을 밀어버린 뒤에 풀악셀을 밟았다. 노동조합원 몇명이 버스 밑으로 내려갔지만, 과속방지턱 밟듯이 가볍게 무시하고 운전대만 꽉 잡고, 앞만을 바라봤다. 집을 향해 출발하는 버스 뒷거울에서 다른 버스들이 따라오는게 보였고, 속도가 점점더 빨라질수록 나의 마음은 점점더 차분해져갔다. 적진 한가운데에서 버스는 멀어져 갔다. 하지만, 아직 우리가 이동해야되는 곳에서는 수많은 테러리스트들이 우리의 앞길을 막을 것이다. 버스의 성난 엔진음은 새벽의 노조원들을 깨우기 충분했고, 도심에서는 사람들이 솟구치듯 몰려들었다.


노동조합원들: 싹다 부셔버려!


둔기를 집어던지는 노조원들 때문에 버스는 점점 망가져 갔다. 창문으로 돌과 둔기들이 들어왔고, 아이들은 그때부터 진실을 마주쳤다. 우리가 탄 것은 롤러코스터가 아닌 죽을 수도 있는 전쟁터 속의 낡은 버스였으며, 그때부터 아이들은 울먹거리기 시작했다. 나 또한 아이들에게 어떤 일이 일어날까 두려웠으며 최대한 안전하게 운전할려고 했지만, 도로 상태는 완전히 엉망인지라 버스가 한번도 흔들리지 않았던 적이 없었다. 이리저리 덜컹덜컹거리는 버스를 몇분동안 몰았다. 노조원들을 몇명이나 박았는지 기억도 나지 않았고, 그건 뒤에 있던 버스 2대도 마찬가지였다.


약간이 시간이 지났다. 건물들은 점점 낮아졌고, 외곽으로 빠져나가는 도로가 보이기 시작했다. 그 도로는 군인들이 막아서고 있었다. 그들도 우리를 봤는지 도로로 군인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그들은 우리가 노조원으로 간주했고, 총을 겨눴다. 이대로 가게 된다면 모두가 죽게 될 것이다. 나는 천천히 속도를 줄였다. 그리고, 뒤에서 같이 쫓아오던 알파의 버스와 자리를 바꿨다. 알파도 내 뜻을 알고 있었는지 곧바로 속도를 높여 가장 앞자리로 위치를 옮겼고, 얼굴을 내밀며 손을 흔들었다. 그러자 군인들의 태도가 완전히 바뀌게 되었다. 망원경으로 우리를 쭉 훑어보더니 곧바로 차단기 문을 열었다. 버스는 순식간에 무시무시한 속도로 외곽 고속도로로 진입했다. 알파는 그런 짧은 시간에도 그곳에 있던 군인들에게 소리를 질렀다.


알파: 쫓아오는 노조새끼들 싹다 죽여버려!


브라보의 버스까지 들어오자 군인들은 차단기를 내렸고, 우리는 속도를 줄일 수 없어 터널 속까지 들어갔고, 쫓아오던 노조원들이 총을 맞는 것을 마지막으로 우리는 아무것도 볼 수가 없었다. 터널 밖에는 2차 방어선으로 또다른 군인들이 있었고, 우리는 터널 속에서 정지했다.


'끼익-'


과열된 바퀴에서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났다. 무전으로 소식을 들었는지 군인들이 우리를 향해서 뛰어나왔다. 


박소한: 저기 애들부터 먼저 봐줘요. 며칠동안 밥도 못먹었다니까.


나에게 오던 의사를 버스 안으로 들여보냈고, 그제서야 보속의 마리아가 내 눈에 들어왔다. 그녀는 아직 버스에서 내리지 않았다. 의사와 함께 아이들을 계속 돌봤고, 아이들이 모두 내리자 그녀가 마지막으로 버스에서 나왔다. 보속의 마리아 또한 나와 눈을 마주치자 그자리에서 멈췄다.


박소한: ...마리아.


그녀에게 다가갔다. 오랫만에 맡는 향수 냄새였다. 그녀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메론향 향수만 썼었다. 아직 그 습관은 버리지 못했던 것 같았다. 마리아는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박소한: ...다신 못만날 줄 알았는데...


마리아: 그러게요 주인님... 그동안 편안히 지내셨나요?


박소한: 으, 응...그럭저럭... 집이 조금 시끄러워졌지...


마리아: 아, 혹시-


박소한: 결혼은 아니고, 집에 바이오로이드랑 딸아이를 들였어. 원하지는 않았는데...


마리아: 그래서 싫으신 건가요?


박소한: 아니 그건 아니고...


마리아는 피식 웃었다. 나는 머쓱해서 머리를 긁적였다.


박소한: 그나저나 너는 어때?


마리아: 저야 항상 주인님을 생각하면서 지냈죠... 


우리 둘은 서로가 어떻게 지냈는지 이야기를 꽤 오랫동안 했다. 거의 내가 겪은 일들을 지루하게 나열하는 거였지만, 고맙게도 마리아는 매우 흥미롭고 재밌게 들어줬다.


마리아: 주인님께서도 참 힘들게 살아오셨네요...


박소한: 뭐, 그래도 후회는 없어. 불행하지도 않고, 우울증약도 끊었으니깐 말이지...


마리아: ...


박소한: 그래서 말인데... 혹시 우리 다시 같이 지내면 안될까?


마리아는 내 대답을 듣고서는 깜짝 놀란듯했다. 다시 주인 곁으로 돌아가는 것이 좋았던 것일까? 아니면 싫은 것일까. 그녀는 알 수 없는 몸떨림을 보였다.


박소한: ㄱ,괜찮아? 미안, 내가 이런 말을 쉽게 하는건 아니였는데...


마리아: 아, 아니에요 그런게 아니라...


박소한: 어렸을 때 덜컥 나가라고 명령했던 사람이 다시 같이 지내자고 하면 어떨지 생각을 못했어. 정말 미안해...


하지만 마리아는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선 붉게 물든 얼굴을 푹 숙였다.


마리아: 조, 좋아요...


박소한: 정말이야? 이제 또 같이 지내는거야?


기분이 좋았다. 어릴 적 가장 좋아했던 사람이 다시 내 곁으로 오는게 꿈만 같았다. 속으로 이리저리 방방 뛰어다니며 신이난 기분을 주체하질 못했다. 그때, 알파가 다가왔다.


알파: 서로 아는 사이에요?


박소한: ㅇ, 예? 아, 예전에 같이 지냈던 바이오로이드 입니다.


알파: 근데 왜 마리아가 태양 유치원에서 근무중이신겨죠?


박소한: 어렸을 때 일이 있어서 떨어져 살았거든요...


알파: 아... 쨋든 지금 상황이 좋아졌어요. 저희를 시작으로 곳곳에서 구출을 성공했다는 보고가 여기저기에서 올라오고 있습니다. 대략 3일 뒤에 충유시 전체가 복구될 것 같습니다.


박소한: 에? 3일만에?


알파: 우선 하루는 구출에 모든 신경을 쏟아붓고, 이틀동안 처분과 복구가 동시진행될 예정입니다.


박소한: 세상 참 좋아졌네...


알파: 아파트로 다시 복귀할 트럭이 오고 있다니까 그때까지 좀 쉬고 계세요. 여기 커피.


알파는 커피를 나에게 건넨 뒤, 자신의 업무를 하러 어디론가 사라졌다. 10분뒤, 우리를 태울 커다란 트럭이 도착했고, 부대는 전부 아파트를 향해돌아왔다. 시계를 봤다. 4시 2분, 1시간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온몸이 녹아내릴것 같이 피곤했다. 눈꺼풀이 꿈뻑꿈뻑 해질 즈음, 보속의 마리아가 나의 어깨를 두들겼다.


박소한: 음... 으어?


마리아: 주인님...


마리아는 다소곳하게 무릎을 꿇고 뽀얀 허벅지살을 손가락으로 가르켰다. 나도 모르게 머리를 가져다댔다. 너무나도 푹신하고 따뜻했다. 마리아가 웃는 얼굴을 마지막으로 눈꺼풀이 내려갔고 나의 눈에는 어둠으로 가득 찼다.


===========================================25화 끝===========================================

35화 내외로 엔딩을 내볼 예정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