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1년 3월 22일 1030시, 스틸라인 지휘관실

“기념할만한 스틸라인 제 1회 단란회의를 시작하지.”

스틸라인의 지휘관실. 엽차와 제과류로 간소하게 꾸며진 4인용 테이블이 현세에서 격리된다. 팔을 뻗으면 서로 손을 맞잡을 수 있을법한 거리감은 친교와 담소를 나누기에도 적당할테지만 그런 이벤트가 일어날 조짐은 없다. 테이블을 둘러싼 구성원은 불굴의 마리, 레드후드, 브라우니.
인선과 장소선정에 악의밖에 느껴지지 않는다.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좋다. 나도 악마는 아니다. 누구나 실수할 수 있는 법이다.”

불굴의 마리가 말을 이어가는 와중에도 지금 틀림없이 오르카 호 안에서 가장 신앙심 깊은 인물이 되어있을 레드후드의 눈빛이 브라우니의 관자놀이를 꿰뚫는다. 그 안광을 질량으로 바꿀 수 있다면 지금쯤 브라우니는 변사체다. 최전선에서 사기와 군율을 다스리는 믿음직한 연대장의 기도가 들려오는 듯 하다. 아자젤님 제발 이 새끼를 총살하게 해주세요.

“하지만 귀관에게 생존이라는 사치를 허락하기 위해서는 그에 맞는 합당한 이유가 필요하다. 부족한 내 머리로는 그것이 도저히 떠오르지 않는군. 그러니 친절하게 설명해주겠나?”

불굴의 마리가 상체를 기울여 테이블에 체중을 싣는다. 먹다 흘린 짬밥으로 졸병을 익사시킬 수 있는 지휘관의 얼굴이 정신건강에 좋지 않은 거리까지 다가온다. 그녀가 양 손으로 짚고 있는 부분에서부터 테이블에 균열이 내달렸다.

“귀관이 팬티와 자위용품을 끌어안은 채 사령관님의 침대 밑에 숨어있던 이유를 설명해라.”

아자젤님 그동안 고마웠습니다. 저는 먼저 가겠습니다.



- 2021년 3월 9일 1500시, 비밀클럽 아지트

“이거 보십쇼. 이 전거근에서부터 장골능선으로 이어지는 굴곡, 멋지지 않슴까? 이런 사진이 52장에 조커카드는 세트마다 다른 사진이 들어가 있슴다!”
“그렇네요. 개인적으로는 대전자부분에 보조개가 좀 더 또렷했으면 좋겠지만 이건 이것대로……. 얼마나 인쇄했다고 하셨죠?”
“초도물량은 600세트임다. 순식간에 동나겠지만 원하신다면 몇 세트 빼드릴 수 있슴다. 누가 뭐래도 유미씨는 공동투자자니까 말임다.”

사령관의 누드가 새겨진 트럼프 카드를 내밀며 열변을 토하는 브라우니에게 그 중 한 장을 받아든 커넥터 유미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를 표한다. 사령관이 봤다면 식겁했을 광경이지만 안타깝게도 이 방을 점유하고 있는 건 비슷한 취향을 공유하는 진짜들 뿐이다.
정상인은 알아들을 수 없을 전문용어를 남발하는 대화는 진정될 기미없이 폭주해 새로운 수집품을 애호하고 있던 그렘린까지 끌어들였다.

“뭔데요? 오옷…! 어떻게 이런 대담한 각도로! 샤워실의 카메라는 전부 컴패니언들이 철거했던 거 아니었나요?”
“하핫, 다 요령이 있지 말입니다. 배가 부르면 코도 둔해지는 법임다. 그럴듯한 위치에 미끼를 깔고 이렇게 진짜 노림수를 감춰두면 십중팔구는 미끼만 건져서 돌아가지 말입니다.”

당당하게 범행수단을 공개하는 브라우니의 얼굴에 죄책감은 없다. 그녀의 상식 내에서 이 정도는 교양의 범주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많이들 오해하지만 부비트랩의 설치요령을 취미에 응용할 수 있는 브라우니에게 필요한 건 교사가 아니라 의사다. 되도록이면 신경정신과에 능통한 인재가 적합하다.

“그렘린씨도 한 세트 어떻슴까? ”
“하지만 저는 아직 아자즈씨한테 구매한 탑돌이mk.2 부품의 할부가…….”
“안타깝슴다. 600세트 중에 30세트, 특별옵션이 붙어있는 한정판은 선착순 판매이지 말임다. 거기에는 메리씨가 직접 그린 일러스트가 2장씩 들어있슴다.”
“크윽, 이 자본주의의 돼지가…!”

분노와 함께 이를 갈며 그런데도 얇은 지갑의 내용물을 들여다보는 그렘린의 표정이 고뇌에 휩싸인다. 살이냐 철이냐를 두고 매달 할부금과 씨름하는 그녀의 고민은 아직 바이오로이드들에게도 100년은 이르다. 트럼프 카드를 넘기던 커넥터 유미가 조용히 고개를 들어 그렘린의 옆얼굴을 응시한다.
저 사람처럼은 되지 말자. 이 방의 모두가 서로에게 공유하는 감상이었다.
덧붙여 거액의 커미션에 기뻐하던 메리는 브라우니에게 그 내용을 전해듣고 새파랗게 질려버렸고 작업을 마친 뒤에도 일주일간 브라우니 기종과 마주칠 때마다 흠칫 놀라며 피해다녔다고 한다.
그런 존엄성이나 전두엽과 교환해 어디 내놓아도 부끄러운 충족감을 얻는 모임의 평화가 탈론페더의 입장으로 무너진다.

“좀 도와주시겠어요?”

발치도 보이지 않을 커다란 PP박스를 안은 채 문을 열고 들어오는 탈론페더를 보고 유미가 황급히 다가갔다. 커다랗다고 해도 기본적으로는 잠수함, 간신히 확보한 비밀클럽의 아지트 역시 튀어나온 파이프나 벨브에서 자유롭지는 못하다. 유미와 박스를 맞잡아 바닥에 내려놓고 나서야 한 숨 돌린 탈론페더는 그대로 뭉친 어깨를 두드리며 입을 열었다.

“벌써 다들 모이셨네요.”
“무슨 일임까? 비장의 수집품까지 챙겨오라고 하시고. 혹시 전시회라도 여는검까?!”
“사령관님 기절하는 꼴 보고 싶어요? 그게 아니라…….”

탈론페더가 전자패드를 꺼내 방 한가운데 홀로그램을 띄우자 모두의 시선이 그곳으로 쏠렸다.

“이건 평범한 공문 아님까? 이게 저희 모임이랑 무슨 상관이…”
“내용이 문제에요. 지난번에 창고에서 천향의 히루메씨를 발견했었죠? 사령관님은 별 문책없이 끝내셨지만 호위조나 각 부대의 사령부는 뒤집어진 모양이에요. 다른 불안요소는 없는지 이 참에 아예 오르카 호를 전면수색하자고 난리가 났어요.”

그렘린의 눈길이 자기가 가져온 조그마한 상자로 흐르고 유미는 조용히 살펴보던 트럼프 카드들을 옆으로 밀어낸다. 현장수사 직전에 물적 증거를 600세트나 양산해버린 브라우니는 입술을 뻐끔거리며 자기도 모르게 뒷걸음질쳤다.

“그, 그냥 숨겨뒀다가 수색이 끝난 곳에 몰래 가져다 두면 되는거 아닌가요? 아무리 인원이 많아도 하루만에 끝나지는 않을테니까.”가장 먼저 충격에서 회복한 유미가 입을 열었다.
“수색은 부대별로 날짜와 구역을 할당해 몇 번이고 반복할 모양입니다. 한 번 옮기는 것 만으로는 숨길 수 없어요. 특히 컴패니언 시리즈가 위험해요. 평소에 사령관님의 근접경호를 담당하고 있는데다 천향의 히루메씨와도 연관이 있으니까.”

모두들 미간에 권총을 들이댄 채 유언을 묻는 블랙 리리스의 모습을 상상하고 어깨를 부르르 떤다. 마키나가 일으켰던 사건과 히루메의 밀항. 두 번의 실책으로 지금 장녀의 살의는 정점에 달해있다. 사령관과 관련된 아이템을 드랍하는 황금고블린이 되고 싶지 않다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할 것이다.

“무슨 방법이 없는검까?”

살려주세요, 하는 표정으로 트럼프가 가득 찬 상자를 끌어안은 채 브라우니가 말했다.

“방법은 있죠. 여기 있는 모두의 협력이 필요하지만.”

탈론페더가 패드를 조작하자 각 부대에서 사용하는 문서양식이 차례차례 허공에 떠올랐다. 하나하나 내용물을 확인하던 브라우니와 유미, 그렘린의 얼굴에 화색이 돈다.

“각 부대의 수색일정은 이미 입수했습니다. 남은건 일정을 참고해 수집품을 옮겨가면서 은폐하는 것 뿐이에요. 계획의 입안과 지휘는 제가 맡겠습니다. 여러분은 제가 지정한 시간에 지정한 곳으로 상자를 옮겨주세요.”
“저기, 그러려면 PP박스 하나로는 모자란 거 아니에요?”그렘린이 말했다.
“일반적인 기호품은 놔두고 중요한 것만 숨길겁니다. 여러분한테 비장의 수집품을 가지고 오라고 말해둔 것도 그 때문이죠. 상자가 늘어나면 옮길 때 눈에 띄기 쉽고 애초에 수색했는데 아무것도 나오지 않는다는 상황이 더 수상하니까요. ……왜 다들 저를 쳐다보는거죠?”

모두들 탈론페더를 바라보고 마음 속 깊이 납득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인다. 종교활동 때 틀어줄 구인류의 명작영화가 누군가의 실수로 탈론페더가 촬영한 영상으로 교체된 적이 있었다.
얼마 안되는 여가활동에 한껏 기대를 부풀린 부대원들이 앉아있는 가운데 대형스크린에 출력된 것은 사령관과 아자젤의 짐승같은 정사장면이었다. 5.1채널로 강당에 울려퍼지는 자신의 신음소리를 들으며 코헤이 교단 치천사의 웃는 표정에 금이 간다. 당황한 베라는 안드바리와 알비스를 양 옆구리에 끌어안은 채 의자 밑으로 몸을 숙였고 에이미는 그 자리에서 기절한 좌우좌를 안아들고 수복실을 향해 뛰쳐나갔다. 

소란은 결국 극대노한 사라카엘이 빛의 창을 투척해 프로젝터를 부수는 걸로 끝났지만 그날 저녁 탈론허브는 동시접속자 폭주로 서버가 다운되는 사태를 맞이한다.
그 일 뿐만이 아니다. 적극적으로 상품을 생산해 자매들에게 판매하는 브라우니, 그렘린과 유미도 각자 한 번씩은 자신의 곤란한 취미를 본의아니게 어필했던 사건이 있었다.

“크흠, 그러면 여기서 각자 귀중품을 공개해야한다는 말이죠?”

그렘린이 목을 가다듬고 내뱉은 말에 방 안의 분위기가 미묘하게 변했다. 모두를 둘러싸고 있던 긴장이 사라지고 그 자리를 당장이라도 서로에게 고백할 것 같은 수줍은 공기가 대신한다.
같은 취미를 공유하는 사이라고 해도 사령관에게서 생산되는 굿즈의 수량에는 한계가 있다. 그녀들은 서로의 이해자인 동시에 커피자국이 남은 와이셔츠나 사령관이 쓰던 만년필 같은 것을 두고 경쟁하는 관계인 것이다. 그러나 콜렉터의 취미는 단순한 수집에서 끝나지 않는다. 모아온 귀중품을 이해자에게 과시하는 것이야말로 수집의 본질이다.
지금껏 그런 수요에 목말라있었으면서도 원만한 교우관계를 위해 억누르고 있던 콜렉터들의 본능이 대의명분을 얻어 깨어나기 시작한다.
선봉은 먼저 말을 꺼낸 그렘린이었다.

“헤헤, 브라우니씨는 그 트럼프 세트일테고… 그럼 저부터 갈까요, 쨔잔~!”

그렘린이 얄팍한 판 같은 것을 감싼 보자기를 풀어헤치자 가슴에 끌어안기 좋은 크기의 액자가 모습을 드러낸다. 하지만 그 유리판 안에 고정된 내용물은 추억이 담긴 사진도 사령관의 서명이 기록된 카드도 아니었다. 그것은….

“남성용 팬티…임까?”
“후후후, 유미씨와 사령관님과 함께 스틸라인 온라인을 플레이했던 날 얻은 전리품이에요!”
“서, 설마 그렘린씨가 사령관님을 덮쳤던 건가요?! 이 오르카 호 안에서 제가 놓친 정사장면이 있을 리가 없어요! 신음소리가 들리면 자동으로 녹화하도록 프로그래밍 해뒀을텐데!”
“덮치다니, 아니에요! 그냥 맥주에 약을 타서 사령관님을 재우고 얻었을 뿐이라고요!”

탈론페더 이즈 와칭 유.
같은 비밀클럽멤버의 방에도 망설임 없이 기록장비를 설치하는 그녀의 철저함이 행복한 표정으로 액자에 뺨을 문지르고 있는 그렘린의 기행에 묻혀버리는 오르카호의 평화로운 오후 3시.

“크윽, 설마 소완씨가 실패한 계획을 성공시킨 사람이 이렇게 가까이에 있었을 줄은 몰랐슴다…!”
“후후, 액자 안은 제대로 진공처리해서 언제까지고 사령관님의 자취를 보존할 수 있게 만든 일품입니다. 마음껏 부러워하세요!”

흘러넘치는 웃음을 주체하지 못한 채 망상에 빠져드는 그렘린의 머리 속에서는 이미 소파를 둘러싼 아이 셋과 사령관의 팔에 기대인 채 벽에 걸린 액자팬티를 감상하는 단란풍경이 재생되고 있을 것이다. …어떤 가정환경인거냐.

“흐음, 그날 사령관님이 묘하게 빨리 잠드신다고 생각했더니 그런 거였군요. 하지만 기껏 얻은 물건을 보존하기 위해 즐길 수 없는 상태로 만들다니 본말전도에요. 그런 점에서는 제 수집품 쪽이 우수하겠죠.”

끝없는 야근과 다크서클로 이름높은 통신 OL의 발언이 이 자리에 긴장감을 되돌린다. 분한 표정을 짓고있던 브라우니도, 망상에 빠져있던 그렘린도, 탈론페더도 고개를 돌려 유미에게 눈길을 향했다.
그 응시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커넥터 유미가 기다란 상자를 열어서 꺼낸 것은 술병 이었다.

“오르카 호에 하나밖에 없는 사령관님의 양말담금주에요! 키르케씨가 직접 주조한 문샤인에 사령관님이 착용했던 양말. 금주령이 내린 오르카 호 안에서 두 가지 의미로 희소한 호사품을 이거라면 맛과 향과 알코올로 삼중으로 즐길 수 있어요!

통신이라는 잘 해봐야 본전이고 못하면 피박인 업무에 종사하는 커넥터 유미의 정신적 부담은 이루 말할 수 없다.
회전식 발전기덕분에 나날이 튼실해지는 오른팔의 전완근, 스틸라인의 영문을 알 수 없는 유선두절에 통신선을 따라가다보면 발견할 수 있는 단선과 친칠라. 좋은 친칠라는 죽은 친칠라뿐이다. 해부대에 뉘인 설치류를 현실로 만들 수 없는 유미가 모티베이션 유지를 위해 의지하는 취미가 알코올과 특수취향인 것이다.

“즉, 당신들은 사령관님에게 약을 먹여서 팬티와 양말을 갈취하고 맨몸으로 돌려보낸 검까…?”
““무슨 소리에요! 제대로 똑같은 신품을 구해서 바꿔치기했다고요!””

브라우니의 도덕적 질책에 억울함을 호소하는 그렘린과 유미의 합창이 이어진다. 잘 생각해보면 그녀들이 억울해 할 이유는 딱히 없지만 그 진실에 도달할 수 있는 인재가 이 클럽에 존재할 리 없었다.

“제가 파악하지 못한 레어아이템들이 이렇게나 많다니, 역시 클럽을 만들길 잘했어요. 하지만  모두들 우승자를 정하는 건 제 특주품을 본 뒤로 미뤄주시겠어요?”

평소처럼 들리도록 억누른 탈론페더의 어조는, 하지만 그 속에서 배어나오는 자신감을 미처 다 감추지 못했다.
전자패드를 다루던 섬세한 손길이 박스를 개봉한다. 박스 안에서 금방이라도 후광이 뿜어져 나올 것 같은 엄숙한 동작에 브라우니와 그렘린은 마른 침을 삼켰고 유미는 자신이 가져온 술병을 가슴팍에 안았다. 조금 무거운 물건인지 허리를 한껏 숙였던 탈론페더가 상체를 들어올리는 순간, 박스 안에 잠들어있던 살색의 정물이 드디어 그 실체를 드러냈다.

“““오오오……!”””
“영상 300여개를 다양한 각도에서 분석해 모델링한 특제품입니다. 그 뿐만이 아니에요! 여기 있는 이 스위치를 누르면….”

배꼽 아래에서부터 무릎 위까지. 사령관의 하체를 점 하나까지 완벽재현한 자위기구가 탈론페더의 품 안에서 날뛰기 시작한다. 그 생동력, 갓 잡은 참치에도 뒤지지 않는다. 앗 하는 사이에 거친 허리놀림을 억누르는 탈론페더의 이마에 땀방울이 흘러내리고 기라성같은 변태들의 입에서 패배를 인정하는 신음이 흘러나온다.
좀처럼 인적이 찾아오지 않는 밀실. 엽기살인사건의 피살체라고 해도 믿을만한 기괴한 실리콘 덩어리를 앞에 두고 황홀감에 빠지는 그녀들의 미래가 진심으로 걱정된다.

‘딱.’

탈론페더가 스위치를 끄는 무기질적인 소리와 함께 100% 구매자가 되어줄 고객들 앞에서 돌연 데몬스트레이션이 종료되었다.

“흐흥, 유미씨의 수집품은 취향을 탈지도 모르지만 제 건 누구나 가지고 싶어할걸요?”

 가슴을 펴고 말하는 탈론페더에게는 한 점 부끄러움도 보이지 않는다. 희소가치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수집품이었지만 그 가치를 부정할 수 있는 멤버도 없었다.

“하지만… 다들 뭘 만들어 버리신 검까. 이걸 사령관님께 들키는 날에는….”

유일하게 현실과 한다리 걸치고 있는 브라우니의 지적에 모두의 표정에 그림자가 드리운다. 그래. 다들 생각해 본 적이 있는 것이다. 우연히 맨하탄 프로젝트에 참가하게 된 과학자가 있다면 이런 심정일까. 사령관님이 이딴 핵폭탄급의 수제품을 발견하는 날에는 드디어 바이오로이드들에 대한 근본적인 신뢰를 잃어버려, 최악의 경우 구인류가 재림하는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니까, 다들. 이번 작전에서 이 수집품들이 사령관님의 눈에 들어가는 일은 없어야 해요. 이 문제에는 저희들의 존엄성뿐 아니라 모든 바이오로이드들의 미래가 걸려있습니다. 부디 실패하지 않도록 주의해주세요.”

탈론페더의 말에 엄숙하게 고개를 끄덕이면서 한 명, 한 명 결의에 찬 표정으로 PP박스에 수집품을 넣어간다.
오르카호 수색 4일 전, 함내의 평화는 그녀들의 손에 달려있다…!!



시험삼아 짧게 끊어봄. 내가봐도 정신 나간 것 같은데 제정신으로 쓴거 맞다.

처음 떠올렸을 때는 개쪼겠는데 글로 옮겨보니 모르겠네. 반응 좋으면 계속 이어씀.


작가가 쓴 다른 작품 : 어느 평범한 여름날의 기억

그리고 혹시 아카라이브에서 말줄임표(가운데 점 여섯개)입력하는 방법 아는 사람 있음?

자동변환되면서 마침표로 깔려버리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