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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바이오로이드를 혐오한다 32화


거의 2년 전에 마지막으로 했었던 주거침입을 다시 해야된다는 생각에 머리가 지끈거렸지만, 항상 그랬듯이 자연스럽게 일을 처리하면 될것이라 나에게 자기최면을 걸듯이 안정시켰다. 차 안으로 지나치는 거리의 거대한 건물들의 불들이 점점 들어오기 시작했고, 바쁜 현대인들과는 다른 방면으로 바쁜 우리는 우리의 일을 시작하였다. 차안에서 항상 준비해두었던 마스크와 장갑, 그리고 모자를 푹 눌러쓴 뒤, 똑같은 세트를 김창식에게 착용해달라 부탁했고, 곧이어 차량은 한 고시원 앞에서 서서히 멈췄다. 가난하지만 야심이 가득한 고시원 마을에 고급스러운 세단차량이 유유하게 들어오자 모두의 시선이 우리에게 집중이 되는듯 하였다. 그러거나 말거나 우리는 갈길을 갔고, 리리스에게 차를 지키고 있으라는 부탁과 함께 나와 김창식은 차량에서 내려 곧바로 건물 안으로 들어왔다.


박소한: 406호라...


계단을 올라가며 주소를 확인한 나는 4층에서 곧바로 대피문을 열어 옹기종기 방들이 모여있는 복도로 들어갔다.


피폐하고 오래된 갈색 나무벽과 대리석 색의 플라스틱 바닥, 곰팡이가 잔뜩 낀 천장, 마지막으로 걸을때마다 을씨년스럽게 끼익끼익 거리는 소름끼치는 소리는 우리의 상태를 불안함 그자체로 만들었다.이윽고 나의 눈앞에는 404호가 눈앞에 있었다. 짐작이 가는 미래를 알러 가는 길은 언제나 꺼림칙하다. 아무것도 모르고 가난한 서민들에게 마약을 거래한 사람들, 나의 머릿속에는 장 한서 한사람이 생각났지만, 그렇다고 일찍 그를 판명해서는 안될 것이라 결론을 냈는지, 나의 손은 천천히 문을 두들기고 있었다.


'똑똑똑.'


보기와는 달리 청명한 노크소리에 깜짝 놀라기에도 잠시, 복도는 다시 조용함에 휩싸였고, 나는 문이 열릴 때까지 주머니속에 자그마한 주머니칼을 만지작거리며 긴장을 죽여나가고 있었다. 그때였다.


'끼이--'


끔찍한 소리와 함께 나의 눈앞에서는 CCTV에서 봤던 그이와 똑같은 사람이 노곤함에 쩌든 눈빛으로 고개를 푹 숙이고 우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남성: ...누구세요...?


몸을 꽁꽁 싸맨 우리의 모습을 본 남성은 깜짝 놀라 문을 닫을려고 했지만, 이미 나는 문을 꽉 잡고 그를 노려보고 있었다.


박소한: 잠시 들어가도 될까?


남성: 사사사사 살려주세요...! 저는 아무것도 잘못한게 없어요!


남성은 기겁을 하며 나를 밀쳐냈지만, 그의 약한 체력에 나는 밀리기는 커녕, 그가 반작용으로 방 안으로 큰 소리를 내며 바닥에 굴러떨어졌다. 고시원에서 누군가의 도움을 요청하는 소리가 크게 났음에도 불구하고 그 안에서 아무도 그를 도우러 나오는 사람이 존재하지 않았다. 오히려


???: 씨발 팰거면 밖에서 패! 사람 공부하는데 씨발 소리를 쳐 지르고 있어!


라며 밖에 나가서 처리하라는 분노섞인 말들만이 고시원을 가득 채웠다. 아직까지 사라지지 않은 교육과 성공을 위한 개인주의가 뿌리 깊숙히 박혀있다는 것에서 나는 또다시 역겨움에 빠질수밖에 없었다. 그 역겨움의 맛도 느껴볼 시간도 없이 나의 본성은 그의 입술에 손을 가져다 댔고, 그가 더이상 소리를 내지 못하도록 손바닥을 꾸욱 눌렀다.


남성: 우웁!


박소한: 창식씨, 문닫아.


김창식: 예, 예!


김창식이 문을 닫자마자 나는 뒷주머니에서 칼을 꺼네 그의 목에 겨눴고, 그가 자신의 얼굴이 칼날에 빛친 것을 보자 급격하게 조용해졌다.


박소한: 나도 이런 거 휘두르고 싶지는 않다. 그냥 정보만 알고싶어서 온거야.


남성: 전, 전 아무것도 잘못한게 없어요! 제가 뭘-


박소한: 너희 어머니가 너 마약하라고 유산을 물려주신거 같아?


남성: ...그, 그걸 어떻게... 아, 이게 아니지... 죄, 죄송해요! 다시는, 다시는 약 안할게요! 제발 살려주세요!


박소한: 살려주고 말고는 너가 결정하는 거야. 지금 당장 그 마약 어디서 샀는지, 구매자 신상이랑 전화번호 내놔. 안불으면 그땐 진짜 니 목에 칼 들어가는 거야...


남성: 이, 이것부터 ㄴ, 놔주세요! 제가 다 드릴게요!


내가 손으로 꽉 쥐었던 목을 풀자, 그는 숨이 막혔었는지 켁켁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났고, 곧바로 침대 바로 위 서랍에서 무언가를 찾기 시작했는데, 자그마한 종이들을 보니 명함같은 것이라고 나는 생각했다.


남성: 여, 여기 있을텐데... 분명 여기 놨뒀었는데... 아! 찾았다! 여기요... 제발 절 죽이지 말아주세요!


남자가 준 자그마한 종잇조각에는 11개의 숫자가 적혀져 있었고, 나는 그것을 유심하게 살펴보았다. 내가 알고 있던 사람들의 글씨체는 아니였지만, 그 숫자는 무언가가 익숙했다. 그리고 나는 그 전화번호를 휴대전화에 저장할려고 했을때, 보면 안될 것을 봐버렸다.


텔로니 차파예프 거래용


010-ㅁㅁㅁㅁ-ㅁㅁㅁㅁ(이미 저장되어 있는 전화번호)


잠시동안의 충격으로 전화기를 한번 떨어뜨릴 뻔했다. 우리 조직은 절대로 서민들에게 마약을 팔지 않는다, 아니 못판다. 서민의 일자리를 되찾아주는 것이 우리의 목표였기에, 나를 비롯한 조직원들은 개인의 삶을 파탄낼 수 있는 마약을 사회의 고위층에게만 팔러 다녔는데, 지금 서민의 주머니 속에서 마약이 발견되었다는 것은, 우리 조직의 신념 자체가 무너지는 것이였다. 손이 떨렸다. 형용할 수 없는 분노가 차올랐다. 나는 남자가 전해준 종이를 갈갈이 찢어서 벽에 집어던졌고, 남자는 다시 안좋아진 분위기에 덜덜 떨었으며, 김창식 또한 상황이 좋지 않다 판단하고 나를 걱정스러운 얼굴로 쳐다봤다.


김창식: 혀, 형님... 괜찮으세요?


박소한: 씨발... 씨발... 텔로니 씨발새끼가... 이딴 짓을 벌여? 씨이발!


내가 쌓아온 모든 것이 완전히 무너지는 느낌이였다. 텔로니는 내가 만든 조직을 몇달만에 완전히 바꾸어놓았다. 그는 더이상 내가 알고 있던 듬직한 후원자가 아닌, 야망에 휩쌓인 한명의 광인이라 나는 생각했다.


박소한: 창식씨, 지금 무슨 상황인지 모르겠어?


김창식: 아니, 갑자기 판매자 연락처를 갈기갈기 찢더니 텔로니의 이름을 왜 울부짖는- 잠깐-


박소한: 이제 알았어? 이 씨발새끼가 이제 돈없는 사람들한테도 약을 팔기 시작했다고!


나의 말이 끝나자 김창식의 숨소리가 격렬해지기 시작했다. 마약으로 가족을 잃은 그였기에, 그의 분노는 마찬가지로 화나있던 나를 위축시킬만큼 뜨거웠다,


김창식: 후우... 후우... 후우.......


박소한: ...그 씹새끼한테 가서 무슨 일인지 물어는 봐야지. 가자.


김창식은 아무말 없이 성큼성큼 고시원을 빠져나갔다. 나 또한 그의 뒤를 따라 남자의 방을 따라나갔다. 남자만이 방에 남아 찢어진 종잇조가리를 보며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덜컥! 쾅!'


리리스: 어머, 무슨 문을 그리 강하게 닫으세요? 


김창식의 감정이 담겨진 문 닫기에 리리스가 놀라며 그에게 물어봤고, 그는 아무 대답 없이 분노에 휩싸인 숨소리만을 내었다. 쎄엑쎄엑 거리는 그의 숨에서 형용할 수 없는 배신감, 분노, 광기가 보였다.


박소한: 쓰읍... 하아... 리리스, 우리 자유다리 쪽으로 데려다 줄래?


리리스: 무슨 일이시길레 숨소리가 그렇게들 격렬하세요?


박소한: ...믿을 수 없는 일이 생겨서 그래.


리리스: 일단 알겠습니다. 주인님이 무슨 일을 겪으셨는지 가면서 들어보고 싶네요.


김창식: 저기 리리스씨? 혹시 빨리좀 가주실 수 있습니까?


김창식의 말이 끝나지도 않았지만, 차가 매끄럽게 움직이는게 느껴졌다. 리리스는 운전대를 잡고 차를 몰며 우리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설명을 요구했고, 우리는 곧바로 방금 겪었던 엄청난 배신과 그에 따른 감정을 설명해 줬더니, 리리스는 한숨을 푹 쉬었다.


리리스: 하아... 역시 주인님이랑 지인분들을 제외한 다른 인간들은 믿을게 못된다니까요... 제가... 처리할까요?


리리스가 마지막에 서리가 낀 목소리와 함께 노란 눈빛을 반짝였지만, 나는 곧바로 그녀의 호의를 거절했다.


박소한: 아니, 내가 알아서 처리할게. 리리스는 이번에는 절대 차 밖으로 나오지 마. 나랑 창식씨한테 무슨 일이 생겨도, 조직에 관련된 일이니까... 절대 너가 그쪽으로 노출되선 안돼. 알겠지?


리리스: 하아... 주인님을 거슬리게 하는 존재, 제가 한번 갔다오면 죄다 절단되어 있을 텐데... 아쉽네요... 그럼 주인님, 혹시라도 모르니까 이걸 가져가 주세요.


그녀는 단추 크기의 자그마한 무언가를 나에게 보여줬다. 무언가 센서같은 것들이 다닥다닥 붙어있고, 리리스는 차가 신호 때문에 정지했을때, 나의 옷 오른쪽 아래에 단추를 달아주었고, 차근차근하게 설명을 해주었다.


리리스: 주인님, 이건 위장용 감시카메라에요. 삼안에서 저를 구매할 때 가장 비싼 옵션이기도 하죠. 이 감시카메라를 통해 360도 전체를 확인, 녹화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전파를 발생시켜 주변을 입체화 하여 숨겨진 물건들까지 파악하실 수 있도록 하는 물건입니다. 혹시라도 모를 파리새끼들을 확인할 용도로, 저는 절대 들어가지 않을 테니, 주인님은 저에게 제거하고 싶은 것들만 알려주시면, 제가 나중에 시체까지 전부 처리해 드리겠습니다.


그녀의 말에는 농담이 섞여있지 않았을 만큼 상황이 진지해졌다. 나 또한 그녀에게 아무말도 하지 않고 앞만을 바라보며 텔로니에게 할 말을 머릿속으로 정리하고 있었다. 이윽고 자유다리에서 2블록 떨어진 곳에 도착했고, 더이상 발각될 위험이 있기에 나와 김창식은 거기서부터 차량에서 내려 걸어가기로 했다. 리리스의 조심하라는 당부를 듣고 우리는 성큼성큼 자유다리 밑에 있던 텔로니의 사무실 안으로 들어갔다.


'쾅!'


노크도 하지 않고 들어온 텔로니의 사무실에서는 역시나 그가 있었다. 그러나 매우 심각하게 다른 것이 존재했었다. 텔로니는 또다른 한 사람과 함께 마주보며 앉아있었고, 수많은 보안요원, 아니 푸른 제복을 입은 경찰들이 그들을 둘러싸고 있었다. 그리고, 텔로니를 마주보고 있던 그가 고개를 돌리자 얼굴이 보였는데, 나는 충격으로 그자리에서 멈출 수밖에 없었다.


그는 우리 아버지를 물고문했던 현재의 경찰청장, 강수찬이였다.


경찰 요원들이 나에게 테이저건과 곤봉을 겨눴지만, 그런 것을 신경쓸 시간도 없었다. 오직 그를 죽여야겠다는 마음만이 내 가슴을 가득 채웠다. 뒷주머니에서 곧바로 칼을 꺼네들어 그에게 달려들었다.


강수찬: 음? 자네는-


박소한: 씨바-


경찰: 야! 동작그만 씹새끼야!


'파지직!'


4대의 테이저건이 동시에 발사되었고, 나의 허벅지에 명중되었다. 강력한 전기가 나의 몸을 통해갔고, 몸을 겨눌 수 없을 정도의 진동이 느껴졌다.


박소한: 끄으읅!!


내가 쓰러지자 경찰은 곤봉으로 나를 후두려 팼고, 약 3분정도가 지나자 그들의 매질은 멈추었다. 눈을 떠보니 강수찬이 손짓을 하고 있었다.


강수찬: 그만해라! 쟤도 내가 텔로니씨를 체포했을 거라 생각했겠지.


강수찬은 쓰러져 있는 나를 내려다 보며 손을 내밀었다.


강수찬: 반갑다. 그쪽 대표랑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온거니까 걱정하지 말고.


박소한: 걱정이고 뭐고-


'철커덕'


다시 칼을 들이밀려고 했지만, 차가운 쇠가 내 머리에 겨눠지는게 느껴졌다, 경찰중에 한명이 내 머리에 리볼버를 겨누고 있었다.


경찰: 손 잡어. 이상한 짓 하지 말고 씨발새끼야.


어쩔 수 없이 그의 손을 잡고 자리에서 힘들게 일어났고, 김창식은 그 뒤에서 멍하니 상황을 바라보고 있었다.


강수찬: 반갑네. 대한제국 중앙 경찰청장, 강수찬이라고 하네.


박소한: ...


강수찬: 자네는 경찰이랑 사이가 별로 안좋은가? 얼굴이 왜이리- 아... 방금 전까지 후두려 맞아서 그런가? 미안하네... 우리 애들이 조금 긴장해서...


박소한: ...


텔로니: 우리 소한이가 경찰이랑 사이가 별로 안좋거든. 트라우마가 있어서말이야. 창식이도 거기 서있지 말고 이리 와보게. 무슨 할말이 있어서 온 거겠지?


강수찬: 뭐, 우리는 할 얘기 다 끝났으니, 먼저 일어나보도록 하지. 재밌는 대화 하게나.


강수찬은 입고 있던 제복을 고쳐입은 뒤, 자리에서 일어나 경찰들을 데리고 밖으로 빠져나갔다. 그때만이라도 강수찬에게왜 우리 아빠를 물고문 한뒤 어떻게 됬는지 아냐고 물어보고 싶었지만, 경찰은 방에서 나갈때까지 나의 머리에 총을 겨누고 있었고,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이 부들부들 손만 떨고 있었다.


'덜컥'


문이 닫히고 나서야 나의 굳은 몸이 풀렸고, 형용할 수 없는 분노와 원망이 내 몸을 감쌌다. 곧바로 오만한 표정을 짓고 있는 텔로니에게 고함을 질렀다.


박소한: 씨발 당신 뭐하는 짓이야! 너, 강수찬이 어떤 새낀지 몰라?


텔로니: 갑작스럽지만 일이 있어서 당분간은 같이 일하게 될거야. 강수찬이 소한이 뒤를 봐주는 일이 많았는데... 자네도 고마워해야된다 생각이 들지 않나?


김창식: 혀, 형님, 일단 진정하시고...


박소한: 경찰 청장이고 뭐고, 강수찬이랑 여태까지 무슨 관계야... 당장 안불어?!


돈 텔로니: 화좀 식히게. 자네 지금 판단력이 흐트려지고 있어.


박소한: 씨발새끼가 그걸 말이라고 해?! 당신 강수찬이 우리한테 한 짓 다 알고 있지 않아?! 그러고서도, 여기서 화기애애 대화를 나누고... 뭐? 같은 편? 지랄하고 있네!


나는 방금 꺼내지 못했던 주머니에서 칼을 뽑아내 텔로니의 목에 겨눴다.


박소한: 당장 불어. 이젠 당신 부하노릇도 지긋지긋하고, 내 손으로 내 신념을 더럽히는 것도 좆같으니까...


돈 텔로니: 신념? 말 잘했네. 나는 신념을 버리지 않았다. 조금만 내려놓은 거지.


박소한: 당신 말은 모순이 존나 가득해! 여기 조직이 만들어진 이유가 뭐야? 자본의 85% 이상이 국민의 5%도 안되는 자본가들 사이에서 돌고 돌아. 바이오로이드들과 로봇이 서민들의 일자리를 잡아먹고 있고, 사람들은 길거리와 반지하로 쫒겨나고 있는데, 우리는 그런 사람들을 다시 사회로 복귀시킬려고... 교육도 시키고, 신규 오렌지족 양아치들한테 마약 팔아서 번 돈으로 경제적으로 지원해주고 있어. 근데, 당신이 사람들 망치는 마약을 돈없는 사람들한테도 파는게 말이 되?


돈 텔로니: 그래서... 우리 조직에서 교육받은 사람이 성공한 뒤에 우리한테 고맙다고 인사라도 하러왔던 사람이 있나?


순간 숨이 턱 막혔다. 조직에서 활동을 하며, 텔로니의 말대로 나에게 성공했다고 감사인사는 커녕, 얼굴을 비치는 사람은 없었다. 자유다리 밑 사무실과 모임장소에서는 정장을 입고 당당하게 출근준비를 하는 사람이 아닌, 오직 수염도 깎지 않은 채로 빵과 밥만을 얻어먹으려는 사람들이 즐비했었다.


박소한: ...


돈 텔로니: 미안하지만, 성공할 사람들이 여기에 올 일은 없어. 아니, 존재하지 않는다. 진짜로 성공하고 싶은 사람은, 여기에 와서 기본적인 사무업무에 대해 공부를 할까? 아니, 절대로 아니야. 그들은 방에 쳐박혀 어떻게 하면 성공할까 밥도 안먹고 연구하고 공부해. 여기 와서 밥이나 얻어쳐먹고 노력이란 건 하지도 않는 부류랑은 차원이 다르다고. 자네, 여기에 있던 사람들이 집에 가서는 뭘 하는지 아나?


박소한: ...


돈 텔로니: 인터넷에서 편이나 쳐 가르고 사람들끼리 마찰이나 일으키고 있어. 자신의 이름이 드러나지 않는 익명이라는 것 뒤에 숨어서 상상할 수도 없는 말을 내뱉는다고. 너는 정녕 그런 사람들한테 시간을 쓰고 싶은 건가?


박소한: ...그건!


돈 텔로니: 나는 그런 인생에서 답도 없는 사람들한테 더이상 이렇게 지원해주고 싶지 않다. 그리고, 나한테도 너처럼 방법이 있어. 서민들을 다시 사회로 복귀시킬 수 있는 방법 말이지. 그게 바로 내가 마약을 모든사람들한테 팔기 시작한 이유다.


그때, 뒤에 있던 김창식이 머리를 마구 휘저으며 소리를 질렀다.


김창식: 으아아! 아니야! 아니라고! 당신은 우리 가족이 왜 죽었는지 알잖아!


돈 텔로니: 알고 있다. 마약 거래 때문이지?


김창식: 나는... 양보도 했어... 돈 많은 씹새끼들이 나랑 똑같이 마약으로 파탄나는게 보고 싶기도 했고... 근데... 이건 아니지... 이건... 흐읍... 이건 아니라고...


김창식이 울먹였다. 그러나 고개는 돈 텔로니를 향해 똑바로 들어올렸다.


김창식: 너는... 너는... 그러면 안돼... 이건 말도 안되는 짓이라고...


김창식이 그에게 주먹을 날리는 것을 내가 간신히 말렸다. 지금 텔로니에게 주먹을 휘두른다고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 나는 떨리는 목소리로 다시 그에게 물어봤다.


박소한: 그래... 들어나 보자... 당신 그 병신같은 계획이 뭔데...


돈 텔로니: ...우선 내가 몇 주 전에 겪었던 일 하나를 좀 알아줬으면 한다. ...자네들 혹시... 김지석이라고 아나?


김지석,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세계에서 가장 돈이 많은 사람들 중에 한명이다. 바이오로이드의 창시장이기도 하며, 삼안 그룹으로 한시간만에 대기업 부장의 연봉을 벌어들이는 그를 우리는 모른다고 부정할 수가 없었다. 텔로니는 말 없이 고개를 숙인 나와 김창식을 보고서는 술잔에 포도주를 조르르 따랐고, 곧이어 술내음을 맡은 그는 말을 이어나갔다.


돈 텔로니: 그가... 대한제국에서 가장 돈을 많이 버는 사람임은 틀림이 없다. 근데... 몇주전에 말이다? 나는 그사람을 실제로 봤다. 그것도 여기서 말이지.


홀짝, 돈 텔로니가 술을 한모금 마신다.


돈 텔로니: 그리고 그 자식은... 내 앞에서 무릎을 꿇었다. 제발 자기 사촌동생좀 살려달라나 뭐라나... 알고보니까 그 사촌동생이 이탈리아에서 마약을 한번 맛봤는데, 그게 너무 쩔어서 그 다음부터 계속 그걸 찾는다고 하더군... 처음엔 김지석도 이탈리아 쪽에서 아는 사람을 통해 그걸 구해다 줬는데, 이게 말이지... 마약 판매처 쪽이 유로폴한테 들킨거야.


홀짝, 그가 두번째 목넘김을 삼켰다.


돈 텔로니: 알고보니까 그 약은 이탈리아 쪽에서만 만들어지는 약이였고, 그쪽 사람들밖에 알지 못하는 레시피로 만들어지는 마약이였던 거지. 그리고, 나는 그 조직에서 몇년간 다니면서 약 제조법을 알고 있는 거의 유일한 사람이 된거야. 나머지는 죄다 마약유통죄로 처벌받고 거의 죽거나 무기징역에 처해있으니까 말이지.


홀짝, 마지막 남아있던 술이 텔로니의 입으로 사라졌다.


돈 텔로니: 김치석의 사촌은 약이 끊기자 호흡곤란, 경련을 일으키면서 금단증상을 보였고, 하다못한 김지석이 직접 나한테 찾아 온거지. 10억을 줄테니 제작법을 가르쳐 달라는군. 처음에는 거절했다. 다음엔 100억을 준다네? 이번에도 거절했지. 마지막으로 부탁을 할땐 1300억을 줄테니 제발 알려달라고 무릎까지 꿇었다. 무릎까지! 세계에서 가장 돈많은 사람이 내 앞에서 무릎을 꿇었다고!


박소한: ...

김창식: ...


돈 텔로니: 결국 김지석한테 약을 줬다. 자존심까지 버렸으니, 또 거절한 이유가 없겠지. 그리고 가는 생각했다. 이 약으로... 사람들을 갱생시킬 수 있다고. 내가 테리를 죽인 이유이기도 하지. 우선, 테리가 죽어서 강수찬한테 선박장 바다에서 테리의 시신을 찾아달라고 부탁했다. 왜인줄 아나? 테리가 텍사스에 있는 컨테이너 창고 안에는, 마약이 얼마나 들어있는지 아나? 대한제국 전국민이 3년동안이나 빨 수 있는 약이 있어! 난 그걸 원해서 테리를 죽인거야. 그새끼 팔만 있으면, 그 약은 전부 내 것이 되거든. 박소한 너랑 테리가 서로 신뢰하는 사이니까, 나는 너가 테리랑 거래를 할때, 당연히 그새끼가 나올 줄 알고 한서 부하를 시켜서 테리를 죽이라고 한거야. 테리의 팔이 발견되면, 나는 곧바로 텍사스로 날아가서 마약을 전부 빼낸뒤 다신 대한제국으로 가지고 올거다.그리고, 전국민한테 약을 뿌릴 거야. 남자, 여자, 늙은이, 젊은이 구분하지 않고 모두가 약에 절을 때까지 뿌릴거라고. 수많은 사람들이 약에 중독될 거고, 국회의원, 군인, 심지어 대통령까지 마약에 중독되겠지... 그때 내가 나서는거야. 모두에게 마약을 주겠다고 선거에 참여하는거지. 사람들은 열광하며 나에게 투표를 할테고, 차곡차곡 올라가서, 내가 대통령이 되는거지. 내가 대통령이 되서, 나라를 새로 만들 거다. 새로운 나라, 새로운 질서, 새로운 진리를 추구하면서 말이지... 너희들이 그토록 원했던 서민들의 복귀? 내가 대통령이 되면 하루만에 대한제국에 있는 모든 바이오로이드들을 처분할 수도 있어. 약에 중독된 사람들한테 마약으로 협박하면, 누가 그걸 거절할까? 서민들은 일을 하고 마약을 받으면 되고, 그걸로 경제가 돌아갈 텐데? 완전히 좋은거 아닌가? 박소한 너가 원하는 서민들의 복귀가 가능해지는 거라고! 난 너의 신념을 빛나게 하기 위해 잠시 내려놓는 거야. 추진력을 얻기위해 다리를 굽힌것과 똑같은 거지.


박소한: 미쳤어... 당신은 정말로 미쳤어! 그렇다고 테리를 죽여? 그리고, 당신 강수찬이 어떤 새끼인줄은 알기나해? 우리 엄마랑 아빠를 죽여놓고서도 눈한번 깜짝 안하고 경찰청장이 된-


돈 텔로니: 너는 강수찬한테 고마워해야된다! 왠지 아나? 너가 테리를 죽였을때, 테리의 부하들이랑 코헤이 기도장에서 난동을 피웠을때도! 경찰이 사이렌 한번 울렸나? 전혀 울리지 않았어! 내가 강수찬한테 부탁해서 그런거다. 만약에 내가 그사람이랑 접촉하지 않았더라면, 너는 지금 경찰서에서 너희 아빠랑 똑같은 취급을 당했을거다!


박소한: 그걸 말이라고해?! 씨발 더이상은 못봐주겠네!


'탈칵'


나는 주머니칼의 날을 펼쳤다. 날카로운 철이 텔로니의 목에 겨냥되었다. 하지만 그는 눈한번 깜짝 안하고, 덤덤하게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돈 텔로니: 찔러봐라. 내가 죽은 걸 경찰이 알게되면 대한제국의 모든 경찰들이 너를 찾아 죽일려고 별 지랄을 다할거다. 너 뿐만이겠어? 니 집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너 때문에 갈갈이 찢겨죽어나갈거야. 어디 한번 찔러봐. 위협만 하지말고.


나와 함께 있던 사람들이 전부 눈앞에 아른거렸다. 내가 그를 찌른다고해서 기분이 나아지지도 않을 것이다. 득보다 실이 몇제곱배는 더 많다. 나는 조용히 칼을 내려놓았다.


'턱.'


돈 텔로니: 잘 생각했네. 내가 강수찬한테 잘 타일러서 너에게 사과해달라 부탁해볼테니까, 우리 소한이도 열심히 일해주게. 모든 것이 너에게 달려있다.


소름끼칠 정도로 돈 텔로니의 성격이 180도 바뀌었다. 그는 나의 어깨를 몇번 두들기고서는 문 밖으로 유유히 빠져나갔다.


'덜커덕.'


문이 닫혔다. 세상이 멈췄다. 입 밖으로 공기가 빠져나가지 않았다.

==============================32화 끝==================================


다 써보고 나니까 뭔가가 너무 안맞는 느낌이 난다... 내가 원했던 그림인거 같기도 하고 아닌거 같기도 하고... 다음편로 빨리 넘어가기 위해 올려봅니다!


+역시 헤피엔딩이 좋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