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라오에서 쓴게 별로 없어서 팁쪽이 메인임. 

그래도 일단 예시로 쓰기도 할테니 소개부터 하고가자.

작품 내에 일부러 예시로 쓰려고 실험적인 방법들 도입한 것도 있어.


어느 평범한 여름날의 기억 

- 전쟁이 끝나고 그는 오르카호를 다스리는 사령관에서 개척지 마을의 관리관이 됩니다. 아직 풍족하다고 하기는 어려운 환경이지만 제각기 자유와 미래를 얻은 바이오로이드들과 그의 아내, 그리고 그의 일상을 그린 한 장면입니다.


사령관 애호클럽의 비밀작전 -1-

사령관 애호클럽의 비밀작전 -2-

사령관 애호클럽의 비밀작전 -3-

- 천향의 히루메가 발견된 사건 뒤로 경호팀에는 비상이 걸린다. 혹시나 더 있을지 모를 침입자를 수색하기 위해 전 오르카호에 수색령이 떨어졌다! 공공의 면전에 드러내기에는 꺼림칙한 수집품을 모으던 애호클럽의 멤버들은 합심해서 수색이 끝날 때까지 수집품을 숨길 방법을 찾는다. 아자젤님, 제발 무사히 지나갈 수 있도록 해주세요.



여기서부터는 소설 쓰는 TIP이다.



1. 첫 장면부터 막히는데 어떻게 시작해야 할까?


팬픽을 시작할 때 작가가 쥐고 있는 정보량을 100, 독자가 쥐고 있는 정보량을, 2차 창작이니까 20정도라고 해보자.

작가는 분명 뭔가 보여주고 싶은 장면이 있어서 팬픽을 쓰기 시작했을 것이다. 그 재미있는 부분을 즐기려면 독자도 앞의 전개를 알고 있어야 한다.

이 때 작가는 재미없지만 알려줘야 하는 40정도를 빨리 처리해버리고 재미있는 60으로 넘어가고 싶어한다. 


'여기는 오르카 호(장소)다. 여기 나올 등장인물은 x, y, z고. 얘들로 이제부터 무엇을 할 것이다...'

이런 식으로 시계열순으로, 순차적으로 정보를 처리하려고 하는 것이다. 


얼핏 생각할 때 합리적인 방식이지만 사실 그럴 필요는 전혀 없다. 의심스럽다면 마션의 첫 문장을 떠올려보라. 나는 좆됐다로 시작하니까. 

소설에서 첫 문장의 역할은 독자가 다음 문장을 읽게 만드는 것이다. 뜬금없이, 아무런 예고없이 상황을 던져줘도 독자에게 호기심을 심어줬다면 그걸로 성공이다. 


사령관 애호클럽의 비밀작전 -1- 내 글이라 쪽팔리지만 왼쪽의 예시를 보자. 사건의 개요도 등장인물도 소개하지 않은 상태로 위기상황부터 시작한다. 사단장과 연대장 앞에 불려나간 짬찌. 군필자라면 어떤 분위기일지 한없이 현실에 가깝게 상상할 수 있다. 읽다보면 떠오르는 의문이 있을거다. 이새끼는 왜 좆됐을까? 왜 이딴걸 들고 그런 곳에 들어가 있었지?


이 단계에서 독자에게 사소한 궁금증이라도 심어줬으면 작가가 이긴거다. 호러영화나 범죄소설에서도 자주 봤을거다. 주인공도 나오기 전에 괴물의 희생양으로 죽는 엑스트라. 전문용어로는 '사건의 중심에서'라고 표현하는데 질릴정도로 많이 봤다는 건 그만큼 효과적이라는 뜻도 된다. 가장 독자의 흥미를 끌 수 있는 장면으로 시작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물론 이거 말고도 방법은 많다.

이런 방법을 사용하기 싫을 수도 있고 이야기 구조상 쓸 수 없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그런 사람들을 위해 내용과 상관없이 쓸 수 있는 스타트 방법들을 소개해보겠다. 


소설은 대화, 서술, 행동으로 구성된다. 기술적으로 작가는 셋 중 하나로 시작할 수 밖에 없다는 뜻이다. 묘사는 어떻냐고? 묘사는 서술의 하위개념이다.


일단은 대화와 행동으로 시작하는 방법이다. 이 둘은 시점의 영향도 거의 받지 않고 무난하게 이야기를 시작할 수 있다. 인물의 성격도 대화와 행동으로 드러내는게 효과적이니 비교적 부담없이 스타트를 끊기에 좋다. 다만 유의해야 할 점이 있는데 이것 역시 독자의 흥미를 유발해야 한다는 대전제는 같다는 점이다.


따라서 행동과 대화에는 긴장감이 필요하다. 물어뜯고 죽일듯이 으르렁대고 주먹질하고 그런게 아니라 대화의 목적과 대립요소가 필요하다는 말이다. 레오나는 요 일주일동안 사령관과 발키리 사이에서 흐르는 미묘한 분위기를 감지했다. 그녀는 발키리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추궁하고 싶다. 반면 발키리는 여러모로 그 정보를 감춰야한다. 

혹은 긴장감이 둘 사이가 아니라 외부에서 올 수도 있다. A와 B는 공범이다. 둘은 최근 자신들이 숨기고 있는 비밀을 파내려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둘은 대책을 세워야한다. 같은 상황 말이다. 

사전설정이 이렇다면 둘이 언제까지고 느긋하게 잡담을 즐길 수는 없을 것이다. 

대화나 행동으로 시작하려면 그것의 목적을 설정해놓고 시작하라. 그 목적이 끝날 때 다음 장면으로 넘어가면 된다.



다음으로 서술로 시작하는 방법인데, 먼저 짚고 넘어가자. 확신이나 자신이 없으면 서술로 시작하지 않는게 좋다.

서술은 까다롭다. 무엇보다도 시점의 영향을 현저하게 받고, 첫 부분에서 막혔는데 서술로 손을 뻗는다면 투머치 토커가 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첫 장면에서 막히는 사람 심리가 나를 포함해 거기서 거기다. 서술은 정보를 압축하는 기능이 있는데 거기에 의지해서 애들한테 쓴 야채먹이듯 재미없는 정보를 뭉텅이로 쑤셔넣으려는 유혹이 스멀스멀 올라오는 것이다. 그러면 독자도 떠나버리기 쉽다.


이야기를 처음 시작할 때 정보는 독자에게 직접 장면을 '보여주는'식으로 전개해야하지 작가가 '말해주는'식으로 전달해서는 안된다.

역설적이게도 서술의 정보압축기능을 활용하지 않을 때 서술로 이야기를 시작하는 방법을 가장 효과적으로 쓸 수 있다.


예를 들어 서정적인 분위기의 글을 쓰고싶다고 해보자. 그럴 경우 서술의 하위개념인 묘사로 시작하는 것도 효과적이다. 

나는 어느 평범한 여름날의 기억 에서 그런 방법을 썼는데, 이 때는 주인공이 있는 방 자체를 묘사하는 것보다 주인공이 느끼는 오감과 정서를 표현하는 편이 간접적이면서도 효과적이다. 후각은 다른 어떤 감각보다도 그리움을 자극하기 때문에 이 글을 관통하는 테마는 냄새였다.

정오에 논길을 걸으며 수다떠는 아이들을 표현하고 싶다면 논길 자체보다 아이들이 느끼는 뜨거움, 검게 탄 살, 개울물에 적신 수건으로 틈틈이 이마를 닦는 모습을 묘사해라. 그런 묘사는 디테일도 더해주고 쉽게 질리지 않는다.


정 반대의 예를 들자면 자극이나 감정이 일정한 정도를 넘어간 상황에서도 서술로 시작하기 좋다.

공포영화에서 손가락이 잘리거나 칼에 베이면 관객들이 얼굴을 찌푸린다. 고통에 공감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등장인물의 배가 갈라지고 거기에서 소 한마리분의 소시지와 호수만큼의 피가 쏟아져 나오면 웃는 관객들이 나온다. 더 이상 공감할 수 없기 때문이다.

글이나 그림으로도 극한의 자극이나 감정은 표현하기 어렵다. 차곡차곡 쌓아올린다고 해도 일정 수치를 벗어나는 순간 더 이상 이해가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그럴때는 오히려 거리를 둔 3인칭 화자의 시점에서 냉정하게 상황을 서술하는 편이 독자에게 더 잘 전달할 수 있다.



그러면 재미없지만 독자에게 알려줘야 하는 40은 어떻게 처리할건데?


정말로 필요한 정보인지 잘 생각해보고 아니면 잘라라. 떠오른 정보를 100% 다 소설에 집어넣으면 오히려 재미없어질 확률이 올라간다.

그리고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면 간단하다. 

거부감이 안 들게 잘게 쪼개서 먹이면 된다. 애들한테 야채먹일때 잘게 썰어서 볶음밥 만들어주는 것처럼.

굳이 처음에 그렇게 할 필요도 없다. 첫 장면 한창 진행하다가 독자들이 익숙해지고부터 시작해도 된다. 못 믿겠는가?

이거야말로 종이로 출판된 상업소설 대부분이 이미 하고 있는 일이다. 


두 사람이 한창 말싸움을 한다. 둘이 대화에 쓰는 말투로 한쪽은 고용인, 한쪽은 피고용인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한 쪽은 월급이 덜 들어왔다고 하고, 한 쪽은 맞게 입금해 주었다고 한다. 여기까지에서 둘의 갈등내용도 알 수 있다.

다음 순간 손님이 들어오고 사장은 언제 그랬냐는 듯 웃으며 손님을 맞이한다. 알바는 아직 부루퉁한 상태다. 갈등은 해결되지 않았지만 여기가 가게 안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런식으로 전개해나가면 'xx편의점에서 사장과 아르바이트가 월급을 두고 말다툼을 하고있다.'라고 서술하는 것보다 훨씬 나은 방법으로 정보를 전달할 수 있다. 둘의 대화는 손님이 오기 전까지 한 페이지 넘게 이어졌을 수도 있다. 

혹은 다른 상황에서 정보량을 일부러 제한함으로써 그냥 정보를 주는 것보다 더 재미있는 상황을 연출할 수도 있다. 오직 서술자가 존재하는 글만이 가능한 방식으로.

이를테면, 두 사람은 흰 가루를 가운데 두고 다투고 있다. 양이 모자라다느니 중간책이 빼돌렸다느니 다투는 내용을 본 독자들은 둘을 약쟁이들로 오해하지만 그 순간 경찰서장이 들어서자 두 명이 인사를 건네서 그 오해를 불식시킨다. 두 명은 사실 형사였다는 식으로. 이 경우 정보도 전달할 수 있고 아까보다는 글이 더 재미있어진다.



번외 ) 서술의 정보압축기능


중요성이 떨어지는 정보, 대화나 행동으로 표현하기에는 지면소모가 너무 큰 정보는 서술로 처리하는 것이 좋다. 

맨 처음 글을 시작할 때는 글의 신선도를 떨어뜨릴 가능성이 너무 크기 때문에 특정한 목적이 아니면 서술로 시작하지 말라고 한 것이다. 

예를 들어 사령관이 함교에서 식당으로 이동해 식사한다고 해보자. 이걸 대화와 행동으로 쓰려면 함교에 있던 부관과 인사하고, 복도를 지나며 마주친 바이오로이드들과 인사를 나누고, 메뉴를 받아 테이블에 앉는 식으로 글의 진행이 한없이 늘어질 것이다. 사령관의 식사에 그 정도의 중요성이 없다면 그냥 서술로 처리하면 된다. '사령관은 시뮬레이션 훈련이 끝난 뒤 식사를 마쳤다.' 한 문장으로 끝나는 것이다.



이 아래로는 시점에 대해 써볼까 했는데 갑자기 난이도도 분량도 확 뛰는 것같고 수요가 있나 싶어서 일단 보류하고 전 글에 모은 댓글쪽 QnA로 들어갈게. 그나저나 주인공시점, 관찰자시점이라는 단어는 볼때마다 빡친다.


1. 단편적인 아이디어만 있을 때 극을 어떻게 전개해야하는가?


- 이건 나도 그런데 대부분 팬픽쓰고 팬아트 그리게 되는 계기가 어떤 재미있는 장면이 떠올라서 일거야. 혼자서 보기는 아깝고 남한테도 보여주고 싶은거. 근데 막상 만들어보려고 하면 작업량이 생각보다 많고 어떻게 해야 앞뒤를 이을 수 있을지 감이 잘 안오지. 


그럴때는 일단 자리를 잡고 그 떠오른 장면만 먼저 써봐. 일단 쓰면서 손이랑 머리도 풀리고 실제로 쓰면서 나도 모르게 글에 추가되는 정보가 있으니까 거기에서 또 앞뒤로 이어볼만한 게 없나 머리 굴려볼만한게 생겨. 

나 같은 경우 애호클럽을 쓸 때 처음 떠오른게 히루메 발견 이후 오르카호 군지검하는 상황이었고, 거기에서 제일 먼저 고생하는 브라우니가 떠올랐지. 근데 그것만으로는 등장인물도 적고 이야기도 단순하니까 뭔가 실제로 브라우니가 좆될만한걸 가지고 있었다는 설정으로 첫 장면을 썼어. 그리고나서 그 물건들 가지고 있을만한게 누군가, 그 중에서 브라우니랑 엮을 수 있을만한 애들은? 하는 방향으로 설정을 넓혀나갔지.

이 단계에서는 아이디어 스스로 퇴짜놓기보다 최대한 많이 꺼내놓는게 좋아. 그렇게 대여섯명 모이고 캐릭터별로 밈도 있겠다 개성 낼 수 있겠다 싶은 그렘린이랑 탈론페더, 유미를 뽑은거고 유미랑 그렘린은 이벤트에서 사령관이랑 게임하는 장면 나왔었으니까 그때 뭔가 챙기지 않았을까... 하는 방향으로 가지뻗어서 또 물건들 수정하고 하는 방식으로 꼬리물기로 확장함. 

모여서 회의하는 장면까지 쓰고부터는 비교적 쉬웠어. 한 명씩 엮일만한 트러블 배당해주는데 그렘린이야 같은 발할라 안드바리가 이미 있고 브라우니도 찐레후 있고 했으니까.

요약하자면 처음부터 꼭 완성된 스토리를 떠올릴 필요는 없다는거랑, 2차 창작이니까 원작 이벤트나 밈에서 따올거 없나 찾아보면 비교적 쉬워진다는 거지. 대사도 한번 살펴보고.


2. 퇴고의 중요성, 글을 끝맺는 방법


비슷한 주제라 질문 두 개를 하나로 묶었어. 

일단 퇴고의 중요성인데 당연히 필요하다고 봐. 퇴고는 전체적으로 글을 다시보면서 내가 의도한대로 뽑혀나왔는지, 독자의 몰입을 방해하는 요소는 남아있지 않은지 체크하는 작업이야. 본의아니게 실수했을수도 있고 일단 글에서 몰입이 깨져버리면 도중에 힘이 빠져버리니까. 


내 경우 우선적으로 보는건 

1)오탈자와 중복어

2)글의 흐름 이야.


오탈자와 중복어는 사소하면서도 몰입감 깨기 십상이니까 당연하고, 글의 흐름 같은 경우 쭉 읽어보면서 '여기 대화문 하나 더 들어가 있으면 읽을때 걸리는 거 없이 편하다.' 같은거 체크한다는 말이야. 서술문이 너무 길어서 빡빡해보이거나 대화만 이어져서 상황을 파악하기 힘들다거나 할때 다른 요소 하나씩 끼워넣어주거나 지우거나 하는거지. 

사실 퇴고는 글 아예 묵혀두고 잊혀졌을 때 다시 보는게 정확한데 피곤한거랑 반응 얻고싶은거 때문에 바로 올렸다가 나중에 조져먹은 문장 몇개 찾기도 했음 


다음으로 글을 끝내는 방법인데 제일 쉬운건 클라이막스가 끝나거나 클라이막스 직전에 카메라를 페이드아웃하는 느낌으로 쭉 빼주는 걸까.

점점 서술의 거리가 멀어지면서 '등장인물들의 일상은 계속됩니다~' 같은 느낌으로 여운도 줄 수 있고 극적인 장면에 딱 걸려서 더 써지지 않는 상황도 피할 수 있거든. 너무 과도한 감정은 표현할 수 없다는 걸 기억해둬.

다른 방법은 따로 후일담이나 에필로그를 준비해두는 거지. 메인 플롯이 끝나고 장면을 전환하면 다시 리셋된 분위기로 전개할 수 있는데 거기에서 독자들의 아쉬움을 달래주는 내용을 약간 첨가하는 식으로. 대소동중일때 쓰기는 어색한 내용이라도 일단 장면이 한번 전환되면 받아들여 줄거야. 

이건 구체적으로 쓰고있는 글이 있으면 좀 편하게 풀어줄 수 있겠다.


3. 재미란 무엇인가?

이건 질문이 좀 포괄적이라 내가 이해한 범위에서 대답할게. 

하드보일드, 개그, 블랙 코미디, 호러, 장르 불문하고 소설이라는 건 독자의 감정을 움직이기 위한거야. 즐거움이든 슬픔이든 공포든 글을 매개로 감정을 싣고 독자가 그걸 읽으면서 그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면 보통 재미있었다고 말하겠지. 물론 그걸 효과적으로 싣는 기술도 있지만 그쪽을 물어본건 아니지?


또 필요하거나 구체적으로 묻고싶은거 있는 사람 있으면 댓글에 남겨줘

다음글에 적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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