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캄한 사령관의 개인실. 낮에는 주인에게서 떨어지지 않으려는 하치코와 페로들로 시끌벅적한 방은 적막했다. 

달이 어두운 밤하늘의 한 가운데를 가로지르고, 별들이 부르는 자장가에 아이들은 잠들어야만 하는 시간. 

조용한 방에는 잠수함의 웅웅거리는 엔진 소리만이 나직하게 울리고 있었다. 

하지만 함내의 모든 불이 꺼져야 하는 이 시간에, 어두운 사령관실은 이불 사이로 새어나오는 희미한 빛으로 살짝 밝아져 있었다. 

이불 속에서 소년은 자그마한 전화기를 손에 잡고 웅크리고 있었다. 아마 자신의 이불 밖으로 빛이 새어 나오는 지도 모르고 있으리라. 약한 불빛이 비추는 앳된 얼굴에서는 한 밤중에 깨어 있는 자그마한 흥분과 기대가 엿보인다.

지지직. 조용한 한밤중의 침묵을 자그마한 기계 소리가 깨뜨렸다. 소년은 마치 누군가를 깨울까 걱정하듯 황급하게 기계를 조작했다. 

이윽고, 

“저기, 사령관님, 들리세요?”

손에 든 자그마한 전화기에서 조용하게 소녀의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소년의 어린 얼굴에 미소가 떠올랐다. 

소년은 나직하게 속삭였다.

“유미, 나야. 잘 들려?”

“와, 드디어 성공했어요! 잘 들려요!”

차가운 기계의 건너편으로 소녀가 속삭인다. 잔뜩 억누른 목소리에서 숨길 수 없는 기쁨이 느껴졌다. 이불 속의 소년은 덩달아 웃음짓는다.

“유미, 용케도 포츈한테 안들켰네? 대단해.”

“저는 유능한 커리어 우먼이라구요! 비밀 회선 한두개 만드는건 어렵지 않아요~”

우쭐대는 유미의 목소리. 하지만 소년은 그녀가 바쁜 업무에 치이고 퀭한 다크서클을 비비며, 얼마나 힘들게 이 회선을 구축했는지 알고 있다. 어린 사령관은 미소지으며 뻔한 허세에 넘어가 주기로 했다.

“역시 유미는 대단해! 이제 밤에 잔뜩 이야기할 수 있겠다”

“헤헤, 사령관님도 저도 업무 때문에 매일 바쁘니까요. 마음만으로는 화장도 예쁘게 하고, 사령관님과 같이 손잡고 우아한 저녁도 먹고 싶지만... 아 그거 알아요 사령관님? 멸망 전에는 술집 데이트라는게 있었대요!”

“뭐야 그게, 유미가 좋아하는 것만 모아놓은 거네”

“너무 놀리지 마세요! 하르페이아 양이 그러는데 원래 커리어 우먼들은 맥주를 좋아했대요. 제가 술을 그냥 좋아하는 게 아니라구요!”

소년이 쿡쿡대며 웃었다. 숨죽여서 웃는 소년의 웃음소리는 이불 밖으로 거의 새어 나오지 않았다.

“걱정되니까 너무 많이 마시지는 마. 지난번에 키르케는 결국 다프네한테 한소리 들었어. 

 아무리 바이오로이드라지만 키르케처럼 마시다가는 간에 큰일난다”

“에이, 저는 바이오로이드가 간이 있는지도 몰랐어요! 잔소리 할거면 이제 통화 그만!”

“끊지마 끊지마. 유미 목소리 계속 듣고 싶어.”

 소년의 얼굴이 빨개진다. 희미한 전화기의 불빛으로도 알 수 있을만큼 붉어진 소년의 얼굴은 그가 얼마만큼이나 용기를 내었는지 깨끗하게 보여줬다. 소년의 마음도 모르고 전화기의 건너편에서는 기쁨의 환성과 함께 조잘대는 목소리가 들려온다. 

 “꺄~! 뭐야뭐야. 사령관님 웬 일이에요? 완전 로맨틱해! 지금 얼굴 새빨개졌죠? 귀여워!”

 “그만해! 보이지도 않으면서 뭐가 귀여워! 아 괜히 말했어!”

 “에이~ 이정도는 되야 제가 회선을 몰래몰래 연 보람이 있죠! 완전 좋아요!”

 소년은 새빨개진 얼굴로 이불을 차댔다. 어두운 밤, 이불 속에서 몰래 전화한다는 이 상황이 살짝 소심한 소년에게 마법같은 용기를 준 것이 분명했다. 물론 해가 떠있을 때 얼굴을 직접 보면서는 말 할 수 없겠지만...

 거대한 잠수함의 모든 이가 잠든 밤에, 풋풋한 두 연인의 목소리만이 나직하게 깔렸다. 새벽까지 이야기 한 탓에 두 사람은 늦잠을 자겠지만, 지금 둘에게는 이 순간이 제일 중요했다.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서 수상한 회선을 발견한 스카디와, 녹음된 내용을 온 오르카 호에 송출한 스프리건에 의해서 한동안 놀림받을 것은 다음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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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약속을 지켰다. 재밌었으면 원하는 바이오로이드를 댓글에 달아줘 또 써올게.

재미 없었으면 미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