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윽...시간가는줄 모르고 인터넷만 보다가 하루가 다가버렸습니다..."



"아탈란테공...그...개척일을 도와주러 온것은 참으로 감사하고 있네."



"유미공이 다녀간 뒤로 인터넷도 연결되서 오르카호와 실시간으로 교류할 수 있는거도 행운이었지..."



"..."



"그...은인에게 이런 말하긴 뭐하지만 너무 나태해진거 아닌가?"



"..."



"벌써 토요일도 저물어가고 있는데 잠에서 일어난 그 복장 그대로 아니던가."



"저녁식사 전까지 씻는것은 어떤가?"



"알겠어요. 요안나."



"들어줘서 고맙네."






"음. 아주 상쾌한 저녁바람이군."



"..."



"그...요안나."



"...?"



"제가 방안에 틀어박혀 있어서 산책시키려고 나온건가요?"



"저,저도 나름대로 문제의식은 있다구요. 그렇게 일일이..."



"음..."



"하하하! 그냥 친우와 함께 저녁노을을 보고 싶었던것 뿐일세!"



"..."



"죄송해요. 당신의 호의를 착각했어요."



"하하하! 방 안에만 있으면 생각도 좁아지는 법이야!"



"네, 당신 말대로 시원한 바람이네요."



"아주 좋은 바람이지."



"고민을 흘려내기에도 좋지 않은가?"



"..."



"고민이 있다면 털어내보게 짐 또한 이 바람에 흘려 보낼터이니."



"..."



"저는...그리스 최고의 여전사이자...신화 속의 사냥꾼..."



"...무장 공주 아탈란테라고 생각 했어요."



"음."



"..."



"제가...흔한...바이오로이드...중에...하나임을..."



"인정하는게 너무 힘들었어요."



"그렇군."



"하지만 인정할 수 밖에 없더군요. 그 거대한 잠수함."



"하늘을 나는 철덩이들. 불과 빛을 내뿜는 무기들..."



"저의 상식과...상식이라고 생각했던 것들과 너무나도 달랐어요. 그래서 도망쳐 나왔어요."



"아탈란테 공은 '그런' 바이오로이드 였군."



"그런?"



"우리가 덴세츠 사이언스의 바이오로이드임을 아는가?"



"..."



"멸망전의 인간들이 '사실'적인 극과 유흥을 제공하기 위해 제조한 바이오로이드일세."



"네, 알 수 밖에 없더군요."



"하지만 허구는 어디까지나 허구. 그걸 표현하는 이가 진심으로 믿지 않으면 사실적이지 못하다 생각했지."



"...그래서 이런 바보를 만든건가요? 존재하지도 않는 신화를 자신이라 믿는..."



"자신의 보잘것 없음을 깨닫는 순간 정말로 비참했어요."



"짐은 애초에 허구의 인물을 바탕으로 만들어졌지만 그조차도 짐과 별개의 인물임을 인지하도록 만들어 졌다네"



"아무래도 그런 괴리감이 짐의 볼품없는 전투력의 원인이 아닌가 싶어."



"뭐, 백토공이나 샬럿경을 보면 애초에 짐은 적당히 쓰고 버리도록 만들어진 개체라서겠지."



"..."



"당신은 비참하지도 않나요? 그렇게까지 자신의 존재를 부정하면?"



"무얼! 짐의 태생은 썩 유쾌하지도 않고 가진것조차 볼품 없지만 그게 짐의 전부는 아니라네!"



"..."



"짐에게는 왕족의 고귀한 혈통도, 뛰어난 전투력도, 빼어난 매력도 없지만.."



"이렇게 친우와 노을을 보면서도 다음은 어떤곳을 개척할까 고민하는 모험심이 있다네!"



"...어쩌면 처음부터 세뇌된 저보다도 당신이 더 신화속 인물과 가깝지 않을까 싶네요."



"하하하! 친우가 이리도 얼굴에 금칠을 해주니 기쁘군!"



"..."



"신화 속의 여사냥꾼 아탈란테가 아니라 이곳에 짐과 함께있는 바이오로이드로서 시작하는건 어떤가?"



"..."



"어쩌면 우리가 새로 개척할 왕국에서 볼품없는 모험가와 빼어난 여사냥꾼의 전설이 새로 쓰여질지도 모르겠군!"



"...볼품없지 않아요."



"고마워요. 요안나."



"하하하! 고맙긴! 그냥 짐은 친우와 담화를 나눈것 뿐일세!"



"...네. 이제부턴 신화속의 인물이 아닌 그냥 아탈란테로서 살아야겠네요."



"처음부터 짐에게 아탈란테 공은 그냥 아탈란테 공이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