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이 끝난 뒤 세상이 복구되고 몇백년은 지났다는 설정임


*라오 공식 스토리랑 상관 없습니다.


푸른 초원과 아름답고 푸른 하늘에 화사한 태양이 걸쳐진 이곳.

모든 전쟁이 끝나고 평화가 찾아온 세상의 한 구석에 마련된

부군과 나, 소완의 보금자리가 마련된 장소.


"미안해.. 요즘들어 점점 아침에 일어나는게 힘들어지네.."


"아니옵니다. 제 걱정은 마시고 몸을 추스리시고 편히 쉬시옵소서"


부군께선 제아무리 오리진더스트로 강화된 신체를 갖고 계시다 하지만

하루 하루 흘러가는 세월을 견디지 못하시고 나날이 약해지고 계셨다.


"오늘은 소완이 해준 닭죽이 먹고 싶은걸..?"


"알겠사옵니다. 금방 준비 하겠나이다."


허리를 깊게 숙여 부군께 인사를 올리고 발소리를 내지 않고

뒷걸음질 치며 우리 부부의 작고 허름한 방에서 빠져나왔다. 

주인께선 늙어 나약해진 모습을 보이기 싫어하시어 

늘 이것저것 내게 요리나 심부름을 시키셨다.

 

아마 죽어가는 부군의 모습을 보며 가슴앓이를 할 나를 걱정하신

결과겠지만 그것이 부군의 뜻이기에 흐르는 눈물을 감추고 부군의

그 뜻을 존중하여 주방으로 향했다.


"...저도 많이 흔들렸나 보옵니다."


작은 냉장고에는 부군께서 원한 닭죽의 재료가 없었다.

늘 여러 재료들을 채워넣고 신선도를 고려해 관리했지만 최근들어

부군께서 앓아 눕게 된 뒤로는 그 관리를 잘 하지 못했다.

그것이 화근인 모양이다.


나는 조용히 냉장고의 문을 닫고 부군께서 누워계신 방으로 가

가볍게 노크를 했다.


"무슨 일이야?"


기력이 없는 부군의 목소리. 부군이 기력을 쥐어짜내 대답하는 듯 한

그 목소리에 가슴이 후벼파이는 듯 아려왔지만 내색하지 않고 부군께 대답했다.


"죄송하옵니다. 재료가 떨어져 잠시 외출하여 재료를 사오겠사옵니다."


"...알았어, 차량 조심하고.. 조심해서.. 다녀와.."


부군께선 늘 자신보다 나를 걱정하신다. 최상급 전투원으로 작정하고

만들어진 개체는 아니지만 나름 엄청난 기술과 최고급의 전투모듈이 가미된

신체였기에 어지간한 차량 정도는 맨손으로도 멈추게 할 수 있었지만

늘 저런 식으로 걱정어린 당부를 담아 말씀하신다.


부군의 걱정이 진심이 어린 걱정임을 알기에 나또한 별다른 말 없이

최대한 공손하게, 부드럽게 부군께 인사를 올렸다.


"알겠사옵니다. 그럼 늦지 않게 다녀오겠나이다."


밖에 나오자 날씨가 매우 청명하고 화사했다. 주인께서 건강하실 적에는

늘 둘이서 손을 잡고 정원과 근처 공원을 산책하는것이 일상이었다.

낯부끄럽고 얼굴이 간질거리는 행동도 거리낌없이 하고는 했다.

물론 싫어하지 않았다. 평생의 부군으로 곁에서 모시겠다 결심했고

다짐했기에 부군의 애정에 최선을 다 해 응하였다.


"오랜만이네요! 소완씨. 오늘은 어떤 것으로 드릴까요?"


옛날의 과분할 정도로 행복했던 일들을 회상하며 걷노라니

어느새 단골로 찾는 식료품 가게에 도착했다.

가게의 점원을 보고있는 드리아드가 인사를 건네왔다.


"아, 안녕하시옵니까. 닭하고 쌀, 그리고.."


재료의 리스트를 드리아드에게 건네고 물건을 받아들었다.

치마의 주머니에서 부군께서 맡기신 카드를 꺼내 드리아드에게

건네주어 계산을 마친 뒤 그녀에게 고개숙여 인사를 건네고

발걸음을 서둘러 부군이 계실 집으로 향하였다.


전쟁이 끝나갈때 즈음 어느날 부군께서 내 손을 붙잡고

이 거리를 함께 걸어온적이 있었다. 당시 부군께서도 젊었기에

요즘처럼 내가 밀어주는 휠체어가 아닌 당신의 두 다리로

직접 걸으신적이 있었다.


당시 부군께서 건넨 프로포즈의 말.


'전쟁이 끝나면 저 얕은 언덕에 집을 짓자.'


'집 말씀이시옵니까?'


'응. 너무 큰 집 말고 적당한 크기의 집. 집을 짓고 너랑 나랑

함께 사는거야. 강아지도 키우고 요리사인 소완을 위해

작은 텃밭도 함께 꾸미고.. 그렇게 함께 사는거야.'


'소, 소녀와 함께 말씀 이시옵니까?'


'응, 난 너랑 남은 평생을 함께 하고싶어. 이 전쟁이 끝나면 결혼하자.

단순한 서약이 아니라, 진실로 죽는 그 날까지 함께 웃고 울고 함께

인생을 걷는 동반자로서, 나와 결혼해줘.'


항상 강렬하게 원하던 일이었지만 당시 부군께 직접 그 말을 들으니

몸이 완전히 얼어붙어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었다. 정신을 차려보니

울고있는 나 자신을 강하게 끌어안고 왼손을 잡아 반지를 끼워주는

부군이 보였었다.


벌써 몇백년은 지난 낡아빠진 기억이지만 또렷하게 기억이 난다.

이 세상에 태어나고 처음으로 겪는 강렬한 행복감과 도취감에

그저 눈물을 흘렸었다.


하지만 그 행복했던 시간이 서서히 종막을 향해 치닫고 있었다.


"부군, 소녀 다녀왔사옵니다."


집안에 들어와 재료를 내려놓고 부군께서 누워계시는 방의 문을

조심스럽게 두드렸지만 응답이 없으셨다.


불현듯 불길한 생각이 들어 방문을 열고 안에 들어가자

부군께선 평온한 모습으로 눈을 감고 계셨다.

부군의 앞에 놓인 작은 tv에는 지금까지 우리가 함께 살아오며

만든 소중한 추억들을 비디오로 녹화한 것이 재생되고 있었다.


부군은 손에 작은 편지 한장을 들고 계셨다.

조심스레 부군의 손에서 편지를 빼내어 읽어나갔다.


'미안해, 소완. 그리고 고마워.. 내 보잘것 없는 인생에 나타나주어

난 과분한 사랑을 받으며 행복이란 것을 느낄 수 있었어.

하지만 영원한 시간은 없어. 난 느낄 수 있어. 내게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는 걸.. 아마 오늘이 될 수도 내일이 될 수도 있겠지만

언제고 그 때가 온다면 우리의 시간도 잠시 멈추겠지.


하지만 내가 떠남을 슬퍼하지 말아줘. 우리의 아들 딸들이 있으니

난 너와 함께 떠나지는 못해도 먼저 하늘에서 내려다 보고 있을거야.

첫 아이를 품고있던 너의 얼굴이 생각난다.'


부군의 앞에 놓은 tv에는 내가 첫 아이를 품에 안아들고 땀에 절어

행복한 표정으로 웃고 있는 모습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리고 옆에서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눈물 콧물 흘리며 기뻐하는

부군의 모습도..


'아이들도 다 자라서 어느새 손주도 보았고 다른 아이들도 각자 사랑하는

반려자를 만났지. 난 너라는 반려를 만나 충분히 행복했어

너에게 나라는 반려는 몇점이었을 지 잘 모르지만

나에게 너는 영원히 함께하고픈 유일한 사랑이었어.


울지 말라, 슬퍼하지 말라는 가혹한 소리는 하지 않을께.

소완 너는 늘 감정을 숨기니까 슬플때는 울어도 좋다는 말을 꼭

해주고 싶었어.. 나라는 나무가 사라지고 기댈 곳이 없다면

내 묘비에 몸을 기대어도 좋아. 언제고 나는 너를 위한 그늘이 되어

너를 품어줄거야. 먼저 떠나가는 내가 밉거든 언제든

내가 잠든곳으로 와서 날 원망하고 욕해도 좋아.


난 언제 어느때든, 어떤 상황에서도 널 사랑하고 널 이해하니까.

먼저 하늘에서 너와 새롭게 살아갈 집을 짓고 있을께.

부디 빠르지 않게, 천천히 내가 새롭게 지어둘 집으로 와줬으면 해.

그럼, 먼저 우리의 보금자리를 짓기위해 한 숨 자고 있을께

조금 긴 잠이 되겠지만.. 미안해, 그리고 사랑해 소완.

내게 시간을 공유 한다는 기쁨을 줘서 고마웠어.'


투둑- 툭-


어느새 편지지에 눈물이 흘러 떨어져 내려 종이가 젖기 시작했다.

입을 억누르고 오열하며 부군의 몸을 끌어안았다.

아직 따뜻한 몸. 하지만 부군께선 늘 머리를 쓰다듬어 주셨지만

이번만큼은 아무런 반응이 없으셨다.


"주인님... 흑... 흐읍.. 제게.. 보잘것 없는 제게..

그 고귀한 시간을.. 함께 공유 해주셔서 감사했습니다..

평생을 함께 시간을 보내 행복했습니다..

부디 편히.. 편히 쉬세요.. 언제고 꼭 찾아가

다시 주인의 곁에서 함께 하겠습니다..."


시간을 공유 한다는 것.

사랑이란 그런것이 아닐까