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 움 주 의 

매운것에 내성이 없는 라붕이들은 뒤로가기를 누르는 것을 추천함.








"뭐?"


나는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발키리를 돌아보았다.

그녀의 표정은 경멸로 일그러져 있었고, 

차갑게 가라앉은 눈동자는 내 얼굴을 똑바로 노려보고 있었다.


"어..저..그게…"


그녀의 싸늘한 눈빛에 나는 어깨를 움츠렸다.

그녀의 가슴을 만진 건 결코 고의가 아니었다. 

굳이 변명을 해보자면, 오르카호의 복도는 굉장히 좁았고, 

또 나도 발키리도 덩치가 작은 편은 아니였다.

그래서 내 손이 발키리의 가슴에 닿은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던 것이다.

그렇게 생각했는데…


"...제가 감히 사령관 각하를 신고할 수는 없겠지요. 실언했습니다."


내가 멍한 표정으로 발키리를 바라보고만 있자

그녀는 그렇게 쏘아붙이고는 변명할 새도 없이 복도 저 편으로 멀어져갔다.




2



"...내가 그렇게 잘못 한걸까…"


나는 시무룩한 목소리로 웅얼거리며 레오나의 가슴을 만지작거렸다. 

하얀 털옷 위지만 말랑말랑하고 부드럽다. 

게다가 아무리 주물거려도 눈을 감은채로 아무런 말도 하지 않으니 좋다.


"눈감아 줄 테니까. 아니... 난 아무것도 몰라. 눈 감고 있어서…"


나는 문득 그녀가 했던 말이 떠올라 픽 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확실히 지금 그녀는 자신이 했던 말을 충실히 지키고 있었다.


물론 처음부터 레오나의 모습이 이렇게 사랑스럽지는 않았다.

첫만남에 멋모르고 가슴을 만졌다가 손에 총알구멍이 날 뻔하기도 했었으니까.


하지만 그녀는 나와 호흡을 맞추며 전투를 하고,

사탕이니 초콜릿이니 하는 선물을 받으며 점점 마음을 열었고, 결국에는 기꺼이 나의 사랑을 받아주었다.


"역시 레오나가 최고라니까!"


나는 그렇게 말하며 레오나의 품 속으로 파고들었다.



3




"윽.."


나는 복도 저 편에서 걸어오는 발키리를 보고 몸을 움츠렸다. 

방금 막 레오나와 행복한 시간을 보낸 후라 즐거웠던 기분이 순식간에 가라앉는것이 느껴진다.

나는 재빨리 벽에 딱 붙어 그녀가 편하게 지나갈 수 있게 공간을 만들어 주었다. 


"..아 사령관 각하. 여기 계셨군요."


하지만 그녀는 내 앞에 멈추어섰다. 

다시는 안 볼것처럼 굴더니, 무슨 일이람. 

물음표를 띄우며 그녀를 바라보자 발키리는 약간 난감한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아까부터 대장님이 보이질 않아서..혹시 사령관님은 알고 계신게 있습니까?"


당연히 알다마다, 레오나는 아침부터 밤까지 나와 함께 있었으니까.

순간 모른다고 말해서 골려줄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안절부절 못해하는 발키리의 표정을 보니 그러기도 미안해진다.


"레오니는 지금 비밀의 방에 있어, 보고 싶으면 따라오던가…"


나는 옅은 한숨을 내쉬며 그렇게 말했다.

순식간에 밝은 표정을 지은 발키리가 내 뒤를 따랐다.



4



비밀의 방은 오르카 호 깊숙한 곳에 위치해 있었다. 

LRL이나 안드바리같은 아이들이 비밀의 방을 발견하는 난감한 상황을 피하기 위해서다.


한참을 걸어 방 문 앞에 도착한 나는 두꺼운 열쇠를 돌려 방 문을 열었다. 

끼이익하고 문이 열리는 소리가 끝나기도 전에 발키리가 잰 걸음으로 방 안으로 뛰어들어갔다.

그리고


"....!!" 


눈을 뒤집고 쓰러진 레오나를 본 발키리가 힘없이 방 한가운데에 주저앉았다.

레오나의 몸 이곳저곳에는 붉은 자국 잇자국이 잔뜩 남아 있었다.

아이 참, 아무리 외진 곳이라지만 시끄러워 지는 건 질색인데... 

발키리의 입에서 긴 비명이 쏟아지기 직전, 나는 이렇게 말했다.


"소리내지 마, 명령이야."


순식간에 그녀의 입이 다물어졌다. 

그래도 역시 입막음을 하는게 좋겠지? 

그렇게 생각한 나는 놀라 쓰러진 그녀의 위에 천천히 올라탔다. 


"쉬이...아픈건 금방이니까,응? 너도 금방 레오나처럼 행복하게 해줄게."


떨리는 눈빛, 겁에 질린 표정, 전부 내가 좋아하는 것들 뿐이였다.

나는 아랫도리가 흥분으로 부풀어 오르는 것을 느끼며 차분히 그녀의 옷을 벗겼다.

그녀의 몸은 긴장으로 벌벌 떨리고 있었다.


"….그럼."


나는 그렇게 말하고 발키리의 희고 가는 목을 두 손으로 움켜잡았다. 

한계까지 뜨인 눈에 절망이 차오른다.

힘을 더하자 켁켁 하는 답답한 숨소리가 목 안쪽으로 삼켜진다. 

조금만...조금만 더…

나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괴로워하는 그녀의 얼굴을 지긋이 바라보았다.

서로 색이 다른 아름다운 두 눈동자가 천천히 그 빛을 잃어가고 있었다.



5



"사령관님! 대체 얼마나 더 자원을 쓰셔야 만족하실거에요!"


"으으..미안미안 안드바리.. 곧 하르페이아가 자원을 가지고 올테니 조금만 봐주면 안될까…?


"하아..사령관님도 정말! 이번만이에요.."


쾅 소리를 내며 제조실 문이 닫히자 나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아아, 매번 느끼는 것이지만 역시 고급 바이오로이드를 만드는데 드는 자원의 양은 엄청나다.


안드바리가 완전히 사라진 것을 확인한 나는 거대한 유리관을 덮고 있던 천을 벗겼다. 

그곳에는 아름다운 나신으로 배양액 속을 떠다니는 레오나와 발키리가 있었다.


이번의 그녀들은 어떤 표정을 보여줄까?


첫사랑을 하는 어린아이처럼 가슴이 두근거린다.

나는 그녀들이 보여줄 새로운 모습을 기대하며 즐거운 미소를 지었다.








분명 맨날 나쁜 레오나만 나와서 착한 레오나물도 써보자로 시작한건데 급커브 틀어서 이리 됨...


쓴 글 모음

https://arca.live/b/lastorigin/20308059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