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 달란트 잔치는 끝났어요. 그만 가셔야죠"


달란트 잔치가 열리던 B구역의 천막들이 걷히고, 바이오로이드들은 분주히 움직이며 자리를 정리하고 있었지만 단 한명,

메이만큼은 좀처럼 자리에서 떠나질 못했다.


"진짜 열심히 모았는데....."


조그마한 손에 잔뜩 쥐어진 달란트를 쉽사리 버리지 못한 채 행사장에 서있는 메이의 모습을 보며 뭐라도 한소리 하고 싶은 나이트엔젤이었지만, 이번만큼은 쉽사리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고생...했어요, 대장"


"열심히 했는데......결과가 왜 이 모양일까?"


"또 우네, 이쁜 얼굴 흉 지잖아요. 바보같이"


고목나무에 메달린 매미처럼 나이트엔젤의 품에 메달려 메이는 울기 시작했다. 그 와중에도 미련을 못버려 양손에 쥐고 있는 달란트들을 보고 있는 모습은 그녀를 더욱 처량해보이게 만들었다.


"왜....다들 말 하지 않는걸까? 이런건 불합리하잖아. 사령관은.....분명 달란트를 많이 모은 사람과 시간을 갖겠다고 했는데.....

 내가 너무 순진했던걸까?"


"대장, 너무 깊게 생각하지 말아요. 사령관이 바보라서 그런걸 어쩌겠어요"


"그래, 바보지....나도 바보가 되면 좋겠다. 다 내려놓고, 그냥.....아무 생각없이 사령관한테 안기고 싶어"


"싫다고 할땐 언제고"


"여자가 그런 내숭도 없으면 매력 없다며"


"제가 그랬어요?"


나엔의 말에 그제서야 메이는 미소를 보였다. 


"방금 웃었죠?"


"아냐, 내가 뭘 웃었다고...."


"울다가 웃으면 엉덩이에 뿔 난다는데, 한번 확인해봐야겠는데요?"


"드....들지마!! 이 바보가....."


나엔이 메이를 번쩍 들어올리자, 메이는 부끄러운 듯 얼굴을 붉히며 그녀에게 성질을 냈다.


"우리 대장, 많이 컸네"


"무슨 지가 엄만줄 알아.....얼른 내려놔"


그녀의 말대로 바닥에 내려놓은 후 나엔은 메이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고, 그 모습은 영락없는 모녀지간이었다.


"대장, 이번만 날은 아니잖아요. 아직 기회는 있으니까 좀 더 노력해봐요"


"그래야지, 말 나온 김에 사령관한테 직접 찾아가 보려고. 이대로 끝나긴 아쉽잖아?"


"사령관도 생각이 있으면, 그거 보고 그냥 넘어가진 않겠죠"


"그치? 그럴거야....그 바보, 이런거엔 둔감해서 지금도 뭔 잘못을 했는지 모를걸?"


"이 기회에 대장이 확실하게 알려줘요"


"그럴거야. 부...부끄럽긴 하지만 수영복도 준비했고 그리고....."


"으휴, 그만 말하고 얼른 가봐요. 이제 곧 비밀의 방으로 간다잖아요"


나엔의 격려를 받은 메이는 자신의 진심을 사령관에게 전하기로 굳게 마음 먹었다.


"사령관, 나 사령관이 너무 좋아 아니....이거보단 야, 나 너 좋아해..너는 좀 그런가?"


비밀의 방 방향으로 걸어가며 그동안 숨겨왔던 마음을 고백하기 위해 여러 대사들을 중얼거렸지만, 그 어떤 말로도 자신의 마음을

정확하게 표현하기란 쉽지가 않았다.


"하아.....어렵네, 어려워"


한참을 중얼거리며 걷다보니 어느새 비밀의 방 근처까지 도착한 메이는, 비밀의 방 앞에 서있는 세 사람을 발견했다.


"아이참, 꼬리를 너무 좋아하는거 아닌게냐"


"사령관, 꼬리만 만지지 말고 여기, 내껏도 만져봐. 응?"


비밀의 방 앞에선 두 암컷들이 교태를 부리며 사령관에게 아양을 떨기에 바빴고, 사령관 또한 이를 즐기는 듯 보였다.


"아하하, 이 여우들을 어떻게 해줘야 좋을까? 응??"


사령관은 있는 힘껏 두 암컷의 엉덩이를 주물럭거리며, 추잡스럽게 볼을 핥아댔다.


"큭......그나저나, 정말 괜찮은게냐"


"응? 뭐가?"


"그....달란트란거 말이다"


"아~ 그거????"


'지금이 기회다!'


달란트 이야기가 나오자 메이는 기회를 잡았다 생각해 그들 앞에 나설 타이밍을 눈치 봤다.


"그거.....그냥 없던 일로 할라고, 아니....다른 애들도 아니고 메이가 1위래"


"진짜?? 어떡해....우리 사령관 완전 망했네?"


"그러니까, 완전 짜증나잖아. 맨날 틱틱 거리고 사람 무시나 하고......벌릴거면 진작 벌리지, 이제와서 저런다고 누가 받아준대?"


"어우, 그러셔쪄여~ 우리 사령관 화가 많이 나져쪄여? 어머, 여기도....화가 많이 났네?"


"미호때문에 그런거잖아, 어떡할거야"


"처....첩도 신경써주거라"


"히루메도....내가 좋아?"


"조...좋다.....나는...그대를 매우 흠모한다네"


"어어? 내가 더 좋아하는데? 난 사령관한테 간도 줄 수 있는데?"


"가....간이라고??? 그건 무리다. 이 첩이 졌네"


"으휴, 바보 같은 소리 그만하고, 들어가야지?"


"네~"


"조...좋다"


세 사람은 그렇게 비밀의 방으로 들어갔다. 


"애초에, 내 자린 없었구나......진짜 바보는 나였네"


메이는 미련 없이 달란트를 비밀의 방 앞에 뿌린 후,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다. 어디서부터 잘못된걸까, 수없이 고민을 해봐도

답이 보이지 않는 밤이다.


"그대가 나라면, 참 쉬운 일일텐데"


메이는 홀로 이 말을 중얼거리며 오늘도 베개맡을 눈물로 적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