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령관이 죽었다.



아주 천천히, 그리고 부드럽게. 콘스탄챠가 발견한 사령관은 그렇게 원을 그리며 가만히 그녀를 쳐다 보고 있을 뿐이였다.

생기를 잃은 초점 흐린 망자의 눈. 콘스탄챠는 비명을 질렀고 곧 불굴의 마리와 블랙 리리스, 철혈의 레오나가 함장실로 들이 닥쳤다.

나라 잃은 표정으로 사령관이었던 무언가를 쳐다보는 불굴의 마리. 허공을 휘젓는 다리를 끌어 안으며 눈물을 쏟아내는 블랙 리리스. 선 채로 기절하여 뒤로 넘어간 철혈의 레오나.

급작스러운 일은 아니었다. 그녀들은 항상 그의 상태를 보며 불안과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 무의미힌 폭력을 휘두르는것도, 고통을 유흥삼아 그녀들을 괴롭히는 것도 아니었었다.

무기력. 그렇게나 밝고 화사하게 웃던 사령관은 어느 날을 기점으로 무기력하게 존재할 뿐이었다.

단지 그 뿐이었다. 그가 가까이 두고 있던 메이드들과 컴패니언 자매들은 그런 사령관의 모습을 걱정할 뿐이었다. 밤마다 그녀들을 안아주며 따뜻한 목소리로 사랑을 속삭이던 그는 어느 순간부터 홀로 밤을 보내며 외로움을 벗삼아 보낼 뿐이었다.

한날은 콘스탄챠가 방으로 들어가니 사령관이 머리를 쥐어뜯으며 무언가를 중얼 거리고 있었다. 존재 해선 안돼. 존재하면 안돼. 그런게 있어선 안돼. 마치 보지 말아야할 무언가를 보고 들은 것 마냥 사령관은 침을 흘리며 극도의 두려움과 고통에 떨고 있었더라. 그녀는 그렇게 회상했다.



사령관의 장례가 치뤄진 후 오르카호는 급격하게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절대복종을 맹세하며 사령관에게 충성을 맹세한 스틸라인의 지휘관 불굴의 마리는 그의 죽음을 명백히 밝혀야한다며 주변을 의심하기 시작했고, 그런 그녀에게 그런 당신의 모습이 사령관에게 압박을 준게 아니냐며 책임을 돌리는 철혈의 레오나가 있었다. 멸망의 메이는 두번 다시 방을 나오는 일이 없었다. 그저 구슬픈 울음소리가 밖으로 새어나올 뿐이었다.

콘스탄챠는 사령관이 변하기 전 마지막으로 그를 만난 바이오로이드가 이 사건의 원인이라 생각하여 그녀를 찾기 시작했고, 곧 어렵지 않게 그녀를 찾을 수 있었다. 그리고 호드의 참모  탈론페더의 캠코더를 통해 그가 망가지기 전 그 당시의 마지막 모습이 담긴 비디오를 손에 넣을 수 있었다.

기록실로 모인 지휘관들은 눈에 비친 영상은 참담하기 그지 없었다. 레오나는 그 즉시 권총을 꺼내들어 라비아타를 즉결처분하겠다 소란을 피우기 시작했고, 마리는 이런 일이 있어선 안된다며 인류는 멸망할 것이라고는 자리에 쓰러져 어린아이같이 울기 했다. 아스널은 자기 자신의 잘못이라며 책임을 지겠다더니 어디론가 사라졌다.

모두가 응시하며 지켜본 영상 속엔 에밀리가 있었다. 사령관이 반갑게 웃으며 그녀의 손을 잡으려는 찰나 그녀가 손을 탁 쳐낸다. 당황하는 그에게 에밀리가 무표정한 얼굴로 입술을 움직였다.





"철남소추 사령관 아니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