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상 

프롤로그 하


마스터 셰프 1편

마스터 셰프 2편

마스터 셰프 3편

마스터 셰프 完


사령관 vs 로크


8월의 만월야 1편

8월의 만월야 2편
8월의 만월야 3편

8월의 만월야 4편

8월의 만월야 5편

8월의 만월야 完







할로윈 아침, 샬럿은 흥겹게 라 마르세예즈의 멜로디를 흥얼거리며 경쾌한 발걸음으로 오르카호 복도를 거닐었다.


"후후훗 오늘은 연인들이 뜨거운 밤을 불태운다는 할로윈... 오늘이야말로 기필코 거사를 치르고야 말겠어요."


샬럿이 그녀의 풍만한 가슴을 과시하면서 즐겁게 독백했다. 

그녀가 지금 입고 있는 총사복 아래엔 그녀가 오늘을 위해서 준비한, 

의상이란 개념의 한계를 실험하는듯한 아주 얇고 가는 검은 실옷이 잠들어 있었다. 

유쾌하고 나사빠진 겉모습과는 달리, 사령관의 이면에는 빈틈하나 없는 펜스룰이 떡하니 세워져 있었지만

샬럿은 오늘이야말로 기필코 저 펜스룰을 무너뜨리겠다고 다짐했다. 

사령관이 남자라면 육감적이다 못해 폭발적인 그녀의 육체 앞에선 무너지기 마련, 

저 멀리서 양을 포착한 늑대처럼 입맛을 다시며 문 앞에서 선 샬럿은

반대편에서 그녀와 똑같은 생각을 하면서 걸어오던 앨리스와 부딪히고 말았다. 


"칠칠치 못한 가슴. 눈은 장식인가요?"


앨리스의 매도에 그녀만의 행복한 상상의 나래를 펼치던 샬럿의 인상이 팍 구겨졌다. 


"누가 누구더러 칠칠치 못한 가슴이라는거죠? 이 노출광 색녀!"


앨리스와 샬럿은 엎치락 뒷치락 힘싸움을 하면서 함장실 안으로 쏟아지듯이 들어왔다. 

사령관이 옷을 입는걸 도와주던 바닐라는 노크도 없이 들이닥친 불청객들에게 평소처럼 일침을 가하려 했지만

그 불청객이 앨리스인걸 보자 얼른 입을 다물고 눈을 마주치지 않기 위해 시선을 돌렸다. 


"이런 이런... 아침부터 왠 소란인가 했더니, 늑대 떼들이었군."


외투의 옷깃을 매만지던 사령관이 혀를 차면서 말했다. 

오드리가 옛날에 만들어준 근사한 마술사용 연미복을 입은 사령관은 삐에로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고 있었다.   


"후훗... 아침부터 코스프레 쇼인가요 주인님?"


바닐라를 살짝 밀친 앨리스가 사령관의 목덜미에 팔을 휘감더니,

색기어린 웃음을 지으며 사령관이 쓰고 있던 마스크를 휙 벗겼다. 

마스크 아래에 있던 사령관의 맨얼굴이 드러나자 샬럿과 앨리스는 깜짝 놀라 벌어진 입을 다물질 못했다.


"폐하?"


평소와는 다르게 오늘의 사령관은 중년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평상시엔 지저분하게 헝클이고 다녀서 바닐라한테 늘 한 소리를 들었던 머리는

단정하게 정리해 포마드를 듬쁙 발라 우아하게 뒤로 넘겼고 

멋진 콧수염을 기르고 있는 사령관의 모습에선 예전에는 찾아볼 수 없었던 기름진 우아함과 기품이 있었다. 

고전 영화속에서나 나올법한 귀족 신사가 스크린을 찢고 나온듯한 모습에 샬럿과 앨리스는 얼굴을 붉혔다.


"저기 주인님? 그 모습은 대체..."


"아, 두 사람은 한 번도 본적이 없지."


앨리스의 물음에 사령관이 콧수염을 매만지며 미소를 지었다. 


"닥터에몽이 중년 육체도 한 번쯤은 쓰는 게 좋다고 그러더군. 방치해두면 손상이 간다나 뭐라나...

그래서 마침 할로윈이겠다, 오랜만에 기분 좀 내보려고 늙어지기로 했지. 

중년 모습은 나도 처음이라 좀 어색하긴 한데, 아무튼 둘 모두 무슨 볼일이지?"


"후훗 폐하, 오늘은 할로윈이잖아요, 그래서..."


"아하! 트릭 오어 트릿을 말하는 거구나. 그럼 잠시만 기다려봐."


사령관이 호주머니에서 동전을 꺼내더니 그 동전을 손동작 한 번에 장미 한 송이로 바꿔치기 했다.


"레이디에겐 사탕보단 꽃이 더 어울리겠지. 다음은 네 차례구나 앨리스." 


샬럿에게 장미를 건넨 사령관이 동전을 꺼내 다시 손을 놀리자 동전은 세라피아스 난초로 탈바꿈됐다. 

앨리스가 그런 건 받기 싫다는 듯 손을 뒤로 숨기자 사령관은 세라피아스를 앨리스의 가슴골에 꽂아 넣었다. 


"주인님... 앨리스는 이런 어린애 놀이가 아니라 어른의 놀이를 하고 싶은걸요?"


앨리스가 달짝지근한 숨결을 불면서 그를 유혹하자 사령관이 곤란하단 웃음을 지었다. 


"앨리스, 지금은 아침이잖니. 게다가 난 지금 할 일이 있어서 말이다. 선약이 있거든."


그녀의 유혹에도 전혀 흔들리지 않는 사령관의 모습에 앨리스가 삐진듯이 볼을 부풀렸다. 


"아니면 너희들도 같이 참여하지 않을래? 내 쇼에 말이다." 


"네? 쇼라뇨?"


"따라와보면 안다."


사령관의 말에 샬럿과 앨리스가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다가 함장실 바깥으로 나간 사령관의 뒤를 서둘러 따랐다.








사령관이 그의 개인적인 유희 공간으로 쓰는 제4 격납고 안, 

나름 공연장 분위기를 내보려고 싼티나게 꾸며진 격납고에 마련된 무대에 사령관이 서 있었고

좌우좌, 알비스, 에밀리, 네오딤. 더치걸 같은 어린 바이오로이드들이 접이식 의자에 앉아 있었다. 


"자... 모두들 잘 보거라."


사령관이 오른손에 들려있던 백지 카드를 흔들면서 말하자 카드는 순식간에 트럼프 카드로 쨘하고 바뀌었다. 

트럼프 카드를 테이블에 놓은 사령관이 손바닥으로 카드를 가린 다음을 주문을 외기 시작했다. 


"수리 수리 마수리..."


사령관이 손을 떼자 트럼프 카드는 어느새 작은 초코바로 변해 있었다. 

주위에서 박수 갈채가 쏟아졌고 사령관은 초코바를 앞에서 눈을 빛내고 있는 알비스에게 던져줬다. 


"자... 그럼 다른걸 보여줄까? 우좌야 참치캔 하나만 빌려주지 않겠니?"


"후후 권속이여... 짐을 즐겁게 한 보상으로 참치캔을 주도록 하겠다."


좌우좌가 품에서 참치캔을 꺼내자 뒤에 있던 안드바리가 좌우좌의 뒤통수에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다.


"자 그럼 마법의 힘을 잘보도록 해라... 아바다 케다브라!"


참치캔을 손 위에 놓은 사령관이 손가락을 튕기자 좌우좌의 참치캔은 순식간에 해물비빔소스로 바꿔치기 되었다. 

굉장한 마술을 기대한듯 초롱초롱 빛나던 좌우좌의 동공에서 빛이 사그러들었다. 


"자, 이제 돌려줄게."


사령관이 좌우좌에게 해빔소를 내밀자 좌우좌는 울상을 지었다. 


"이건... 이건 짐의 참치캔이 아니니라..."


"아니라고? 그렇다면 네가 찾는 참치캔은 이거니?"


사령관이 다시 손가락을 튕기자 해빔소는 육빔소로 변했다. 


"아냐. 이것도 참치캔이 아니잖아!"


"흐음 그럼 이건 어때?"


사령관이 손가락을 튕기면서 육빔소를 수르스트뢰밍으로 바꿔치기했다. 


"아니야!!!"


좌우좌가 울상을 지으며 소리치자 사령관이 껄껄거리며 크게 웃었다. 


"하하하 알겠다 우좌야. 여기 네 참치캔 다시 돌려줄게.'


사령관이 껄껄 웃으며 수르스트뢰밍을 참치캔으로 되돌린 다음 좌우좌에게 던져줬다. 


"그럼 이제 슬슬 피날레로 가보자고. 더치걸, 주머니 안에 들어있는 담배를 나한테 넘겨."


사령관의 말에 더치걸이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으며 시치미를 뗐으나 이내 칫 하면서 사령관에게 담배를 던져줬다. 

머리에 쓰고 있던 실크햇을 벗은 사령관이 담배를 모자 안에 집어 넣은 다음,

모자를 거꾸로 들고 흔들자 모자 안에 들어있어야 할 담배는 어디로 갔는지 사라지고 없었다. 

모자를 다시 똑바로 든 사령관은 모자 안에 손을 집어 넣어 모자보다 커다란 사탕 봉지를 안에서 꺼냈다. 


"모두들 트릭 오어 트릿!!"


사령관이 신나게 소리치며 사탕 봉지를 팡하고 터트리더니 아이들 한 명, 한 명에게 사탕을 한 움큼씩 나눠줬다. 


"하아... 따분해라, 저런 아이들 장난을 대체 언제까지 봐야 하는 거지?"


멀찍히서 사령관을 지켜보고 있던 앨리스는 지겨워 죽겠다는 듯이 하품을 했지만, 

샬럿은 즐거워하면서 그의 마술쇼를 감상하고 있었다. 

눈이 빠른 그녀조차도 몇몇 트릭은 대체 어떻게 한건지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그럼 오전 쇼는 이걸로 마치도록 하겠다."


"에엑 권속! 벌써 끝내려는거냐?"


좌우좌가 아쉬워하자 사령관은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어줬다. 


"하하하... 간단한 마술쇼는 오래 끌면 재미가 없거든. 오후쇼와 심야쇼는 더욱 재밌을테니 기대하고 있거라."


사령관의 말을 들은 샬럿과 앨리스의 표정이 차갑게 굳었다. 

오후쇼와 심야쇼가 있다는건 그녀들을 위한 시간은 처음부터 없었다는 뜻이었다. 








가장 읽기 편한 분량은 어느정도일까, 그거에 대해서 여러가지 실험을 해보고 있습니다. 

이번 에피소드에서 나오는 마술쇼는 아메리카 갓 탤런트에서 나오는 마술쇼를 참고했는데 마술쇼를 글로 옮기는건 진짜 힘드네요.

에피소드 분량도 점점 늘어나고 있는데 뇌절이 되지 않으면 좋겠군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