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령관은 벌써 두 시간째 집중해서 라비아타가 올려둔 보고서를 둘러보고 있었다.

 

이번에 새롭게 소탕한 지역에 관한 보고서였다.

 

대략적으로 요약하자면, 더 이상 위험한 지역이 없다는 희소식이었으나, 그 밑에 적힌 문장이 그를 신경 쓰이게 했다.

 

신속한 답변을 요구하는 라비아타에게 적어도 아침까지는 제대로 된 답변을 주어야겠지만, 아무리 머리를 쥐어뜯으며 상황을 모면해보려 해도 이거다 싶은 해결책은 여전히 나오질 않았다.

 

이제는 허리도 아프고 눈도 따가워서 다 잊어버리고 시원하게 술 한 잔 하고 싶은 욕구가 점점 더 강해졌다.

 


그래, 술.

 

그러고 보니 최근에 탐색과정에서 발견된 지하 창고에서 밀봉되어있던 거대한 와인창고를 발견한 것이 떠올랐다. 아마도 애주가인 어느 대부호가 멸망을 앞두고서 자신의 애주들을 꽁꽁 숨겨둔 모양이지.

 

본부 창고로 옮겨둔 수십 병의 와인들을 떠올린 사령관에게 조금만, 맛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으나, 이내 고개를 가로저었다.

 

닥터의 말로는 진공상태로 보존되어 있어 마셔도 문제는 없다고 했지만, 일전에 워울프가 술을 이용해 자신을 강제로 범하려 했던 일을 생각한다면, 조심해야할 필요가 있었다.

 


사령관은 몸을 뒤로 기대며 기지개를 폈다. 굳어있던 뼈가 펴지며 우두둑하는 소리가 들렸다.

 

순간 뒤에서 뭔가 움직인 것 같아서 책상 밑에 두었던 권총을 빼들며 몸을 돌렸다. 당연하게도 착각이었다.

 

본부인 오르카 호는 철충들의 침입을 막기 위해 파견 보낼 때를 제외하곤 잠수함으로 항상 바다 속에 잠겨있을뿐더러, 내부에는 그동안 자신과 함께해온 수십, 수백의 바이오로이드들이 있었다.

 

게다가 이제 남은 철충들은 시가지에 군집해있는 조금의 잔당들뿐이지 않은가.

 

 

“후우…, 나도 조금은 예민해진 모양이로군.”

 

 

짧게 혀를 차며 사령관은 앞에 놓인 커피 잔으로 손을 뻗었다.

 

안타깝게도 페로가 퇴근하기 전에 가져다 준 커피는 이미 바닥을 드러낸지 오래였다. 사령관은 자리에서 일어나 근처 선반을 열었다.

 

기억대로라면 그의 부관인 페로는 항상 이곳에 커피믹스를 두곤 했었다. 선반을 뒤지자 속이 빈 커피믹스 통이 그를 맞이했다.

 


“…되는 일이 없군.”

 


사령관은 선반 한쪽을 떡하니 차지하고 있는 빈 커피믹스 통을 쓰레기통에 버리며 짧게 탄식했다. 분명 이곳을 제 집처럼 드나드는 LRL의 짓이 분명했다.

 

부관인 페로는 놀이방 마냥 집무실을 드나드는 그녀의 존재가 영 못미더운 듯 했으나, 오랜 시간 홀로 외롭게 등대를 지키고 있었던 그녀의 과거를 생각한다면 이해 못할 일은 아니었다.

 

계속해서 밀려오는 잠에 크게 하품하며 사령관은 따뜻한 물이라도 한잔 마시기 위해 주전자에 채워진 물을 끓였다.

 

사령관은 물이 끓기를 기다리는 동안 선반에 기대어 라비아타가 보고서 말미에 남긴 숙제에 대해 떠올렸다.

 


― 사령관님, 근방의 철충들은 모두 제거되었으나 아직 싸움이 완전히 끝난 건 아닙니다. 혹시나 모르니 후일에 대한 대비도 하셔야 합니다.

 


'후일.'

 

사령관은 그 의미가 무엇인지 모를 정도로 어수룩하지 않았다.

 

전투 모듈과 자원만 충분하다면 얼마든지 뽑아낼 수 있는 바이오로이드들과는 다르게, 자신은 이 세상에 유일하게 남은 ‘인간’이었으니까.

 


그 때문일까, 최근 들어 그를 향한 바이오로이드들의 유혹 또한 점점 강해지고 있었다.

 

에이미는 저도 모르는 사이에 야시시한 속옷을 입은 체 침대에 누워있었고, 레오나는 수건 한장만 두르곤 능청스럽게 욕실로 쳐들어왔었다.

 

언제나 담담히 곁을 지킬 것만 같았던 경비대장 리리스는 못된 범인을 찾았다며 자신의 알몸을 줄로 묶어 벌을 달라했었고, 믿고 있었던 콘스탄챠 마저 속이 훤히 비치는 나이트 드레스를 입으며 은근히 그를 유혹해왔다.

 

그런 그녀들의 영향 때문인지 최근엔 얌전하던 페로 역시 조금씩 이상한 낌새를 보이는 중이었다.

 

지금껏 대충 얼버무리며 순결을 지키고 있던 사령관이었으나, 언제까지고 그녀들의 유혹에 침묵으로 답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물이 끓기 시작했다. 어느덧 시계는 새벽을 향하고 있었다.

 

야근이라면 질색하는 그였으나 적어도 아침까지는 답을 주겠다고 다짐했으니, 최대한 빠르게 모두가 만족할 방법을 결정해야만 했다.

 

아끼는 모두가 상처받지 않고 온전히 풀어갈 수 있는 방향으로. 빈 잔에 뜨거운 물을 부은 그는 다시 책장 앞으로 돌아왔다.

 

 

CS페로, 그녀라면 이 일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할까?

 

사령관이 페로를 부관으로 둔 건, 군더더기 없는 일처리 능력과 공과 사를 구분하는 점 때문이었으나, 가장 중요한 이유는 따로 있었다.

 

그 어느 때에도 감정적으로 휘둘리지 않는 온전한 판단력.

 

때문에 이번 지역을 소탕 할 때도 은근슬쩍 자신의 생각을 일러주던 페로는 적지만 많은 도움이 되었다.

 

그러고 보니, 라비아타가 보고서를 건넬 때도 페로가 곁에 있었던 게 떠올랐다.

 

당황한 자신과는 다르게 페로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질 않았기에 그녀가 라비아타의 메시지를 목격했는지는 알 수 없는 일이었다.

 

그저 부관 일을 마친 뒤, 어느 때와 같이 군더더기 없는 자세로 대기실로 복귀했을 뿐.

 

어째 돌아서는 뒷모습이 전과는 다르게 초조해보였지만 말이다.

 

 

“…설마.”

 

 

고개를 저으며 회전의자에 앉은 사령관은 아직 식지 않은 뜨거운 물을 홀짝이며 모니터에 줄지어 떠있는 바이오로이드들의 프로필이 있었다.

 

모두 아끼는 동료들이었으나, 그 모두가 자신을 원하고 있었다.

 


단지, 후일을 위해.

 

물론 그녀들은 모두 충분히 매력적이었다. 다만 후일이라는 명목아래에 수많은 바이오로이드들과 몸을 섞고 싶지 않을 뿐이었다.

 

제 아무리 바이오로이드라고 하더라도 그녀들 역시 자아를 가지고 있는 하나의 여성. 자신과 몸을 섞은 남성이 다른 여성과 다시 몸을 섞는다는 걸 원하는 이는 없을 터였다.

 

후일을 위해 누굴 선택하든, 분명히 누군가는 상처를 입고 만다. 그것은 사령관이 가장 바라지 않는 일이기도 했다.

 

 

“정말 골치 아프군.”

 

 

새어나오는 탄식과 함께 사령관은 다시 뜨거운 물 한 모금을 마셨다. 그러나 꿀꿀한 기분은 좀처럼 가시질 않는다.

 

결국 이 일은 좀 더 보류하기로 마음먹은 사령관이 모니터에 띄워놓은 프로필들을 다시 정리하려는 찰나, 누군가 문을 두드렸다.

 

 

사령관은 미간을 찌푸렸다. 지금 이 늦은 시간에 집무실로 찾아올 이는 없었다. 야간 순찰을 도는 발키리 역시 지금쯤이면 돌아와 대기실에서 휴식을 취할 시간이었다.

 

사령관은 자리에서 일어서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책장 밑의 권총을 다시 빼들었다. 문 너머의 방문자는 다시 한 번 쿵쿵, 작지 않은 소리로 문을 두드린다.

 

딱히 잠가두지도 않았기에 옆의 버튼만 눌러도 쉽게 열리는 문이었으나, 방문자는 사령관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는 듯 계속해서 문을 두드리는 일을 고수했다.

 

사령관은 총을 치켜들고 문 앞으로 다가가 대답 대신 조심스럽게 버튼을 눌러 문을 열었다.

 

스르륵 미끄러지며 열린 문 너머에는 페로가 활짝 미소를 짓고 서있었다.

 

항상 조용하고 예의를 중시하던 평소의 그녀와는 다르게 늦은 밤 사령관실을 찾아온 페로는 활기찬 기운을 뿜어내고 있었다.

 

그녀는 평소와 같은 정갈한 메이드 복 대신, 답지 않게 커서 어깨한쪽이 흘러내리는 와이셔츠를 입고 있었다.

 

일전에 세탁실에서 잃어버렸던 자신의 옷이었다.

 

분명 그때 페로는 ‘버리는 옷가지랑 섞이는 바람에 실수로 버려진 것 같다.’고 말했었다.

 

 

“제가 너무 늦은 시간에…. 주인님을 방해한건가요?”

 

 

혀로 입가에 묻은 액체를 쓸어 올리며 페로가 물었다. 답지 않게 흐트러진 페로의 모습에 사령관은 당황한 표정으로 그녀를 위아래로 훑었다.

 

자세히 보니 새하얀 와이셔츠에 불그스름한 얼룩이 묻어있다.

 

와이셔츠뿐만이 아니었다. 불그스름한 액체는 그녀의 깊게 패인 쇄골에도 살짝 고여 있었으며 목을 따라 흐른 흔적이 남아있었다. 결정적으로 살짝 붉어진 얼굴과 코를 찌르는 알코올 냄새.

 

 

“페로 너 설마…. 창고에 비치해둔 와인을 마신거야?”

 

“와인? 이거 말하는 건가요?”

 

 

반쯤 풀린 시선으로 손에 쥐어진 와인 병을 들어 보이며 페로가 되물었다. 사령관은 짧은 한숨을 내쉬며 페로가 손에 들고 있는 와인 병을 낚아챘다.

 

이미 바닥을 드러낸 와인 병에는 한 모금도 안 되는 와인이 찰랑거리고 있었다.

 

 

“내가 너희들에게 미칠 영향을 모르니까 아직 건들지 말라고 했잖아. 아니, 잠깐…. 그보다 분명 창고엔 스카디가 설치한 잠금장치가 단단히 걸려있을 텐데?”

 

“에이, 주인님도 참…, 그런 아날로그적인 보안장치는 제 클로 앞에선 다 무용지물이거든요.”

 

 

얇게 날이 선 클로를 들어 보이며 페로는 헤헤, 하고 장난스런 웃음을 흘렸다.

 

살짝 어눌한 말투와 몸을 가누기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아하니 그녀는 꽤나 취한 상태. 더 이상 말이 통할 것 같지 않았다.

 

 

“일단은 조용히 돌아가서 한숨 자. 자세한 내용은 내일 들을 테니까.”

 

 

사령관의 축객령에도 불구하고 페로는 그에게 다가왔다. 은은한 와인향이 풍기는 페로의 따뜻한 숨결이 느껴질 거리였다.

 

 

“정말로 제가 돌아가길 원하세요?” 말끝마다 색기를 뚝뚝 흘리는 목소리로 귓가에 속삭인다.

 

 

사령관은 대답대신, 그녀를 살짝 밀어내며 짧게 헛기침을 했다. 아무래도 닥터에게 일러 바이오로이드들이 절대로 와인창고에 다가가지 못하게 해야겠다는 다짐과 함께.

 

 

“…돌아가 페로, 밤이 늦었어. 이런 급작스런 방문…. 결코 좋지 않아.”

 

 

사령관의 매몰찬 거절에 페로의 화사한 미소가 무너졌다. 그녀는 얌전히 물러나는 대신 다소 거친 행동으로 사령관의 옷깃을 잡아챘다.

 

평소답지 않은 그녀의 모습에 사령관은 적잖이 당황해 저도 모르게 뒤로 물러섰고, 페로는 이에 질세라 사령관에게 찰싹 붙어왔다.

 

그 무게에 못이긴 사령관이 뒤로 넘어지며 졸지에 페로가 사령관을 위에서 덮친 그림이 되었다.

 

두 사람의 눈이 같은 위치에서 마주쳤다. 아래를 내려다보자 어깨에 걸쳐 있다시피 한 와이셔스 사이가 벌어져 그녀의 가슴골이 노골적으로 드러나 있었다.

 

사령관은 애써 헛기침을 하며 시선을 딴대로 돌렸다.

 

 

“페, 페로 넌 지금 술에 취한 것뿐이야. 그 때문에 조금 감상적이 된 거고.”


“감상적이라뇨, 좀 더 제 자신에게 솔직해졌을 뿐인걸요?”

 

“분명 내일 아침이 되면 넌 후회할거야.”

 

“하지만 지금 여기서 물러선다면 후회로 끝나진 않겠죠.”

 

“페로…. 난, 그저 너를….”

 

 

쉿, 작은 목소리와 함께 페로의 젖은 손가락이 사령관의 입을 막았다.

 

 

“제가 얼마나 오랫동안 주인님의 곁을 지켜왔다고 생각해요? 다 안다고요 저는….”

 

 

말끝을 흐리며 페로의 가느다란 검지가 사령관의 얼굴을 떠나 목선을 타고 아래로 흘렀다.

 

 

“사령관이 걱정하는 게 뭔지, 어떤 마음으로 우리들과 선을 긋고 있는지. 그리고 사령관의 본심이 무엇인지…,”

 


미끄러지듯 사령관의 가슴팍과 복부를 지나쳐 내려온 손가락은 어느덧 두툼하게 부풀어있는 사령관의 아랫도리에 머물러있었다.

 

당혹감에 점차 요동치는 시선을 즐기며 페로는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부풀어있는 둔덕을 쓸어 올렸다.

 

 

“너무 참기만 하면 병날지도 모른다고요. 주. 인. 님.”

 

 

도발적인 목소리를 귓가에 불어넣자, 그에 반응하듯 아래가 움찔거린다. 그 모습에 페로는 의기양양한 미소를 띠웠다.

 

 

“그러니까 그만 포기하ㅅ―우냥!”

 

 

페로의 회심의 미소가 채 지워지기도 전에 사령관의 손이 뒤에서 살랑거리는 페로의 꼬리를 잡아당겼다.

 

짧지만 강렬하게 등줄기를 타고 흐르는 감각에 페로는 일순간 온몸의 털을 곤두세우며 머리를 뒤로 젖혔다.

 

사령관은 그 찰나의 순간을 놓치지 않았다. 그는 있는 힘을 다해 균형이 흐트러진 페로의 몸을 뒤집었고, 그대로 그녀의 양 팔을 잡고 그대로 위에서 짓눌렀다.

 

사령관의 반격은 미처 예상하지 못한 모양인지, 아래에서 올려다본 페로의 눈동자는 그의 마주한 얼굴이 비칠 정도로 커져있었다.

 

 

“역시나 그 보고서 봤구나, 너.”

 

 

잔뜩 붉어진 얼굴로 사령관은 힘겨운 숨을 내뱉었다. 가까스로 자제하고 있었으나, 이미 그의 이성은 아슬아슬하게 가닥만을 붙들고 있었다.

 

지금 당장이라도 페로가 입고 있는 와이셔츠를 뜯어내고 게걸스럽게 그녀의 가슴을 탐하고 싶었다. 그녀의 젖은 비부에 성이 난 물건을 거칠게 박고 싶었다. 허나 안 될 일이었다.

 

 

“의무감 때문에 이럴 필요는 없어. 난 아직 그 누구도 선택하지 않을 거니까.”

 

 

이게 모두를 위한 길이니까. 사령관은 그렇게 생각했다. 차갑게 식은 페로의 얼굴을 마주하기 전까진.

 

 

“정말 한심하네요. 사령관님.”

 

 

뭐? 그녀가 주인님이라는 호칭을 사용하지 않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사령관은 뒤늦게 페로가 진심으로 화났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아무도 선택하지 않겠다고요? 그 선택이 정말 우리들을 위한 것이라 생각해요? 사령관님이 미련스럽게 우유부단한 게 아니고?”

 

“….”

 

“사령관님은 모르시겠죠. 제가 어떤 마음으로 와인창고에서 와인을 훔쳐 마셨는지. 이런 식으로라도 조금의 용기를 얻고 싶었던 제 마음이 어땠는지….”

 

 

페로는 특유의 괴력으로 가볍게 사령관을 밀쳐내곤 자리를 털고 일어섰다. 그녀는 언제 취했냐는 듯, 흐트러진 옷매무새를 정돈하며 평소의 페로로 되돌아왔다.

 

 

“지금까지는 죄송했습니다. 사령관님의 허가 없이 와인창고를 침범한 죄, 사령관님을 함부로 덮친 죄는 내일 아침에 달게 받도록 하겠습니다. 부관자리도 그만 두겠습니다.”

 

 

짧은 인사와 함께 페로는 미련 없이 몸을 돌렸다.

 

지금 이대로 나간다면 다시는 주인님의 곁에 있을 수 없겠지. 그 사실이 가슴이 찢어지도록 아팠으나 페로는 겉으로 드러내지 않았다.

 

이 또한 그토록 사랑해 마지않는 주인님의 선택이었으니까.

 

 

“….”

 

“…뭐하시는 겁니까?”

 

 

그렇기에 페로는 다시금 자신의 손을 붙잡는 사령관의 모습에 잘근 입술을 씹었다. 대체 언제까지 사람의 마음을 흔들 작정이란 말인가.

 

진심으로 화를 내려던 페로는 이내 자신을 품에 안는 단단한 두 팔에 얌전해졌다.

 

 

“방금 사령관님은 저를 거절하셨습니다.”

 

“…그랬지.”

 

“그런데 지금 이 행동은…뭔가요?”

 

“가지 마, 페로.”

 

 

내 곁에 있어. 작은 속삭임과 함께 설사 그녀가 떠나기라도 할까, 사령관은 더욱 쌔게 페로를 끌어안았다.

 

 

“…주인님. 숨 막힙니다.”

 

“….”

 

 

사령관의 답은 없었다. 조금이라도 페로의 체온을 느끼듯이 끌어안은 손에 힘을 가할 뿐.

 

페로 역시 지금 이 순간이 끝나질 않길 빌었으나, 이대로 가다간 날이 새도록 계속 끌어안고 있어야만 할 것 같았기에 입을 열었다.

 

 

“주인님이 착각하시는 몇 가지 사실이 있습니다.”

 

 

특유의 괴력으로 사령관의 손을 풀며 페로가 말했다.

 

 

“첫 번째로 저는 주인님을 지켜야 하는 존재인 만큼 전혀 나약하지 않다는 것과.”

 

 

페로는 그대로 사령관과 입을 맞추며 그의 얼굴을 끌어당겼다.

 

처음에는 경직되었던 사령관 역시 페로의 혀가 얽혀 들어감에 점차 긴장을 풀고 그녀와 함께 얽혔다. 페로의 입속에 남아있던 와인 향이 사령관의 입속으로 스며들어갔다.

 

술을 마시지 않았음에도 서로의 열띤 숨에 취할 것만 같았다. 짙은 키스를 나누며 서로를 탐하는 손길이 각자의 옷가지를 반쯤 벗어던졌을 즈음, 페로가 사령관에게 떨어졌다.

 

 

“저 또한 주인님을 진심으로 사모하고 있다는 것.”

 

 

키스 후에 입가를 타고 길게 늘어진 선을 아무렇지 않게 핥아먹으며 페로가 낮게 속삭였다. 사령관은 숙였던 욕정이 다시금 고갤 드는 것을 느꼈다.

 

 

“마지막으로…. 아까 마신 용기를 주는 음료 때문인지는 몰라도 저도 조금은 진심이 돼버렸거든요. 덕분에 오늘은 아주 깊숙이….”

 

 

관능적인 몸짓으로 사령관에게 가까이 다가간 페로는 장난스럽게 사령관의 귓불을 살짝 깨물고 핥았다. 고양이를 닮아 약간 까칠한 혀의 감촉이 사령관을 더욱 자극했다.

 

 

“…당신에게 교배당하고 싶을지도?”

 

 

귓가를 타고 흐르는 매혹적인 음성에 사령관은 달은 숨을 내뱉었다.

 

사령관은 조금 떨어져서 페로를 마주보았다. 술을 마신 탓인지, 부끄러움 탓인지 괜찮은 줄 알았던 그녀의 얼굴은 다시금 붉어져 있었다.

 

 

“지금껏 참고 있던 내 결정을 번복시킨 만큼, 조금은…. 각오하는 게 좋을 거야.”

 

 

떨리는 목소리로 사령관은 마지막으로 경고 했다. 그 말에 페로는 관능적으로 눈꼬리를 휘며, 답했다.

 

 

“물론이지.”

 

 

사령관은 그대로 페로를 벽으로 밀어붙였다. 그들은 쉬지 않고 열성적인 키스를 나누었다.

 

한참동안 집무실을 휘저으며 키스를 퍼붓던 두 사람은 이내 침실 문을 열고 들어갔다. 하지만 그들의 옷가지들은 방 안까지 들어가지 못했다.






ㅡㅡㅡㅡㅡㅡㅡ


라오 시작한지 얼마 안되서 등장인물들의 성격이 원본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그러면 어때 이건 2차 창작인데 핫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