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르카호에 근무하고 있는 아이들을 위해, 사령관은 작게나마 놀이터를 마련해주었고,  이 역사적인 순간을 기념하기 위해 사령관은 아이들과 직접 놀아주는 시간을 가지고 있었다.

"자아, 반려여. 이 진조의 여왕이 하사하는 성찬을 온몸으로 받아들이거라"

"와아, 좌우좌가 날 위해서 만들어준거야??"

좌우좌는 플라스틱 접시에 물을 섞어 빚은 모래덩이를 몇개 올려두었고, 접시 옆에 도룡뇽 같이 생긴 용 한마리를 그려 플레이팅까지 시도했다.

"후후후, 한번 맛보게 된다면 그 눈이 쫙 찢어진 주방장의 요리는 상상도 못할것이니라"

"그래??그럼 어디......"

사령관은 모래덩어리를 집어든 후 맛있게 먹는 시늉을 했고, 좌우좌 또한 그런 사령관의 리액션이 맘에 들었는지 흐뭇하게 웃고 있었다.

그리고 이 모습을 지긋이 지켜보고 있던 이가 있었으니, 다름아닌 안드바리였다.

"호오......그렇게 나오시겠다????"

늘 자신을 증명하고 싶어하던 안드바리의 욕망은 이 놀이터에서도 변함이 없었다.

이 평화로워보이는 놀이터는 그녀의 시점에선 킬링필드, 그 중에서도 좌우좌는 처리하기 곤란한 백전노장이었던 것이다.

"사령관님, 저도 사령관님한테 드릴게 있어요"

"바리도?? 뭔지 한번 볼까?"

"여기......당 좀 챙기셔야할거같아서요"

바리는 주머니에 넣어두었던 쵸코바를 사령관에게 건내주며 귀에 이렇게 속삭였다.

"특별히, 사령관님만 드리는거에요"

"어.....그....그래, 잘 먹을게"

사령관은 바리의 어린애 같지않은 행동에 당황하며, 쵸코바 껍질을 깐 후 한 입에 넣었다.

'어디서 흙덩이로 선수를 쳐, 이 할망구가'

사령관에게 확실히 총애를 얻었다 생각한 바리는 좌우좌를 바라보며 속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바리는 한가지 간과한 사실이 있었다.

"사령관님! 쬬꼬바 그냥 드시면 목에 걸리시니까, 우유 같이 나눠 마셔요!"

이때를 노린 듯 500ml엘븐밀크에 빨대 2개를 꽂은 후, 사령관에게 다가오는 이는 다름아닌 코코였다.

"안그래도 마실게 필요했는데, 고마워"


"에헤헤, 사령관님한테 칭찬 받아따..."


'저 여우년이!'

'저 애새끼가!

좌우좌와 안드바리는 코코를 보자마자 눈에 불을 켜고 노려보았다.

코코에 대한 서로의 적개심을 눈치챈 둘은 말없이 눈빛을 교환하였고, 잠깐동안의 암묵적인 동맹이 결성하게 된다.


"바....반려여, 지금 소꼽놀이 중이지 않은가. 집중해주게....우유라면 놀이가 끝나고 마셔도 되는것 아닌가"

"맞아요, 사령관님. 지금은 역할에 신경써주세요"


"그치만, 좀 피곤하기도 하고....쉬었다 하면 안될까??"

'하아아암~코코도 마침 낮잠 잘 시간인데, 사령관님이 재워주시면 좋겠네요."


"흠....그럴까??"


"무......무무무무무 무슨 짓인게냐!! 짐의 반려를 멋대로 뺏어가려는게냐!!!"

"네?? 그치만 그건 놀이잖아요. 코코는 진짜 졸린데....."

"코코 양, 정말 졸린거 맞나요??"

안드바리는 코코의 앞을 막아서며 추궁을 시작했다.

"저는 이 시간대가 되면 항상 낮잠을 잤어요. 코코는 아직 어리니까요"

"거짓말"


"코코는 거짓말 못해요!!"


"그렇다면 3일전 제 보급창고에서 이 시간에 쵸코바를 훔쳐먹은건 어떻게 설명하실거죠??"


"그.....그건....."


안드바리의 날카로운 질문에 코코는 말문이 막혔고, 결국 사실대로 말하며 울어버리고 말았다.


"잘못해써요. 사령관님이 놀아주신다고 해서......너무 기뻐서 조금 더 같이 있고 싶어서 그래써요....흐에에에엥"

"가여운 것......사령관이 방치만 안했어도"


"죄는 미워해도, 사람은 미워하지 말랬건만.....사령관님, 너무하셨어요"


"내가....잘못한거야???"


"네"

"당연하죠"


"사령관님 , 미워! 흐에에에에에엥"


사령관은 졸지에 코코를 울린 나쁜 남자로 낙인 찍히게 되었고, 이 소문은 돌고 돌아 아빠로썬 꽝이라는 이야기로 발전하였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표면적인 이야기일뿐, 이 나쁜남자 신드롬은 선원들의 배덕감을 자극하였고 결국 나쁜남자 김철남 이란 제목의 불륜소설이 유행하며, 오르카 인트라넷은 한동안 문학붐이 일어나게 된 계기를 마련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