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 https://arca.live/b/lastorigin/23932590


타닥... 타닥...

 모닥불은 아직 잘 타고 있었다.

적어도 온몸이 싸늘하게 식은 인간의 몸을 데워질 만큼은 충분할 것이라, 브라우니는 생각했다.


 인간. 바이오로이드의 창조자. 

설원을 멋대로 거닐지조차 못하는 연약한 그들이라도, 바이오로이드들에겐 신이나 다름없었다.

특히, 이 브라우니에겐 구원의 동앗줄이었다.


 항상 뒤숭숭하던 꿈자리는 오늘 처음으로 편안하고 감미로웠다. 단 한 장면의 꿈조차 없는 검은 잠. 그녀는 이것을 얼마나 바라왔던가.


 그녀는 얼마간 쓰지 않았던 빈 찬합에 그 자그마한 감사함을 담았다. 토끼 고기 조금. 설원을 뒤지다 발견한 밀밭에서 훑어 온 밀 낱알 세 웅큼. 비상식량으로 아껴뒀던 참치 반 캔. 

(물론 남은 절반은 브라우니의 뱃속으로 직행했다.)


 훌륭...하진 않지만 적당한 환자용 미음이었다. 


 냄새 덕분인지 소녀가 눈을 떴다. 처음 보는 광경에 놀랐는지 빠르게 뒷걸음질을 치다, 결국 동굴 벽에 머리를 찧고 말았다.

 소녀가 한참 머리를 쓸어내리던 때에 별안간 커다란 소리가 동굴에 울렸다. 브라우니가 급하게 총을 집자, 소녀가 갑자기 소리쳤다.


"안 그려서도 돼요! 제... 배에서 난 소리니까..."


 브라우니는 자기도 모르게 웃음을 흘렸다. 군용으로 태어나 아직 한 번도 접해보지 못했던 어린 소녀. 그 작은 동물같은 귀여움은 그녀에겐 신세계로, 지금껏 봐온 그 무엇보다 재미있었던 것이다.


 물론 그 웃음을 만든 장본인은 수치심으로 얼굴이 홍당무가 되었지만, 배고픔은 참기 힘들었는지 허겁지겁 미음을 먹기 시작했다. 


 찬합을 다 비운 소녀는 곧 동굴 안을 어슬렁거렸다. 그러나 별로 많은 것이 없는 좁은 동굴인지라, 그녀가 오래 관심을 둘 대상은 결국 하나 뿐이었다.


"저기... 언니는 사람이 아니죠?"


"그렇습니다. T-2형 개체. 브라우니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편할 대로 불러주시지 말입니다."


"이름은 없나요?"


 이름? 브라우니는 브라우니였다. 그 이상의 무언가가 있을 리 만무했다. 그러나, 오랜 세월을 살아온 그녀였기에 짐작이 가는 곳은 있었다.


"다른 개체와의 구별을 위해 불리던 식별 번호는 0238이었습니다. 인간님들께서는 서로의 구별을 위해 이름을 쓰셨던 걸로 알고 있습니다만, 저희는 명령모듈만 구분이 가능하면 끝이라, 그런 건 없었습니다."


 소녀는 브라우니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한 가지 마음에 걸리는 것만은 있었다.


"이름은 이름이에요 언니! 구별하곤 상관 없다구요! 그러니까~ 언니 이름은 내가 붙여줄게요!"


 소녀는 곧 동굴 안쪽에 뭔가를 끼적이더니 곧 총총거리며 돌아와 말했다.


"미리내! 미리내 어때요? 언니가 절 구해올 때 본 게 은하수였으니까요!"


 솔직히, 브라우니는 소녀를 구해올 적의 기억은 전혀 없었다. 얼어붙은 소녀를 그냥 둘 수 없다는 마음, 그 뿐.

하지만 '미리내'라는 단어의 울림만큼은 이상하리만치 그녀의 뇌리...아니 감정 모듈을 흔들어 놓았기에,


"좋...슴다..."


라는 멍청한 답변 이외의 것은 언어 모듈이 절대 허용하지 않으려 드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