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하다.


두 번째 인간이 들어온지도 벌써 두달이 넘었다.


처음에는 경계했다. 이런저런 자료들을 통해 나는 멸망 전의 인간들에게 편견을 갖고 있었다.


익명의 누군가가 스틸라인 정보 게시판에 연재하던, 소위 '후회물'이란 장르의 소설을 너무 읽은 탓도 있었다. 그걸 쓴게 누군지는 아직까지도 밝혀지지 않았다.


그러나 걱정은 기우였다. 두 번째 인간은, 멸망 전의 한 기업의 사장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운동능력이라곤 하나도 없을것 같은 뱃살에 정수리가 반은 벗겨진 한심해보이는 인상이었다.


멸망 전의 속어를 빌리자면. 소위 '아재'였다.


하지만 그런 첫인상과는 다르게 그는 굉장히 유능했다. 한 기업의 수장이었던 탓일까, 행정관리와 물자 관리면에서 굉장히 뛰어난 능력을 보여주었다. 전략적 식견은 다소 부족했지만. 거기다 특유의 여유와 포용력 덕분에 심신이 불안한 바이오로이드들의 멘탈케어에 큰 영향을 주었다. 


이러한 영향력을 높이 평가해 그는 구조된지 얼마 되지 않아 부사령관 직위에 올랐다.


어느날 아우로라의 바에서 함께 술을 마시다가 그의 과거사를 들었다.

눈물없이 들을수 없는 과거사와 함께 속내를 모두 털어놓은 우리는 의형제를 맺기로 했다. 이렇게 되기까지 채 한달도 안걸리다니, 형님의 포용력은 정말 존경할만 하다.


뭔가 이상한것은 의형제를 맺은지 1주일도 안돼서 부터였다.


동침 일정이 말도 안되게 늘어난다던가.

형님과 이야기하다가 식당에 좀 늦게 갔을때 1사람 몫의 식사밖에 안 남았다던가.

기상 알람이 1시간 늦게 울려 정례 지휘관 회의에 늦게 간다던가.

샤워 도중에 손잡이가 파손되어 찬물밖에 안나온다던가.


처음에는 그냥 그러려니 했지만, 그게 계속된게 벌써 3주가 넘었다.


뭔가 묘하게 나만을 노린. 그것도 정말 사소한데서 눈치채지 못하게 덮쳐오는 악의.


정말, 정말로 그러고 싶지 않았지만. 형님에 대한 의심이 피어올랐다.


이러면 안돼 이러면 안돼 라고 되뇌이면서도, 나는 탈론페더에게 가서 형님의 일거수 일투족을 지켜보았다.


예상한대로, 형님은 결백했다. 평소처럼 티타니아의 기운을 북돋아주고, 어린이들 목마를 태워주면서 놀아주고 있었다.


저런 형님을 의심한 나 자신에게 혐오감을 느끼며, 탈론페더에게 사령관실의 시크릿 포인트 영상을 보여달라고 했다.


알람이 조작되었을 거라고 의심되는 날 밤. 새벽 4시에 사령관 침소로 들어온건


....콘스탄챠....??








굳이 청년의 몸을 고집한 사령관과 너무나도 선량한 중년 부사령관.


그리고 사령관의 자리를 부사령관에게 승계시키려 암약하는 콘순실을 쓰고싶었는데 잘 전달되었을라나 모르겠다.


글쓰기는 어려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