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온 비서 이뽀삐양과 일을 같이하다보니 마음이 동해서 관계를 맺고 말았다.


사장님 하는게 신선해서 말이지


가정형편도 홀아버지에 관짜는 일을 하느라 어려워서 집에 송금하느라 힘든 모양이었다.


동정심 때문이라도 외도한게 미안했다.


이뽀삐양도 당장 사표내겠다는 걸 일단 말렸다.


다행히 아내는 눈치채지 못한듯 하다.


동물병원 원장답게 냄새를 참 잘 맡아서, 지인인 메이 둠하고 스타벅스만 같이 다녀와도 귀신같이 냄새로 알아차리던데.


아내가 모르는 것 같아 다행이라 여기며, 그 뒤로는 이뽀삐양을 사무적으로 대하기만 했다.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말에도 더 이상의 사고 방지를 위해 같이 가줄 수 없었다.


그리고 몇 주가 지났다.


하루는 아내하고 와인이나 하며 용서를 빌려고 범고래표 와인을 사가지고 퇴근했는데, 집에 이뽀삐양이 와 있는 게 아닌가. 게다가 처제도 있었다.


나는 놀라서 주저앉을 뻔했다.


일단 벌로 아내와 처제들한테 밟힌 다음 더 놀라운 소식을 들었다.


이뽀삐양이 나와의 불장난으로 임신했다는 것이다. 치밀한 아내는 유전자검사까지 모두 마쳤다고 했다.


이건 죽어도 할말 없다고 생각하며 이혼을 각오하고 있는데 아내는 우리 딸아이도 있고 이뽀삐양의 사정도 참 딱하니까 한번만 용서해주겠다고 했다.


대신 바람을 못피우게 자기가 이뽀삐양과 자매가 되어줄 테니 앞으로는 처제로 만나라고 한다.


아내도 애를 떼겠다고 이실직고하러 온 이뽀삐양이 기가 막혀서 죽이고 싶었다고 했지만 사람이 착한데다 애도 가졌으니 봐주는 거라고했다.


아내는 예전부터 처제와 만나는 건 바람이 아니라고 하는 이상성벽의 소유자였다.


하지만 내겐 너무 과분한 사람이다.


나는 울면서 이뽀삐양과 같이 도게자를 박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