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르카호를 탈출한 사령관 1화

오르카호를 탈출한 사령관 2화

오르카호를 탈출한 사령관 3화


큰 플랜은 잡아 놨는데...상세하게 내용을 쓰려고 하니 머리 빠개지겠네요... 

쓰다가 보니 뭔가 원래 생각한 내용과 많이 달라지는 것 같기도 하고 ㅋㅋ 아놔...

항상 이런 창작의 고통을 하시는 작가님들...존경 합니다...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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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카 호는 잠수함이다.

그렇기 때문에 오르카 호의 내부 경계보다는 외부 경계를 더 중시하였기 때문에, 내부 경계 인원은 큰 일이 없는 이상 각 부대에서 최소 인원으로 하는 경우가 대부분 이었다. 

그런 이유 때문에 경계 근무 인원은 주로 일반 병사 계급의 바이오로이드 들이 주로 하였고, 가끔씩 특수한 상황의 경우에 간부 급 바이오로이드들이 근무를 서고는 했다.

애초에 고위 급 바이오로이드 들이 경계 근무를 서는 건 말도 안되는 일이었고, 그건 같이 근무를 서야 하는 병사 계급의 바이오로이드 들의 정신 건강을 위해서도 당연한 일이었다. 그러나 지금 그런 상식을 무시하고서, 경계 근무를 서고 있는 지휘관 급의 바이오로이드가 있었다.


"대장하고 같이 경계 근무를 서는 것도 참 오래간 만이네...후우~"

"후후...그러고보니 그런 것 같군."

"예전에는 인력이 부족해서 자주 서고는 했었는데 말야... 파아~"

"...그런 때도 있었지, 그런데 워울프."

"응? 대장 왜?"

"...실내에서 담배는 되도록 자제하도록, 일전에도 아이들이 있는데 담배를 펴서 부 사령관 님한테 혼나지 않았나."


그 바이오로이드의 이름은 신속의 칸.

오르카 호에서도 최고의 기동전을 자랑하는 앵거 오브 호드의 지휘관 바이오로이드.


"아...그러네 그때 엄청나게 혼났었었지...그렇게 혼내는 부 사령관님은 처음이었지... 크크큭."

"그리고 그렇게 당황해 하는 모습의 자네도 처음이었고 말야. 후후후..."

"...근데 대장, 뭔가 고민있어?"

"......"


한편 담배를 끄면서 칸에게 질문하는 T-75 워울프는 앵거 오브 호드 부대에서 가장 계급이 낮은 바이오로이드.

그런 사이에도 서로 허물 없는 친구 같이 이야기 하는 장면을 보면, 그들 부대의 성격이 어떠한지 확실히 알 수가 있었고, 그렇기 때문에 서로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부분이 있었다.


"...왜 그렇게 생각하는거지?"

"아니...대장은 보통 고민이 있거나, 생각할 게 있으면 근무를 서는 일이 많으니까...이번에도 그런가보다 해서..."

"그렇...군..."


부 사령관의 '보관'이 결정 된 이후로, 칸은 여러 생각으로 잠이 오지 않았다.

확실히 현재의 사령관은 부 사령관보다 지휘 능력, 전술안, 카리스마 모든 면에서 앞서고 있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부 사령관이 무능하냐고 물어본다면, 칸은 그건 아니라고 생각했다.


부대 운영이나 후방 지원 능력과 바이오로이드 들의 케어 면에서는 훌륭한 성과를 보여주었으며, 

부족한 지휘 능력들도 단지 시간과 경험이 부족해서 그런 것 일 뿐, 그 두 가지가 갖추어지면 훌륭하게 성장할 것이라고 칸은 생각하였다.

물론 다른 지휘관 들은 그렇게 생각을 하지 않았는지, 지금의 사령관이 나타나고 얼마 안되어서 바로 사령관을 교체해버렸지만, 

칸은 오히려 이건 부 사령관에게 부족한 시간과 경험을 쌓을 좋을 기회라고 생각하였다.


그런 상황에서 느닷없는 부 사령관의 '보관'결정. 아니, 느닷없이 결정된 것이 아니었다. 

이미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무대는 다 준비되어 있었고, 아무것도 모르는 자신은 그런 상황에서 아무 힘 없는 반대 의견을 낼 수 밖에 없었다.

 병사 계급에서 올라와서 그런지  부대 내의 정치에 관해서 별 관심이 없었던 칸은 이때 만큼은, 자신에게 정치력이 없는 것을 한탄할 수 밖에 없었다. 단지 외부의 적만 물리치면 되는 것이 아니었다. 진짜 중요한 것을 지키기 위해서는 내부 단속도 필요한 것이었다. 

자신이 진작에 정치력을 가지고 있었으면, 어쩌면 과거의 다른 대원들도 잃지...


"지금 그대로의 대장이 좋다고 생각해, 난."


갑작스러운 워울프의 말에 칸은 고개를 들어서 그녀를 바라 보았다.

다시 담배를 꺼내려다가, 방금 일이 생각났는지 조용히 담배를 주머니에 넣은 후 워울프는 담배 피는 시늉만 하면서 입을 열었다.


"대장이 무슨 일 때문에 고민하는지, 난 모르지만. 지금의 대장이 좋고, 믿기 때문에 우리는 대장을 따라왔었고, 앞으로도 따라갈거야. 

 그것만 명심해줘, 대장."

"...아아. 알겠다."


그래 아직 끝난 것은 아니었다. '보관' 계획이 실행되기에는 아직 여유가 남아있다. 

그 사이에 다른 사람들과 같이 의논을 해보면... 

그때 칸의 귀에 묘한 소리가 들려왔다. 마치, 뭔가가 실내를 나르는 것 같은 소리가.


비행 바이오로이드가 많은 오르카 호에서는 안전의 이유 때문에 실내 비행, 특히 야간에서의 실내 비행은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었다.

평소에는 바이오로이드 들한테 무른 부 사령관도 이런 안전 관련 문제에서는 엄해서, 야간 실내 비행의 경우에는 규칙을 어긴 바이오로이드 뿐 만이 아니라, 해당 소속 부대에도 페널티를 주고 있을 정도 였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이런 소리가 들린다는 건...


"대장 이 소리..."

"...워울프 경계 태세를. 일단 내가 앞장서도록 하마."


점차 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을 주시하며, 칸은 조용히 워울프에게 지시를 내렸다.

워울프는 조용히 칸의 뒷쪽에 위치 한 후, 조용히 쌍권총의 안전장치를 풀었다. 

그리고 점차 소리는 가까워져서, 칸의 눈에 그 소리의 정체가 보일 쯤에....


"에?"


워울프는 평소에는 들을 수 없는 칸의 당황한 목소리를 듣고서는, 쌍권총을 잡은 손에서 힘이 빠지는 것을 느꼈다.



"자...잠깐만, 잠깐만, 그리폰!! 이건 너무 위험한 짓 아닐까?!"

"인간, 걱정 붙들어매고 있어. 이쪽의 길은 내가 맨날 다니는 길이라서 다 알고 있다구!"

"아...아니 그게 아니라...야간에 이렇게 저속이라고는 하지만, 실내비행을 하면...."


21소대와 합류한 전 사령관은 그들이 자신을 따라서, 이 오르카 호를 떠난다는 말을 듣고서 크게 놀라며 처음에는 반대를 하였으나,

이미 굳은 결심을 한 그들을 막을 수 없다는 것을 알고서 결국은 같이 오르카 호를 떠나기로 결정을 하였다.

그 후 넓은 오르카호를 전 사령관의 느린 도보에 맞춰서,  21소대 전원이 들키지 않고서 탈출하기에는 무리라는 결론이 나왔고, 좀 리스크가 있더라도 전속력으로 달려서 비상용 탈출 포트가 있는 곳까지 가는 것이 낫다는 결론이 나오게 되었다.


콘스탄챠와 라비아타는 장시간 질주를 해도 괜찮기 때문에 문제가 없었으나, 전 사령관은 발도 체력도 둘과 비교가 안되었기 때문에 현재 인원들 중에 유일하게 비행이 가능한 그리폰이 호버 비행으로 사령관을 안고서 가기로 결정되었다. 

...그런데 왜 공주님 안기지? 그리폰도 시뻘건 얼굴로 계속 투덜투덜 대고 있고, 그리고 LRL은...


"LRL 괜찮니? 아까부터 말이 없던데..."

"이, 이 몸은 자, 잠시 제로 필드를 느, 느끼...히, 히이익~!! 빠, 빨러...너무 빨러!! 떠, 떨어질 것 같아!!"

"괘, 괜찮아! 보리만 믿고 꽉 잡고 있어 LRL! 보, 보리도...괜찮다고...응? 뭐라고 보리야? ....아."

"뭐, 뭐야 왜 그래 콘스탄챠!! 보, 보리가 뭐라고 히이이익~!!! 왜, 왜 갑자기 몸을 흔드는거야~!!!"


콘스탄챠의 옆에서 전력으로 질주하고 있는 보리의 등에서 떨어지지 않기 위해서 벌벌 떨면서도 필사적으로 매달려 있었다.


'...뭐지 이 광경은?'


불과 얼마 전 까지만 해도 오르카 호를 탈출 하기 위한 비장한 각오를 가지고서, 팬텀에게 단기 특강을 받은 은폐술을 사용해서 긴장감 넘치는 탈출액션을 찍을 것만 같았던 분위기였는데....


자신은 그리폰에게 공주님처럼 안겨있고, 콘스탄챠와 라비아타는  자신을호위하는 듯이 양 옆에 서 있고, 마지막으로 뒤쪽에는 보리에게 매달려서 가는 LRL이라는 한 편의 꽁트 같은 모습을 보면서, 전 사령관 머리 속에는 조용히 멸망전의 어느 동화가 하나 떠올랐다.


'...브레멘 음악단이 이런 기분이었을까.'


그때 전 사령관을 현실로 돌리는 그리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 인간! 앞 쪽에 인영 2개가 보여. 아무래도 경계 근무 중인 인원인거 같은데... 어떻게 할까?"


탈출 전에 확인 한 근무표에 따르면 이 시간, 이 구역이면 앵거 오브 호드가 근무하고 있을 시간.

앵거 오브 호드의 대장인 칸은 그 '정액탱크' 계획에서도 라비아타와 같이 반대표를 던졌으며 자신에게 호의를 보이는 몇 안되는 지휘관이었다.  슬슬 탈출 포트와의 거리도 그렇게 많이 남지 않았고, 칸의 부대라면 자신한테 해꼬지를 할 것 같지는 않다고 생각을 정리한 전 사령관은 조용히 21스쿼드에게 지시를 내렸다.


"그리폰, 고도와 속도를 조금 더 높여서 앞 쪽의 근무 인력을 그대로 돌파해줘. 나머지 인력은 내가 돌파한 틈을 이용해서, 전 속력을 내줘서 마찬가지로 돌파해줘. 어차피 거리 상으로도 그렇고 이 이상은 시간을 끌지 않는게 좋을 것 같아.  "

" 차라리 강경 수단으로 돌파하는 건 어떤가요, 주인님? 경계 근무를 서는 병사 계급의 바이오로이드라면 저희가 기습하면 충분히 제압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아니, 라비아타.  비록 이 오르카 호를 탈출한다고는 하지만, 한때는 내 부하들이었으니까 괜히 다치게 하고 싶지 않고, 괜히 더 일을 시끄럽게 만들고 싶지도 않아서."

"...알았어, 인간. 팔에 힘 꽉주고 있어!!"

"...살살 부탁할게."

"여, 여기서 더 빨리 달린다고??! 히, 히이익~!!"



걱정하고 있는 대상이, 갑자기 공중에서, 그것도 공주님 안기로 나타난다는 어이 없는 상황을 맞이하게 된다면 그 어느 누구라도 당황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칸도 역시 그런 어이 없는 상황을 맞이하게 되어서, 순간 당황한 목소리를 내게 되었다.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인가, 부 사령관 님이 왜 이 시간에, 이런 곳에, 아니 왜 공중... 아니 것도바 왜 공주님 안기로 있는거야???

라는 등등 머릿 속이 빙빙 도는 혼란의 상황 속에서도 칸의 몸은 순간적으로 반응하여서, 무기를 거머쥐고서 대응을 하려고 하였으나... 

공중에 있는 부 사령관의 당황 스러워 하는 얼굴과 곧 바로 손을 모으는 제스쳐를 후에 나오는 입 모양의 뜻을 이해하고서 무기를 쥐고 있던 손에 조용히 힘이 빠지는 것을 느꼈다.


'미안해.'


그리고 바로 그 뒤를 이어서, 라비아타와 콘스탄챠, LRL을 태우고 있는 보리가 빠른 속도로 근무를 서고 있는 칸과 워울프의 곁을 스쳐지나갔으나, 칸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고 고개를 든 채 조용히 서 있을 뿐이었다.


"뭐, 뭐야! 방금, 그리폰이 부 사령관을 안고 있고, LRL은 보리 등에 타고 있고... 아아아!! 뭐야 방금의 재미있는 상황은!! 대장! 대장은 방금 상황 어떻게 생각...응? 대장...? 호, 혹시 울어...?"

"......아니, 괜찮다. 워울프, 미안한데 잠시만 이대로 있어도 되겠나?"

"으, 응, 알겠어, 대장."


부 사령관의 방금 한 마디로 칸은 바로 상황을 이해할 수 있었다. 

부 사령관은 떠나는 것이었다. 이 오르카 호를... 그리고 그 사실을 깨닫는 순간, 갑자기 눈앞이 흐려지는 것을 느꼈다.

미안하다고? 그건 오히려 자신이 해야 할 말이었다.

자신은 또 다시 소중한 사람들을 지키지 못하였다. 케시크에서 칸이 되어서, 수많은 전투를 겪고, 수많은 경험을 쌓았으나...

자신은 또 다시 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말았다....



"결국은 잘도 탈출 했네...저 정도의 애들도 막지 못하다니...경계 근무를 수정해야 할 필요가 있겠어."


부 사령관과 21스쿼드 멤버가 비상용 탈출 포트가 있는 에리어까지 도착한 것을 본, 여성 사령관은 조용히 입을 열었다.

결국 그 후 부 사령관과 다른 멤버들은 별다른 일 없이 근무 인력들을 돌파한 후, 비상용 탈출 포트 에어리어가 있는 곳까지 무사하게 도착하게 된 것이었다. 그리고 그들은 지금 완전히 기절 직전 상태가 된 LRL을 달래주면서, 비상용 탈출 포트에 탈 준비를 하고 있었다.


"결국 사령관 님의 뜻 대로 되셨네요, 축하드립니다."

"내 뜻대로? ...흐음~ 재미있는 말을 하네, 아르망. 마치 내가 부 사령관이 탈출 하기는 바랬던 것처럼 이야기 하네."


여성 사령관의 눈빛이 차가워졌음에도 불구하고, 아르망은 조용히 말을 이어나갔다.


"죄송합니다. 제가 억측을 했었던 것 같습니다. 부 사령관님이 순순히 '보관' 명령을 받으셨다면 오르카 호에 적지 않은 혼란이 있었을 것이나,이렇게 부 사령관 님이 자발적으로 나가신 것으로 인해서, 사령관님께서 더 득을 보게 되었다고, 제가 잘못 계산 했던 것 같습니다."

"후후후...아르망 기종도 그런 실수를 할 때가 있구나. 괜찮아, 오늘은 기분이 좋으니까 이번 한 번 만은 용서해 줄게.

 자, 그럼 아르망, 앞으로 너의 활약을 기대하고 있을게, 앞으로는 많이 바빠질테니까 말야...."

"예, 사령관님.  오르카 호를 위해서 제 전심전력을 다해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볼 일은 다 끝났다는 듯이, 화면의 모니터를 끄고서 방을 나간 여성 사령관이 나간 후에도, 아르망은 조용히 꺼진 모니터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 표정은 마치 누군가를 위해 열심히 기도 하는 수녀원의 수녀를 연상 시키는 모습이었다.


`폐하...부디 몸 건강히 지내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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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해서 부 사령관, 아니 전 사령관은 무사하게(?) 탈출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중간에 한, 두 캐릭터 더 나오게 할까 하다가, 이러다가는 탈출 부분에서 쓸데 없이 시간만 잡아 먹을 것 같아서 과감하게 컷트 했습니다.

...처음에 생각한 전개를 쓰다가, 뭔가 이상하게 느껴서, 다시 지우고, 다시 쓰고, 다시 지우고, 다시 쓰고...

나도 좀 더 글을 잘 쓰고 싶다라는 생각이 드는 이번 화였습니다.


다음 화에서는 좀 힐링과 달달한 이야기를 쓸까 하는데...과연 제 머리와 손이 따라줄까 싶네요...

달달한 경험을 한 적이 없어서...ㅜㅜ

부족한 글을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럼 다음화에서 뵐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