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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지한 사령관의 하루 (22)

 

 

 

 


 

무언가를 사랑한다는 건 무언가를 미워한다는 거야.

 

그러니 나는, 주인님을 사랑하기 위해 세상 모든 걸 미워할 수 있어.

 

시저스 리제

 

 

 

 

 

 

67.

 

“주-인-님!”


저는 문을 열고 침실로 들어가, 앉아계신 주인님께 다가갔어요.

 

아아, 오늘도 멋지셔……! 주인님은 정말 머리부터 발끝까지 너무 멋지셔서

 

감히 제가 눈을 마주칠 수 없을 정도였어요.

 

“저기, 리제 씨……? 분명 따로 허가하지 않은 경우엔 침실에 오시면 안 된다고

 

제가 벌써 15번은 말씀드렸을 텐데요.”

 

바보 같은 동글동글 안경 해충이 말했어요.

 

“히히……주인님을 만나고 싶어서 와버렸어요. 괜찮죠, 주인님? 리제는

 

주인님을 사랑하니까 용서해주실 거죠? 네?”

 

“흠, 사랑이라. 사랑의 정의가 뭡니까, 시저스 리제?”


주인님께서 갑자기 벌떡 일어나 제게 다가오셨어요.

 

아, 아아아으아아아……! 너무 가까워요! 조, 좋지만 이건 좀 위험해!

 

“사랑의 사전적인 정의는 남녀가 서로를 애틋이 그리워하는 마음이라고 합니다.

 

그렇지만 사랑 또한 종류가 다양하지요. 모성애, 부성애, 형제애, 우애, 자애,

 

친애, 총애……하지만 어떤 감정을 정확히 분별하는 방법이 있을까요?

 

사실 사랑이라고 생각했던 감정이 그저 일시적인 흥분이었다면? 어쩌면

 

바이오로이드로서 설계된 특성상 품은 충성심을 사랑이라고 착각하고 계신 걸지도

 

모릅니다. 시저스 리제, 당신의 생각을 들려주십시오. 전 지금 흥미가 생겼습니다.”

 

가, 가, 가까워! 가까워! 바로 코앞에 주인님이!

 

저는 뒤로 물러났지만, 주인님께서 저를 벽까지 밀어붙였어요.

 

“애정이란 결국 뭘까요. 어떻게 하면 그 감정을 정확히 정의할 수 있습니까?”


“저, 저도, 그게, 저기……주, 주인님……너무 가까워서……히익……!”


“주인님, 리제 씨를 너무 괴롭히지 마세요.”


“아, 죄송합니다. 갑자기 흥미가 생기는 바람에 조금 흥분한 모양입니다.”


주인님께서 그제야 뒤로 물러나셨어요. 

 

“마침 오늘은 휴일입니다. 계획된 일정도 없고, 오늘은 제 호기심을 해결하는

 

것으로 하루를 보내겠습니다. 제게 도움을 주시겠습니까, 시저스 리제?”


“주인님이 원하시는 거라면 뭐든지 할 수 있어요.”


“좋습니다. 그럼 오늘은 데이트라는 걸 해봅시다.”

 

“……네……?”

 

그리하여 오늘의 일정은.

 

바로, 주인님과 저의 사랑을 꽃 피우는 데이트였답니다…….

 

 

 


 

 

 

68.

 

“엇.”
 
“윽.”


아니, 주인님이랑 휴일을 같이 보내려고 왔는데 왜 네가 거기서 나와……?

 

게다가 주인님께서 스토커의 옆에 서 계셨다.

 

“어, 어머. 주인님? 왜 그 스- 리제 양과 함께 침실에서 나오시는 건가요?”


“햇! 저리 가, 해충. 오늘 나는 주인님이랑 데이트하러 가거든!”


데……데이트? 이 바보랑 데이트를 하신다고? 또 헛소리하시는 거겠죠?

 

“그 말대로입니다. 저는 오늘 시저스 리제와 데이트를 합니다.”
 
“혹시 어디 아프세요? 리리스가 약 받아올까요?”


“제 몸은 괜찮습니다. 마침 사랑이란 감정에 호기심이 생겨 그걸 해결해보려고

 

시도하는 중입니다. 아, 블랙 리리스도 저를 도와주시겠습니까?”

 

“저저저저도 데이, 제게 데이트를 신청하시는 건가요? 주인님이?”

 

“그렇습니다. 싫다면 거부하셔도 괜찮습니-”


“아뇨! 완전 좋아요! 리리스는 주인님이 새벽 3시 30분에 찾아와서 데이트하자고

 

해도 얼른 일어나서 데이트 할 수 있을 정도로 좋아한답니다!”

 

“쳇, 망할 해충이……괜히 훼방이나 놓고……중얼중얼…….”


어머, 바닥에 벌레가 기어 다니네요. 저는 그렇게 말한 뒤 스토커의 발을 콱

 

짓밟았습니다. 

 

“끄으읍……!”

 

“왜 그러시죠, 리제 양? 가뜩이나 못생긴 얼굴 구기지 말고 자, 스마일-”

 

“죽인다……반드시 죽인다……!”

 

이 아니꼬운 스토커랑 같이 데이트하는 건 정말, 정말 마음에 안 들지만

 

주인님과의 데이트를 하는 대가라고 생각하면 얼마든지 참아줄 수 있습니다.

 

거기다 이 바보가 주인님께 꼬리치는 걸 막으려면 옆에서 감시하는 게 좋겠죠.

 

“그럼 뭐부터 하면 좋을지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제가 가꾼 정원을 보러 가실래요? 리제가 온갖 아름다운 꽃과 식물들을

 

보여드릴게요.”

 

“식물에는 항상 흥미가 있었습니다. 당신의 제안대로 하는 게 좋겠군요.”


쳇, 약아빠진 년. 어떻게든 점수를 따보겠다 이거죠?

 

좋아요. 이 승부, 이 블랙 리리스가 질 수야 없죠. 반드시 이 스토커보다

 

제가 훨씬, 감히 비교도 못하게 매력적이라는 사실을 주인님께 가르쳐드리겠습니다.

 

저희는 스토커를 따라 오르카 호의 정원으로 향했습니다.

 

오르카 호에 왜 정원이 있는가하면, 사실 여긴 자체적으로 식량을 생산하기

 

위해 존재하는 곳이었습니다. 주인님께선 오르카 호가 좌초당하거나 고립됐을 때

 

식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 중 하나로 여길 만들었습니다.

 

내부는 다른 곳들보다 훨씬 따뜻했고, 인공조명이 천장에 태양처럼 달려있어

 

눈부실 정도로 밝았습니다. 거의 식당을 10개쯤 만들 정도로 넓은 공간을 차지하고

 

있어서 끝에서 끝까지 가려면 족히 10분은 걸어야했습니다.

 

“히히히……주인님, 정원엔 자주 안 오시죠? 저번에 오셨을 때보다 꽃을 더

 

많이 길렀답니다. 여기 있는 꽃들은 시기 상관없이 365일 피어있는 꽃이에요.”

 

“개인적으론 꽃보다 작물에 관심이 있습니다. 일전에 품종 개량을 한

 

벼의 상태는 괜찮습니까? 보고서를 읽긴 했지만 직접 보는 것과는 다르니 말이죠.”

 

“아이 참, 주인님. 제가 기른 꽃부터 봐주세요.”

 

“그보다도 저는 벼가 얼마나 자랐는지 보고 싶습니다만…….”

 

멍청한 스토커. 주인님께선 자기가 흥미를 가진 것 이외엔 관심조차

 

안 준다는 것도 모르나요? 저래서야 굳이 걱정할 필요조차 없겠군요.

 

“히잉, 주인님……이거 좀 보세요, 네? 이거 제가 다 기른 건데…….”


“……그러고 보니 일전에 철혈의 레오나가 제게 말했던 게 떠올랐습니다.

 

죄송합니다, 시저스 리제. 아무래도 제가 잘못 행동한 모양입니다.

 

그 꽃을 보여주시겠습니까? 이 꽃의 품종과 쓰임새는 무엇입니까?”

 

어, 어라……? 주인님께서 갑자기 꽃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하셨습니다.

 

“이 꽃은 석산이라는 꽃이에요. 맹독을 가졌지만 그걸 적절히 사용하면 치료제의

 

원료로 쓸 수 있고, 잘 씻으면 먹을 수도 있어요. 참 유용한 꽃이죠?”

 

“과연, 이런 지식을 알고 계시다니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히히히, 칭찬 받았다. 칭찬 받았다……!”

 

아니 진짜 무슨 바람이 분 거죠? 주인님이, 그 주인님께서 본인이 흥미 없는

 

일에 관심을 주시다니……? 대체 레오나가 무슨 말을 했기에?

 

“주인님? 혹시 레오나가 무슨 말을 했는지…….”


“아, 그거 말씀입니까. 최근 단 둘이 만나 홍차를 마시며 대화를 나누고 있습니다.

 

그녀가 말하길 여자는 남자가 자기가 좋아하는 걸 같이 좋아해줄 때 기쁨을

 

느낀다고 했습니다. 과연 그 말대로군요.”

 

대체 왜? 왜 주인님이 레오나처럼 싸가지 없는 여자랑 홍차를 마시는 거죠?

 

아니 그보다도 왜 단 둘이서……설마, 레오나도 주인님을 노리고 있었던 건가요.

 

이럴 수가, 주의 대상 목록을 갱신해야겠습니다. 경쟁자가 점점 늘어나고 있군요.

 

“이것도! 이것도! 주인님, 이거 보세요! 제가 오늘 어떤 꽃이 있는지 전부

 

가르쳐드릴게요! 얘는 장미고, 얘는 튤립이고, 이 아이는 방울꽃이에요!”

 

“그러기엔 시간이 부족할 듯합니다. 대신 다른 곳에 가보시겠습니까?”


“주인님과 함께라면 지옥 밑바닥까지 따라갈 수 있어요……히히…….”


아니, 일단은 눈앞의 적을 먼저 주시하죠. 레오나는 나중의 문제니까요.

 

“마침 점심시간인데, 함께 식사하시는 게 어떨까요?”


“좋은 제안입니다. 같이 가시겠습니까, 시저스 리제?”


“네! 네! 네!”

 

어휴, 저 멍청이. 도대체 여자가 품위라곤 없으니 꼴불견이군요.

 

하지만 방심할 순 없습니다. 어떤 상대라도 경계하는 게 경호의 기본입니다.

 

저희는 주인님의 뒤를 따라, 식당으로 향했습니다.

 

 

 

 

 

 

 

69.

 

식당엔 아직 사람이 꽤 많았습니다. 그래도 휴일이라 PX를 쓰러 간 사람들이

 

많아서 비교적 한산한 편이었습니다. 저희는 구석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여러분, 잠시 기다려주시겠습니까? 최근 요리를 배우는 중이라 여러분께

 

제가 만든 음식을 대접해드리고 싶습니다.”

 

“저, 정말요? 하지만 제가 만들어드려도 시원찮은데……!”


“괜찮습니다. 연습을 겸해서 이것저것 시도하는 중이니까요.”


“주인님이 만드신 요리라니, 기대하고 있을게요.”


주인님도 많이 변하셨군요. 이젠 스스로 요리까지 하시다니, 옛날 같았으면

 

어디서 전투식량을 가져와 나눠먹자고 하셨을 텐데요,

 

주인님의 성장은 기쁘지만, 왠지 저만 아는 주인님의 매력이 다른 아이들한테도

 

알려지는 건 조금 싫습니다. 주인님의 저만의 주인님으로 충분한데…….

 

“해충, 왜 자꾸 따라오는 거야? 왜 자꾸 나랑 주인님의 사랑을 방해하는 거야?”


주인님이 자리를 떠나자마자 해충이 표정을 싹 바꾸며 말했습니다.

 

“어머, 내가 하고 싶은 말인데. 주제도 모르고 자꾸 치근덕거리지 말고

 

얼른 꺼져줄래? 네가 그리도 좋아하는 식물이랑 사귀지 왜 자꾸 나대니?”

 

“당장에라도 그 입을 뜯어버리고 싶지만, 주인님이 슬퍼하실 테니까 참는 거야.

 

……하지만 자꾸 성질 건드리면 확 혀를 잘라버릴 테야.”

 

“아이고, 무서워. 네까짓 하급 전투원이 무슨 수로 내 혀를 자르려고?

 

네가 내 혀를 자르려면 한 200번 정도 죽어야 할 걸? 장비도 필요 없이

 

맨손으로 때려죽여줄게. 자신 있으면 언제든지 덤벼, 멍청한 스토커 년아.”

 

“주인님은 너 같은 해충 싫어하셔. 할 줄 아는 건 총질뿐이면서.”


“그러면 너는 가위질 말고 뭘 할 수 있는데? 아, 주인님 주무시는데 침실에

 

쳐들어가서 잠 깨우기? 아니면 내쫓긴 다음에도 문 앞에서 열어달라고 애원하기?

 

풋, 그렇게 걸근거려서야 어디 주인님이 눈길이라도 주시겠니?”

 

아야! 이 바보 스토커가……! 감히 내 정강이를 발로 차!?

 

어디 너도 맛 좀 봐라. 저는 온 힘을 실어 무릎을 걷어찼습니다.

 

“핷!?”


“왜? 더 해보려- 끅!?”


이게 또 찼어!? 오냐, 너 오늘 아주 끝장을 보자!

 

저희는 서로의 다리를 걷어차며 폭언을 퍼부었습니다.

 

“멍청이, 언어장애, 초딩, 웅이, 아다!”

 

“해충, 해충, 해충! 어……그리고……해충!”

 

“두 분이 뭐하고 계십니까? 끝말잇기입니까?”


이런, 주인님이 돌아오셨군요. 저희는 얼른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미소를 지었습니다.

 

“걸즈 토크에요. 남자한테는 비밀인 거 아시죠?”


“아, 그렇습니까. 아무튼 요리를 가져왔습니다.”


주인님께서 먹음직한 카레를 가져오셨습니다. 

 

아아, 주인님이 만드신 요리……매일 아침마다 주인님이 앞치마를 두르고

 

저를 위해 요리해주시면 얼마나 행복할까요. 알몸에……앞치마……후후후…….

 

“잘 먹겠습니다. 응?”


“해……해……해윽……매……매우…….”


저 바보는 또 왜 저래? 얼굴이 토마토처럼 새빨갛게 익어버렸네요.

 

저는 리제를 무시하고 카레를 입에 넣었습니다.

 

그리고 그 직후.

 

“크흡!? 흐으으으으음……으극…….”

 

“맛이 어떻습니까?”


매워!! 매워, 매워, 매워! 매워요! 아니 이건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잖아요!

 

하지만 참아야합니다. 친히 요리를 해주신 주인님을 실망시킬 순 없어요.

 

“마……마시……마시……맛있어요……3그릇도 먹을 수 있겠네요.”

 

“저, 저는 5그릇…….”


그 때, 주방에서 소완이 나와 저희에게 다가왔습니다.

 

“어머, 두 분. 매운 걸 좋아하신다고 들었는데 입맛에 맞으시옵니까?”


“여러분이 매운맛을 좋아한다고 해서 페퍼X라는 고추를 사용해 만들었습니다.

 

과연 그 말대로입니다. 두 분이 맛있게 드시는 것 같아 마음이 놓이는군요.”

 

너였냐……! 이 망할, 너 진짜……! 윽, 지금 흥분하면 기절할지도 몰라요.

 

“해윽……헤으응……햇, 해읏…….”


“너무 맛있어서 말씀도 못하시는 것이옵니까? 후후, 다행이옵니다.”


너 언제부터 그렇게 해맑게 웃을 수 있었던 거야……감히 순수한 주인님을

 

이용해 우리를 농락하다니, 이 복수 언젠가 반드시……으으윽……!

 

“그거 아시옵니까? 최근 쉬는 시간에 주인께서 저를 찾아와 요리를

 

배우시고 있사옵니다. 단 둘이, 밤의 주방에서……은밀하게 말이옵니다.”

 

소완이 그렇게 말하며 주인님의 어깨에 머리를 기댔습니다.

 

크윽……! 눈앞의 적한테 시선을 빼앗긴 탓에, 진짜 적을 보지 못했습니다.

 

“양은 많으니 얼마든지 드셔도 됩니다.”

 

“네, 네헷…….”


“흐이잉…….”


오늘 이 순간만큼은, 저와 이 스토커의 마음이 일치했습니다.

 

언젠가 저 요망한 년을 반드시 족치겠노라고…….

 

 

 


 

 

 

70.

 

그 뒤, 저희는 오르카 호를 산책하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진짜 데이트처럼 로맨틱한 일은 없었지만……그래도 주인님과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며, 그리고 스토커가 괜히 주인님께 꼬리치지 않도록

 

감시하며 하루를 보냈습니다. 하아, 다음엔 단 둘이면 좋을 텐데요…….

 

“슬슬 시간이 다 됐군요. 내일 일정에 지장이 가지 않도록 슬슬 해산하는 게

 

좋겠습니다. 그렇지만 결국, 사랑이 뭔지 잘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그, 그러면 저희는 이만 돌아갈게요. 주인님? 오늘 하루 정말 즐거웠어요.”
 
“저도요! 그러니까 주인님, 언젠가 또 같이……히히…….”


저는 이 스토커가 주인님을 쫓아가지 못하도록 등을 콱 꼬집었습니다.

 

문제는, 스토커도 안보이게 제 등 뒤에서 엉덩이를 꼬집었다는 겁니다.

 

주인님이 자리를 떠나시고……저희는 바로 서로를 노려보았습니다.


“결국 너 때문에 데이트가 엉망이 됐잖아, 이 바보 스토커!”


“내가 할 말을 왜 네가 하는 거야? 처음부터 주인님께선 나랑 데이트하고

 

싶어 하셨어. 하여간 해충은 다 싹부터 잘라내야 하는데…….”

 

“흥, 주인님의 무엇 하나 모르는 네가 감히 주인님께 사랑을 속삭이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야. 나는 무인도에 같이 가서 주인님의 가장 깊은 진심을

 

듣고 왔다고. 그만큼 나를 신뢰해주시지만, 너는 어떨까?”

 

“그럼 넌? 너의 사랑과 나의 사랑, 거기에 무슨 차이가 있는데?”


그 질문에 저는 말문이 막혔습니다.

 

“그, 그건…….”


“난 말이야. 주인님이 어떤 분이지 너무 잘 알고 있어, 주인님은 정말

 

상냥하고 너무 올곧고 그야말로 꽃처럼 아름다우신 분이야. 그래, 마치 들꽃처럼.

 

들꽃처럼 자세히 보아야 그 매력을 알 수 있는 분이셔. 나는 알아, 주인님은

 

겉으론 드러내지 않으시지만 우리를 사랑하고 계셔. 우리를 걱정해서

 

늘 불안해하시고 보듬어주려고 애쓰시는 분이야. 해충들은 주인님의 겉만

 

보고 그 아름다움을 눈치 채지 못하지만, 나는 다 알고 있거든.”

 

흠, 어쩐 일로 맞는 말을 하는 거람? 주인님의 매력을 이해하는 사람이 있긴 있었군요.

 

“뭐……틀린 말은 아니네. 주인님의 진짜 매력은 그 딱딱한 태도 뒤에 숨겨진

 

상냥함이지. 오늘 같이 다니실 때, 눈치 챘을지 모르겠지만 우리가 서로 붙어있지

 

않게 항상 가운데에 계셨어. 어느 한쪽도 편애하지 않겠다는 자상함의 표현이지.

 

게다가 그거 알아? 주인님께선 고민할 때 손가락을 비빈다는 거.”


“그 버릇은 나만 안다고 생각했는데…….”


“흥, 너만 주인님을 지켜보는 게 아니거든? 그리고 우리가 말하면 경청하려고

 

머리를 기울여주시는데……그게 또 얼마나 사랑스러워 보이는지 알아?”

 

“음, 음. 너 뭐 좀 아는구나?”


“당연하지. 너야말로 바보 주제에 주인님에 대해선 꽤 잘 아네.”


어쩌다 이렇게 됐는지는 모르겠지만, 저희는 서로 주인님의 매력에 대해

 

토론하기 시작했습니다. 

 

“주인님은 모자를 쓰실 때 머리가 헝클어지지 않도록 항상 이마를 올리셔.

 

가끔 모자를 벗을 때 앞머리가 내려가는데, 그 모습이 참 보기 좋으셔.”

 

스토커가 앞머리 내리는 시늉을 하며 말했습니다.

 

“그거 좋지……응, 엄청 좋아. 그 이지적이지만 상냥함이 묻어나는 눈빛으로

 

봐주시면……아아, 주인님 너무 좋아…….”

 

“그렇게 멋지신 분의 매력을 아무도 모르다니, 정말 심각한 문제야.”

 

“그치!? 너도 그렇게 생각하지! 아니 어떻게 그렇게 멋지신 분의 매력을

 

아무도 몰라주는 거지? 다들 눈은 장식으로 두고 다니는 게 분명해.

 

주인님은……우리가 보는 것과 다르셔. 사실은 약하고, 섬세하면서도

 

다정다감하신 분인데 다들 차갑고 사무적인 성격으로만 알고 있다니까.”

 

그 섬에서 그리 서글프게 울부짖으실 때, 그제야 주인님의 진짜 모습을

 

알게 되어 얼마나 기뻤는지. 그리고 얼마나 마음 아팠는지.

 

그렇게 괴로워하시는데도 그 어리석은 바보들은 주인님이 더 완벽해져야하느니

 

운명이라느니 말도 안 되는 헛소리나 하고 있었습니다.

 

당장에라도 인류 재건이고 나발이고 다 그만두게 하고 제 곁에서 평생 

 

돌봐드리고 싶은데……하아, 주인님의 부관을 제가 할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그냥 묻는 건데, 스토- 아니, 리제.”


“음?”


“너는 왜 주인님을 그렇게 좋아하는 거야?”


제 질문에, 그녀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대답했습니다.

 

“반대로, 주인님을 좋아하지 않을 이유가 세상에 하나라도 존재해?”


“그건…….”


“내가 주인님을 사랑하는 건 내 의지야. 그토록 상냥하고 자상하신 분을

 

나는 이제껏 만난 적 없어. 시건방진 해충들이 감히 주인님께 간섭하지만

 

그걸 다 참아주시는 이유를 나는 알아. 주인님이 너무 착하시니까!

 

주인님을 힘들게 만드는 더러운 해충들을 모조리 구제하고 싶지만 그랬다간

 

슬퍼하실 거야. 그러니 너도 참아, 리리스.”


“……그래. 참아야지 뭐 어쩌겠니.”


이런 부분만큼은 서로 마음이 맞는 건가요.

 

저희는 사이좋게, 아니 조금 사이 나쁘게 각자의 숙소로 돌아갔습니다.

 

그리고 언젠가 기회가 되면, 주인님의 매력에 대해 조금 더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리제 특: 평소엔 바보지만 사령관이랑 관련된 일에 한해선 정상으로 돌아옴

 

그리고 현재 사령관에 대한 애정이 강한 섹돌들은

 

아르망

레오나

아스널

리리스

리제

소완

콘스탄챠 정도임. 그 외에 더 있긴 한데 이 8명이 제일 높은 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