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먼저 읽어줘야 할 기록


SCP-002-LO "기어다니는 짝은 혼돈" - 라스트오리진 채널 (arca.live) 



* 위 창작물을 꼭 먼저 읽어주세요. 읽지 않을 시 (검열됨)








면담기록 002-LO-01


[00:00 고개를 숙이고 앉아있는 O5]

[03:23 닥터와 신속의 칸, 미스 셰이프티가 방 안에 들어옴. 이어 닥터는 O5의 맞은편에 앉았고, 칸과 미스 셰이프티는 방 문을 사이에 두고 서서 사령관을 바라봄.]

[03:31 부터 면담기록 시작.]


닥터 : ......


O5 : 그 모습, 오랜만이네.


닥터 : ...이런 이유로 쓰고 싶진 않았지만 말이야. 만약에 대비해야 하니까 어린 몸으로는 너무 불안하잖아. 이거 다 오빠 때문이라구!


O5 : ...그건 미안해.


닥터 : 됐고, 이거나 먼저 읽어.




(닥터는 O5에게 종이를 내밈. O5는 오른손으로 종이를 받아들고 쳐다봄.)




O5 : ...이건...


닥터 : 오르카 호 내의 모든 언니들과 오빠 자신을 위한거야. 불만있으면...




(닥터는 O5에게 다른 종이를 내밈. O5는 왼손으로 종이를 받아들고 쳐다봄.)




닥터 : SCP-002-LO의 케테르 등급 지정 및 비파괴성 영구격리절차 요청서야. 여기에 사인만 하면 당장ㅡ.


O5 : 나는 오르카호의 사령관이자 SCP의 최후의 O5, 또한 최후의 인간으로서의 모든 명령권을 지금 이 시간부로 포기하며, 향후 나의 권한은 멸망 전 일반 시민과 같이한다. 이에 시티가드 대원들은 나에 대해 멸망 전 민사, 형사법에 의거하여 적법한 경우 실행될 수 있는 모든 위력을 행할 수 있다. 이것은 전권자로서의 마지막 명령이며, 이 명령은 오직 평의회의 의결에 따라서만 무효화 될 수 있다.


닥터 : ...오빠 진짜 미쳤구나.


O5 : 필요한 것이고 해야만 하는 것이라면, 해야지.


닥터 : 하아...




(이후 약 10초간 침묵)




닥터 : 좋아. 그럼 처음부터 시작하자구.


O5 : 그 전에, 닥터.


닥터 : 왜?


O5 : 외계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


닥터 : 외계에서 온 생명체 때문에 온 지상이 박살이 나고, 우주에서 내려온 이상한 전파때문에 인간이 오빠 빼곤 전부 멸망했는데, 이제와서 외계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고? 그거 꼭 대답해 줘야 해?


O5 : 응. 꼭 대답해 줬으면 좋겠어. 


닥터 : ...무한히 넓은데다 계속 확장해 나가는 우주의 크기와 인간의 상식선에서 갯수를 표현하는것 자체가 우스울 정도로 수많은 천체들의 숫자을 생각했을때, 애초에 외계생명체가 없다는 것이 오히려 비과학적인 생각이었어. 그리고 그 생명체 중 인간이 유일하게 지성과 문화를 가질 수 있었다고 생각한 건 인간의 자만이었고.


O5 : 그럼, 신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해?


닥터 : ...오빠. 쓸데없는 질문으로 시간을 끌 생각이라면...


O5 : 아니, 전혀 쓸데없지 않아. 닥터와 이 면담기록을 볼 평의회의 모든 의원들이 내 말을 듣기 전에 꼭 생각해 봐야해. 모든 건 내가 하는 질문에서 시작해야하니까.


닥터 : ...종교적인 의미에서의 신을 말하는 건 아니지?


O5 : 아자젤에게 혼나고 싶지는 않거든.


닥터 : '절대자'란 의미의 신이라면... 존재하겠지. 절대적인 강자라는건 기준에 따라 한 없이 상대적이잖아. 가령, 내 책상 위에 개미가 한 마리 지나간다면, 난 그 개미에게 설탕을 나눠줄 수도 있고, 꾹 눌러 죽일 수도 있어. 개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내가 원하는 대로 개미의 운명이 결정될테니, 개미에게 난 신이 되겠지. 그런데 이딴 건 왜...


O5 : 신을 봤거든.


닥터 : ...뭐?


O5 : 그 애가 내 머리를 뒤덮었을때, 신을 봤어.


닥터 : ...정신감정이고 뭐고, 지금 하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내가 오빠를 어떻게 생각할 수 밖에 없는지 잘 알고 있지?


O5 : 응.


닥터 : 그럼 내가 이렇게밖에 할 수 없는 이유도 이해해 줄거라고 믿어.




(닥터가 문 쪽을 돌아봄.)




닥터 : 세이프티 언니, 다프네 언니한테 A등급 기억소거제 가지고 들어와 달라고 이야기해 줄래?


O5 : 잠깐, 닥터.


닥터 : 왜? 


O5 : 그럴 순 없을 거야.


닥터 : 뭔 소리야?


O5 : 기억소거제라는건 존재하지 않았거든.


닥터 : 뭐? 무슨 소리야? 기억소거제는 분명히 있어.


O5 :  아니, 없어.


닥터 : 아니, 그러니까 뭔 소리냐고. 분명 내가 합성해냈는데. 지금까지 PTSD가 심한 언니들이나 SCP때문에 언니들에게 생긴 문제를 처리하는데 얼마나 많이 사용했는데?




(O5가 문 쪽을 바라봄.)




O5 : 저기, 미스 세이프티. 네가 말해줘.




(세이프티 요원은 당황한 듯 닥터와 O5를 번갈아 바라봄.)




세이프티 : 죄송하지만, 닥터. 기억소거제라는건 처음 듣습니다.


닥터 : 뭐..? 아니 잠깐, 들어오기 전에 계획서 못 봤어? "만약 O5가 정신자물질에 감염된 것이 맞다면 기억소거제로 제독한다"고 분명히 적혀있잖아!


세이프티 : 분명 들어오기 전에 면담계획서를 봤습니다만, 그런 항목은 없었습니다.


닥터 : 아니 대체 무슨ㅡ!



(닥터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남.)




칸 : 적당히 하도록, 닥터. 세이프티의 말이 맞아.


닥터 : 칸 언니까지 왜 그러는거야?!


칸 : 내가 할 말이야, 닥터. 정 내 말이 의심스러우면 네 눈으로 계획서를 다시 한 번 확인해보면 될 게 아닌가?




(닥터가 잠깐 칸을 바라본 후 자리에 앉아서 다른 종이를 꺼내 봄.)




닥터 : '만약 O5가 정신자물질에 감염된 것이 맞다면... 진정제를 투하하여 제압한 후 향후 대책을 논의한다...' 뭐야 이거...


O5 : 그것봐.


닥터 : 아냐.. 분명 내가 기억소거제를 합성했었다구..


O5 : 그럼 닥터, 혹시 기억소거제를 어떻게 합성해냈는지 기억하고 있어?


닥터 : 당연하지!


O5 : 어떻게 합성했는데?


닥터 : 그러니까... 어... 


O5 : ....


닥터 : 어... 어떻게...?


O5 : 잘 모르겠지?


닥터 : ...


O5 : 하지만 지금 당장 문제는 그게 아니잖아, 닥터?


닥터 : ...맞아. 지금은 오빠를 제압해야...


O5 : 하지만 다프네는 진정제를 가지고 올 수도 없을거야.


닥터 : ...뭐?


O5 : 왜냐하면 닥터, 날 재울 수 있을만큼 강력한 진정제나 수면제도 만들어 진 적이 없거든.


닥터 : 그건 또 뭔...




(O5가 칸과 세이프티 요원을 바라보자 둘 다 고개를 끄덕임)




칸 : 사령관의 말이 맞아, 닥터. 오리진더스트로 강화된 사령관의 신체는 지금까지 개발된 어떤 진정제나 수면제도 듣질 않잖나.




(닥터는 잠시동안 칸을 바라본 후, 들고있던 종이를 다시 읽기 시작함)




닥터 : '만약 O5가 정신자물질에 감염된 것이 맞다면... 즉시 면담실을 이탈한 후 면담실을 봉쇄하고 평의회에 보고한다..'


O5 : 어때, 닥터?


닥터 : ..잠깐.. 속이.. 너무 메슥거려... 어지러워...


O5 : 아니, 닥터는 괜찮을거야.




(닥터, 손으로 입을 가린채 침묵함.)




O5 : 왜냐하면 당연히 나를 재울 수 있는 진정제나 수면제도 존재하고, 닥터는 꽤나 옛날에 기억소거제를 합성해 내서 효과에 따라 3단계로 분류까지 해서 쓰고 있었거든. 내 말이 맞지?




(O5가 다시 문 쪽을 바라보자, 칸과 세이프티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임)




닥터 : ...오빠, 지금 대체 무슨 짓을ㅡ!


O5 : 미안해, 닥터. 하지만 내 말을 증명하는데는 이 방법밖에는 없었어.


닥터 : 대체 뭔 말을 말이야?


O5 :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닥터.




(O5가 한숨을 내쉼)




O5 : 그 애가 내 머리를 뒤덮었을때, 난 신을 봤어.




(이 말을 들은 닥터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남. 그리고 곧장 면담실 문을 박차고 나갔고, 칸과 세이프티는 당황한 표정으로 O5에게 목례한 후 닥터를 따라 나감. O5는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은 채 계속 면담실에 머무름.)


(약 10분 후, 닥터가 면담실에 다시 입장하여 O5의 맞은편에 앉음)




닥터 : 좋아. 좋다구. 오빠 말을 믿을게.


O5 : 그래?


닥터 : 어쩔 수 없잖아. 칸 언니랑 세이프티 언니 모두 본인들이 말을 바꿨다는것조차 기억을 못하질 않나, 혹시나 모두가 정신자물질에 감염되었던건가 싶어서 녹화영상을 봤더니 내가 들고있던 계획서에 글자가 바뀌는것까지 몽땅 기록이 되어있더라? 만약 정신자물질때문에 나나 언니들이 헛것을 보고 기억이 조작된 거라면, 계획서의 글자가 바뀌진 않았을거야. 왜냐하면...


O5 : ...정신자물질은 기계엔 듣지 않으니까.


닥터 : 정확히 그 말대로야. 대체 어떻게 한 거야?


O5 : .....


닥터 : ...저기, 뭐라도 말 좀 해 봐, 오빠!


O5 : 네가 좀 진정한 다음에 말하는게 좋을 것 같아서.


닥터 : 진정? 진정하게 생겼어?? 아무리 틀린 선택지를 다 지운 다음에 나온게 답이라고 해도, 이건 너무하잖아!


O5 : 말하면 믿을 준비는 됐고?


닥터 : 솔직히, 뭔 말을 하는가에 따라 다를 것 같아.


O5 : 그럼 안 돼. 난 정말 "딱 한 번"만 이 이야기를 할 거라고.


닥터 : 뭐 어때. 지금 오빠가 하는 말은 다 녹화되고 있는데.


O5 : 좀 전에 봤잖아. 지금 촬영중인 기록물이 과연 나중에도 "원본"으로 남아 있을까? 훗날 내 기억은 과연 지금과 똑같을까?


닥터 : 그건....


O5 : 그렇기 때문에 난 딱 한번만 말할거야. 오염될 정보는 적으면 적을 수록 좋잖아.


닥터 : .... 뭔 말 하는지는 알았으니까 이야기나 해 줘.


O5 : 그러니까, 처음 SCP-002-LO가 내 머리를 덮었을때, 나는 그 존재 앞에 섰고, 그 순간... 어쩌면 한 번 죽은 것 같아.


닥터 : 죽어??


O5 : 응. 잠깐 기억이 끊긴 다음에 다시 정신을 차렸을 때에는 내가 내 눈을 쥐고 있었거든. 


닥터 : 아니... 그로테스크한 이야기는 둘째치고, 오빠의 몸은 사령관실에서 빠져나간 적은 없어. 오빠는 그게 오빠 머리를 덮어버리자마자 기절해버렸고, 오빠의 눈을 오빠의 손으로...그.. 파낸다던가, 그러진 않았다구.


O5 : 너희가 보는 내 몸이야 그랬겠지. 하지만 난, 난 분명 그 존재 앞에 서있었어.


닥터 : 갈 수록 태산이네... 그래서?


O5 : 그 존재는... 수없이 많은 눈을 깜박이고 있었고, 그 눈 하나 하나마다 우주가 들어 있었어. 그 존재의 이름은...


닥터 : 잠, 잠깐, 오빠! 코에서 피가..!


O5 : 모든 별을 품은 자.. 필연적이며 위대한 혼돈... 


닥터 : 오빠, 정신차려! 눈, 눈에서도...!


O5 : 가장 깊은 자... 영원불멸한 모든 존재들의 아버지아버지아버지아버지....


닥터 : 오빠, 미안해..!




(닥터가 사령관의 목에 전기충격기를 가져다 댄다. 사령관은 곧장 기절한 후 약 2분 뒤 깨어난다.)




O5 : 끄으응...


닥터 :  오빠! 괜찮아?




(닥터가 물수건을 건내주고, O5는 그 물수건으로 얼굴을 닦는다)




O5 : 어.. 덕분에 살았어, 닥터.


닥터 : ..정말 싫은데, 점점 오빠의 이야기를 믿을 수 밖에 없게 되네.


O5 : ....


닥터 : 정말 마음에 안 들어.


O5 : ...미안해.


닥터 : 됐고, 이야기나 계속 해 봐.


O5 : 그 존재는 먼저 이름을 말한 뒤, SCP-002-LO가 자신의 딸이라고 했어. 그리고 딸이 나와 함께 있고 싶어하니, 불편함이 없게 하라고.. 내가 좀 전에 한 것도 너희를 설득하기 위한 증거가 필요하다고 했더니 내가 너희를 설득하기 위해 하는 말은 현실로 나타나도록 그 존재가 '허락'했기 때문이야.


닥터 : 하. 그럼 철충이나 별의 아이들을 없애달라고 하지 그랬어.


O5 : 이야기를 안해본 건 아냐. 그런데 거절당했어.


닥터 : 왜? 평행세계라도 생긴대?


O5 : 아니. 자신은 관찰자이지 집행자가 아니라고 하던데.


닥터 : 기가 막히네. 그럼 좀 전에 내가 만든 기억소거제나 약이 아예 존재자체가 사라졌다가 나타나는건 왜 해준건데?


O5 : 그 존재의 표현을 빌리면, "사소한 것들"이라 그런가봐.


닥터 : ....


O5 : 물론 난 그렇게 생각 안 해. 그 약과 기억소거제 덕분에 얼마나 많은 일을 할 수 있었는데.


닥터 : 그것 참 다행이네. 내 평생의 연구가 세계의 입장에선 '사소한 것'이라는데 오빠만이라도 인정해 준다니.


O5 : 화내지 말고... 어쨌든 문제는 이거야.


지금은 SCP-002-LO가 나에게 흥미가 있어서 그 존재가 이 지구를 눈치챘음에도 유지하고 싶어하는건데, 만약 그 생각이 바뀐다면? 


개미에게 설탕을 주며 가지고 노는 대신 눌러 죽이기로 마음먹는다면?


닥터 : ....."불편함이 없게 하라."....


O5 : 방법이 없는 거야. 그녀는 그녀가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어야 하고, 훈육받더라도 그녀가 납득 가능하도록 해야해. 그리고 항상 나와 같이 있어야 하고.


닥터 : 오빠가 관리한다, 이거지?


O5 : 응. 내가 아닌 다른 사람들에게 그녀가 뭔 짓을 할지 솔직히 확신이 없거든.


닥터 : ...격리 체계가 O5인 SCP라니 과거에도 없었어.


O5 : 그리고 그 O5가 이렇게나 매력적인 적 또한 없었지.


닥터 : ....


O5 : ㅈ..장난이야... 그런 눈으로 보지 마, 닥터.


닥터 : (닥터가 카메라를 올려다 본다)...이 바보 오빠랑 더 이상 말할 필요 없겠네. 녹화 종료해 줘, 포츈 언니.




(녹화 종료됨)







* 이 기록은 모든 재단 인원들에게 편집 없이 전부 공개된다. 이는 만약 원본이 오염되었을 시 단 한명의 인원이라도 원문을 제대로 기억해 낼 수 있을 가능성을 높이기 위함이며, 만약 재단 인원 중 누구라도 이 기록물의 오염을 확인할 경우 즉시 O5 또는 기지관리자 이상급의 간부에게 보고한다. 이에 대한 자세한 사항은 O5 명령서 2X02.1H-IKA를 확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