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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




오늘은 금요일.


드디어 기다리던 금요일이에요.


매주 사령관님과의 약속이 있는 날이죠.


지난주에 미뤄졌던 약속대로, 오늘은 사령관님과 함께 치맥을 먹을 거에요.



사령관님도 잊지 않으셨는지 오늘 아침, 저에게 오늘 약속을 잊지 말라고 연락하셨더라구요.


소완 양에게 밤에 치킨을 만들어달라고 요청까지 해뒀대요.


헤헤.. 사령관님도 은근히 섬세한 면이 있으시네요.



2주만에 개인적으로 뵈는건데, 어찌나 오늘 밤이 기다려지던지.


지금 가만히 서있으면서도 기대가 되서 가만히 있질 못하겠는거에요.


그래서 그런지 잡일을 다 했음에도 시간은 정말 느리게 흘렀죠.



그러다 시간은 어느새 점심시간이 되었어요.



" 띠리링~ "



오늘의 첫 손님이 들어왔어요.



" 충성! "



늘 듣는 목소리네요.


바로 브라우니 양의 목소리.



" 어서오세요! "



" 으이그.. 브라우니야. 손내리고 좀 나와봐.. "


" 어어.. 옙! "



누군가에게 살짝 밀려난 브라우니 양은 재빨리 손을 내렸어요.



" 안녕하세요~ 유미님. "



그리고 브라우니 양 뒤로 이프리트 양과 노움 양이 나타났어요.

스틸라인의 병장들이었죠.



" 헤헷. 어서오세요~ "



" 오늘 기분이 좋아보이시네요. 유미님. "



노움 양이 그들과 함께 카운터로 오며 물었어요.



" 그래요..? 티 좀 나나요? 헤헷.. "


" 네. 매번 유미 님은 피곤에 절으셔서 아무리 표정을 밝게 하셔도 힘든 티가 나셨는데,


오늘은 느낌이 좀 달라서요. 혹시 무슨 좋은 일이라도? "


" 헤헤.. 비밀이에요. "



아무래도 오늘 밤 약속때문에 들떠서 표정에 다 묻어나는 모양이에요.


우리가 짧은 대화를 나누는 그와중에, 이프리트 양은 시식 테이블에 앉았어요.



" 브라우니야. "


" 옙! 6132번 일병 브라우니! "


" 진매로 부탁한다. 봉지로.

아참, 슈넬도 좀 사와. "



이프리트 양이 브라우니양의 손에 스티커를 쥐어주며 말했어요.



" 옙! 알겠슴다! "



그 후 브라우니 양이 재빨리 라면코너 쪽으로 달려갔어요.



" 1101번 병장님. 진짜로 뽀글이 해먹을거에요? 컵라면 냅두고 왜.. "



함께 들어가던 노움 양이 이프리트 양을 향해 돌아서며 물었어요.


뽀글이라.. 냄비대신 라면봉지에다 뜨거운 물을 부어 라면을 익혀먹는 군대 간식이에요.



" 으이그. 1232번아.. 그 갬성~ 이라는게 있잖어. 갬성~


그 뽀글이만의 그 갬성 모르냐?


열악한 환경에서 맛볼 수 있는 봉지라면의 참맛.


컵라면으로는 그 갬성을 느낄 수가 없다~ 이말이야. "



' 뭐래.. '



이프리트 양의 말을 이해하질 못하겠네요.



" 너넨 컵라면 먹던 말던 알아서해.. 나는.. 하아아암...

뽀글이나 먹을테니까.. "



이프리트 양이 하품을 하며 느긋하게 말했어요.



" 아..하하.. "



노움 양은 뻘쭘하게 웃으며 이프리트 양을 묘한 표정으로 바라봤어요.


아무래도 저와 같은 생각을 한 모양이에요.



그리고 다시 뒤돌아 라면코너로 향했죠.



그러는 사이, 이프리트 양은 테이블에 가만히 앉아서 귀에다 이어폰을 꽂고 있었어요.


늘 그랬던 것 처럼 mp3로 음악을 들을 모양이네요.



한편 라면 코너 쪽에선..



" 그.. 1232번 노움병장님? "


" 네. 무슨 일이죠? "


" 그.. 진매가 안 보이지 말입니다.. "


" ...흠.. 그러네요. 제가 유미 님한테 물어보고 올게요. "



이런 대화가 들려왔어요.


아무래도 저에게 물어볼 생각인가 보네요.



저는 그 말을 듣고 카운터 밖으로 걸어나왔어요.


그리고 걸어오던 노움 양과 마주쳤죠.



" 유미님. ㅈ라면 매운맛이 안 보이는데, 혹시 남은게 있나요? "


" 네~ 지금 찾아드릴게요. "



저는 대답 후 백룸으로 향했어요.


백룸에 ㅈ라면 매운맛이 남은게 있을지 모르겠네요.


백룸으로 들어온 저는 창고 선반위에 올려진 박스들을 하나하나 확인했어요.



' 오징ㅇ ㅉ뽕.. ㅅ라면 블랙.. '



봉지라면은 이게 끝이네요. 나머지는 전부 컵라면..


저는 백룸 밖으로 걸어나왔어요.




" 죄송합니다. ㅈ라면 매운맛이 하나도 안 남았네요. "


" 저런.. 알겠어요. 찾아봐 주셔서 감사해요. "



노움 양은 라면 코너로 돌아갔어요.


저는 카운터로 돌아와 테블릿의 전원을 켰어요.


그리고 발주를 넣기 시작했죠.



' ㅈ라면 매운맛.. 추가.. '



" 이뱀! "



그러는 사이 노움 양이 라면 코너에서 시식테이블에 있는 이프리트 양을 불렀어요.



" 왜! "



그걸 어떻게 들었는지, 이프리트 양은 이어폰을 귀에서 꺼내며 말했어요.



" 진매가 없어요. 진순 괜찮으십니까? "


" 에이씨! 진순을 누가먹어! "


" ...그럼.. ㅅ라면 괜찮으세요? "


" ... 그거라도 가져와.. "



이프리트 양이 다시 이어폰을 귀에 꽂으며 말했어요.



잠시후.



브라우니 양과 노움 양이 카운터에 상품들을 올려두었어요.



" 계산 도와드릴게요~. "



저는 테블릿을 다시 POS기 아래칸에 올려놓고 상품들의 바코드를 하나하나 찍기 시작했어요.



" 7모모입니다. "



" 옙! 여기있지 말임다! "



브라우니 양이 아까 이프리트 양에게 받은 것으로 보이는 뽀끄루 스티커를 힘차게 내밀었어요.


저는 POS기를 열고 뽀끄루 스티커를 넣은 뒤, 모모스티커 3장을 꺼냈어요.



" 거스름돈 여기 있어요. "


" 감사함다! "


" 고마워요. 후훗. "



두분이 웃으며 저에게 감사인사를 전했어요.



" 감사합니다. 맛있게 드세요. "



저도 모르게 이런 인사를 했어요. 오늘따라 기분이 좋아서 그런가.


노움 양과 브라우니 양은 라면들과 슈넬치킨을 들고 시식 테이블 옆에 있는 온수 정수기로 갔어요.



노움 양이 슈넬 치킨을 뜯고있는 사이, 브라우니 양은 라면을 부수 더니,


봉지를 뜯어 스프를 꺼내 흔들었어요.


그리고 스프봉지에 묻어있던 라면가루들이 사방으로 튀었죠.



" 어우! 가루 다 튀어요.. "


" 죄..죄송함다. "



... 또 청소 할 일이 생겼네요.


브라우니 양은 스프봉지를 뜯고 라면 봉지에 털어넣었어요.


그리고 뜨거운 물을 받기 시작했죠.


그 사이 노움 양은 전자레인지에 살짝 뜯은 슈넬치킨을 넣고 돌렸어요.



" 근데.. 1232번 병장님. "


" 네. "


" 이거.. 물 얼마나 받아야 함까? "



브라우니 양이 물을 받으면서 그런말을 했어요.



" 봐드릴게ㅇ.. 어어!? 어서 꺼요! "



노움 양이 화들짝 놀라며 내려져있던 정수기 레버를 세웠어요.



" 휴. 잘못하다가 한강물라면이 될 뻔했어요. "


" 죄송함다.. "


" 아니에요. 그리고 이건 젓가락으로.. 이렇게 해서.. "



노움 양이 능숙하게 라면 봉지의 입구를 돌돌 말았어요.


그리고 뜯지 않은 나무 젓가락으로 입구를 집어 막았죠.



" 자, 이제 1101번 병장님 가져다 주세요. 뜨거우니깐 조심하시고. "


" 옙! "



브라우니 양은 빵빵해진 라면 봉지를 들고 이프리트 양에게 다가갔어요.



" 1101번 병장님. 여깄습니.. 으악!? "



갑자기 브라우니 양이 짧은 비명을 지르며 라면 봉지를 놓치고 말았어요!


그리고 라면 봉지는 이프리트 양의 앞에 떨어지더니



" 푸화아악!!! "



라면봉지가 이프리트 양 앞에서 터졌어요.


입구에 집어져있던 젓가락은 튕겨져 나갔고, 입구에서 라면 국물이 잔뜩 튀어나왔죠..



" 앗! 뜨거!! "



라면 국물에 맞은 이프리트 양이 소리를 질렀어요.



" 아야.. "



그러는 사이 브라우니 양은 발을 잡고 아파하고 있었어요.


테이블 기둥에 발을 찧은 모양이네요..



" 무슨 일이에요!? "



깜짝 놀란 노움 양이 그들에게 달려갔어요.



" 세상에! 1101번 병장님! 


어서 의무실로 가요! 어서! 브라우니도! "



" 아아.. 예..! "



" 띠리링~ "



그렇게 세 분은 처참한 현장을 두고 편의점을 나섰어요.



" ...



에휴.. "



한숨을 쉬었어요.


또 뒷처리는 내가 해야하는건가..



그래도 다행히, 곧 노움 양과 브라우니 양이


편의점으로 돌아와 현장을 치우는걸 도와줬답니다.




정산



손님:


M-5 이프리트


T-20S 노움


T-2 브라우니



구매 상품:


ㅅ라면 1

육ㄱ장 사발면 1

참ㄲ라면 (컵) 1

슈넬치킨 1



수익:


x1



거스름돈:


x3




요즘 슈넬 좀 비싸더라





98.






" 오호. 왕가슴 아가씨. 여긴 웬일이시죠? "



" 웬 핑크색 머리가 편의점에서 민폐를 끼치고 있다고 들었거든요. "



" 허. 누구한테 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오늘 주인님께 큰 선물을 주기위해서 온거에요. "



" 그래요? 폐하는 당신의 그 허접한 선물을 원하시지 않을텐데..

우리 폐하는 저의 선물을 더 원하신다구요. 아시겠나요? "



" 왕가슴 씨. 아직도 미련을 못버렸군요. 주인님께서는 저를 '당신보다' 더 사랑하신다구요.

저번에 수영복을 입고 갔을 때도.. "



" 아~ 그 '누군가'를 따라한 수영복 말인가요? 전에는 그 수영복을 보고 그렇게나 욕하시더니,

내심 부러우셨나봐요? "



" 허. 그게 아니라, 그런 미천한 옷도 제가 입으면 아주 아름다워진다는 걸 증명하기 위해서 입은건데.

당신에겐 조금 어려운 표현이었나보네요. 후후.. "



" 그럼 옷만 입으면 됐지 헤어스타일은 왜 따라하셨을까앙~? "



" ... 허. 쓰잘데기없는 왕가슴 주제에. "



" 누구보고 쓰잘데기없는 왕가슴이라고 하는지 모르겠네요? 본인 이야기 아닌가? "



" 훗. 저는 그래도 쓸데가 없진 않거든요. 누구랑은 다르게. "



" 하! 당신은 정말 언제봐도 짜증나는 분이네요. "



" 누가할 소리. "



" 그냥 이쯤에서 결판을 내죠. 폐하가 정말로 사랑하는게 누구인지! "



" 허. 좋아요. 근데, 굳이 주인님한테까지 갈 필요가 있을까요?

지금 당장 결판을 낼수도 있는데. "



" 지금 저에게 도전하는건가요? 감히.. "

















" 저기..

두 분 다 나가 주실래요? "






싸우는 두분 앞에 서있던 저는 용기내어 말했어요.



제 눈앞에는 나체나 다름없는 옷을 입은 두 여자가 저를 동시에 째려보고 있었어요.



그리고 그 뒤에선 LRL양을 비롯한 손님들이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그들을 보고 있었어요.




정산



손님:


샬럿


세라피아스 앨리스



구매 상품: 없음






99.





겨우 앨리스 양과 샬럿 양을 돌려보냈어요.


두 분이 싸우기 시작했을 때부터 미리 시티가드를 불러놓았거든요.



다행히 두 분은 세이프티 양과 램파트 씨가 오자 싸움을 멈추고 순순히 방으로 돌아갔어요.



아무리 그 샬럿 양과 앨리스 양이여도 시티가드는 번거로운 모양이에요.


만약 그들이 시티가드한테 걸렸다고 사령관님께 보고가 들어가면 크게 혼날테니까요.



손님들이 모두 돌아가고


현재 시각은 3시. 이미 점심시간은 훌쩍 지나가버린 시간이었죠.



" 띠리링~ "



이번에 들어온 손님은..



" 아..안녕하세요. 헤헤.. "



드리아드 양이었어요.

왜인지 붕대를 곳곳에 두르고 환자복을 입고있는 드리아드 양.

마치 방금 병원을 탈출한 듯한 몰골이었어요.



" 어서오세요! "



드리아드 양은 카운터로 걸어오다가, 갑자기 두리번거리며 눈치를 봤어요.



" 저.. 혹시.. "



" 네. "



" 지금 편의점에 저희 언니들 없죠? 특히 리제 언니라던가. "



" 네. 지금 편의점에 아무도 없어요. "



" 휴우.. 다행이다. 감사해요. "



드리아드 양은 안도하는 숨을 내뱉은 뒤 매장 안쪽으로 들어갔어요.


뭐때문에 저러는지 잘 모르겠네요.


평소에 입던 옷은 어디가고 환자복에 붕대, 자기 언니들이 있는지 없는지 체크하기까지.


확실히 정상적으로 보이진 않네요.


어디 아프기라도 하신건가.



그렇게 골똘히 생각하고 있으니, 드리아드 양이 카운터로 오고 있었어요.


손에 컵라면 하나를 들고요.



" 얼마에요..? "



" 1 모모입니다. "



" 네! 여기요! "



그 말에 드리아드 양이 모모스티커 1장을 내밀었어요.



" 고마워요. 유미님. "


" 헤헷. 감사합니다! "



드리아드 양은 컵라면을 들고 시식 테이블 쪽으로 갔어요.


드리아드 양은 컵라면의 비닐을 뜯고, 뚜껑을 연 후, 스프를 면 위에다 뿌리기 시작했죠.


그리고 곧 뜨거운 물을 따라 시식테이블로 조심스럽게 컵라면을 옮겼어요.



그 때,




" 띠리링~ "



" 어서오세....!? "



반사적으로 인사를 하던 저는 입구를 보자마자 입이 턱 막혔어요.



" 호오. 어디갔나 했더니.. "



그리고 컵라면을 들고가던 드리아드 양도 걸음을 멈추었어요.


그리곤 그녀도 입구를 응시했죠.



입구에는 바로 리제 양이 서있었어요.


마치 누군가를 잡아먹을듯한 표정이었죠.


눈을 부릅뜨고 입꼬리가 한쪽만 올라가 있는 그 리제 양의 표정은 언제봐도 무섭다니까요.


리제 양은 드리아드 양이 있는 시식테이블로 다가갔어요..





" 어..언니!? "


" 혹시나 해서.. 네 방에 가봤더니만..


역시, 꾀병이었구나? "


" 아.. 아니에요! "



리제 양의 일침에 당황한 드리아드 양이 소리쳤어요.



" 아니긴 뭐가 아니야! "



리제 양은 드리아드 양의 컵라면과 젓가락을 뺏어들었어요.



" 그.. 그건 제..! "


" 바이오로이드가 감기에 걸릴리도 없는데.. 갑자기 감기라고 하질않나.. "


" 아아.. "


" 주인님 앞에서 그런 식으로 꼬리쳐놓고

몰래 방을 빠져나와서 컵라면까지 먹으려고 하다니.. 아무래도 벌을 줘야겠어. 흐흐흐.. "



그리고 리제 양은 컵라면 뚜껑을 뜯고 젓가락으로 라면을 들어올렸어요.


아직 덜익은 라면 덩어리였죠.



" 그.. 그거!! "



그럼에도 불구하고 리제 양은 분노한 표정으로 라면 덩어리를 베어물었어요.



" 콰삭. "



덜 익은 라면의 바삭한 소리가 편의점을 울렸어요.



" 그거.. 덜 익었는데.. "



드리아드 양의 말에



" 크흡! "



리제 양이 당황한 표정으로 라면을 계속 씹었어요.



" 콰삭.. 콰삭.. "


" ...쩝 쩝.. "




잠시후.




어느새 테이블에 함께 앉아있는 리제양과 드리아드 양.


드리아드 양은 임기응변으로 컵라면 하나를 더 사 리제 양에게 주었어요.


리제 양은 아까 먹은 라면이 마음에 들었는지, 떨떠름한 표정으로 라면을 받았죠.



그리고 곧 둘은 라면을 함께 먹기 시작했어요.



" 헤헷.. 맛있죠..? "


" 후르룩.. 흥. 눤 놔중에 과서 보좌.. 쩝..쩝.. 이 꾀븡브르는 횁충! "








정산



손님:



드리아드


시저스 리제



구매 상품:


ㅅ라면 큰사발 2



수익:


x2





https://www.pixiv.net/artworks/88016754

모티브






100.





밤 11시.


휴게실 - B





" 짠. "


" 건배! "

" 건배! "



잔을 부딪히는 소리와 함께 우리의 목소리가 휴게실을 울렸어요.



그리고 제 눈앞에는 사령관님이 있어요.


오늘 약속을 잊지 않은 사령관님은 미리 휴게실에 와계셨어요.


테이블에는 매대에 미리 채워넣은 상품들처럼 치킨과 맥주, 치킨무와 소스, 그리고 무려 소주까지.. 모두 세팅이 되어 있었죠.


소주는 제로 양에게서 받아왔다고 해요.



" 꿀꺽.. 꿀꺽.. "



" 캬아아!! "



소주가 있긴 하지만 그래도 역시, 오늘도 퇴근 후에 먹는 맥주가 최고에요.


그리고 바로 옆에는 맥주의 영원한 친구, 치킨이..!



치킨은 황금색 껍질을 빛내며 그릇 위에 예쁘게 쌓여있었어요.


그 모습에 저는 순식간에 매료되었어요.


저는 홀린 듯 치킨 조각을 하나 집어들었어요.


그러다 다시 치킨 조각을 놓고,



" 사령관님. "


" 응. "


" 혹시.. 치킨 중에 어느 부위를 가장 좋아하세요? "



저는 조심스럽게 사령관님께 물었어요.



치킨 먹을 땐 매너를 지켜야 해요.


각 부위마다 매니아 층이 확고하게 갈리는데다,


치킨은 1마리라 하나밖에 없는 목을 제외하면 부위가 2개밖에 없거든요.


특히, 다리를 두고 싸움이 많이 일어나요.



" 난 다리를 좋아해. "



그리고 역시나, 사령관님은 다리를 좋아하셨어요.



" 헤헤.. 그럼.. 두 개 다 드실래요? "


" 아니, 너 하나먹고 나 하나 먹으면 되지.



매너도 좋으신 사령관님..


저는 그 말에 다리 하나를 집어들고, 다리를 베어먹었어요.



" 콰삭. "


' 흐으음! "



바삭하고, 고소하면서도 짭짤한 닭껍질과 어우러지는 닭고기의 부드러운 맛..!


이건 맥주와 안어울릴수가 없는 조합이죠!


저도 모르게 행복한 웃음을 지었어요.



" 너도 치킨을 정말 좋아하는구나. "


" 그럼요! 맥주와 치킨은 환상의 조합이라구요.

제가 안주 중에서도 가장 좋아하는게 치킨이에요! "


" 그래? 흐흐. "



" 콰삭. "



사령관님도 다리를 하나 집어들어 뜯기 시작했어요.


저는 아직 먹지 않은 닭다리 부분을 소스에 찍어먹었어요.


매콤함 까지 더해지니.. 맥주가 마시고 싶네요.


그걸 눈치 채셨는지, 사령관님께서 제 맥주잔에 맥주를 따라주셨어요.



" 혹시라도 부족하면 더 시켜. "



사령관님께서 제 맥주잔에 맥주를 따르며 말씀하셨어요.



" 에엣.. 정말.. 그래도 되나요..? "


" 그럼. "



왠지 소완 양에게 미안해지는데..


설마.. 사령관님과 함께 치킨 1마리를 먹는건데 추가로 치킨을 시킬 일이 있겠어요?


배부를텐데.










잠시 후.




" 소첩이 통닭을 대령하였사옵니다. "



소완 양이 치킨을 그릇에다 가져왔어요.


오늘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며 정신없이 먹다보니

치킨이 부족해져서 결국 한마리를 더 시켜버렸거든요..



" 고마워. "


" 헤헤헤.. 고마워요.. 소완니이임.. "



저는 이미 취해있었어요.


치맥도 모자라서 사령관님께서 가져오신 제로 양의 소주까지 들이킨 참이었거든요..


살찌면 어떡하지.. 헤헤..



" 전 이만.. "



소완양이 저를 힐끔 쳐다보더니, 곧 휴게실을 걸어나갔어요.



" 그러며는.. 어제 있었던 일을.. 얘기해드릴게여.. 헤헤헤... "


" 너.. 좀 취한거 같은데.. "


" 네에? 아..아니에요.. 헤헤.. 저느은.. 차가운.. 도시의.. 크리어... 우믄이라구요..


이정도는!! 저으을때 취한거 아니에여.. 헤헤헤.. "



제가 무슨 말을 하는지를 모르겠네요.


그리고, 이후 저는 어제 편의점에서 있었던 일을 술술 이야기했어요.




이게 제가 마지막으로 기억하는, 어제의 기억이었죠.












눈을 뜨니, 익숙한 천장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어요.



" ...? "



이 천장은.. 매일 아침 보는 천장이었죠.


바로 제 방이에요.




" 아오.. 머리아파.. "



저는 이마를 짚으며 몸을 일으켰어요.


저는 바이오로이드라서 뇌를 가지고 있진 않지만, 이상하게 술마신 다음 날만 되면 머리가 아팠어요.


알코올 때문에 논리회로에 무슨 문제라도 생긴건가.



" 나.. 언제 여기 왔지.. "



제가 여기 오기까지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전혀 기억이 나지 않았어요.



저는 침대에서 일어나 방안에 있던 냉장고로 갔어요.


그리고 냉장고에서 생수 하나를 꺼냈어요.


곧 생수를 컵에 따르고 벌컥벌컥 마셨죠.



" 꿀꺽.. 꿀꺽.. "


" 으윽.. "



물을 다 마시니 또 다시 두통이 몰려왔어요.


해장이 좀 필요하겠네요.


해장할 땐 얼큰하고 시원한 국물이 있는 그런 음식이 딱이죠.



' 잠깐, 지금 시간이.. '



10시.



...이미 아침시간은 간단하게 스킵되었네요.


아무래도 해장을 위해 편의점에 가서 라면이라도 하나 사먹어야겠어요.







" 띠리링~ "



" 어서오세.. 어머. 유미님! "



편의점에 들어서자, 카운터에 있던, 오늘의 알바생 탈론페더 양이 저에게 인사를 건넸어요.



" 헤헤.. 탈론 페더님. 수고가 많으세요. 무슨 문제는 없죠? "


" 네~ 없어요. "



저는 탈론 페더 양에게 편의점 상황을 물으며 라면 코너로 향했어요.



' 아오 머리야.. '



술 좀 깨게 매운걸로 먹어야겠어요.




그 때,



" 유미님! "


" 네? "



갑자기 탈론 페더양이 저를 불렀어요.



" 어제, 다 봤어요. "


" 네? 그.. 그게.. 무슨 말씀이에요? "



탈론 페더양이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어요.



" 어제~ 휴게실 B에.. 저의 '시크릿 포인트'의 카메라가 설치되어 있었거든요.

어제 두 분이서 식사하는거 다 봤다구요~ "



" 네!? "



" 그리고.. 어제.. 유미님께서 만취하신 걸로 보이던데.. "



" ... 제가요!? "



저는 얼굴이 울그락 불그락해졌어요.


그리고 지난 밤의 기억이 떠오르기 시작하면서, 점점 불안해지기 시작했어요.



" 제.. 제가 무슨 실수라도? "


" 궁금하세요? "


" 구.. 궁금해요! "


" 그럼, 이야기를 듣고난 뒤에 제 부탁좀 들어주세요. "


" 당연하죠! 어서 말해주세요. "



저는 마음이 급해 탈론페더 양의 제안을 고민조차 하지 않고 받아들였어요.




" 정말이죠? 


사실.. 그런 건 못봤어요.

갑자기 유미님이 테이블에서 엎어져서 주무신 장면정도? "


" 뭐야. 


휴.. 다행이네요. "



...다행인건가?



" 근데, 사령관님께서는 유미님과는 달리 멀쩡하셨거든요.


그 후에, 잠든 유미님을 사령관님께서 번쩍 들어올리시더니, 유미님을 공주님처럼 안아서 휴게실을 나가시는 거에요! "



...



" 네!? "



" 우흐흐흐.. "



두 파란 눈에 하트를 보이며 헤벌레 웃는 탈론 페더양..


제 심장이 더 빠르게 뛰기 시작했어요.



" 그.. 그래서요!? 그 다음은요!! "



" 근데.. 아쉽게도 그 장면은 못 찍었어요.


부대원들의 개인실은 찍지 못하게 되어있거든요.


아마 유미님의 방에 들어가시고 난 뒤 1분도 안되서 나오신걸 보면..


그냥 침대에 눕히고 나온 거일 거에요. 아쉬워라. "



탈론 페더 양이 아쉬워하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어요.



그리고 탈론 페더 양의 말을 들은 저는 생각에 빠졌어요.



' 휴, 다행이다..





...근데.. 사령관님께서.. 날... 안았.. 다고..?


공주님처럼..!? '












" ...우흐흐흐.. 다 말씀 드렸으니깐 다음에 '그걸' 하실 때 찍을수 있게 허가를..

...저.. 유미님? 왜 그러세요? "



" 어... 어... "



마치 주변이 진공상태가 된 것처럼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어요.



제.. 논리회로가 잠시 정지된 모양이에요.




술 때문인지, 탈론페더 양의 이야기때문인지 전혀 알 수 없었죠.



그러는 와중에도, 제 심장은 그 어느 때보다도 미친 듯이 뛰었어요.






정산(?)





사령관님과의 진도 : +20..?



현재 관계 : 술친구..?




memo : 어?







end.









번외의 번외.





벌써 100번째 이야기네. 지금까지 읽어줘서 고마워.



사실, 처음 이 소설을 쓸 때는 100번째 이야기에서 완결을 낼 생각이었음


정확히는, '내가 편돌이를 그만둔 시점'에 맞춰서 끝내려 했었단 말이야



근데 왼팔 척골신경도 안 좋아지고, 스스로 연재를 1주일에 1회로 제한함으로써 


편돌이를 그만두고도 다이카마냥 느리게, 그리고 계속 쓰게 되었음


그래서 이제서야 100번째 이야기를 찍게 되었네.




사실 여기까지 쓸 수 있었던건 늘 읽어주고 응원해준 라붕이들덕이 크다.


20화 쓸 때쯤 진짜 스트레스도 많이받고 멘탈도 많이 무너져서 그냥 완결해버릴까보다 했었는데


그때 수많은 응원댓글들을 보니깐 힘이 정말 많이 되었다 


또한 내 소설에 나온 '스티커 화폐' 소재나 유미의 편의점 자체를

소재, 그리고 까메오? 소재로 써준 글쟁이분들께도 감사인사를 드립니다


솔직히 보고 존나 감격스러웠슴다 ㄹㅇ





이렇게 보니깐 난 이 문학을 완결을 할 수가 없겠더라

난 앞으로도 유미의 편의점을 계속 연재해나갈 생각이야

완결은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그때까지 쭈욱 힘내볼게




29화, 101번째 이야기에서 보자 ㅃㅇ











번외의 번외의 번외.


이 소설은 GS편의점을 기준으로 작성되었습니다.






ㅅㅂ