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가끔가다 라오그림 그려서 념글가는 낙으로 살아가고 있는 라붕이임


챈 보다보면 가끔 그림을 그리고 싶어하고, 그림을 어떻게 시작하면 좋을 지에 대해 물어보는 사람들이 보이더라고. 마침 클립스튜디오가 반값 할인을 하고 있는 시기이기도 하고.

이미 프로의 영역에 도달해서 어마어마한 퀄리티의 작품을 보여주는 사람들도 꽤 자주 보이지만

그런 사람들은 이미 종사하고 있는 업이 있거나 하고 있는 작업이 있어 바빠서 글을 못 쓸 것 같으니 ㅈ밥 허접 짤쟁이인 내가 간단하게나마 어떤 식으로 짤을 만들어내는 지에 대해서 써보려고 함

물론 이건 제대로 된 방법이 아니고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빠른 방법일 뿐임. 차피 유튜브에 가면 널리고 널린게 그림강좌니 그쪽을 보는 게 더 제대로 된 공부가 가능하다. 여기서 그런 강의를 적었으면 내가 프로로 데뷔해서 돈 벌고 있지 백수쉑이 아니었을 것

아무튼간에 그림을 하나 예시로 내가 직접 그려가면서 화면 일일히 다 캡쳐해서 같이 올리고 싶었지만 그러면 내용물이 너무 길어질 것 같아서 완성본과 진행과정 영상 하나가 최선일 듯 하다. 궁금한게 생긴다면 댓달아주면 답변해드림



우선은 어떻게 그림을 시작하면 좋을지 물어보는 라붕이들이 있는데 내가 해주고 싶은 말은 하나임


너가 좋아하는 걸 우선 그려라


기초고 뭐시고 좋아하는 걸 그리지 못하면 그림에 대한 의욕이 빠르게 식고 현자타임이 찾아옴

입시미술에 등록하면 선 긋는거부터 가르쳐 준다고들 하는데, 물론 해두면 두고두고 쓸 귀중한 기초긴 함

하지만 삼겹살을 먹고 싶은데 돼지의 생태와 육성법부터 알아야 한다고 하면 ㅈ도 흥미도 안 가고 지루하기만 할 걸 아는 것처럼, 니가 좋아하는 캐릭터를 빨리 그려보고 싶은데 그런 것부터 해야된다고 하면 별로 하고 싶지 않겠지?

그래서 난 좋아하는 걸 그리는 것부터 시작하는 게 낫다고 생각하고 그걸 추천하는거임. 당장 나조차도 그림을 시작한 계기는 덕질하는 캐릭을 내가 직접 원하는 모습으로 그려보고 싶다는 욕심이었음

좋아하는 걸 더 예쁜 모양으로, 멋있게 표현하고 싶다는 욕망이 들기 시작하면 그때부터 기초적인 부분에 대한 공부를 들어가도 늦지 않는다고 개인적으로는 생각함. 


아무튼 간단히 요약을 하고 시작할까 한다. 내가 짤을 만들 때 시행하는 과정이기도 함

1. 무엇을 그리고 싶은지 생각한다.

2. 어떤 상황인지, 캐릭터는 어떤 자세와 어떤 옷을 입고 있는지 등등을 생각한다.

3. 생각을 그림으로 옮길 때 참조할 만한 포즈 사진이나 짤 등을 찾아본다.

4. 참조할 이미지에서 제일 기초적인 형태를 옮겨그린다. 보고 그리는게 영 안되겠다 싶으면 트레이싱으로라도.

5. 그 형태에 옷, 표정 등등 생각해놨던 것들을 씌운다.


그러면 이제 내가 그렸던 짤을 하나 가져와서 과정을 보자



며칠 전에 올렸던 자원도둑 안드바리. 패러디물이기 때문에 챈을 할 정도로 커뮤를 보는 라붕이라면 '저는 강도에요' 시리즈의 패러디임을 금방 알 수 있을거임. 그러면 이 짤 하나를 만들기 위해 내가 거쳤던 공정을 위의 5가지 과정에 맞춰서 생각해보자.


1. 무엇을 그리고 싶은가? -> 안드바리

2. 어떤 상황인가, 어떤 자세를 지으며 어떤 표정이나 옷을 입는가? -> 챈럼들이 죄다 빙명수 뽑는다고 폭사하는 상황이니 사령관에게 강제로 자원을 뺏어서 제조를 못하게 하자! 라는 상황이고, 싸늘하게 웃는 표정을 짓는다

3. 참조할만한 사진이나 이미지가 있는가? -> 패러디 짤이기 때문에 참조할 수 있는 원본이 있다. 안드바리의 옷 또한 겜을 켜서 보거나 꺼무위키에서 볼 수 있다. 표정 또한 만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차가운 미소

4, 5는 아래의 영상에서 확인할 수 있다. 


보면 처음부터 안드바리의 형태를 띈 것이 아니라 충돌실험용 인형마냥 대충 머리, 몸, 팔 정도의 구분만 가능한 마네킹의 형태를 우선 그리고 거기서 세부적으로 위치 조정 등을 한 뒤에 안드바리의 형태를 씌우는 걸 볼 수 있다. 물론 씹고수들은 이런거 없이 바로 머리 속의 이미지를 그대로 그려낼 수 있지만 우리에게 그런 능력은 없으니 얌전히 마네킹부터 그리는 습관을 들이도록 하자

이 형태를 보고 모작을 하는게 힘들다면, 참조할 이미지를 그리려고 하는 사이즈에 맞춘 다음 투명도를 낮추고 그 위에 형태를 그대로 따라 그리는 트레이싱을 해도 무방하다. 물론 짤을 계속 만들어내고 싶다면 트레이싱은 실력에 도움이 되는 부분이 거의 없기 때문에 그냥 보고 여백에다가 따라 그려보는걸 추천함. 그림은 관찰력이 매우매우 중요하다.


참조할 자세 사진 같은 것들은 어디서 구하냐! 라고 한다면 프로들이 지천에 널린 픽시브도 있고, 구글링을 하는 방법도 있고, 데비앙아트, 아트스테이션 같은 그림 플랫폼을 보거나, pinterest.com  이라는 곳도 있다.  검색하는 단어에 맞춰서 오로지 이미지만을 보여주고 핀 시스템으로 원하는 자료를 찝어놓을 수도 있음. 야짤을 그리고 싶은 라붕이들은 니가 꼴렸던 떡인지의 한 장면을 가져와도 되고 아무튼 자료를 구하려면 지천에 널려있다.


대충 이 정도가 내가 그림을 그려내는 과정임. 뭔가 적어놓고 나니 ㅈㄴ 엉성하고 대충 휘갈겨 쓴 것 같은데 더 궁금한게 있으면 내가 아는 한도에서는 설명해줄게.

말을 논리적으로 잘 못하다 보니 글 내용도 그런 것 같아서 좀 미안하다. 아무튼 봐줘서 고맙고 이걸 보고 누군가 짤을 그려본다면 개인적으로는 매우 기쁠 것 같다


그럼 이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