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이야기 - 홀로 멸망 후의 세계를 떠돌다가 정체 불명의 바이오로이드와 만나게 된 히루메. 그 바이오로이드는 유일한 인간이 지휘하는 저항군의 일원으로 개별임무를 받아 알래스카로 향하는 중인 해양탐사 바이오로이드인 ■ 였다. 수년의 세월동안 외로웠던 히루메는 자신을 사령관에게 소개시켜준다는 말을 듣고 그녀와 함께 알래스카로 향하게 되는데…




"속았느니라! 첩이 순진해서 속고 말았느니라!"




잠수정 안에서 자신을 트 뭐시기라고(이상하게 잘 기억이 나지않는 이름이었다) 소개했던 바이오로이드는 알래스카에 도착한 후 철충이 주변에



적다는 것을 확인하고는 히루메에게 곧 온다는 소식을 남기고는 떠나버리고 말았다.



'그렇게 울상짓지마 친구! 이 트■■■나(이상하게도 기억나지 않는 이름이었다) 님이 금방 돌아올테니까! 내가 멸망전 기록을 살펴본 바에 따르면 이 시기 알래스카는 별로 춥지 않으니까 그 남사스러운 옷으로 견딜 수 있을거야! 여기 내 무전기도 줄게! 심심하면 연락하라구!'



'금방 돌아오는게다! 첩은 기다리고 있겠다! 그… 친구니까 말이다…!'



'헤헷! 도착하면 바로 내 베스트 프렌드 네리네리한테 널 소개해줄게!'



이 말을 끝으로 트 뭐시기와 그녀의 탐사정은 히루메를 떠났고 히루메는 혼자 남겨지게 되었다.



혼자 남겨진 히루메는 생각했다. 혼자 남게 되었지만 자신에게는 새로 사귄 친구가 남겨준 무전기가 있고 지금 시기 알래스카는 날씨가 그리 추운 시기는 아니기에 빈둥빈둥있다가 사령관이 온다는 소식을 듣고 합류하면 된다는 것을. 하지만 히루메가 모르는 사실이 있었으니




첫째는 트 뭐시기가 건네준 무전기가 깜빡하고 잘못 건넨 고장난 무전기였다는 점과 둘째는 알래스카가 춥지 않다는 건 멸망 전의 이야기고 지금의 알래스카는 기후변화로 인해 히루메가 온 시기에도 극강의 추위를 자랑하는 지옥같은 곳으로 인류도 거의 살지 않는 곳이었다는 것이다. 



"속았느니라! 첩이 순진해서 속고 말았느니라!"



분통을 터뜨리며 히루메는 고장난 무전기를 집어던졌다. 히루메가 돌아다녔던 유럽, 아시아와는 다르게 알래스카는 정말 아무것도 없는 설원 뿐이었다. 철충이 침략하기 전부터 급격한 기후의 변화로 알래스카가 살기 어려운 곳이 되자 멸망 전의 인류는 자신의 터전을 버리고 떠났고 알래스카에 남아있는 도시엔 식량도 난방시설도 뭣도 남아있지 않은 것이었다. 그걸 알게 된건 트 뭐시기가 떠난지 사흘만에 알게 된 사실이었다.




"이럴거면 옷이라도 챙겨와야 했거늘! 첩이 너무 멍청하였다!"




알래스카에 오기 전 따듯한 겨울옷을 챙겨가려는 히루메에게 가증스러운 트 뭐시기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에이 우리 친구가 알래스카가 엄청 추운 곳이라고 생각하는구나? 지금 알래스카 날씨는 튼튼한 우리 바이오로이드한테는 따~~뜻한 봄이나 다름없다는 말씀! 탐사정에 이런 공간만 차지하는 쓸모없는 옷들을 가지고 탈 필요가 있겠어?'




'음! 그대의 말이 맞도다! 다 버리고 가도록 하겠다!'




"뭘 그대의 말이 맞느냐! 멍청한 것! 이제 어떡한단 말이냐!"



스스로를 자책하는 히루메였지만 그렇다고 해서 버린 옷이 짠 하고 눈 앞에 나타나는 것은 아니었다.



앞으로 히루메는 평균 기온 영하 50도인 인간도 바이오로이드도 난방도 식량도 없는 알래스카에서 혼자서 살아나갈 상황에 처하게 된 것이다



히루메! 알래스카에서도 강하게 살아가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