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위가 이끄는 분대는 재빨리 그리폰과 페로와 합류하기 위해, 

그리폰이 알려준 좌표를 향해 나아갔다.


어느새 펍헤드를 뒤에 두고 달리던 일행은 

공중에서 날아다니고 있는 그리폰을 확인할 수 있었다.


"날아간다~~~!!!"


그리폰은 재빨리 움직이며 화포를 말그대로 

들어다 퍼붓는 중이었고, 

그리폰의 시야가 가려진 곳으로 다가오는 

철충들을 본 페로는, 

그 중 한 마리에게 달려들어

발톱으로 그 몸뚱아리를 거칠게 토막내고 있었다.


"캬아앙!!!" 


페로가 숨을 고르며 총탄을 날려대는 철충을 피해 유연하게 몸을 움직였다.

페로가 뒤를 돌아보고 홍위와 펍헤드가 당도한 것을 확인하며 외쳤다.


"주인님! 적이 꽤 많으니 조심하세요!

일단 폴른은 저기서 싸우고 있으니, 

그쪽으로 활로를 열어야 할 것 같아요,

이쪽은 일단 저 혼자서도 감당가능한 수준의

적들 밖엔 없으니까 안심하고 다녀오세요! "


"잘해주었소, 그러면 여는 법 소저와 함께 저 철인을 도우러 가겠소. 

정리가 끝나면 여의 일행에 합류하도록 하시오."


"주인님, 부디 무사하시길."


페로가 고개를 끄덕인 후에 재빨리 날아오는 

화살들을 피하며 다시 발톱으로 반격했다.


콰직!!!


파열음이 울리며 철충 한 기가 더 박살났다.


"법해두! 여의 지휘에 따라 주게, 일단 저 앞에 있는

닭 같은 형상의 철충들부터 처리하도록 하지!"


"명령 접수!"


펍헤드가 경쾌한 소리를 내며 그 몸에서 사슬을 뻡어 철충을 휘감았고, 

사슬에서 전기가 번뜩이며 철충을 지져버렸다.


"이름! 이름을 말하세요! 거품부터 물지 마시고요!"


펍헤드의 기계음 낀 소녀 목소리는 쓸데없이 

발랄하게 들려, 더욱 섬뜩한 분위기를 선사했다.


사실 홍위는 그런 생각은 아예 떠올리지도 않고, 오직 법해두의 공격 기술에만 정신이 팔려 있었다만.


"굴리혼 낭자와 법해두 낭자의 공격은 실로 기이하고도, 신이하도다..."


저런 공격들이 미래에서는 일반 병사들과 

철병들에게 널리 보급되어 있단 말이지?

아아...실로 감격스러운 광경이 아닐 수가 없도다...

아바마마께오서 이 광경들을 꼭 보셨어야 했는데...


홍위는 속으로 그렇게 감탄하면서도 차분하게 주위를 둘러보았다.


근방의 나이트칙들을 모조리 소탕하고 합류한 굴리혼(그리폰)과 패로(페로)의 합세에 힘입어, 

홍위가 지휘하는 구출대가 

폴른, 즉 포론 砲㤻(행동에 망설임이 없는 대포)이라는 철인을 만날 수 있게 된 건, 

그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 


홍위는 법해두를 만난 경험을 되살려 

그 포룬이라는 철인에게도 친근히 말을 걸어보았지만, 

돌아온 대답은 알아들을 수 없는 기계음이었다.


"%#%#^^##*^#^;-^&@&_<_?-<_"


"흐음? 혹시 철인들이 구사하는 언어가 마치 아국과

명나라의 말이 다른 것처럼 다 다른 것이오? 

법 소저?"


"흐하핫, 인간, 저 친구는 언어 모듈이 아까 철충들로 인해 고장나버려서 말을 인간들의 언어로 통역시키지 못하는 것 뿐이네.

그러니까 내게 맡겨두게, 통역 말이야."


법해두가 낭랑하게 웃으며 포론에게 다가가 대화를 

시도하는 것처럼 보였다.


"###&&÷×//+/+///+/=<"


"21번 지침, 생존자에 합류...라고 하네"


" ~~^&#^#;&)())*))><>>"


"폴른, 대기중. 이라고 하네"


"`♤₩\````••○°■■○♡♡♡☆"


"폴른, 구조에 감사 중. 이라고 하네"


"어찌되었든, 무사해서 참으로 다행이오, 

포론 砲㤻!

여는 현재 구원군의 대장을 맡고 있는 전주 이가의 홍위라고 하오. 

여는 그대들이 말하는 인간이오."


"+__×_÷_×__<>×//×_÷<<+/×//×<...."


"사령관과 조우, 명령 전달 바람...무엇을 도와드릴까요? 라고 하네."


법해두가 기계음이 낀 목소리로 계속 통역을 이어갔다.


"여와 이 처녀들은(홍위는 법해두도 엄연한 여인이라는 사실을 감안해 그렇게 말했다.) 


현재 급한 위기에 처했다고 하는 

요안나饒安羅

(넉넉하고 편안하게 함이 사방에 널리 퍼지는구나.)와 

마리䧞理(다스림의 경지를 날로 더한다.)대장이라는 여인들을 구원해야 하는데, 


그들이 고전하고 있는 적지와 적의 전술을 알기 힘들어 나아가지 못하고 있었다네, 


우리 원군이 그들을 도울 때 알아야 할 점이 있다면 알려줄 수 있겠나?"


갑자기 포론이 내는 기계음이 분주해졌고, 

법해두도 농담을 멈추고 자못 진지한 자세를 취하며(홍위의 기분 탓일지도 모르겠으나.)

말을 멈추고 가만히 듣기만 했다.


" 뭐...? 그...스토커가...??? 매복에...유인? 

함정?????으으...불리하겠는데..."


펍헤드가 고민하는 듯한 소리를 내면서 

대화를 마치고, 일행들에게 폴른과 함께 접근해왔다.


"...제군들, 상황이 심상치 않네. 빨리 진격을 미루지 말고 도우러 가야하네.

다행이도 요안나는 제법 가까운 곳에서 전투 중인 모양이네. 서두르세."


펍해드가 웃음기를 지우고 딱딱한 기계음조로 보고하자, 일행은 표정을 굳히고 고개를 끄덕여 보인 후,

재빨리 펍헤드가 보고한 장소로 뛰어갔다. 


그 장소에 다다르자 그들이 본 광경은 요안나가 수많은 철충들을 혼자서 애써 무찌르고 있는 장면이었다.


"짐의 용력을 맛보거라! 이 지긋지긋한 철충 놈들아!"


카앙! 콰지직.. 캉!.콰득...카가각...까득...


철충들은 요안나가 휘두르는 검에 맞을 때마다 섬뜩한 단말마 같은 기계음을 내며 부셔져 갔다.


"내 주는 강한 성이니!!..하아...나를 뜷을 순 없으리!!"


요안나도 힘이 부쳤는지, 

검을 휘두르며 철충 한 기를 찔러 부수는 손이 부들부들 떨리고 있는 것이 보였다.


"요안나! 우리가 도우러 왔어!"


공중에서 날아다니며 그리폰이 들으라고 크게 외쳐댔다.

요안나가 그 목소리를 들었는지, 흐르는 땀을 손으로 훔치며 공중을 바라보았다.


"오오, 그리폰인가? 구원하러 왔다는 것은 다른 이들도 함께 한다는 소리일터...

혹시 구원대의 규모가 얼마나 되는가?"


" 인간이 지휘하고 있고, AGS인 펍헤드1기, 시티가드 소속 폴른 1기, 그리고 CS페로 1기!"


"정말 잘 와주었군! 안 그래도 마리가 갑자기 튀어나온 스토커한테 저격당해서, 

그만 전투불능상태에 빠지고 말았다네.

스토커가 저격을 끝마친 후 어디론가 다시 사라지고,

그 휘하의 철충들만 해도 그 수가 너무 많았지."


"그래도 잘 해줬네, 요안나, 이제부턴 리더의 명령에 따라주게나."


펍헤드가 으쓱이듯이 기계음이 섞인 목소리로 대답했다.


"흠, 알겠네!" 


요안나가 재빨리 자기가 죽인 철충의 시체 뒤로 피하며 굴러서 펍헤드의 뒤로 들어갔다.


"용맹한 전사여, 빨리 우리 뒤로 와서 이제 쉬시오. 고생하시었소. 그대가 바로 요안나요?"


"안 그래도 만남을 고대하고 있었소. 

그대가 우리의 주군이 되실 이인가?"


"그렇소, 여가 그 인간이외다."


요안나를 바라보며, 홍위는 강렬하고 깊은 인상을 받았다.


호리호리해 보이지만 굴곡지고 잔근육으로 다져진 몸은,

 홍위가 보기에는 꽤나 적흑색에 가까웠으나, 그게 아름다운 미모에 지장을 주지는 않았다.


윤기가 흐르고 땀으로 젖은 풍성한 적갈색 머리는 흐트러졌음에도 감춰질 수 없는 매력을 발산했고, 

든든히 차려입은 에티오피아 풍의(홍위는 그저 단단한 쇄자갑인가 보다하고 감탄했지만) 갑옷에도 불구하고 옷 곳곳이 찢어져 고혹적이거나, 때로는 외설스럽게도 느껴졌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도 홍위의 마음에 깊이 다가온 면은 그녀의 '용맹' 그 자체였다.


전우를 버리지 않고 끝까지 남아 다수의 적들을 무찌르는 모습에서, 

조선의 북방을 늠름하게 지켜오는 최정예

병사들의 분투를 떠올렸기 때문이었다.


"실로 용맹하고 아름다운 여인이로다.

여의 나라에 이 같은 여인이 하나라도 있었더라면 좋았으리라."


홍위는 머릿속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한편 요안나도 홍위를 바라보며 깊은 인상을 느끼고 있었다.


"주군은 매우 준수하고 풍채가 좋으시군."


요안나가 머릿속으로 생각했다.


홍위 자신은 별로 신경쓰고 있지 않았지만,

미남인 아버지와 온순하고 따뜻한 어머니의 좋은 점만 물려받은 홍위의 외모는, 

어느 시대의 기준으로 보나 당당히 미남이라 불릴 만했다.


피부는 희고 윤기가 돌았고, 조화로운 

이목구비는 매우 선명하고 뚜렷했으며, 

그럼에도 전체적으로 섬세하고도 세련된 분위기를 지니고 있었다.

짙은 검은색 눈동자를 가진 눈은 속눈썹이 길고, 부드러운 눈매는 요염했으나,

동시에 매우 숙연하고 차분한 느낌을 주었다.

마치 기생오라비 같은 외모라고 욕하는 이도 있겠지만, 실제로는 오히려 매우 귀티가 나고 고귀해보이는 인상을 주었다.

옆으로 뻗은 어깨는 널찍하고, 몸의 선 하나하나가 모자란 부분이 없었다. 

살짝 말라보이는 게 흠이라면 흠이겠지만, 

그마저도 근육이 붙으면 사라질 흠으로 보였다. 


이렇게 서로에 대한 인상을 저울질하는 홍위와 요안나는 아직 몰랐다.

이렇게 남은 생애에서 가장 티격태격하게 될 두 남녀가 만났다는 것을 말이다.

하나는 악덕 상사로, 하나는 사랑받기에

그만큼 가장 처절하게 갈려나가는 신하로.




☆작가의 말: 아아...스토리에서 중요하게 된 

대가로 황희 이상으로 갈려나갈 훌륭한 노예 

하나가 더 확보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