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상으로 작전 수행 계획 보고를 마치겠습니다."


발언을 마친 불굴의 마리의 표정에는 명백히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멸망 전부터 숱한 전장에서 수많은 적을 상대해 온 불굴의 마리 4호였지만

사령관 앞에서 대면 보고를 할 때만큼은 가슴을 옥죄는 긴장감을

숨길래야 숨길 수가 없었다.


"수고했어."


사령관은 패널에 띄워진 작전 계획의 페이지를 넘겨보며 무표정한 얼굴로 답했다.


"그런데…."


'온다'하고 마리 4호는 심호흡을 했다.


"… 화력참모"


"예! 대! 대,대,대령 피닉스!"


예상치 못한 호명에 피닉스는 말까지 더듬으며 관등성명을 댔다.


"예나 직책으로만 답하고 관등성명은 생략하랬잖아. 지금 스탈라인 자체 가용 자산 말고 우리 화력 자산이 또 뭐있지?"


모두의 시선이 피닉스를 향했고 피닉스는 잠시 태블릿의 패널을 확인하더니 상황도에 현황 테이블을 불러와 포인터로 가리키며 답변했다.


"이번 작전에 활용 가능한 스틸라인 자체 화력 자산은 제41연대, 42연대 소속 이프리트 각 1개 중대, 저희 피닉스 1개 편대이고, 지원, 배속 자산은 제4 AGS 포병여단에서 배속된 셀주크 1개 대대, 둠브링어에서 나이트 엔젤 1개 편대를 포함해서 24소티가 지원 가능합니다!"


"레드후드"


"예!"


참모장 겸 작전참모를 맡고 있는 레드후드는 미리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즉답했다.


"아까 탈론페더랑 다이카가 보내준 정찰 보고에는 센츄리온이나 케미컬 칙이 적 병력에 분산되서 행동하고 있다던데 항공자산을 어떻게 활용할 예정이지?"


사령관은 상황도에 띄워져있는 철충의 예상 편성표를 가리키며 말했다.


"셀주크 1개 대대를 일반지원으로 편성해 감시 자산이 해당 철충을 확인하는 대로 우선하여 타격할 예정입니다. 또한 이번 작전에서 지원되는 둠브링어의 나이트 엔젤 편대의 경우 적 방공 자산에 영향 받지 않고 타격할 수 있어 작전 초기에는 나이트 엔젤 편대 총 12소티를 적 방공 자산 타격에 지원해 방공 위협을 제거하고 이후 밴시 편대 12소티와 피닉스 대령의 편대를 연계해 운용하여 적 방공 자산의 영향을 최소화할 생각입니다."


"흠… 셀주크를 일반지원으로 돌리게 되면 조공인 41연대가 적의 공세를 버티기엔 화력이 부족해. 게다가 적에  AA타입 디텍터가 확인된 이상 아무리 나엔이라도 완전히 자유롭게 작전할 수는 없을 거야. 그러면…"


사령관은 다시 자기 패널에서 각 부대별 병력 현황을 불러와 병력 현황을 확인하기 시작했다.

마리와 레드후드는 사령관이 고개를 떨군 사이에 참았던 숨을 얕게 내쉬었다.


불굴의 마리 개체들이 부하들을 아끼는 것은 사실이지만, 어디까지나 할 수 있다면 최대한 현장에서 작전하며

가능하면 불필요하게 부하들을 죽게 내버려두지 않는다는 의미일 뿐이었다.

부하들의 목숨을 최대한 비싼 값에 팔고, 자기 몸을 아끼지 않음으로 해서 한 개체를 덜 희생 시킬 수 있다면 위험을 무릅쓴다. 그게 마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계산이었다.

그러나 사령관의 부대에 합류한 이후에 그를 지켜본 결과 그는 단 한명도 잃지 않으려는 듯이 사고하고 행동했고, 천운도 따랐는지 정말로 단 한 개체의 희생도 허용치 않고 작전해온 지 어느덧 두 해가 넘었다.


"둠 브링어는… 예비를 너무 많이 썼고… 스카이 나이츠는…"


사령관이 혼잣말을 하며 이런 저런 궁리를 하느라 패널에서 눈을 떼지 않는 사이에,

레드후드와 마리, 피닉스는 서로 두리번거리던 눈이 마주치자 슬며시 웃었다.

언제나 '이 사람과 함께라면 이길 수 있다.'라는 믿음을 주는 남자였다.


-삑-

사령관의 패널에 호출화면이 뜨면서 푸른빛이 도는 은발의 바이오로이드가 나타났다.

가늘게 뜬 눈과 굳게 다문 입, 절도가 느껴지는 자세는 날카롭다는 인상마저 주었다.


"네, 흐레스벨그, 통신 상태 이상 없습니다."


흐레스벨그라고 대답한 그 바이오로이드는 모니터로 호출한 당사자가 사령관인 것을 보고는 표정을 풀면서 답했다.


"정찰 임무 중에 갑자기 미안해 혹시 스카이 나이츠에서 SEAD임무를 지원해 줄 수 있나 해서"


"SEAD 말씀이십니까? 저희보다는 둠브링어가 적합한 임무일 것 같습니다만, 특별히 문제는 없습니다."


흐레스벨그는 조금 의외라는 표정이었다.


"알다시피 지금 철의 탑 작전도 있고 요안나섬이나 호라이즌 함대 육상시설 건설로 병력들이 많이 분산돼있어서. 그리고 전자전이라면 흐레스벨그가 적격이기도 하고"


사령관의 칭찬에 흐레스벨그는 미묘하게 입꼬리를 들썩이며 답했다.


"현 공역에서 오르카로 복귀 예상시각 1시간, 재급유와 무장장착에 1시간정도 소요됩니다. 작전 지역은 어디죠?"


"지금 지도를 보내줄게"


사령관이 패널을 조작하자 흐레스벨그의 왼쪽 HMD에 작전상황도가 나타났다.


"음.. 이 지역이라면 이동에 최소 40분, 작전 가능시각은 1시간 내외일 것 같습니다. 절 포함해서 흐레스벨그 타입 1개 편대 3소티입니다."


"그 정도면 충분해. 현 시각부로 오르카로 복귀해서 이후 무장 변환하고 마리 4호 지휘에 따라 스틸라인을 지원해줘. 통신 끝."


"흐레스 벨그, 확인했습니다. 기지로 복귀합니다."


사령관은 밝은 얼굴로 통신을 종료하며 다시 의자를 돌려 스틸라인 간부들을 향했다.


"마리, 흐레스벨그를 새로 편조했으니까 지휘에 관련된 사항을 다시 정리해둬. 레드후드는 통신 관련해서 유미, 흐레스벨그랑 이야기해서 미리 통신 규약 점검하고, 특히 레이스가 흐레스벨그에게 직접 교신할 수 있도록 점검해주고. 피닉스는 화력 운용을 기존 계획이랑 비슷하게 가되 셀주크는 41연대 직접지원을 우선하고 방공 제압은 흐레스벨그와 협조해서 계획을 수정해줘. 그럼 이후로는 마리 4호에게 전적으로 위임한다."


사령관은 스틸라인 지휘부 한 명 한 명을 호명하며 신경써야할 부분을 상기시켜주고는,

패널의 상황도를 모두 종료하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오늘도 다들 열심히 준비해줘서 고마워. 항상 우리 병사들 보다 앞장서서 모두를 지키려고 노력하는 마리의 모습을 우리 누구나 알고 있고, 그런 마리를 도와서 세세한 일들까지 놓치지 않으려 고민하는 레드후드나, 피닉스, 그리고 일선에서 병사들과 함께 일하며 다리가 되어주는 임펫, 여기엔 없지만 지금도 각자의 자리에서 일하고 있는 이프리트, 실키, 레프리콘, 노움, 브라우니들까지, 모두가 없다면 우리가 지금처럼 오르카를 지켜내고, 철충이나 레모네이드와의 싸움을 이어나갈 수 없었을 꺼야. 이번에도 최근 잠잠하던 와중에 갑작스러운 철충들의 활동이라 준비하기 쉽지 않았을 텐데 단시간 내에 힘써줘서 고맙고, 다들 무사히, 다치지 말고 오르카로 복귀할 수 있도록."


""예!""


사령관의 말에 모두 일제히 우렁찬 소리로 대답했다.


"이상, 회의 끝."


사령관이 짐을 정리하자 콘스탄챠와 리리스가 옆에서 거들었다.

그때 불굴의 마리가 회의실 단상옆에 서서 일제히 호령했다.


"우리는!"


""서서 죽는다!!"" 


"부대~ 차렷!" 


"사령관님께 대하여 경례!"


""필승!!""


"필승!"


"필승! 다들 다치지말고! 무리하지마!"


사령관은 회의실을 떠나다 말고 답례한 뒤 퇴장했다.


"주인님, 오늘도 너무 멋지셨어요! 리리스는 주인님께 방해되지 않도록 착하게 기다리고 있었답니다."


"맞아요. 갑자기 벌어진 일이라 준비하기 쉽지 않으셨을 텐데... 제가 도움이 되어드리지 못해서 아쉬워요."


조용하던 복도에 울리는 걸음 소리 위로 리리스가 아양을 부리자 콘스탄챠가 말을 거들었다.


-'바로!'-


"내가 한 일은 모두가 준비한 것들 위에, 각자의 권한을 넘는 것들을 결정해서 더해주는 것 밖에는 없어. 준비는 모두 마리나 레드후드, 피닉스가 한 거야. 난 양념만 좀 친 거고."


회의실에서 들려오는 마리의 구령에 잠시 뒤를 돌아보던 사령관은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하지만, 멸망 전에는 그 결정들조차 제대로 못하고 자기 책임에서 도망가던 사람들 천지였는걸요? 리리스의 주인님은 대단하신 분이라는 걸 모두가 안답니다. 겸손하실 필요 없어요."

"맞아요. 처음 철충무리가 발견됐다는 소식을 듣고서부터 마리대장님에게 계획을 물어보시고 지시하셨던 걸 저흰 옆에서 봤는걸요."


"글쎄 너무 띄워주지…."

"권속!"


사령관이 말하는 중간에 저 멀리 LRL이 사령관을 보고는 눈에 빛을 띠며 달려왔다.


"오늘은 아침을 먹으러 오지 않았더구나! 늦잠자지 말고 항상 꼭 아침을 먹기로 권속이 먼저 이야기 하지 않았느냐!"


LRL은 싱글벙글한 얼굴로 사령관을 올려다 보며 재잘댔다.


"LRL양, 사령관은 지금…"

"아~ 이런 오늘은 내가 늦잠을 자버렸거든 LRL한테는 못 당하겠네"

사령관은 콘스탄챠의 말을 가로막고 능글맞은 표정으로 답했다.


"후후후… 사령관이 먼저한 약속을 어겼으니 그 보상이 아주 합당해야 할 것이다!"

"아이고 여부가 있겠습니까요. 당장 파티마양의 상점으로 안내하겠습니다."

"진짜?"


사령관은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올려다보는 LRL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너스레를 떨고는

리리스와 콘스탄챠에게 눈짓으로 먼저 가보라는 신호를 보냈다.

둘은 사령관에서 고개숙여 인사한 뒤 사령관의 짐을 가지고 내실로 향했다.


"정말… 잠을 줄이셔서 피곤하실 텐데요.."

"사령관님은 LRL양에게 만큼은 특히 약하시니까요."

사령관과 LRL을 뒤로한 채 리리스와 콘스탄챠는 걱정되는 얼굴로 이야기했다.


"그래도"


"그런 주인님이셔서 리리스는 더욱 사랑에 빠지게 되었답니다."

"후후, 그렇네요. 그래서 저희들이 사령관님을 믿고 의지할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리리스가 황홀한 표정으로 이야기하자 콘스탄챠가 웃으며 답했다.


콘스탄챠와 리리스의 구두가 또각대는 소리 위로,

LRL과 사령관의 왁자지껄한 소리가 겹쳐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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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령관의 지휘력이 엄청나다는데 과연 이미 능력이 출중한 지휘관들이 있는 상황에서 사령관의 역할은 뭘까?

게임처럼 소규모 유격전이 아니라 대단위 병력을 운용할 때 바이오로이드 지휘관이랑 사령관은 어떻게 전투를 그려갈까?

하는 물음에서 써봤습니다.


원래는 강경파 사령관이 스틸라인 간부들 멘탈을 가루가 되도록 까버리는 구상이었는데

너무 밀뜨억한 설정과 용어로 파고드는 것 같아서 황급히 탈출했습니다.


쓸 때는 스크롤 짧은 줄 알았는데 중간에 끊을 걸 그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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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속편을 써봤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