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오르카호는 외딴섬에 있는 인간 한 명을 구출했다

 까무잡잡한 피부에 금색 머리칼을 가진 이 인간은 자신을 '금태양'이라 소개하며 시원시원한 웃음을 지어보였다.

 사령관이 아닌 또다른 인간의 발견은 오르카호에서 큰 화재로 대두되었으며, 새로운 인간이 어떤 사람인지 알아보려는 바이오로이드들의 발걸음은 한동안 끊임이 없었다.

 철충과의 전쟁이 고착화되며 우울하게 가라앉은 오르카호의 분위기가 금태양의 등장으로 밝아지자, 사령관은 웃으며 금태양에게 전쟁은 자신에게 맞기고 미처 챙겨주지 못하는 바이오로이드들의 멘탈케어를 부탁했다.

 딱 좋은 상황, 이라고 금태양은 생각했다. 사령관은 알고있었을까? 금태양의 마음속에 자리잡은 시커먼 욕망을.

 그는 오르카호에 승선하는 순간, 눈앞에 펼쳐진 육욕의 향연에 정신을 잃을 뻔했다.

 그리고 그들의 위에서 군림하는 사령관을 질투했다.

 그래서 빼앗기로 했다. 자신이 오르카호의 사령관이 된다면, 멸망 전의 자신은 꿈꿔보지도 못했을 주지육림 속에서 살아가고자 했다.

 그러나 금태양은 사령관처럼 자신을 믿고 따르는 이들이 없었다. 그래서 그것에 대한 해결법을 고민하고 있던 와중 사령관이 바이오로이드의 멘탈케어 업무를 부탁한 것이었다.

 금태양은 다프네와 함께 일하기 시작했다.

 사령관을 향한 다프네의 사랑은 굳건했지만, 정작 사령관은 다프네에게 무관심해보였다.

 금태양은 약점을 파고드는데에 선수였다. 그는 조금씩 다프네의 마음을 파고들어갔다.

 처음에는 간단한 스킨쉽부터 시작했다. 다프네는 낯선 이의 손길에 거부감을 나타냈지만, 시간을 들여 점점 스킨쉽의 강도를 높여간 결과 가벼운 프렌치키스까지 허락해주었다.

 다음에는 아주 간단했다. 다프네의 언니 레아가 사령관과 동침했고, 다프네는 그런 레아를 바라보며 질투심을 드러냈다.

 금태양은 다프네의 외로움을 풀어주겠다며 곧장 그녀의 입에 혀를 집어넣었다. 다프네는 저항했으나 끊임없이 달라붙는 혀의 움직임에 곧 저항을 멈추고 신음만 흘릴 뿐이었다.

 끈적이는 침의 실을 늘어뜨리며 서로의 혀가 멀어졌다. 다프네와 금태양은 애정어린 눈으로 서로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둘은 서로 포개어졌다.

 그뒤의 일은 기억이 잘 나지않는다. 오랜만의 정사를 치룬 탓인가? 깨어진 기억의 파편은 다시 붙지않았다. 그럼에도 기억에 남는 것은, 바이오로이드의 질내는 그동안 그가 경험했던 어떤 여성들보다도 훌륭했다는 것이었다.

 이대로 조금씩 좀먹어가면 사령관의 자리에 오를 수 있다, 고 생각하며 몸을 일으키려는 그때, 손목과 발목에 이질감이 들었다.

 금태양은 태어날 때의 모습 그대로 두 손목과 두 발목에 수갑이 채워져 있었다. 그는 당황해하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어두운 방 안에  작은 등 하나만이 켜져있었다. 이윽고 어둠 속에서 익숙한 얼굴을 한 누군가가 나타났다.

 즐거웠어? 라고 말하며, 오르카호의 사령관은 금태양의 앞에 섰다. 그의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했다. 그러나, 눈웃음 사이로 보이는 눈동자는 공허하기 그지없었다.

 그리고 또다시 어둠 속에서 두 명의 바이오로이드가 모습을 드러냈다. 덴세츠의 아르망과, 시티가드의 리앤이었다.

 "폐하, 제 예상대로 금태양은 폐하의 왕좌를 넘보고 있었습니다."

 "저 녀석이 잠든 동안 자백제를 투여해서 알아봤어. 아르망의 예상과 정확해."

 알고보니 금태양은 사령관의 손안에서 놀고있었던 것이었다. 금태양이 오르카호에 승선했을 때 아르망은 혹시 모를 위협에 대비하기 위해 예지능력을 사용했다. 그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아르망은 사령관을 몰아내고 오르카호의 2대 사령관이 되어, 철충의 위협을 무시한 채 수많은 바이오로이드들과 정을 나누는 금태양의 모습을 보고말았다.

 이를 사령관에게 말하자 그는 믿기지않는다는 표정으로 아르망에게 주의를 주었다. 그럼에도 아르망이 뜻을 굽히지않자, 금태양을 시험해보기로 한 것이었다.

 "너의 동태는 실시간으로 보고받았다. 유감스럽게도 오르카호에는 수많은 정보망이 있거든. 대부분 안좋은 쪽으로 쓰이지만."

 "처음에는 순수하게 다프네에게 호감이 있어서 접근하는줄 알았어. 아니, 그렇게 믿고싶어했다."

 사령관의 몸은 하나가 아니다, 누군가를 챙겨주면, 누군가는 불만을 품을 수밖에 없다. 그것이 계속 누적되어가면 언젠가 폭발할 것이고, 그것은 사령관에게, 오르카호의 모두에게, 나아가 인류의 재건이라는 궁극적 목표에 큰 위험이 된다.

 그래서 사령관은 그 불만을 금태양으로 하여금 해소할 수 있게 하려고 했다.

 "네가 누군가를 품고싶어하고, 그 상대에게도 마음이 있다면, 나는 기꺼이 둘의 앞날을 축복해주려고 했다. 꿩 대신 닭이라고, 나와 달리 특별한 연인이 없는 너는 절호의 기회처럼 여겨졌겠지. 실제로 너에게 마음이 있는 아이들이 많았으니까."

 아르망의 예지가 틀리기를 바랬다. 최악의 사태가 일어나지 않았으면 했다.

 그러나 운명은 장난스럽기에, 사령관의 바램을 비웃었다.

 "선을, 넘어버렸지. 그렇지않나?"

 사령관은 금태양의 앞에 쭈그려앉았다. 그리고 숨결이 느껴질 정도로 가깝게 얼굴을 마주한 뒤, 아주 낮은 목소리로, 천천히...

 "오르카호는 나의 것이다."

 라고, 금태양에게 승리를 선언했다.

 "아, 아..."

 금태양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사령관을 바라보았다. 공허한 눈동자가 공포스러웠다. 모든 계획이 들통났고, 이제 자신을 기다리는 것은...

 "모, 목숨만은 살려주세요...이곳을 떠나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금태양은 지친 몸을 움직여 사령관을 향해 납작 엎드려 빌었다. 그에게는 이것이 최선의 방법이었다.

 그러나 사령관은, 그를 용서할 마음이 없었다.

 "안심해라. 목숨을 거두지는 않을 테니, 직책도 그대로 유지시켜주겠다."

 사령관은 금태양에게서 등을 돌려 앞으로 나아갔다. 그의 뒤로 아르망과 리앤이 따랐다. 어두운 방의 문지방에 닿았을 무렵, 사령관은 작게 읊조렸다.

 "다만, 업무는 이곳에서 수행한다."

 "앞으로 '멘탈 케어'의 일, 잘 부탁하지."

 * * *

 "아아아아악!!!!"

 어두운 방에서 단말마가 울려퍼졌다. 금태양의 외마디 비명이었다.

 그후로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금태양은 자신의 바램대로 하루하루를 육욕의 향연 속에서 살아가고 있었다.

 물론, 자의가 아닌 타의였지만.

 "겨우 이걸로 퍼지는검까? 좀 더 빠릿빠릿하게 세우시지 말임다!"

 "너 다음에 내 차례니까 깨끗하게 써놔!"

 "알겠슴다 바바리아나 씨!"

 사령관이 떠나간 이후, 금태양은 계속해서 '멘탈 케어'의 일을 수행했다.

 오르카호의 바이오로이드들의 대부분의 불만은 정욕이다. 앞서 말했다시피 사령관의 몸은 하나이기에 모두의 정욕을 풀어주는데에는 한계가 있다.

 그래서 사령관은 금태양으로 바이오로이드들의 정욕을 해소시키고자 했다. 처음에는 순수한 사랑의 결실로 맺어지기를 바랬으나, 이미 두 인간의 관계가 비틀어진 만큼 사령관은 더 이상 금태양의 편의를 봐주지 않았다.

 혹시모를 임신으로 전투력의 하락을 방지하기 위해 닥터에게 부탁하여 임신을 방지하기 위한 '적절한 가공'이 가해졌다.

 혹시모를 선동으로 반란이 일어나는걸 막기 위해 앨리스에 의한 '적절한 신체적 가공'이 가해졌다.

 혹시모를 탈출을 막기 위해 소완에 의한 '적절한 정신적 가공'이 가해졌다.

 금태양은 현재 '급할 때 해결하기 좋은 욕구 해소장치' 정도로 쓰여지고 있었다.

 그는 이런 결말에 만족했을까? 어쩌면 오르카호에 들어온 것 자체를 후회하고 있을지도.

 뭐가 어찌되었건 금태양 덕분에 오르카호의 사기는 하늘을 찌를듯이 높아져있었다.

 사령관의 피로감도 줄어들어 업무 효율이 상승했다.

 "아무리 그렇다해도, 너무 과한게 아니십니까?"

 "...아르망, 먼저 녀석을 처리해야한다고 날뛴게 누구였더라?"

 "나, 날뛴...그런 적은 없었습니다!"

 "미안 미안..."

 "저는 단지, 불안해졌습니다. 이번 일로 폐하의 심경에 무슨 변화가 있기라도 한다면..."

 "아르망 너...내가 멸망 전의 사람들처럼 될까봐 그러는거야?"

 아르망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아르망이었다면 내가 녀석에게 그럴거라는 것을 이미 예지하고 있었을텐데..."

 "그, 그건..."

 "하하."

 사령관은 의자에 앉은 몸을 일으켜 아르망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팔을 크게 벌려, 그녀를 껴안았다. 아르망의 작은 몸이 사령관의 몸에 덮어졌다.

 "꺅, 폐하?!"

 이윽고 사령관은 그녀를 안은 채 침대에 누웠다. 아르망과 사령관의 얼굴이 금방이라도 닿을 듯이 가까웠다.

 "그럼에도 나를 막지 않았다는건, 뭔가 믿는 구석이 있어서 그런게 아닌가?"

 아르망은 아무말도 하지않았다.

 "지금도 예지를 쓰고있지? 내가 앞으로 무슨 말을 하고, 무슨 일을 할지. 다 알고있잖아?"

 "윽, 그건..."

 "안심해."

 "내가 이런 모습을 보이는건 너희를 위해서야."

 "나는 너희를 사랑하고 있고, 지켜주고 싶어."

 "하지만 만약, 정말로 만약에 너희를 위협에 빠트리는 누군가가 나타난다면."

 "나는 너희를 위해 얼마든지 잔혹해질 수 있어."

 "사랑하는 너희들을 지키기 위해."

 이내 사령관의 입술은 아르망의 입술에 포개어졌다.

 -----

 사실 금태양이 후회하는 엔딩이었구연

 마지막에 사령관이 말하는거 개때리고싶었으면 ㅈㅅ함 제가 모쏠이라 작업멘트 같은거 잘 모?름



다프네 애끼는 사람한테는 미안하다...사실 나도 다프네한테 스킨 사주고 반지도 줬음...어쩔 수 없는...선택이었다...미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