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원하다.


아무생각 없이 멍하니 바닷바람을 맞으며 책을 읽는 것이 어느덧 취미가 되었다.


끝이 안보이던 철충과의 전쟁도 종전된지 오래.


더 이상 사령관으로서가 아닌 그저 인류를 부흥시킨다는 명목하에 한명의 남자로서 생활하고 있는 사령관 이었다.


철충이란 존재가 없어진 지금 꼭 나만을 거쳐야만 처리가 가능한 일들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일을 그녀들이 대신 해주고있었기에 상당히 한가로운 생활을 하던 사령관은 멸망전 인류들의 여러가지 취미활동을 하며 지낼 수 있었다.


그중에서도 독서를 가장 좋아했던 사령관은 이런저런 책들을 읽으며 시간을 보냈었는데 오늘도 어김없이 책을 읽던 사령관은 자신의 눈에 띄는 한가지 책을 발견했다.


"머니...게임...?"


머니게임이란 제목을 하고 있는 책.


무언가에 홀린듯이 그 책을 펼쳐서 보던 사령관은 이윽고 자신도 모르게 점점 그 내용에 빠져들게되었고


"되게 재미있네."


정신을 차려보니 순식간에 내용을 다 읽어버린 자신을 발견 할 수 있었다.


책의 내용은 요약하자면 거액의 상금을 걸고 8명이서 서로 100일간 좁은공간에서 부대끼며 그 어떤 물품이나 인프라도 없이 생활하며 버티는 그런 내용이었다.


무엇보다도 사람들 사이에서의 대립과 갈등이 인상적으로 느껴졌다.


그리고 문득 이걸 직접 개최시켜서 해보고싶다는 생각을 하는 사령관.


"폐하? 슬슬 식사를 하셔야 되는 시간입니다."


그런 불온한 생각을 하던 사령관은 자신을 부르는 아르망의 목소리에 잠시 생각을 멈추었다.


"아,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됬구나. 고마워."


"후훗. 또 책을 읽고 계셨던건가요? 폐하는 정말이지 독서를 좋아하는군요."


"평소에 하르페이아가 왜 그렇게 독서를 좋아했던건지 알 것 같아. 책의 매력이란게 생각보다도 엄청난거 였구나."


"뭔가 즐기실 수 있을만한 취미를 찾으신것 같아서 다행이군요. 그런데 폐하..."


서글서글하게 웃으며 말하던 아르망은 문득 그 미소가 점점 굳어지더니...


"그...혹시...또 무슨 이상한 이벤트 같은걸 개최하려고 하시는건 아니시겠죠...?"


어색한 표정을 지은채로 그런 말을 했다.


"오? 정확하게 맞췄네. 마침 이 책에 나오는걸 그대로 해보고싶단 생각을 하고 있었어. 역시 아르망의 능력은 대단하네."


"하아...이쯤된다면 저뿐만이 아니라 다른 그 누가와도 폐하께서 또 이상한 생각을 하고 계시다는걸 알아차릴 수 밖에 없을꺼라구요? 폐하가 그런 장난꾸러기 같은 미소를 짓고 있으면 답은 하나 밖에 없으니까요."


자신의 예상이 빗나가길 바랬던 아르망 이었지만 어림도 없었다.


그래 뭐...


철충들이 사라져 평화로운 세상이 된 지금 해보고싶었던 것이나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이벤트 같은것을 개최한다는 취지 자체는 좋았다.


실제로도 주위 반응도 좋기도 했고.


그러나 단 한사람.


"사령관님 바보똥깨! 머저리! 말미잘! 미워! 우에에에엥!!!"


'하아...'


아르망은 벌써부터 그런 환청이 들리기 시작했다.


이벤트를 한번 개최할때마다 들어가는 자원과 비용은 실로 어마어마하다.


물론 아무런 걱정없이 본격적으로 탐색과 물자수급이 가능한 지금 자원의 소모는 큰 의미가 없다지만...머리로는 이해를 해도 마음은 이해를 하지 못한다는 것일꺼다.


그것이 안드바리라는 그 자그마한 꼬마 아가씨이니깐.


무엇보다도 취지자체가 나쁜것도 아닐뿐더러 단 한명을 제외하고는 모두가 즐거울수 있었기에 뭐라고 꾸중을 할 건덕지도 없는 실정이기에


"폐하...안드바리양을 생각해서라도 조금은 자중해주시길 바라겠습니다."


안드바리에게는 미안했지만 적어도 규모를 적게 해달라는 부탁밖에 할 수 없었다.


뭐...싱글벙글하고 있는 사령관을 보고있자면 이루어질수 없는 부탁이었겠지만.


조금 어이가 없던 아르망이었지만 어쩌겠는가?

자신이 너무나도 좋아하고 또 사랑하는 사람이니까 그런 사람의 결정이라면 따라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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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링은 정말 질리지도 않는구나..."


"그래도 재미있을것 같지않아?"


천진난만한 미소를 지으며 말하는 눈앞의 남자에게 레오나는 달관한듯한 어투로 말했다


예정에 없던 사령관의 지휘관 소집.


갑작스런 지휘관 회의를 한다고 하길래 또 무슨 큰일이라도 일어난줄 알고 걱정했던 자신이 바보같아졌다. 이건 레오나 뿐만 아니라 이곳에 모인 모두가 같은 생각일 것이다.


이 회의의 결론은 이벤트를 개최하자는 것.


"그래도 괜찮지않겠소? 서방님께서 다 우리들을 위해서 하는 행동이시니."


"그래 뭐...나도 괜찮다고 생각해. 안드바리 그 아이가 안타까울 뿐이지."


딱히 막을 이유가 없다.


무엇보다도 걸려있는 상품이 자신조차 매우 탐날정도이니 말이다.


모두가 하기에 달려있긴 하지만 그래도 어마어마한 양의 참치캔과 무려 사령관 독점권이라니.


이곳 오르카호 내에있는 그 누구라도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들것이다.


"그렇다면 정확한 개최시기는 언제로 생각하고 계신겁니까?"


"글쎄? 일단 규모가 꽤나 크다보니 이것저것 준비해야 될 것도 많고 제비뽑기로 10명을 선정할꺼니깐 차근차근 생각해봐야지."


"그런데 정말 괜찮겠어? 아무리 여유가 되는 상황이라고는 하지만 규모가 너무 커진것 같은데. 무려 10만개의 참치캔과 기타 물품들이 사용되는 거잖아. 너무 낭비하는거 아니야?"


"괜찮아. 오르카호에 비축된 모든 자원들을 생각해서 결정을 내린거니깐. 좀 많긴해도 이정도 규모는 전혀 문제될게 없다고 판단했어. 과거와는 현재 상황이 많이 다르잖아?"


"풉...하긴 뭐, 풍족하다 못해 썩어넘치고 있긴하지."


틱틱거리긴 해도 결국 미소지으며 말하는 메이였다.


현재 오르카호에 비축된 각종 자원들과 물품들은 과거와는 비교조차 되지않을 정도로 풍족하다. 아무리 펑펑써대도 줄어드는 양보다 비축되는 양이 훨씬 많으니깐 걱정은 없겠지.


"나도 좋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도 그 독점권이란것이 매우 구미가 당기는군. 후후후..."


"하긴, 너는 그게 제일 탐나긴 하겠네..."


낮게 웃으며 말하는 아스널을 보며 살짝 소름이 돋는 사령관이었다.


무슨 생각을 하는것인지 안봐도 뻔하지.


"그럼 최총적으로 투표를 하도록 할께요. 이번 사안에 대해서 반대하시는 분은 손을 들어주세요."


라비아타의 말에 손을 드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자신들이 판단하기에도 딱히 문제가 될 건 없다는 것이겠지.


"그럼 결정이네요. 준비는 오늘부터 바로 하면 될까요, 사령관님?"


"응. 부탁할께."


은은한 미소를 지으며 말하는 라비아타에게 부탁한다.


전체적인 준비는 라비아타와 콘스탄챠를 통해 진행 될 것이니 자신은 구체적인 규칙들과 계획을 짜오면 되겠지.


그리고


'한동안은 안드바리를 달래야겠네. 하하하...'


벌써부터 눈에 선한 안드바리의 모습에 쓴웃음을 지으며 자신이 해야 할 일에 안드바리 달래기도 추가하는 사령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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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윽...우우우..."


"미, 미안하다니깐..."


"우으으...훌쩍...으으...우에엥! 사령관님 멍청이!"


어떻게 이렇게까지 생각했던 반응 그대로 일 수 있을까?

뭔가 해서는 안될짓을 저질러버린 죄인된것 같은 기분마저 든다.


내가 얘기를 꺼내자 말자 아니나 다를까 울음을 터트리며 토라진 안드바리를 어르고 달래며 설득한다고 요 며칠간 진땀을 빼고있는 중이다.


"아, 안드바리야? 현재 자원이 그렇게 부족한 상황도 아니니깐 괜...찮지 않을까...? 나도 다 알아보고 지휘관 회의에서도 현재 자원비축량을 생각하면 이 정도는 문제 없겠다 싶어서 추진하게 된 계획이야."


"몰라요, 그런건!! 제가...훌쩍...제가 평소에도 그렇게나...자원을...아껴쓰시라고 말...을...했는...흐에엥!"


이제는 아예 바닥에 주저 앉아서 세상 서럽게 울기시작한 안드바리를 보고있자니 자신이 괜한짓을 한건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이미 결정이 난 후로부터 일주일이 지났기에 번복하기에는 늦어버린 상황.


어쩔수없이 특단의 대책을 쓰기로하며 안드바리와 눈높이룰 맞췄다.


"우으으...뭐에요...!"


최대한 무섭게 노려본다고 눈을 치켜뜨는 안드바리였지만 그 크고 똘망똘망한 눈이 무서울리가 있나.


오히려 안드바리 특유의 귀여움을 한층 더 부각시킬 뿐이기에 나는 웃음이 절로 지어지는 것을 참으며 안드바리의 머리에 손을 올렸다.


"내가 미안해. 안드바리. 대신 너가 원하는 소원 한가지를 들어줄테니깐...이번은 좀 봐주면 안될까? 응?"


원하는 소원 한가지.


이 말을 함부러 하면 안된다는 것을 알고있었지만 지금은 당장 어쩔수가 없었다.


그리고 안드바리라면 내가 당황 할 만한 일은 벌이지 않으니 문제가 없을것이다.


"...정말요? 소원 한가지...들어주시는거에요?"


머리를 쓰다듬어 주며 그렇게 말하자 울음을 그치고 점점 표정이 풀어지는 안드바리를 보자니 다시 한번 웃음이 나올것만 같았다.


"당연하지. 약속할께."


"...그럼...저랑...하룻동안 같이 나가서 놀아요...그럼...용서해 드릴께요..."


뾰루퉁한 표정을 볼을 살짝 부풀린채 자신을 소원을 말했다.


옛날이었다면 밖으로 나가서 활보한다는 것은 상상도 못할 짓이었지만 지금은 활보는 물론 슬슬 지상에도 발을 디딜 준비를 하고 있었기에 큰 어려움이 있는 소원이 아니었다.


'역시 어린아이라 그런지 순수하구나.'


다른 그녀들, 예를 들어 아스널이었다고 생각을 해보자.


그럼...


"정말인가? 분명 그대가 소원을 말하라고 한 것이다? 나는...(대충 음담패설)"


'으으...'


갑자스런 오한에 몸을 부르르떨었다.


다른 그녀들에게 소원을 말해보라했다면 대부분이 저런 반응을 보이겠지.


색욕으로 무장한 괴물들이 우글거리는 이 마경에서 안드바리 같은 순수한 아이들이 있다는 사실에 가슴한켠이 뭉클해지는 것을 느꼈다.


"...사령관님?"


아차.


잠시 쓸때없는 생각을 하느라 멍하니 있었나보다.


대답이 없는 날 불안한 표정으로 올려다보는 안드바리를 보고있자니 괜히 장난을 치고 싶어지는 유치한 기분이 들었지만 그랬다가는 후환이 두려우니 그만두독록 하자.


"당연히 가능하지. 오히려 나도 안드바리랑 같이 나가는게 너무 기대되는걸?"


"헤...헤헤헤...알겠어요. 그럼 용서해 드릴께요!"


기분이 풀린것인지 환하게 웃으며 말하는 안드바리를 보고있자니 주위가 밝아진것 같은 착각마저 들게한다. 그만큼 순수한 어린아이의 미소는 눈이 부시게 밝았고 나의 멘탈을 치료해주는 치료제였다.


그런 실없는 생각을 기분이 풀린 안드바리에게 구체적으로 사용하게될 물품들과 자원들에 관한 얘기를 하며 시간을 보내는 사령관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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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깜짝할새에 어느새 2주가 지나갔다.


갑작스레 내가 개최하게된 이벤트로 인해 오르카호 전체는 한동안 잠시 바빠졌었지만 그만큼 활기를 띄게됬었으니 결과적으로는 좋은 일이 아닐까?


물론...제비뽑기 과정중에 불미스러운 일이 조금 있긴 했다고 들었지만 신경쓸 필요는 없겠지.


아마도.


응, 없을꺼야.


여하튼 여러의미로 소란스러웠던 2주가 지나가고 드디어 오늘 이벤트를 개최하게 된것이다.


"그럼 게임에 참가하게 될 인원들을 발표할께."


모두가 보는 앞에서 콘스탄챠에게 참가자 명단을 걷네받는다.


참가자는 총 10명.


과연 누가 뽑혔을까하는 생각을 하며 명단에 적힘 이름을 보고 차례차례로 부르기 시작했다.


"게임에 참가하게 될 인원은...라비아타, 리리스, 소완, 리제, 스노우페더, 메이, 이터니티, 용, 발키리, 키르케. 이상이야."


자신이 뽑히지 못했다는 아쉬움과 자신이 뽑혔다는 기쁨의 서로 엇갈린 반응이 여기저기서 터져나온다.


그럴만도 하지.


걸려있는 상품이 어마무시한데.


"당첨된 인원들은 우선 축하해. 당첨되지 못한 인원들은 아쉽긴하지만 너무 낙심하진 말아줬으면 좋겠어. 어디까지나 이건 활기를 불어넣기 위한 이벤트니깐. 그럼 콘스탄챠, 규칙을 설명해줄래?"


"네. 주인님."


당첨된 사람들에겐 축하의 말을, 당첨되지 못한 사람들에겐 위로의 말을 건네며 콘스탄챠에게 본격적인 규칙설명을 부탁했다.


 

"우선... ..."


이전까지 개최해왔던 여러가지 이벤트와는 많이 다를 것이다. 더 어려우며 규칙의 양도 많고 복잡하긴 하지만 그런만큼 더욱더 보람이 있겠지.


장황한 설명을 시작하는 콘스탄챠를 바라보며 기대감에 미소짓는 사령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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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했던 머니게임 소재로 써왔어.


일단 이번편은 별거 없는 내용이고 다음편부터 규칙 설명후 본격적으로 적을께.


원래 1편에 규칙까지 몰아서 적을려고 했는데 한편이 너무 길어지면 읽기 싫으니깐 여기서 끊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