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 갑자기 그건 또 무슨 허무맹랑한 소리야?"


내 의문에 닥터가 어이없어하는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한없이 진지한 상태였다.

바이오로이드가 최면에 걸릴 수도 있다는 건,

나에게 총을 쏘라고 하는 것도 가능해지니까.

절대 도서관 구석에 숨겨져있던 최면물 때문이 아니다.


"하여튼 가능할까?"

"불가능해. 애당초 최면이라는게..."


닥터가 자신이 가진 이론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백토와 뽀끄루의 선례가 있기는 하다.

하지만 백토는 애당초 제작자체가 그렇게 된거고,

뽀끄루는 특별한 장치를 이용한 것이다.

그러니까 그런 조건이 달린게 아니라면 불가능하다.

실제로 최면물에도 작가 편의적인 도구가 나오긴 하지.


"그럼 명령은 어때?"

"무슨 말이야?"

"예를 들어 명령으로 오늘 한 대화를 잊어라고 하면?"

"음...."


닥터는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 턱을 괴며 생각에 잠겼다.

그러다가 정리가 끝났는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받아들이는 거에 따라 다르지만 될거야."

"무슨 말이야?"

"예를 들어서 오빠가 오늘일을 잊으라고 명령했어."

"응."

"근데 그걸 그냥 발설하지 말라고 받아들인다면?"


나는 닥터의 말을 한 번에 이해했다.

잊으라고 해서 지우는 쪽도 있지만,

발설하지 말라고 이해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명령을 받으면 할 수 있는 한도 내에서 최선을 다한다.

이게 바이오로이드였다는 걸 자료에서 읽었으니까.

어쨌든 지금의 내게 중요한 건 가능하다는 거다.


"닥터, 성장약쪽은 어때?"

"아직 조금 남았지만 순조로워. 샘플도 하나 더 만들었지."

"샘플 만들기는 쉬워?"

"응? 쉽지. 지속시간이 아깝긴 하지만."


닥터는 그렇게 말하며 약이 담긴 병을 흔들었다.

마침 딱 좋은 상황이니 실험을 해봐야겠다.

잠시동안 내겐 여동생이 없을 거 같다.


시간이 흘러서.


"어른인 닥터랑 그냥 닥터는 별개의 인물이니까..."


어른의 모습이 된 닥터는 멍한 눈으로 중얼거렸다.

아랫입에서는 내가 싸지른 정액이 흐르고 있었고,

간헐적으로 움찔거리며 애액을 뿜어댔다.


"어른 닥터는 다른 존재니까 기억할 수 없어. 알겠지?"

"네... 으흣... 다른 존재..."


나는 계속 중얼거리는 닥터를 두고 밖으로 나왔다.

내일이 되면 성공 여부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고

그에 따라서 앞으로의 즐거운 여흥...이 아니지.

오르카의 안보를 위한 실험이 계속 될 거 같다.

나는 즐거운 상상을 하며 함장실로 돌아갔다.



라는 내용으로 창작물 나오면 재밌을 거 같은데

누가 안만들어주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