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탐정 뽀끄루와 봉봉 대소동
https://arca.live/b/creationlist/21564090
사령관의 도주일기
https://arca.live/b/creationlist/21567267
살아있는 유령들의 밤
https://arca.live/b/creationlist/21567659
개장! 오르카 유치원!
https://arca.live/b/creationlist/21493925
레이디 플레이어 원
https://arca.live/b/creationlist/21563401
사랑해주지 않으시렵니까
https://arca.live/b/creationlist/22010186
전설이 아닌 소녀
https://arca.live/b/creationlist/27547480
용사 이야기
https://arca.live/b/creationlist/30299221
*
정찰에서 돌아온 브라우니는 이프리트를 데리고 창고로 갔다.
“너 이번에 특히 고생했으니까 내가 맛있는 거 준다.”
창고를 적당히 뒤적거리던 브라우니가 부식을 한 움큼 쥐어 이프리트의 품에 안겨주었다. 초코바와 참치를 한가득 받은 이프리트가 얼굴이 새하얗게 물든 채 브라우니를 바라보았다. 이프리트가 우물쭈물하며 브라우니에게 물었다.
“이거 안드바리한테 걸리면….”
“너 그런 거 걱정하는 성격이었냐?”
일전, 브라우니들이 창고에서 부식을 몰래 빼먹다가 걸린 일이 있었다. 안드바리는 정말로 서럽게 울었다. 이 모습을 본 레오나가 마리에게 압력을 걸었고, 마리는 범인과 관련자를 색출해 혹독한 벌을 내렸다. 아마 그 모습을 떠올린 것이겠지.
“어느 정도 빼먹는 건 안 걸려. 걸려도 뭐라고 못해. 부식 털이 괴물 둘 중 하나가 발할라 자매단 소속이잖아. 저번에 걸린 멍청한 놈들은 선을 넘어서 후드려 맞은 거야.”
브라우니의 말에 이프리트가 감탄을 내뱉었다. 과연. 부식 대도인 알비스를 데리고 있는 이상 레오나도 다른 부대에 쉽게 압력을 넣지 못하겠지. 빡세게 구르는 브라우니들의 모습을 보고 겁을 먹어서 부식을 빼먹으면 안 된다는 생각이 강하게 박혀있었다.
쌓인 상자들을 뒤적거리던 브라우니가 바닥에 놓인 반쯤 뜯긴 상자를 발끝으로 툭 차며 말했다.
“상자를 뒤져보면 이것처럼 알비스랑 LRL 꼬마가 부식 빼돌리느라 포장을 뜯은 상자들이 있어. 그런 데서 조금씩 꺼내 먹으면 안 걸려. 우리는 이미 깐 상자를 야금야금 빼먹다 걸리면 알비스랑 LRL 핑계 대고 도망치면 되는 거다. 뜯어진 상자 없으면 깔끔하게 포기하고.”
“새로 뜯는 건 안 되는 겁니까?
“상자 뜯는 사람이 누군지 기록하는 시스템이 있어. 상자를 새로 뜯으면 니 이름이 기록될 거다. 지난번 뺑이 친 브라우니들이 그래서 걸린 거야. 상자 다섯 개를 까서 털어먹었거든.”
브라우니가 주머니에서 디바이스를 꺼내 상자 구석의 코드를 찍었다. 스크린 위에 알비스의 얼굴이 떠올랐다. 봤지? 이렇게 뜬다고.
“…그 디바이스는 어디서 나신 겁니까?”
“빼돌렸어. 보급팀 물건인데 하나 슬쩍했지.”
이프리트가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으로 브라우니를 바라보았다. 브라우니가 웃으며 디바이스를 흔들며 말했다. 너 하사 되면 내가 이거 하나 구해다 준다.
“여튼 상자는 처음 연 사람이 누군지만 기록하지 그 이후는 기록하지 않아. 그래서 열린 상자만 털어먹으라는 거야. 그러면 알비스가 세 개 먹고 니가 스무 개 먹어도 알비스가 스무 개 먹었다고 말하면서 도망칠 수 있으니까.”
“그런 거 알려주셔도 되는 겁니까?”
자신을 올려다보는 이프리트를 보고 브라우니가 웃으며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너니까 알려주는 거다. 브라우니들은 아무 생각 없이 빼먹다가 걸릴 게 뻔하니까. 그래도 다른 놈들한테도 알려주지 말고.”
*
이튿날.
“오늘도 선객이 있군.”
예의 복도에서 사령관은 또다시 브라우니와 마주쳤다. 사령관이 다가오는 것을 본 브라우니가 밖으로 담배를 던져버렸다.
“피워도 되는데.”
“어차피 다 피웠습니다.”
사령관이 브라우니에게 무언가를 휙 던졌다. 던진 것을 붙잡아 보니 맥주 캔이었다. 받아든 맥주를 따 한 모금 들이켠 브라우니가 마찬가지로 맥주를 따는 사령관을 보며 웃었다.
“대낮부터 맥주십니까?”
“받자마자 들이켠 주제에 말이 많다.”
맥주를 들이켠 사령관이 브라우니를 바라보았다. 올려 묶은 머리가 바람에 살랑거렸다. 살짝 젖은 이마에 앞머리가 달라붙어 있었다.
“섹시한데.”
“농이 지나치십니다.”
정찰은 내일이다. 훈련도 없다. 개인 트레이닝을 하지는 않았을 터.
“칸이랑 훈련했나?”
“…칸 대장도 육체 강화 훈련을 받고 강해지신 분이시니까요. 여러모로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너 다른 애들이랑도 전투 훈련 하고 있다고 안 했나?”
“시간 나시는 분께 부탁하고 있을 뿐입니다. 주기적으로 제 훈련을 도와주시는 건 칸 대장뿐입니다.”
“스틸라인 훈련에 개인 트레이닝, 칸이랑 전투 훈련이라. 인생은 살고 있냐?”
“서류와 가슴의 산에 파묻혀서 살고 계신 사령관님께 듣고 싶지 않습니다.”
너무하네. 사령관이 피식 웃으며 맥주를 들이켰다. 그러고 보니 브라우니는 내일도 정찰이다.
“정찰에 뭐 특이한 점은 없었어?”
“철충 반응은 없었습니다. 단지….”
“단지?”
“보고받으셨을 것이라 생각됩니다만 나뭇가지가 부러진 흔적이 있었습니다.”
“그랬지. 야생 동물일 가능성은?”
“적다고 봅니다. 초식 동물은 그렇게 나무에 상처를 내는 일이 거의 없고, 곰 같은 대형 육식 동물이라면 나무에 발톱을 갈며 발톱 자국을 내는 일이 보통이니까요.”
라고 들어도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다. 숲에 관해서는 문외한이나 다름없으니. 이 점에 대해서는 세레스티아에게 물어봐야겠군.
“정찰을 중단해야 할까?”
“그 정도는 아닙니다. 전투의 흔적이나 명확한 적의 존재가 밝혀진 것도 아닙니다. 다음 정찰은 조금 더 속도를 내서 능선 너머까지 가 볼 생각입니다.”
“너무 무리는 하지 말고. 마리가 걱정할 테니.”
*
“능선 너머까지 말입니까?”
“본인이 그렇게 간다는데 너나 내가 뭐라고 하겠냐. 탐색 범위 지정은 반장 자율에 맡긴다고 한 건 너잖아.”
“그렇다고 해도 지나치게 빠릅니다. 1번 브라우니의 탐색 속도는 지금도 모든 반을 통틀어서 가장 빠른 속도입니다.”
마리가 깊은 고민에 빠졌다. 언제나 최전선을 고집하는 녀석이기에 다른 반보다 훨씬 앞을 나아갈 거라 생각하기는 했다. 그럼에도 이 속도는 지나치게 빠르다.
“역시 부관으로 앉히고 싶냐?”
“지난 부관이었던 브라우니와 녀석을 겹쳐보는 것도 있기는 합니다.”
“있기는 한데?”
사령관의 물음에 마리가 잠시 말을 골랐다. 불안한 듯 커피잔을 매만지던 마리가 곤란한 듯 웃음을 흘렸다.
“녀석은 자기 몸 하나 돌보지 않고 가장 앞에서 싸우고 있으니까요. 보고 있으면 어딘가 위태위태해서 어느 순간 사라져 버릴 것만 같습니다. 부관에 앉혀 놓으면 지금처럼 최전선을 떠돌아다니지는 못하겠지요.”
녀석도 조금은 자중이란 걸 알아줬으면 좋겠습니다. 조금은 가만히 있어 달라는 제 말을 귓등으로도 듣지 않으니까요.
“46년이나 얼굴을 맞대고 살았습니다. 오르카 호를 다 뒤져도 그 녀석만큼 얼굴을 오래 본 녀석도 그리 많지 않습니다. 브라우니 개체다 보니 그중에서도 저와 가장 가까이 있었습니다. 그런 녀석을 잃고 싶지 않을 뿐입니다.”
“본인 앞에서 말하지그래?”
“할 수 있겠습니까, 이런 소리.”
마리가 커피를 마시며 조금은 부끄러운 듯 시선을 피했다.
“브라우니 녀석이 이번 정찰 중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고 했지. 봤나?”
“숲에 인위적인 흔적이 있다고 했지요. 본인은 무어라 합니까?”
“전투의 흔적이나 명확한 적의 존재가 밝혀진 것도 아니니 정찰을 중단하진 않을 거라고 하던데.”
“그렇습니까.”
마리가 커피 한 모금을 마시고 창밖을 내다보았다. 하늘은 맑다. 구름 한 점 없다. 우리의 앞길도,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처럼 맑으면 좋으련만.
“조금은, 불안한 기분이 듭니다."
*
“7반 목표 지점 도착.”
브라우니가 짧게 무전을 날렸다. 생각보다 빨리 산 정상에 도착했다.
“브위님. 저희 너무 빠른 거 아닙니까?”
이프리트가 걱정스레 브라우니에게 물었다. 다른 부대원도 조금 지친 기색이다. 휴식이 필요하다. 그렇다고 여기서 쉴 수는 없다. 안전지대를 찾아야 한다.
“근처에 쉴 곳이 있을 거다. 하다못해 물이 가까운 곳으로 가야 해. 조금 더 이동하고 거기서 휴식을 취하지.”
브라우니의 말에 이프리트가 한숨을 내쉬며 몸을 일으켰다. 이프리트를 본 다른 부대원들도 짐을 챙겨 일어났다.
능선을 따라 내려가며 주위를 살피던 브라우니가 무언가 불길한 기운을 감지한다. 서쪽에서 바람이 불어왔다.
“코에 익숙한 냄새가 달라붙는데.”
“무슨 냄새 말입니까?”
“피 냄새. 시체 썩는 냄새.”
이프리트가 코를 킁킁거린다.
“아무 냄새도 안 나지 말입니다.”
“짬의 차이라는 거다.”
브라우니가 풀숲 사이를 살핀다. 짐승이 지나다니는 길이 눈에 들어왔다. 브라우니가 천천히 풀숲을 헤치며 나아갔다.
바람이 다시 분다. 시체 썩는 냄새는 이제 다른 부대원도 맡을 수 있을 정도로 진해지기 시작했다.
썩은 냄새가 코를 찌를 정도로 강해지기 시작할 무렵, 브라우니의 눈에 무언가가 들어왔다. 검게 썩어 문드러진 커다란 사체.
“곰입니까?”
“그런 것 같은데.”
브라우니가 곰의 살핀다. 사체를 뒤적거리는 브라우니를 본 이프리트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그냥 곰 사체 아닙니까? 가죽도 썩어서 문드러졌는데 뭐가 보이기는 합니까?”
“그래도 볼 건 봐야지 이런 걸 발견했는데 그냥 갈 수는 없잖아.”
너덜거리는 앞발. 하얗게 삭은 뼈가 가죽을 뚫고 튀어나와있다. 뱃가죽은 갈기갈기 찢어져 너덜거리고 등의 가죽도 찢어져 있다. 가죽은 단순히 썩은 건가? 아니면…
“니네 나이프 있냐? 있으면 아무나 하나 줘봐라.”
“중위님!”
곰의 사체를 뒤적거리던 브라우니에게 실키가 급하게 소리쳤다. 급하게 고개를 드니 풀숲을 헤치고 달려드는 곰이 눈에 띄었다. 기척을 느낄 새도 없이 순식간에 달려온 곰이 앞발을 쳐들었다. 커다란 곰의 그림자가 브라우니 옆에서 곰의 사체를 구경하던 이프리트에게 드리웠다.
“에?”
“니미.”
브라우니가 이프리트의 어깨를 움켜쥐어 자신의 뒤로 급하게 끌어당겼다. 허리춤에서 도끼를 꺼낸 브라우니가 곰의 앞발을 향해 휘둘렀다. 붉은 피가 솟구치고 곰의 앞발이 하늘로 날아올랐다.
꾸으어어어!
곰이 괴성을 내지르며 잘려나간 팔을 휘둘렀다. 붉은 피가 사방에 흩뿌려졌다. 브라우니가 팔을 뻗어 곰의 귀를 움켜쥐고 강하게 당겼다. 께엑 하는 불쾌한 소리를 내지르며 곰이 앞으로 고꾸라졌다. 나뒹구는 곰의 머리를 향해 브라우니가 도끼를 치켜든다.
쩌억!
브라우니의 도끼가 곰의 두개골을 반으로 쪼개고 땅에 처박혔다. 피와 뇌수가 터져 나와 브라우니의 몸을 흠뻑 적셨다. 힘을 주어 땅에서 도끼를 뽑아낸 브라우니가 두 쪽으로 갈라진 곰의 대가리 한쪽을 슬쩍 들어보고 땅에 던져버렸다. 도끼에 묻은 피를 곰 가죽에 문질러 닦아낸 브라우니가 피투성이 몸을 내려다보더니 나지막하게 내뱉었다.
“씨발.”
“브위님! 괜찮으십니까?!”
자신을 걱정해 달려오는 이프리트에게 브라우니가 떨어지라 손짓했다.
“피 묻는다. 가까이 오지 마. 브라우니들 사주 경계.”
“““알겠슴다.”””
브라우니가 실키에게 티슈를 받아 얼굴을 닦아냈다. 곰 피가 어찌나 억센지 티슈로 얼굴을 박박 문질러도 지워질 생각을 하질 않았다.
“이거 코디악 아닌가요?”
브라우니에게 티슈를 건네고 곰을 살피던 실키가 말했다.
“코디악이라고 말하면 내가 어떻게 알아.”
“북극곰을 제외하면 곰 중에서 가장 큰 곰입니다. 총으로도 한 방에 안 죽고 두개골은 권총 정도의 총알이면 튕겨냅니다.”
이프리트가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으로 브라우니를 바라보았다.
“그런 걸 도끼 두 방에 죽이신 겁니까? 도끼는 또 어디서 나신 겁니까?”
“칸 대장이 한번 써보라고 주셨다. 쓸만하네.”
브라우니가 한숨을 내쉬었다. 곰 피를 온몸에 뒤집어썼다. 강가를 찾는다고 해도 이 냄새는 안 지워진다. 이런 상태로 돌아다니는 건 나 한번 봐주소 하고 온 산에 광고하는 꼴이나 다름없다. 한숨을 내쉬는 브라우니에게 레프리콘이 물었다.
“이 곰, 피 뺍니까?”
쪼그려 앉아 곰을 가리키는 레프리콘에게 브라우니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먹으려고? 너 곰 고기 먹어봤냐? 야생 곰 고기는 노린내 존나 심해. 개 맛없어. 그딴 거 말고 소완한테 가서 맛있는 거나 만들어 달라고 하자.”
브라우니의 말에 이프리트가 기대감을 감추지 못하며 물었다.
“복귀하는 겁니까?”
“이런 곳에서 곰 피 냄새 절대 못 빼. 이 꼴로 산 돌아다니면 확성기로 나 여기 있소 하고 소리치는 꼴밖에 안 돼. 오늘 정찰은 글러 먹었어. 근데 돌아간다니까 너무 좋아하는 거 아니냐?”
“아닙니다! 브위님이 걱정돼서 그런 겁니다!”
“말이나 못 하면. 7반 복귀한다.”
브라우니와 레프리콘, 이프리트가 시시덕거리며 앞장서 나아갔다. 실키가 건넨 다른 티슈로 목덜미의 피를 닦아낸 브라우니가 실키에게 조용히 물었다.
“야. 썩은 곰이랑 방금 내가 죽인 곰. 방금 그 코디악인가 뭔가 하는 그걸로 보이냐?”
“사체가 지나치게 썩어 있어 확신할 수는 없지만 같은 종일 겁니다. 아마 짝이었겠죠. 죽은 짝의 사체를 지키려 달려든 거라 생각합니다.”
“켁. 미안한 짓거리를 했구만.”
죽은 곰은 앞발이 부러져 있고 배와 등이 뜯겨 나가 있었다.
명백히 맹수에게 습격당한 모습이다.
실키의 말에 따르면 코디액은 곰 중에서도 커다란 놈. 그런 놈을 죽일 수 있는 놈이 야생 동물 중에 뭐가 있을까.
뜯긴 등. 야생 동물, 특히 육식 동물의 등은 고기가 단단하고 질기다. 그것이 곰이라면 더더욱.
그러니 먹이가 부족하지 않은 이상에야 육식 동물의 등 같은 곳을 먹지는 않는다.
거대 육식 동물을 죽일 정도로 강력한 무언가. 그것도 먹이가 부족할 정도로 많은 수.
“살짝 귀찮아질 것 같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