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편 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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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소녀는 좁진 않은 작은 방에 앉아있었다 


사령관과의 약속으로 인해 한참 좌우좌의 공부를 가르치고 있던 도중이었다


"이건 그렇게 하는게 아니지"


"무엇이 아니라는 것이냐? 나는 이게 더 편하단 말이다..."


"머리야.. 왜 예전이랑 똑같은 느낌이지.."


그리폰은 오르카호 시절을 떠올리는 듯 했다


"예전은 또 무슨 소리인가?"


"아무것도 아냐 바보야, 빨리 풀어보기나 해봐"


"바보라고 하지말거라! 왜 또 그러는데에! 주먹은 꺼내지 말라고오!!"


"안 때렸어! 때릴리가 없잖아 인간이랑 약속도 했는데!"


"겁주는것도 무섭다고오..!"


"미안해 미안하다고.. 알았으니까 일단 풀어보라니까?"


그리폰은 괜히 왔다고 후회가 들던 참이었다


고요한 정적 속에서 연필만이 끄적이는 소리가 들려오는 방


방 주인의 분위기라곤 생각되지 않고 의외로 여자 아이의 방이라고 생각될만한 디자인은 사령관은 나름 신경을 쓴 모양이다


"아이고 딸내미 공부는 잘 혀가?"


"권속이여! 그리폰이 자꾸 괴롭힌다!"


"잉? 그게 참말이여? 그리폰 진짜여?"


"아니야 인간! 안 괴롭힌다고 했잖아.. 난 빨리 풀어보라고만 했을 뿐이라고.."


"뭐여 우리 딸내미 공부 하기 싫어서 거짓말한거구마?"


"아니라고오! 왜 내 편 안 들어주냐고오!!"


"아이고 우리 딸 편 안들어주면 안되지! 그리폰이 잘못했네!"


"아니.. 인간.."


의외의 배신감에 마음 한켠이 아파오는 그리폰은 사령관을 쳐다봤지만


지금 사령관은 좌우좌의 기분을 풀어주느라 바쁜 듯 했다


마치 예전과는 살짝 다른 모습은 무언가가 불쾌했다


우물쭈물 하고 있던 사이 사령관은 그리폰을 쳐다보며 밖으로 나가라는 듯 눈길질을 했고


불쾌감이 가득했던 그리폰은 화나듯이 방 밖으로 나갔다


그 뒤로 한참 뒤 좌우좌의 방에서 나온 사령관은 말했다


"그리폰, 아까는 미안혀 그래도 내 자식이 제일 먼저 아니것냐.."


"괜찮아 인간.. 그럴수도 있다고 생각하긴 했어.."


"일단 울 딸내미는 공부 하라고 시켰으니까 잠깐 얘기좀 혀"


"응.."


그리폰은 사령관을 따라 거실에 앉았고 본론부터 꺼내는 사령관이었다


"그래서 돌아온 이유 말해줄 수 있겄냐?"


"그냥 들러보고 싶었던거 맞다니까 그러네.. 왜 그러는건데 인간? 내가 여기 있는게 싫은거야?"


"누가 싫다고 하더냐? 그냥 궁금하잖여? 이 가시나가 대체 뭐땜시 여까지 온건가"


"아무것도 아니야"


"아무것도 맞더마? 거 그...이름이...그래 뗑컨 그 가시나한테 다 들었는디?"


"뭐!? 그걸 왜 말해준건데! 아이..씨..."


"본인 입장에서 직접 듣는것도 나을 것 같아서 말이여"


"하아아아아....."


그리폰은 두통이라도 온 듯 관자놀이를 주물렀다


사령관은 언제든지 말하라는 듯 조용히 찻잔만 비워갔다


"싫었어.."


"뭐가 그리 싫더냐?"


"콜라보레이션을 한다고... 해서.."


"콜라보오? 머선 소리여?"


"소대장이.. 마법소녀 콜라보 의상을 입으라고 해서.."


한참 입에 머금던 찻물을 그리폰의 얼굴에 양껏 뿜어낸 사령관은


정말 오랜간만에 느껴보는 살기에 등골이 오싹해졌다


"아이고! 아이고오! 미안혀 그리폰!! 아이고 수건 가져올테니께 기다려라잉!"


"아냐 됐어 인간 계속 듣기나 해"


급히 나가려던 사령관은 바로 자세를 고쳐 앉았다


"나보고.. 그 누구야.. 백토? 야수 사냥..꾼? 이라면서 옷을 줬는데.."


"아 그 옷 말이구마.."


"그런 천박한 옷을 어떻게 입어?! 애초에 옷도 아니잖아!"


"그것도 맞긴 허지, 여러모로 흐레스벨그가 속 좀 썩였고마?"


"맞다니까! 처음엔 안무나 가사만 관여하더니 이젠 속옷 사이즈까지 강요한다고!"


"거.. 대단허네.."


한번 터져나온 울분은 끝을 낼 줄을 몰랐고


가볍게 물어보기로 한 사령관은 몇시간째 계속되는 울분에 정신이 나갈 뻔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