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 "수고했어, 이제 들어가봐도 좋아."


사령관은 콘스탄챠에게 받은 보고서의 마지막 부분, 디스마스에 대한 내용을 찬찬히 훑어보았다.

그날 이후로 문제를 일으킨 일도 없었고, 오히려 뛰어난 실적으로 자신을 과시하고 있었다.


"꽤 괜찮은 사람이야. 뭐, 손버릇이 나쁜 것만 빼고."

"이야기도 재밌게 하시고, 잘하는 것도 엄청 많지 말임다."

"인간 님은 지나치게 저돌적입니다. 늘 위험을 무릅쓰고 싸우죠. 대체 왜 그렇게까지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사병들 사이에선 이미 상당한 신뢰를 받고 있다. 좋은 일이다.

하지만 그에 대해선 의문점이 아직 많이 남아있다.


그는 어디서 왔는가? 왜 별의 아이와 비슷한 뇌파를 갖고 있는가? 어떻게 강화시술 없이도 강한 육체를 갖게 되었는가?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을 끝낸 건 여성형의 기계음이었다.

"사령관님, 잠시 괜찮겠습니까?"

"무슨 일이야?"

"실시간으로 인공위성 영상을 송신하겠습니다."


얼마나 급한 일이면, 그 침착한 에이다가 다짜고짜 영상부터 보낼까?

사령관은 떨리는 손으로 재생 버튼을 눌렀고, 1분도 안 돼 바로 제어판을 띄웠다.

"전 지휘관에게 알린다. 지금 즉시 회의실에 집합."


19. "으엑, 저게 뭐야?"

지휘관 중 가장 비위가 약한 메이는 메스꺼움에 얼굴이 파랗게 질렸다. 백전노장 칸도, 늘 호탕하게 웃던 아스날도 혐오감을 감추지 못했다.

"인간..이 맞긴 한 건가?"


이족 보행을 하고 있다. 쇠 작살을 양 손에 쥐고 있다. 군대처럼 질서정연하게 해안 절벽을 따라 순찰을 돌고 있다.

하지만 온몸을 뒤덮은 파란 비늘과 도미의 머리. 구부정한 몸. 손발에 달린 물갈퀴.


인간이라 부를 수 없는 흉측한 무언가였다.

"일생을 바다 위에서 보냈지만.. 소관은 저런 흉측한 괴물은 한 번도 본 적이 없소. 함대가 잠든 사이에 만들어진 거요?"

"그걸 알고 있음 진작에 끝장냈겠지."


모두 고민에 빠졌다. 가뜩이나 적이 한가득인데, 저것들까지 상대하게 된다면 얼마나 힘들지 눈앞이 캄캄해졌다.

...


"디스마스."

긴 침묵을 깬 건 마리였다.

"응?"

"부하들의 말에 따르면 디스마스 경은 예전에 걸어다니는 생선과 싸운 적이 있었다고 했습니다. 그라면 뭔가 알고 있을 겁니다."


회의실의 분위기가 조금 가벼워졌다. 해결책이 있다. 그 말에 사령관은 화색을 띄웠다.

"불행 중 다행이군."

"그렇다면 당장 불러-"


"그가 불러낸 거일 수도 있지."

"그게 무슨 말인가?"

사령관의 말을 끊은 레오나는 머리를 손가락으로 톡톡 치며, 신경질보단 걱정이 앞선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수상해. 갑자기 나타난 것부터 강한 신체 능력과 이상한 지식들, 게다가 별의 아이와 유사한 뇌파까지. 모든 게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아직은 아군으로서 일하고 있지만, 언제 본색을 드러낼지도 몰라. 아직은, 아직은 그를 경계해야 해."

"..동의한다. 부하들 사이 인망과 별개로, 아직 신뢰하기엔 너무 일러."

"칸도?"


침묵이 다시 이어졌고, 사령관은 지휘관들을 둘러보았다. 그 인간을 믿는 사람 반, 믿지 못하는 사람 반.

과연 그를 부르는 게 맞는 걸까? 아니, 애초에 그를 오르카 호에 데려온 것이 실수는 아니었을까? 레오나의 말이 틀린 것도 아니다. 진심으로 오르카 호를 위해서, 지금 그 불안요소를 주시하고 있다.


"이대로라면 달라지는 건 없다. 사령관, 당장 그를 호출하자. 그리고 그를 심문하는 거야."

"아스널."

모두의 시선이 아스널에게 쏠렸다. 그녀는 다시 그 호탕한 미소를 띄우며 레오나와 칸을 번갈아 보았다.


"레오나, 칸. 그 인간을 의심하는 건 합당하다. 하지만 그 사람 없이는 아무것도 알 수 없어. 하지만 걱정하지 마라. 우리가 있으니, 그 인간은 사령관에게 손끝 하나 댈 수 없을 거다."

"... 알겠어. 대신 컴패니언 자매들도 전부 불러와."


사령관은 화면을 돌려 호출 버튼을 눌렀다.

"디스마스 씨, 주무시고 계십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